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홈런왕의 탄생-88화 (88/126)

# 88

우승 후보 양키스 (1)

하루를 여유롭게 쉰 뉴욕 양키스.

오후 6시에 우리는 내일 있을 경기를 위해서 전용기를 타고 이동했다.

내일부터 치러질 3연전 상대는 보스턴 레드삭스.

현재 1위인 우리와 4경기 반 차이가 나는 보스턴 레드삭스였기에, 그들은 내일 경기에서 모든 힘을 다 쏟아 부을 것이다.

그 예시로 내일 보스턴 레드삭스의 선발 투수는 1선발 크리스 세일.

우리는 3선발인 루이스 세베리노였다.

물론 하루를 쉬었기에, 3차전에서는 5선발인 도밍고 헤르만을 건너뛰고 코리 클루버가 나올 확률이 높긴 했다.

사실상 한 경기만 이겨도 위닝 시리즈 확정.

그렇기에 더욱더 여유로운 쪽은 최근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우리였다.

“내일 경기도 기대할게.”

“그럼요. 최선을 다해볼게요.”

먼저 비행기 뒷좌석에 앉아있던 내일의 선발 투수 루이스 세베리노.

그의 이야기에 웃으며 대답을 하고 나도 내 지정석인 뒷좌석 왼쪽에 앉았다.

비행기로 1시간 30분 거리의 뉴욕과 보스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우리는 공항에 도착했고, 미리 예약된 호텔에 짐을 풀었다.

그리고 내일 선발 투수인 크리스 세일의 영상을 분석하다가 잠에 들었다.

***

“3루랑 1루 수비도 괜찮은데? 다른 포지션 가능성도 있겠어.”

“그렇습니다. 저번에 펑고 할 때 외야 수비 연습도 한번 했었는데, 타구음을 듣고 타구 방향 판단이 정말 빠릅니다. 2루수 수비도 충분히 주전급으로 기용할 레벨이고요.”

“흠. 확실히 야구는 잘하는 놈이 잘한다. 뭐 그런 건가? 그래도 아직은 어리고 유격수 수비가 되는 야수를 다른 포지션으로 돌릴 이유가 전혀 없지. 컨디션 체크만 잘 해주고. 오늘 스쿼드 선수들한테 전달했지?”

“예. 펑고 수비 여기까지만 하고 다들 타격 훈련으로 들어가도 될까요?”

“응. 그렇게 해.”

뉴욕 양키스의 감독인 애런 분.

그는 코치와 함께 최강남의 여러 포지션 수비를 지켜보고 이야기했다.

물론 몸풀기 펑고였기에, 정면 타구가 대부분.

여러 포지션이 가능하다고 포스트시즌에 깜짝 대타로 쓰기에는 최강남의 현재 입지가 너무나 높기도 했다.

타격 훈련까지 마치고 경기 준비가 모두 끝나자 애런 분 감독은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우리의 목표는 당연히 동부 지구 우승으로 포스트 시즌 무사 진출. 그리고 올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것. 다들 알고 있겠지?”

“그렇습니다!”

“오늘 경기는 그런 의미에서 매우 중요해. 굳이 동부 2위로 와일드카드를 거쳐서 올라갈 이유가 없으니까. 오늘 경기를 좋은 모습으로 마무리해서, 우리가 어떤 팀에서 뛰고 있는지 경기장을 찾은 모든 팬들에게 각인해주자고.”

“알겠습니다!”

선수들의 사기를 끌어 올린 애런 분 감독은 경기장을 둘러보았다.

우타자가 월등히 많은 2022년의 뉴욕 양키스였기에, 사실 레드삭스의 홈구장인 펜웨이 파크는 불리하지 않았다.

우측 담장이 좌측에 비해서 13m나 먼 펜웨이 파크.

물론 좌측 담장은 ‘그린 몬스터’라고 불리는 11m의 높은 벽이 있었지만, 그래도 우타자에게 유리한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었다.

거기에 오늘 상대의 선발 투수는 압도적인 삼진율을 기록하는 좌완 파워피처 크리스 세일.

반면에 양키스의 선발은 3선발 루이스 세베리노였다.

물론 세베리노 역시 최고 101마일의 포심과 90마일 초반대의 고속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삼진을 만들어내는 파워피처.

피홈런이 많은 것이 단점이었지만, 양키 스타디움을 홈으로 쓰는 투수치고 꽤 선방한 기록이었다.

2선발인 게릿 콜보다도 피홈런은 적은 투수.

물론 게릿콜이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는 훨씬 낮았지만 말이다.

“플레이 볼!”

뉴욕 양키스의 1회 초 공격으로 경기가 시작됐다.

우우―

1번 타자인 DJ 르메이휴가 타석에 들어섬과 동시에 레드삭스 팬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쉽지는 않겠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지.’

좌타자에게 압도적으로 불리한 펜웨이 파크.

그렇기에 마운드 위의 좌투수인 크리스 세일도 그 몫을 톡톡히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애런 분 감독이었다.

“스트라이크 아웃!”

“아웃!”

하지만 삼진으로 물러난 DJ 르메이휴에 이어서 역시나 우타자인 2번 오도어까지 2루 땅볼로 물러났다.

아무리 우타자 위주로 타선을 편성했어도 크리스 세일은 크리스 세일.

1회부터 많은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지금 타석에 들어선 저 선수를 제외하고는.

우우우우―

야유가 전보다 훨씬 커졌다.

관중들 역시 가장 견제하는 최근 뉴욕 양키스의 중심.

하지만 타석에 들어서는 최강남은 여전히 무표정이었다.

‘흥미로운 루키라니까.’

“볼!”

“볼!”

레드삭스의 에이스 역시 마운드 위에서 상당히 고심하며 공을 던지는 모습.

그리고 3구로 들어온 몸쪽 포심에 최강남은 배트를 휘둘렀다.

따아아아아악―!

“Oh My God.”

또 한 번의 홈런.

어떤 종교도 믿지 않는 애런 분 감독의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

[최강남이 크리스 세일의 몸쪽 높은 포심을 그대로 당겨 칩니다! 타구는 쭉쭉 뻗어 나가서 11m 높이의 통곡의 벽. 그린 몬스터를 가볍게 넘어갑니다! 최강남의 솔로 홈런이 펜웨이 파크를 도서관으로 만듭니다!]

[이번 홈런으로 17경기 11홈런을 기록하는 최강남 선수인데요. 이 선수의 특이한 점이라면 우측 담장이 짧은 양키 스타디움을 제외하고는 당겨서 친 홈런이 더 많다는 사실이거든요.]

[밀어 쳐내는 것과 당겨서 쳐내는 모든 플레이에 능숙하다는 뜻이겠죠! 리플레이로 보면 스트라이크 존 상단에 꽉 차는 공이었거든요. 완벽한 코스의 공을 그대로 담장 밖으로 날렸거든요.]

[역시 대단한 루키네요. 최강남의 홈런으로 1회 초부터 1:0으로 앞서가는 뉴욕 양키스!]

오늘도 어김없이 해설을 하는 YES Network의 해설진들.

그들은 1회 초부터 보여준 최강남의 플레이에 환호했다.

― 진짜 깔끔하다 그린 몬스터 벽도 그냥 넘어가네

ㄴ 레드삭스 애들 한마디도 못하는 거 봐라

ㄴ 무슨 말을 하겠냐 자기들 에이스 투수가 첫 타석에서 홈런 맞았는데

ㄴ 이게 신인왕 후보의 품격이지

― 아쉽다 리그 초반부터 뛰었으면 데뷔 연도에 실버 슬러거도 받았을 듯

ㄴ 그건 맞지 지금 기세면 120홈런 페이스인데

ㄴ 배리 본즈보다 뛰어난 루키

ㄴ 양키스 놈들 또 오버하는 거 봐라 120홈런 같은 소리 하네

ㄴ 레드삭스 어서 오고 너네 와일드카드라도 뛰려면 목숨 걸고 뛰어야겠다?

ㄴ 레드삭스 수준

ㄴ 바로 대답도 못 하고 도망갔네

당연하게도 최강남의 홈런에 환호하는 것은 해설진만이 아니었다.

오늘도 라이브 방송을 찾은 극성의 양키스 팬들.

그들 역시 최강남의 1회 초부터 활약하는 모습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

경기는 예상대로 난타전으로 이어졌다.

타자 친화적 구장이라고 불리는 펜웨이 파크.

뉴욕 양키스의 3선발 투수인 루이스 세베리노는 6이닝 4실점을 하며, 퀄리티 스타트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상대 투수인 크리스 세일도 마찬가지였다.

6이닝 5실점.

올해 홈구장에서 최악의 모습을 보여준 크리스 세일이었다.

나는 두 번째 타석에서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1루로 걸어 나갔고, 바로 도루에 성공하며 득점을 하나 더 추가했다.

세 번째 타석에서는 희생 플라이를 쳐내며 3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7회 초 주자 없는 1아웃.

네 번째 타석이 돌아왔다.

마운드 위의 투수는 브랜든 칼린 워크맨.

13년도와 18년도에 보스턴 레드삭스의 우승을 이끈 필승조 투수.

아무래도 중요한 경기다보니 오늘은 빠르게 마운드에 올라온 모습이었다.

“오늘 감이 좋나보다? 저번보다 결과는 좋네. 타격 폼은 완전히 무너져서 얼마 못가고 슬럼프나 겪겠지만.”

“배트 거꾸로 잡고 쳐도 레드삭스는 이기지 않을까?”

레드삭스의 포수인 크리스티안 바스케스.

그는 첫 타석부터 계속해서 트래시 토크를 하는 모습이었다.

지치지도 않을까?

오늘 내 플레이는 군더더기 하나 없이 깔끔했는데.

본인도 본인이 무슨 말을 지껄이는지 아마 모를 것이다.

에이스 투수를 내보냈지만, 경기는 5:4로 뉴욕 양키스가 이기고 있었으니.

“볼!”

“볼!”

몸쪽 높은 코스의 포심과 바깥쪽 낮은 커브.

확실히 최근 내 타석에서 좋은 공이 들어오는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볼넷으로 내보내기도 부담스러울 것이다.

어느새 내 도루가 14개.

주루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나였다.

따아아악―!

3-0의 카운트는 부담스러웠는지 살짝 가운데로 몰린 바깥쪽 코스에 슬라이더가 들어왔다.

타격 타이밍이 살짝 늦었지만, 우중간을 가르기에는 충분한 타구.

여유롭게 슬라이딩 없이 2루에 안착했다.

1아웃 2루.

리드폭을 상당히 넓게 가져가면서 계속해서 상대 투수를 자극했다.

그리고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2루에 있는 날 견제하느라 연속 2개를 볼로 던진 상대 투수 워크맨.

그의 2루 견제구는 2루수가 잡을 수 없는 곳으로 향했고, 난 그 틈에 3루에 여유롭게 도달했다.

따아악―!

그리고 4번 타자 게리 산체스의 중견수 희생플라이에 홈으로 들어왔다.

스코어는 이제 6:4.

“나이스 주루!”

“오늘 플레이 너무 깔끔한데?”

더그아웃에서 모든 선수들이 일어서서 나의 주루에 찬사를 보내며, 헬멧과 등을 두드렸다.

난 그런 선수들에게 하이 파이브를 하며 벤치에 앉았다.

이후로 추가 점수는 내지 못했고, 양키스의 불펜은 1점을 실점했다.

하지만 뉴욕 양키스의 마무리 투수는 아롤디스 채프먼.

“스트라이크 아웃!”

그는 3타자 중에서 2타자를 삼진으로 잡으며 1점의 차이를 깔끔하게 지켜냈다.

경기 MVP는 당연하게도 내가 받게 되었다.

평범한 질문에 정석적인 대답을 해주며 무난한 인터뷰를 끝냈다.

위닝 시리즈만 가져가도 만족스러운 레드삭스와의 원정경기.

양키스 홈에서 열린 저번 경기에서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심상치 않은 기류가 몇 번 있었기에 걱정도 많았다.

하지만 너무나도 완벽한 1차전 승리.

“점점 기록이 좋아지네? 이제 네 타율이 4할 2푼이라던데.”

“다 오도어 덕분이죠. 체력 분배는 물론이고 멘탈적인 걸로도 많이 도움을 받으니까요.”

“그렇지? 내가 큰 도움이 됐지? 역시 나 같은 2루수는 흔하지 않다니까.”

내 립서비스에 2루수 오도어는 몹시 기뻐하는 표정이었다.

아예 없는 말은 아니었다.

벤치 클리어링에서 최고의 주먹을 자랑하는 오도어의 존재만으로 꽤 많은 폭력 사태가 중재되긴 했으니까.

“오늘 경기 너무 좋았어. 다음 2경기도 오늘 같은 모습 보여주자고.”

“고생하셨습니다!”

선수는 물론이고 감독이나 코치도 스윕 시리즈를 은근히 바라는 모습.

상대 필승조 투수들을 대부분 내보냈기에, 위닝 시리즈는 물론이고 스윕까지 충분히 노려볼만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야구는 언제나 뜻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4선발 조던 몽고메리.

타자들을 범타로 유인하는 플레이에 능한 그였지만, 이번 2차전에서는 유독 공이 밋밋하게 들어갔다.

5이닝 5실점.

거기에다가 뉴욕 양키스의 타선은 어제와는 다르게 5회까지 1점을 뽑아내는데 그쳤다.

나는 두 번의 범타와 두 개의 볼넷을 얻어내는 것에 그쳤다.

어제보다도 나에게 승부를 하지 않는 레드삭스의 투수들.

사실상 앞에 주자가 없다면 볼넷으로 거른다는 태도로 일관하는 모습이었다.

양키스는 일찌감치 필승조를 아끼고 추격조를 투입했고 경기는 뒤집어지지 않았다.

3:8 양키스의 패배.

그래도 난 두 번의 볼넷에서 도루를 하나 추가하며 1득점을 도왔다.

2차전까지 1승 1패.

내일 뉴욕 양키스의 선발 투수는 1선발 코리 클루버였기에, 강한 레드삭스의 타선을 잠재우기 충분했다.

거기다가 레드삭스는 3선발 네이선 이볼디.

하지만 경기는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3회까지 삼자범퇴로 막아내는 좋은 투구를 보여준 이볼디.

거기다가 3회 말에 코리 클루버는 2점 홈런을 허용했다.

0:2로 구석에 몰린 뉴욕 양키스.

동부 지구 1위는 언제나 바뀔 수 있는 자리였기에, 오늘 경기는 더더욱 중요한 상황.

4회 초 뉴욕 양키스의 공격이 시작됐다.

다시 타석은 1번 타자 DJ 르메이휴.

“볼! 포볼!”

그는 10구까지 가는 치열한 승부 끝에 볼넷을 얻어냈다.

따악―!

다음 타자인 2번 오도어는 초구를 쳐내며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만들어냈다.

0:2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노아웃 1, 2루.

내 타석이 돌아왔다.

우우우―

37,000여 명의 관중으로 가득 찬 펜웨이 파크.

야유가 쏟아졌지만, 난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언제나 상대 팀의 관중들에게 미움을 받는 해결사.

그건 늘 내 숙명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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