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홈런왕의 탄생-86화 (86/126)

# 86

팀의 중심, 슈퍼 루키 (6)

[큽니다! 커요! 최강남의 타구는 쭉쭉 뻗어서 담장을 넘어 경기장 밖으로 나갑니다! 역전 쓰리런! 뉴욕 양키스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를 앞서게 됩니다!]

[볼티모어와의 경기에서 도루를 3개 추가한 최강남 선수거든요? 이렇게 되면 이번 홈런을 포함해서 14경기 8홈런 9도루를 기록하게 됩니다. 최연소 10-10 기록 달성을 눈앞에 둔 슈퍼 루키!]

[사실 최강남 선수가 라이브 볼 시대에 가장 최연소 데뷔 선수잖아요? 앞으로 기록하는 대부분의 최연소 기록들을 갈아치울 확률이 너무나도 높거든요.]

[그렇습니다. 아! 지금 다시 보기가 나오고 있는데 배트 플립에 세리머니까지 보여주고 있는 최강남 선수거든요? 이건 어떻게 보면 될까요?]

[글쎄요. 저번처럼 포수와의 말다툼에서 나온 세리머니지 않을까요?]

3회 초에 나온 최강남의 역전 쓰리런.

3:1로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를 압도하게 된 뉴욕 양키스.

당연하게도 YES Network 해설진들은 최강남의 기록들을 읊으며 최연소 기록을 계속해서 강조했다.

― 캬 시원하다 이 맛에 양키스 야구 보지

ㄴ TT 이게 몇 년 만의 초특급 유격수야

ㄴ 그립습니다 캡틴

ㄴ 다시 보기 봤냐? 배트 플립에 검지 피고 달리는 세리머니는 언제봐도 멋지네

ㄴ 이번에도 포수랑 싸웠으려나?

ㄴ 그럴 듯? 홈런 치고 뒤돌아서서 포수에게 뭐라고 말하고 가던데

ㄴ 강남이 하고 싶은 거 다해~

― 14경기 8홈런이면 최근 2주 동안 홈런왕 아니냐?

ㄴ 양키스 놈들 하다하다 이제 2주 홈런왕을 따지네

ㄴ 레드삭스 우리 볼 시간에 기도나 해라 디비전 시리즈라도 나오고 싶으면

ㄴ 레드삭스는 까야 제 맛이지

ㄴ 너네도 이런 유격수 데리고 오던가~ 요즘 최강남 보는 맛에 인생 사는데

ㄴ 반박도 못하고 도망갔죠?

ㄴ 레드삭스 수준이 뭐 그렇지

ㄴ 어딜 뉴욕 양키스에 비비려고 해

양키스의 시청자들 역시 그런 최강남의 활약에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을 받았다.

뉴욕 양키스의 마지막 우승은 2009년.

그들은 행복 회로를 돌리고 있었다.

어쩌면 저 최연소 유망주가 13년 만의 우승을 양키스에 가져다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

경기는 순조롭게 이어졌다.

3회 말에 다시 마운드에 올라온 코리 클루버는 삼진 두 개를 잡아냈다.

2회에 이어서 두 번째 삼자범퇴.

4회 초 공격을 맞이한 뉴욕 양키스는 기세를 계속 이어갔다.

1점을 추가로 득점하며 경기는 어느덧 4:1.

4회 말에는 안타를 하나 맞았지만, 실점을 허용하지는 않으며 또 무실점으로 막아낸 코리 클루버였다.

당연하게도 그의 그립을 잡은 손은 평소와는 다르게 글러브로 꽁꽁 숨긴 모습이었다.

5회 초 타선은 2번 타자인 2루수 루그네드 오도어부터 시작했다.

“루키. 내가 꼭 살아나가서 네 데드볼 맞을 일은 없게 해줄게.”

나에게 자신 있게 말을 꺼내며 타석에 들어간 오도어.

일반적으로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전 타석 세리머니에 대한 빈볼을 던진다.

그리고 빈볼에도 일종의 불문율은 있다.

바로 다음 타석이 아닌 다음다음 타석에서는 던지지 않는 것.

그런 면에서 오도어의 출루는 내 입장에서는 꽤 중요했다.

야구공을 몸에 맞는 것은 사람들의 생각보다 훨씬 아프고 끔찍한 일이니까.

하지만 그의 타구는 아쉽게 2루수 정면으로 향하며, 땅볼로 다시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다.

“저 큰일 났는데요? 데드볼이라도 맞을 것 같은데.”

“걱정하지 마. 내가 저런 놈들 다 패줄 테니까.”

“됐어요. 허벅지면 참아 넘길게요.”

우우우―

내 응원가와 홈팬의 야유가 겹쳐 들리는 경기장.

물론 양키스 팬이 쪽수로 훨씬 적었기에, 야유 소리에 묻혀 거의 들리지 않는 응원가였다.

“어이 루키. 오늘 MVP는 확정일 것 같은데, 인터뷰에서 괜한 말은 하지 말자고. 최연소 기록 많이 세우려면 몸조심해야지.”

인터뷰에서 괜히 사인을 훔쳤다는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뜻.

근데 할 거다.

이야기 안 하면 빈볼 안 던지겠다는 협박을 하는 이 포수 이야기까지.

나도 예전에는 불문율이나 프로에서 선후배가 상당히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아왔다.

하지만 프로 선수에게 결국 가장 중요한 건 팬.

팬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당연하게도 스포츠 선수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생각이 박힌 후로는 날 응원해주는 팬들을 위해서 살기로 생각이 바뀌었다.

그래도 굳이 상대 포수에게 이 이야기를 하며 긁지는 않았다.

“볼!”

첫 타석이나 두 번째 타석에 비해서 상당히 무브먼트가 줄어든 상대 선발 투수.

“볼!”

특히나 커브는 밋밋하고 체인지업은 제구가 아까부터 전혀 잡히지 않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포심이나 슬라이더를 던질 수밖에 없는 상황.

따악―!

0-2의 카운트에서 바깥쪽 포심을 쳐냈다.

타이밍은 맞았지만, 배트에 살짝 빗맞으며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

오늘의 선발 투수인 매튜 보이드는 좌완.

일반적으로 좌완 투수에게 도루를 시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세이프!”

“세이프!”

하지만 매튜 보이드는 세트 포지션 동작이 긴 투수.

1루에 있는 내 도루 시도가 걱정되었는지 연속으로 견제구를 던지는 모습이었다.

어제 영상으로 계속 확인했던 매튜 보이드의 발동작에 맞춰서 도루 스타트를 끊었다.

거기에 투수의 공은 커브.

포수는 공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2루까지 공을 던지지는 않았다.

1아웃 2루의 상황.

따아아악―!

4번 타자 게리 산체스의 우중간을 가르는 장타로 여유롭게 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게리 산체스 역시 다음 타자의 안타로 홈인.

5회 초부터 6:1로 앞서게 된 뉴욕 양키스.

상대 선발 투수는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그 후로는 일방적인 경기 진행이 이어졌다.

뉴욕 양키스는 필승 조를 아꼈고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는 패전처리 투수를 내보냈다.

7:3 뉴욕 양키스의 승리.

난 다음 두 타석에서 담장 앞에서 잡히는 뜬공 하나와 잘 쳐낸 타구가 2루수 정면으로 향하며, 범타만 두 개 추가했다.

경기 MVP는 초반 침체되었던 타선을 깨워준 3점 역전 홈런을 쳐낸 내가 받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3회에 3점 장외 홈런을 쳐낸 최강남 선수와 인터뷰 진행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홈런 하나와 도루 하나를 추가하면서 8홈런 10도루를 기록하시게 됐습니다. 최연소 10-10 기록에 대한 야구팬들의 많은 관심이 있는데 본인의 소감 한마디 부탁드릴게요.”

“어린 나이에 데뷔에 성공했으니, 많은 최연소 기록을 갈아치우게 되겠죠. 당장 눈앞의 기록에 집착하기보다는 오래 양키스의 주전으로 살아남는 것에 집중하겠습니다.”

그 후로는 평범한 질문들과 정석적인 대답이 이어졌다.

당연했다.

KBO에서도 수훈 선수를 자주 받았던 나였고, 그 외에도 너무나 많은 인터뷰 경험이 있었으니.

인터뷰가 거의 끝나갈 즈음에 드디어 기다리던 질문이 들어왔다.

“오늘 첫 홈런 이후에 배트 플립과 세리머니가 현재 인터넷에서 많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혹시 이런 플레이를 보여준 이유가 있을까요?”

“음··· 심증만 있고 물증은 없는 이야기라서 좀 조심스럽네요.”

“어떤 이야기일까요? 편하게 대답해주셔도 괜찮습니다.”

내가 살짝 눈치를 보는 모습을 보여주자 기자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래. 이게 언론의 힘이지.

“1회에 2루 주자가 코리 클루버의 그립을 훔쳐보고 알려줬다는 의심을 아직도 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타석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고 배트 플립과 세리머니를 보여줬습니다.”

“혹시 다른 일은 없었을까요?”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서니 인터뷰에서 이 이야기를 안 하면 빈볼을 던지지 않겠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지금 이야기했습니다. 빈볼이 무서워서 팬들을 실망하게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팬들을 위한 말이라는 뜻인가요?”

“그냥 어떤 팀의 야구 선수 이전에 야구를 정말 사랑하는 한 명의 팬으로서 이런 플레이는 나오지 않았으면 합니다.”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다음 경기에서 빈볼이 나올 수도 있겠는데요?”

“설마 그런 옹졸한 플레이를 할까요? 그리고 양키스의 팬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가 벤치 클리어링이 나오면 또 안 참거든요. 내일 제가 잘못한 누군가를 패다가 징계를 받는 일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인터뷰 감사합니다.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내가 민감할 수 있는 문제를 거친 말투와 함께 꺼내자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인터뷰는 종료됐다.

물론 이 정도까지 말했으니, 내일 빈볼은 없을 것이다.

수많은 야구팬들과 언론은 그 정도의 힘이 있었으니.

***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의 2차전 당일.

아침에 잠에서 깬 나는 가장 먼저 휴대폰부터 집어서 기사들을 확인했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사인 스틸 논란, 17년도 최악의 월드시리즈가 재현되나?]

[이번에도 네티즌들이 해냈다. 해롤드 카스트로 귀 만지는 행위 다른 경기에서도 여러 차례 존재.]

[누군가는 사인 스틸도 경기의 일부분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오심도 경기의 일부분인가?]

[A.J. 힌치의 스타일에 많은 야구팬들의 지적. 승리보다 중요한 것도 존재한다.]

[낭만 있는 슈퍼 루키 최강남. ‘부끄럽지 않은 선수가 되고 싶다.’]

역시나 예상대로다.

누군가는 당연한 행동이라고 했지만, 대다수 야구팬들은 용인할 수 없는 사인 스틸.

세상이 아무리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스포츠에서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고 싶어 하는 팬들의 바람이 아닐까?

여론이 나에게 좋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아무리 여론을 신경 쓰지 않는 선수라도 오늘 내게 빈볼을 던질 수는 없을 것이다.

가볍게 샤워 후에 식당으로 향했다.

“오늘 오후 1시 경기이니까 가볍게 아침 먹고 11시 반부터 몸 풀자고. 타자 스쿼드는 어제랑 동일하다. 최강남은 잠깐 나 좀 볼까?”

“알겠습니다.”

애런 분 감독의 부름에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

별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냥 오늘 경기에 출전하는 것이 부담스러우면 한 경기 쉬어도 된다는 애런 분 감독.

난 그런 감독님에게 신경 써주셔서 고맙다는 대답을 하고 출전에 강한 의사를 보여줬다.

가벼운 펑고 훈련에도 타격 훈련에도 내 몸은 평소 이상의 컨디션을 자랑했다.

“플레이 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의 2차전.

두 팀이 어제와 다른 점이라면 마운드 위의 투수만 바뀌었다는 것.

타순과 출전하는 타자들은 모두 어제와 동일했다.

1회 초 뉴욕 양키스의 공격.

선두 타자인 DJ 르메이휴는 내게 걱정 말라며 어깨를 두드려주고 타석에 들어갔다.

따아악―!

르메이휴는 8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3유간을 꿰뚫는 안타를 만들어냈다.

2번 타자 2루수 오도어.

“볼! 포볼!”

그는 커트를 세 번이나 연속으로 하더니 볼넷을 얻어냈다.

나에게 씩 웃어준 오도어는 보호대를 벗고 1루로 달려갔다.

아무래도 우리 팀의 선수들이 내가 혹여나 빈볼을 맞을까 봐 더 집중해 주는 모습이었다.

1회부터 맞이한 노아웃 1, 2루의 찬스.

“Strong Man! The Strongest Man! Choi! Gang! Nam!”

어제보다 많은 양키스의 팬들이 찾아왔고 야유는 없었기에, 내 응원가가 경기장을 메울 정도였다.

“낭만 있는 슈퍼 루키! 첫 타석부터 뭐가 진정한 야구인지 보여주라고!”

“어제 세리머니 배트 플립은 우리가 용서한다! 떳떳한 야구 하자!”

“빈볼 던지기만 해라! 다시는 경기장 안 와!”

야유가 거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타이거스의 유니폼을 입은 몇몇은 내게 들릴 정도로 소리치기 시작했다.

“빈볼 없으니까 그냥 야구 하자. 머리도 좋다? 여론을 이상하게 뒤집었네.”

“그냥 스포츠 종사자로서의 하나의 바람이죠.”

“하···.”

상대 포수는 특별한 말을 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뉴욕 양키스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2차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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