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홈런왕의 탄생-89화 (89/126)

# 89

우승 후보 양키스 (2)

“어제 컨디션이 영 별로였나 봐? 우리 명예의 전당 후보인 슈퍼 루키께서 좋은 모습을 안 보여줄 때도 다 있고.”

4회 초 노아웃 1, 2루의 상황.

레드삭스의 포수인 크리스티안 바스케스는 오늘도 트래시 토크를 시작했다.

난 그런 포수에게 대꾸해 주지 않고 내 타석에 집중했다.

상대 투수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3선발 네이선 이볼디.

평균 98마일, 최대 102마일까지 찍히는 강력한 포심과 93마일대 커터를 던지는 투수.

세 번째 공으로 88마일의 스플리터가 있기는 했지만, 궤적이 밋밋해서 단순하게 헛스윙 유도로 쓰는 구종.

거기다가 대부분의 공이 스트라이크 존보다 훨씬 밖으로 향하며, 제구도 불안한 모습이었다.

내가 신경 쓸 공은 포심과 커터였다.

날 볼넷으로 보내면 노아웃 만루.

거기다가 4번 타자는 컨택은 낮지만, 파워 하나만큼은 리그 탑이라 불리는 게리 산체스.

어제 경기처럼 일방적으로 내 타석을 피해 가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을 것이다.

“볼!”

초구는 바깥쪽으로 빠지는 슬라이더가 들어왔다.

어제 호텔에서 영상으로 확인한 궤적.

다른 궤적을 던진 적은 여태까지 없었기에, 방금 그 공을 머릿속에 완벽하게 저장했다.

“볼!”

2구는 높은 포심.

이번에도 역시나 나는 방망이 한번 휘두르지 않고 스트라이크 존에서 빠진 공을 지켜봤다.

“어제 좋은 모습을 못 보여줘서 몸이 굳었나? 영 컨디션이 안 좋아 보이네.”

“이번에 스트라이크로 던지면 바로 담장 밖으론 넘겨줄게. 기대해.”

비아냥대는 크리스티안 바스케스에게 답해주니, 바로 입을 닫고 포지션을 취하는 포수였다.

“볼!”

세 번째 공은 처음부터 빠져서 들어온 스플리터.

내 트래시 토크가 의미가 있었는지, 뜻밖의 공을 요구한 포수.

하지만 제구가 되지 않으며 타자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3-0의 카운트가 되었다.

“오늘도 나는 걸어서 1루로 가는 거야? 배트 거꾸로 들고 있을까?”

난 뒤로 돌아서 상대 포수를 보며 웃어줬다.

잔뜩 찡그린 표정으로 입이 살짝 움찔거렸던 포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웬만하면 3-0의 카운트에서 공 하나는 기다리는 것이 타자의 정석.

하지만 존 가운데로 몰리는 실투는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며 다음 공을 기다렸다.

세 개의 볼 이후로 들어온 네 번째 공.

몸쪽 낮은 포심이었지만, 볼넷을 걱정했는지 가운데로 살짝 몰린 코스였다.

따아아아아악―!

난 그 공을 과감하게 걷어 올렸고 그와 동시에 마운드 위의 투수는 고개를 푹 떨구는 모습.

가볍게 배트를 던지고 1루로 달렸다.

타구는 굳이 바라보지 않아도 괜찮았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선수는 물론이고 37,000여 명의 관중들까지 느꼈으니.

***

[최강남의 타구가 쭉쭉! 쭉쭉! 뻗어서 11m 높이의 그린 몬스터를 지나서 스탠드를 지나서 경기장 밖으로 떨어집니다!]

[코리 클루버의 뜻밖의 실점으로 위기가 닥친 뉴욕 양키스를 지옥에서 구원해주는 슈퍼 루키! 최강남의 홈런으로 3:2로 다시 레드삭스를 압도하게 된 뉴욕 양키스입니다!]

[역시 양키스의 새로운 해결사 최강남! 그의 홈런이 정말 필요한 타이밍에 터져줍니다.]

[정말 야구 지능이 높은 선수에요. 득점권에서 강한 것은 물론이고 주루 플레이와 완벽한 수비까지! 최강남의 완벽한 플레이가 또다시 양키스를 웃게 만듭니다!]

3회까지 한명의 타자도 출루하지 못한 뉴욕 양키스.

그런 분위기 속에서 고군분투한 YES Network의 해설진들이었다.

경기에 대해서 별다른 말없이 예전의 기록과 올해의 양키스는 정말 다를 거라는 이야기를 반복했던 해설진.

그들의 답답했던 속을 최강남의 쓰리런이 뻥 뚫어줬다.

― 이게 야구지!

ㄴ 이게 양키스지

ㄴ 레드삭스한테는 절대 질 수 없지

경기를 보며 답답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뉴욕 양키스의 시청자들도 마찬가지.

그들은 오늘도 최강남의 홈런에 환호를 보냈다.

***

“정말 멋진 홈런이었어. 내 등판 일에는 늘 한 건씩 해주네. 고맙다.”

“실투를 노렸는데 운이 좋았죠.”

“벌써 12번째 홈런이야. 운이 좋다고 하기에는 너무 겸손한데? 루키답게 솔직하게 말해봐.”

“레드삭스의 3선발 따위가 절 막을 수는 없죠.”

“그렇지. 그게 루키의 패기지.”

초반 2실점으로 침울해있던 오늘의 선발 투수 코리 클루버.

그는 내가 더그아웃으로 들어오자 특유의 무표정이 아닌 활짝 웃는 얼굴로 이야기했다.

난 살짝 너스레를 떨며 대답했다.

그리고 이 발언은 의외로 더그아웃에서 듣고 있던 많은 선수들의 사기를 올려줬다.

“그렇지! 레드삭스는 우리보다 위로 올라가려면 100년도 모자라지!”

“지금 기세 너무 좋아. 계속 가보자!”

뉴욕 양키스의 마지막 우승은 2008년.

레드삭스는 13년도와 18년도에 우승이 있었다.

최근 레드삭스와의 포스트시즌 기록은 열세인 상황.

하지만 내 역전 3점 홈런은 그 분위기를 전부 뒤집고도 남는 상황이었다.

따아아아아악―!

힘 하나는 리그 최고라고 불리는 포수 게리 산체스.

오늘도 4번으로 출전한 그는 백투백홈런을 쳐내며 4:2까지 점수 차이를 벌렸다.

그 후로 4회 초에 추가 득점은 없었지만, 분위기는 완벽하게 넘어온 상황.

상대 선발인 네이선 이볼디는 5회에도 2실점을 추가하며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후 게임은 일방적이었다.

코리 클루버는 아까의 2점 홈런이 그저 사고였다는 듯 완벽한 투구를 보여줬다.

7이닝 4피안타 1피홈런 1사사구 2실점.

모처럼 부상인 투수가 없는 양키스의 불펜은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타선에서는 1점을 추가로 획득하며 7:2 양키스의 압승.

마무리 투수인 채프먼이 몸도 풀지 않았으니, 과정도 결과도 기분 좋은 승리였다.

난 이후 타석에서 볼넷 두 개를 추가했고, 두 번의 도루 시도에서 하나를 성공했다.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에 최초의 도루 실패.

히트 앤드 런 작전에서 컨택이 좋지 못한 게리 산체스의 헛스윙 실수도 있었지만, 출발 타이밍이 좋지 못한 것도 컸다.

상대 투수의 투구 폼이 워낙 변칙적이었고, 견제가 두 번이나 있었으니.

하지만 17번 시도에서 16도루 성공.

내 도루 실패를 탓하는 사람은 당연하게도 아무도 없었다.

오늘 3차전 MVP는 초반 2실점에도 끝까지 흔들리지 않으며, 위기 한번 없이 7이닝을 막아낸 코리 클루버가 받게 되었다.

동부 지구 2위인 레드삭스와의 경기 차는 어느덧 5경기 반.

향후 일정이 비교적 약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아주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오늘 너무 완벽했어. 레드삭스와의 원정에서 위닝 시리즈는 팬들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동부 지구 1위 굳히기를 향해서 가보자고.”

“고생하셨습니다!”

애런 분 감독도 오랜만에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선수들에게 이야기했다.

“내 홈런 봤지? 확실히 7월에 타격감이 올라온다니까.”

“봤어요. 완벽하게 당겨 쳐서 훨씬 먼 우측 담장을 넘기는 홈런.”

“좌타자에게 불리한 경기장이면 어때. 그냥 더 멀리 공을 날리면 되지. 우측 담장이 짧은 양키 스타디움에서 만났으면 장외 홈런급 타구였어.”

4경기만의 홈런을 기록한 2루수 루그네드 오도어.

그는 만족스러운 듯 본인의 민머리를 쓰다듬으며 라커룸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우리의 다음 경기는 역시나 원정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3연전.

당장 내일 경기였기에, 전용기로의 이동을 위해서 나도 양복으로 갈아입었다.

***

[양키스의 독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원정 경기에서 스윕 시리즈를 달성하며 AL 동부 지구 독보적 1위!]

[양키스는 어떻게 강팀이 되었는가?]

[어느덧 22경기를 뛰게 된 양키스의 슈퍼 루키 최강남! 그의 올해 신인왕 가능성은?]

오랜만에 양키스 숙소 침대에 누워서 기사를 확인했다.

원정 경기는 3경기 모두 압도적인 결과로 승리했다.

강한 투수진과 비교적 약한 타자들로 내셔널리그 서부 지구 3위를 기록 중이었던 샌프란시스코.

투수들은 우리의 강력한 타선을 버티지 못했고, 타자들은 우리의 공을 쳐 내지 못했다.

난 홈런 하나와 도루 2개를 추가하며 팀의 4연승을 도왔다.

원정 6경기가 끝나고 다시 돌아오게 된 뉴욕.

가장 먼저 몸무게와 키부터 체크했다.

여전히 키는 188cm에 몸무게는 90kg.

꽤나 타이트한 메이저리그의 일정이었지만, 원정 숙소에서도 헬스장에서 꾸준히 운동하고 잘 먹어서인지 몸무게가 빠지지는 않았다.

사실 버스로만 이동했던 마이너리그의 야생 같은 일정에 비해서 메이저리그의 전용기 이동은 천국이나 다름없었다.

이제 양키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3연전은 비교적 약팀인 피츠버그 파이리츠.

마지막 월드시리즈 우승이 1979년인 피츠버그는 올해도 내셔널리그 중부 지구 5등.

사실상 꼴찌를 도맡아 하고 있는 팀이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야구는 매일 열리는 스포츠이기에, 아무리 강팀이라도 약팀에게 질 수 있다.

오늘도 평소의 루틴대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서 내일 경기에 나올 투수의 영상을 분석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잠에 들었다.

***

“아무래도 7월의 신인은 고민할 필요도 없겠죠?”

“오늘 우리가 모이게 된 건 7월의 선수로 누굴 줄지에 대한 문제니까요.”

MLB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처리하는 메이저리그 사무국.

아직 7월이 채 끝나지 않았지만, 매달 뽑는 이달의 신인, 선수, 투수에 대한 회의가 시작됐다.

“당연히 최강남 선수가 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7월에 그보다 좋은 플레이를 보여준 선수가 있나요? 7월에만 11개의 홈런입니다.”

“하지만 데뷔한 선수에게 이달의 선수와 신인을 같이 준 경우는 아직 없으니까요.”

“17년도에 양키스 소속인 애런 저지가 받았잖아요?”

“그것도 6월에 첫 동시 수상이었죠. 이달의 신인은 5월에 미리 받았고요.”

“좋은 모습을 보여줘도 주기 힘들다는 이야기인가요?”

“그것보다는 선수에 대한 배려죠. 한꺼번에 언론의 관심을 받다 보면 위대한 선수들도 종종 슬럼프를 겪기도 하니까요.”

“자. 싸우지 말고 다수결로 결정합시다. 그걸 위해서 우리가 모인 거니까요. 이달의 투수는 일단 이 문제부터 해결하고 결정합시다.”

“알겠습니다.”

직원들의 다툼에 메이저리그 사무국 10대 커미셔너인 롭 맨프레드가 나섰다.

그와 동시에 다른 직원들은 조용히 그의 뜻을 따랐다.

고의사구 룰 개정, 20초 투구제한 초시계 추진, 리그 확대 추진 정책을 내세운 변호사 출신의 커미셔너 롭 맨프레드.

그의 정책들은 최근 침체기에 빠졌던 메이저리그를 다시 부흥기의 영광으로 되돌리고 있었다.

그런 커미셔너의 발언에 직원들은 손을 들며 투표를 시작했다.

여기 모인 21명의 직원 중에서 최강남의 이달의 선수 수상에 대한 찬성은 16명.

“그러면 앞으로 3경기 동안 최악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최강남 선수에게 이달의 선수를 주겠습니다. 이의 있으신 분 지금 말씀해주세요.”

“······.”

“없으시면 이대로 진행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 누구도 최고의 실적을 올리고 있는 커미셔너의 말에 토를 달지는 않았다.

***

[뉴욕 양키스와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1차전! 오랜만에 찾아온 홈경기입니다.]

[오늘의 양키스 선발 투수는 5선발 도밍고 헤르만. 반면에 피츠버그는 1선발 채드 쿨 선수를 마운드에 올렸습니다.]

[현재 NL 중부 지구 5위를 기록하고 있는 피츠버그지만 채드 쿨은 좋은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방어율 2.32에 6승 3패의 기록. 싱커, 슬라이더, 체인지업으로 범타 유도에 능한 투수인데요. 오늘의 핵심은 양키스의 타선이 되겠죠?]

[그렇습니다. 과연 채드 쿨을 몇 회에 마운드에서 끌어내릴 수 있을지! 심판의 콜과 함께 경기가 시작됩니다!]

그렇게 뉴욕 양키스와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1차전 경기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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