소설리스트

역대급 홈런왕의 탄생-90화 (90/126)

# 90

우승 후보 양키스 (3)

1회 초는 원정인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선공으로 시작됐다.

오늘 양키스의 선발 투수는 5선발 도밍고 헤르만.

한때 여자친구 폭행으로 81경기 정지의 징계를 받았던 헤르만이었다.

하지만 복귀한 작년에 이어서 올해에도 여전히 5선발의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었다.

방어율은 3.46으로 살짝 높았지만, 양키 스타디움을 홈으로 둔 투수의 방어율은 원래 평균보다 높기 마련이었다.

거기에 올해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타선은 30개 팀 중에서 최약체라고 불렸기에, 비교적 부담감은 적을 것이다.

“스트라이크 아웃!”

볼넷 하나와 안타 하나를 허용하며 2아웃 1, 3루까지 몰린 도밍고 헤르만.

그는 5번 타자와 8구까지의 승부 끝에 삼진으로 1회 초를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1회 말 뉴욕 양키스의 타선.

저번 경기부터 타순이 살짝 바뀌었다.

2번 타자 오도어가 5번으로 가고 원래 2번 타자로 출전하던 애런 저지가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왔다.

1번 타자는 여전히 DJ 르메이휴.

따악―!

그는 0-2의 카운트에서 3구로 들어온 싱커를 타격했지만, 유격수 땅볼로 아웃됐다.

한 달 정도의 슬럼프를 완벽하게 극복한 2번 타자 애런 저지.

2017년 실버 슬러거 수상자이기도 한 그가 다시 좋은 기세를 탔다는 것은 양키스는 물론이고 다음 타자인 내 입장에서도 좋은 소식이었다.

따아아악―!

그런 애런 저지는 채드 쿨의 초구로 들어온 슬라이더를 우중간으로 쳐냈다.

그리고 여유롭게 2루에 안착했다.

“Strong Man! The Strongest Man! Choi! Gang! Nam!”

양키 스타디움을 찾은 47,000여 명의 팬들이 부르는 내 응원가.

경기장이 순식간에 콘서트장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1아웃 2루.

상대 투수인 채드 쿨은 90마일(144km/h)대의 싱커를 주로 던지는 스타일.

체인지업과 방금 안타를 맞은 슬라이더도 종종 던지기는 했지만, 득점권에서는 싱커를 주로 던지는 투수였다.

그럼에도 방어율 2.32와 1선발 투수를 뛰고 있다는 것은 엄청난 싱커를 던진다는 뜻.

그는 매 공마다 무브먼트와 궤적이 다른 독특한 스타일의 투수였다.

장타를 노리는 것이 언제나 베스트지만, 주자가 득점권에 있고 이런 더러운 공을 던지는 투수에게는 더 좋은 선택지가 있다.

정확하게 때려내는 안타.

일명 똑딱이 전략이었다.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 존 구석구석에 던질 수 있는 커맨드마저 훌륭한 투수.

방금 공은 초구였기에 그냥 지켜봤다.

“볼!”

“볼!”

그리고 연달아서 두 개의 공이 볼로 들어왔다.

스트라이크 존에서 공 한 개정도 빠지는 코스에 구종은 싱커와 체인지업.

아직 1스트라이크이니 실투를 제외한 공을 건드리지는 않을 계획이었다.

“스트라이크!”

2-1에서 맞이하는 네 번째 공은 몸쪽 높은 슬라이더.

정확하게 타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지금 굳이 다른 구종을 건드릴 필요는 없다.

따악―!

다섯 번째로 들어온 바깥쪽 낮은 싱커를 결대로 맞춰냈다.

타구는 중견수 앞으로 떨어지는 안타.

당연하게도 2루 주자였던 애런 저지는 3루 베이스를 밟고 홈으로 달리는 모습이었다.

여기서 타자가 할 수 있는 플레이는 단 하나.

특히 나처럼 달리기가 빠른 타자들은 그 위력이 더욱 강한 방법이었다.

나는 타격과 동시에 배트를 던지고 전속력으로 1루 베이스로 달려갔다.

그리고 2루까지 27.43m 중에서 10m 가까이 달려가서 중견수를 바라봤다.

중견수가 홈으로 승부를 한다면 2루로 달려가겠다는 강한 제스처.

중견수는 홈으로 공을 던지는 대신 1루수에게 던졌고, 난 빠르게 1루로 슬라이딩했다.

“세이프!”

여유로운 귀루.

그리고 그 틈에 살짝 느린 주루를 갖고 있는 애런 저지는 홈으로 들어왔다.

1:0 뉴욕 양키스의 선취점.

마운드 위의 채드 쿨에게 선취점을 따낸 것은 많은 의미가 있는 플레이였다.

특히나 뉴욕 양키스의 선발은 5선발.

상대의 1선발과 붙는 부담감도 이 선취점으로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

“나이스 배팅!”

“감사합니다.”

그런 내 플레이에 1루 주루 코치는 주먹을 들이밀었다.

난 거기에 내 주먹을 맞대며 보호대를 건네주고 주루에 집중했다.

“세이프!”

“세이프!”

우우우―

상대 투수의 연속 견제.

당연하게도 양키 스타디움은 야유로 가득 찼다.

난 그런 견제에도 리드폭을 전혀 줄이지 않고 상대 투수를 압박했다.

“볼!”

내 압박이 의미가 있어서일까?

상대 투수는 초구로 오늘 경기에서 처음 존에서 상당히 빠지는 공을 던졌다.

그리고 두 번째 공을 던지는 모션을 취하자 난 2루로 달렸다.

던지기 직전까지 날 바라보던 투수는 당황했는지 폭투를 던졌고 상대 포수는 잡아내지 못했다.

그 틈에 난 2루 베이스를 밟고 3루 베이스에 슬라이딩 없이 여유롭게 서서 들어왔다.

따악―!

그리고 게리 산체스의 우익수 플라이에 여유롭게 홈으로 들어오며 득점에 성공했다.

1회 말에 내 득점 이후로 추가 점수는 없었지만, 무려 2점.

2:0으로 앞서가게 된 뉴욕 양키스였다.

“나이스 플레이!”

“오늘 주루 너무 좋은데?”

“상대 투수 완전 흔들리네. 오늘 경기도 덕분에 쉽게 시작한다.”

내가 더그아웃으로 들어오자 팀원들의 환호가 쏟아졌다.

이 2점 덕분인지는 몰라도 양키스의 5선발 도밍고 헤르만의 호투가 이어졌다.

2회와 3회에는 양 팀 모두 점수를 내지 못하며, 0의 스코어가 계속됐다.

4회 초에 양키스에게 첫 위기가 찾아왔다.

선두 타자를 잘 잡아낸 후에 2루타를 맞은 도밍고 헤르만.

다음 타자를 고의사구로 걸러냈지만, 1-2의 카운트에서 몸에 맞는 볼로 순식간에 1아웃 만루가 되었다.

“볼!”

“볼!”

연속 볼 이후에 마운드에 올라온 투수 코치.

하지만 투수 교체는 없이 몇 마디를 나눈 후에 다시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스트라이크!”

0-2의 카운트에서 들어온 스트라이크.

하지만 다음 공은 존 정중앙 실투를 던지는 헤르만이었다.

따아아악―!

당연하게도 상대 타자는 그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타구는 예상대로 내 정면으로 향했다.

피츠버그의 3루수로 뛰고 있는 콜린 모란.

스카우팅 리포트에서 확인한 그는 밀어치는 성향이 강한 좌타자였다.

매해 20개 정도의 홈런을 쳐낸 그였지만, 득점권에서는 특히나 컨택 위주의 유격수 키를 넘기는 안타를 치는 스타일.

그 기록을 어제 확인한 나는 평소보다 두 걸음 뒤에서 포지션을 잡았고, 예상대로 내 쪽으로 공은 향했다.

점프 캐치 후에 2루 베이스로 달려오는 오도어에게 토스.

“아웃!”

1아웃 만루의 위기를 내가 만들어낸 병살타로 무실점으로 끝냈다.

“고맙다.”

감사 표시를 건넨 선발 투수에게 웃어주며 바로 더그아웃으로 뛰어 들어갔다.

4회 말 선두타자는 나였으니까.

1회에 2실점은 잠깐의 사고였다는 듯이 2, 3회를 삼자범퇴로 막아낸 피츠버그의 선발 투수 채드 쿨.

그와 두 번째 타석에서 맞붙게 됐다.

초반에 집중 견제로 볼넷을 많이 얻었던 것에 비해서 최근에는 나와 승부를 하려는 투수들이 많아졌다.

당연했다.

내 도루 성공률은 94.7%로 19번의 시도 중에서 18번을 성공했으니, 투수 입장에서는 볼넷도 2루타를 맞은 기분이 들것이다.

“Strong Man! The Strongest Man! Choi! Gang! Nam!”

내 응원가와 함께 타석에 들어섰다.

상대 투수는 제구가 잘되고 무브먼트가 많은 스타일.

하지만 내 감각은 늘 그런 변화구를 배트 중앙에 맞춰내곤 했다.

따아아아악―!

바로 지금처럼.

초구로 들어온 바깥쪽 꽉 차는 싱커를 그대로 밀어 쳐냈다.

그리고 그것은 좌측보다 우측이 훨씬 짧은 양키 스타디움 펜스를 넘기기에 충분한 타구였다.

와아아―

내 홈런에 열광하는 관중들의 환호성을 들으며 더그아웃으로 들어왔다.

평소처럼 헬멧과 등에 쏟아지는 팀원들의 축하를 받으며 벤치에 앉았다.

“잠깐 이야기 할 수 있을까?”

“그럼요.”

내가 벤치에 앉자 애런 분 감독이 내게 다가왔다.

“아까 4회 초 수비에서 좋은 시프트였는데 그 판단 근거가 있었을까?”

“콜린 모란이 득점권에서 유격수 키를 넘기는 안타가 많이 나온 것을 리포트로 확인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단적으로 판단해서 수비 위치를 이동했는데, 더그아웃에 사인을 드리지 못한 것은 죄송합니다.”

“아니야. 전혀 탓하려는 건 아니고. 그냥 이유가 궁금했어. 평소에 리포트 분석을 꼼꼼하게 하는 건 들었는데. 투수뿐만 아니라 타자도 하는 건가?”

“그럼요. 관중들 제외하고는 다 분석하고 경기장에 들어옵니다.”

“알겠네. 앞으로 그런 시프트 수비에 있어서 자네의 선택을 더그아웃에 굳이 알리지 않아도 돼. 무슨 뜻인지 알지?”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애런 분 감독은 내 시프트를 인정해주는 발언을 했다.

그리고 이건 허락 이상의 의미였다.

선수들이 전부 지켜보는 더그아웃에서 나눈 대화였으니 말이다.

야구란 통계의 스포츠.

그리고 타자들에게 투수 분석뿐만 아니라, 상대 타자 분석을 기초로 수비의 중요성 또한 강조한 애런 분 감독의 숨은 의미.

역시 명장은 명장이었다.

“그 정도로 분석하는지는 몰랐네. 역시 독한 루키야.”

“제가 말했잖아요. 제 목표는 언제나 양키스의 승리와 제 생존이라고.”

5회 초 수비를 하려고 그라운드로 향하자 키스톤 콤비인 오도어가 혀를 내둘렀다.

4회 말 추가 득점은 없었지만, 내 솔로 홈런으로 3:0으로 앞서게 된 양키스.

그리고 선발 투수인 도밍고 헤르만은 5회를 넘어서 6회까지 1실점으로 피츠버그의 타선을 막아냈다.

경기는 이후로 무난하게 흘러갔다.

난 두 타석에서 범타 하나와 볼넷 하나를 얻어냈고, 도루까지 성공했다.

7회 이후로 올라온 투수 3명은 힘을 합쳐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그리고 9회 초에 올라온 양키스의 마무리 아롤디스 채프먼.

그는 3:1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당연하게도 오늘 공수 모두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준 내가 MVP를 받게 되었다.

“오늘 도루와 홈런을 하나 추가하면서 무려 14홈런 19도루입니다. 최연소 20-20 기록 달성이 코앞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어떤 각오로 경기에 임하시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기록도 좋지만 언제나 팀의 승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경기에 승리해서 뉴욕 양키스가 연승을 이어나가서 기쁩니다.”

“올해 데뷔한 루키답지 않은 성숙한 발언이네요. 이걸로 오늘 인터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무난하게 인터뷰를 마쳤다.

오늘 경기도 이기며 5연승을 이어가게 된 뉴욕 양키스.

더군다나 다음 경기부터는 다시 1선발인 코리 클루버부터 돌아오는 차례였다.

2차전 8:1 승리.

3차전 6:3 승리.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이어서 피츠버그 파이리츠까지 스윕 시리즈에 성공한 뉴욕 양키스였다.

어느덧 순위는 동부 지구 독보적 1위.

2위인 레드삭스와 8경기 반 차이까지 벌어지게 되었다.

우리는 그렇게 동부 지구 우승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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