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4
팀의 중심, 슈퍼 루키 (4)
[어제는 우천 취소로 찾아뵙지 못했지만, 오늘 3차전으로 다시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반갑습니다!]
[캘리포니아 지역 특성상 우천 연기가 매우 드물거든요? 60년 넘는 다저 스타디움 역사상 우천 연기가 된 경기가 총 17경기인데요. 아무래도 LA 다저스 입장에서는 정말 좋은 기회였겠죠?]
[그렇습니다. 최근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9연승을 달리고 있는 뉴욕 양키스와 붙기에는 아무래도 부담감이 크겠죠. 하지만 오늘은 하늘이 도와주지 않는 LA 다저스! 뉴욕 양키스와의 3차전은 계획대로 진행됩니다.]
[거기다가 레드삭스가 약체 매리너스에게 2연패를 당했거든요. 레드삭스 입장에서도 어제 우천 취소가 행운이었을 겁니다.]
오늘도 뉴욕 양키스의 해설을 맡은 YES Network 해설진들.
꽤나 자극적이고 편향적인 해설이었다.
원래 Yankees Entertainment and Sports Network(YES Network)는 양키스 팬들만이 시청하는 방송사였기에, 양키스 팬들은 매우 만족했지만 말이다.
거기다가 어제의 우천 취소가 LA 다저스 입장에서는 행운이 찾아왔다는 표현을 계속 언급하며, 오늘 경기 해설을 시작했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었다.
아메리칸리그 동부 지구 3위였던 5월의 양키스와 지금 7월의 양키스는 느낌이 달랐다.
줄부상이었던 많은 선수들이 돌아왔고, 시즌 초반 부진한 모습을 보여줬던 베테랑들이 다시 기량을 되찾았다.
물론 그 중심에는 최근 팀에 합류한 슈퍼 루키 최강남이 있었다.
― 아 LA 다저스 운 좋네
ㄴ 인정 그냥 양키스한테 스윕 시리즈 확정인데 이걸 운 좋게 2판만 지네
ㄴ 나중에 다시 붙으면 어차피 꽁승이지
ㄴ LA는 늘 양키스에게 약하지 승점 셔틀
ㄴ 아 최강남 신인왕에 홈런왕 받아야 된다고
ㄴ 반을 못 뛰었는데 어떻게 홈런왕을 받냐? 양키스 팬들 지능 수준
ㄴ 레드삭스 약팀한테 2패하더니 쫄리냐? 너네 게시판 가서 울어라
ㄴ 언제 적 레드삭스야 그냥 너네 해체해
ㄴ 닥쳐
ㄴ 레드삭스 팬 맞았죠? 검거완료
그건 당연하게도 오늘 경기 시청 준비를 마친 팬들에게도 똑같았다.
애초에 본인의 팀이 부진했던 시즌 초반을 이겨내고 선두를 달리는데, 어떤 스포츠팬이 가만히 있겠는가.
야구란 언제 질 수 있을지 모르는 스포츠이니, 거만도 떨 수 있을 때 떨어야 했다.
[오늘 LA의 선발 투수는 트레버 바우어. 공교롭게도 오늘 양키스의 선발이 게릿 콜이죠.]
[이 두 선수의 앙숙이야 워낙 깊으니 메이저리그의 팬들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을 테죠. 같은 UCLA 출신으로 늘 라이벌 구도를 달렸던 두 선수가 오늘 다저 스타디움에서 낮 시간에 맞붙게 됩니다!]
[드론 수리를 하다가 손가락을 베어 10바늘을 꿰맨 사건으로 괴짜라는 별명으로 불리게 된 트레버 바우어. 그리고 뉴욕 양키스에서 최근 너무나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게릿 콜!]
[최근 두 선수의 성적이 모두 방어율 2. 초반과 중반을 자랑하는 만큼 오늘 경기는 지독한 투수전이 예상되는데요.]
[양키스의 1번 타자는 오늘도 DJ 르메이휴! 아! 그가 트레버 바우어의 2구로 들어온 체인지업을 걷어 올리며 중견수 앞 안타를 만들어냅니다!]
편파 해설과 함께 LA 다저스와의 3차전이 시작됐다.
***
야구는 투수놀음이 아니라는 사실이 세이버 매트릭스를 통해 밝혀졌다.
승리 기여도에 투수의 역량은 25%.
나머지는 타격 45%, 수비 25%, 도루 5%.
물론 타자는 9명이기에, 각각 5퍼센트라고 우기는 사람들이 아직도 존재했다.
하지만 이 사실은 야구 시청자들이 갖고 있던 편견을 깨뜨리는 좋은 정보가 되었다.
오늘 양키스의 25퍼센트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2선발인 게릿 콜은 5이닝 4실점으로 다저스의 타선에 고역을 겪었다.
하지만 승리 기여도 45퍼센트인 타격은 최근 어느 경기보다 큰 활약을 보여줬다.
상대 선발인 트레버 바우어는 그런 양키스의 타선에 3이닝 6실점을 하며 조기 강판당했고, 게릿 콜은 4실점으로도 승리 투수의 요건을 충족시켰다.
“루키. 오늘 수비 너무 좋았어. 그거 아니었으면 나도 6실점에 승리 요건도 못 채우고 내려왔을 거야.”
“별말씀을요. 유격수가 당연히 해야 할 수비였죠.”
“중요한 상황에서 안타성 타구를 잡는 야수에게 선발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이야. 정말 고마워.”
“다음에 밥이라도 사요.”
“그래. 내가 고급 스테이크로 한번 사지.”
애런 분 감독이 6회에 교체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은 게릿 콜.
그가 팔에 아이싱을 두르고 내게 감사 인사를 표했다.
5회 말 2아웃 만루의 위기.
3유간으로 빠질법한 안타성 타구를 아슬아슬하게 잡아서 1루로 던져 아웃을 잡아낸 수비.
사실··· 별 언급 없이 넘어갔으면 좀 서운했을법한 완벽한 수비긴 했다.
나는 첫 타석에서 담장을 직격하는 2루타를 때려내며 2타점을 얻어냈다.
그 후에 두 번의 타석에서 모두 볼넷을 얻어냈다.
스트라이크 하나 없이 8개의 공이 전부 볼이었기에, LA 다저스의 날 피하겠다는 생각이 보이는 전략이었다.
난 그 두 번의 볼넷으로 1루에 걸어 나가서 두 번의 도루 시도를 했다.
그리고 두 개를 모두 성공시키고 모두 홈을 밟으며 2득점까지 추가했다.
LA 다저스는 초반부터 너무나 벌어진 점수 차이에 이번 경기에도 필승조를 아끼는 모습이었다.
경기는 14:7로 뉴욕 양키스의 승리.
뉴욕 양키스도 필승조의 체력을 아꼈기에, 너무나도 기분 좋은 승리였다.
경기 MVP를 받은 선수는 오늘만 2홈런을 쳐낸 게리 산체스.
우리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들고 다시 뉴욕 양키스의 홈구장으로 돌아왔다.
***
LA 다저스와의 2경기도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10연승을 달리게 된 뉴욕 양키스였다.
다음 상대는 약체라고 불리는 볼티모어 오리올스.
올해도 아메리칸리그 동부 지구 꼴등을 달리는 팀이었다.
“다들 이번 3연전까지 이겨서 좋은 분위기 유지해보자.”
“알겠습니다!”
거기다가 홈구장에서 열리는 경기.
선수들의 의지는 너무나 불타올랐다.
하지만 1경기는 모두의 예상을 깨며 2:5로 패배했다.
심지어 공식 도박 사이트의 배당이 3배가 넘었기에, 대부분이 예상하지 못한 완벽한 패배였다.
야구란 늘 그랬다.
큰 이변이 없다면 최소 주 6일은 열리는 데일리 스포츠.
언제나 승리를 장담할 수 없고, 아무리 약팀이라도 강팀을 꺾을 수 있는 스포츠.
어쩌면 사람들은 그래서 야구에 열광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나머지 2, 3차전을 승리하며 동부 지구 1위의 자리를 굳혔다.
2위로 뒤를 추격하고 있는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경기 차이는 어느덧 3경기.
다음 주에 보스턴 홈에서 경기가 잡혀있었기에, 그때가 동부 지구 1위를 가리는 승부처가 될 것이다.
한 경기 한 경기가 매우 중요한 순간.
볼티모어를 이은 우리의 다음 상대는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전통의 강호였던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였다.
전통의 강호 ‘였던’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그들은 1984년을 끝으로 월드시리즈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으며, 작년에도 여전히 4위와 5위를 왔다 갔다 하는 하위권에서 머무르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최근의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완전히 달랐다.
중부 지구 1위.
비록 2위인 미네소타 트윈스와 2경기 차이긴 했지만, 그래도 1위에 오른 것은 최근에 이례적인 일.
이번 원정 경기에서 쉽게 볼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루키! 루키 헤이징 데이라는 문화가 있는 거 알아?”
“어떤 날이죠?”
사실 안다.
돌아오기 전에 12년의 KBO를 뛰었지만,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첫해에는 모두가 루키 취급을 받게 되는 메이저리그.
예전에는 헐크 인형 옷을 입고 공항을 활보했었다.
그래도 말하기 좋아하는 양키스의 2루수 루그네드 오도어를 위해 모르는 척을 해줬다.
그는 신이 나서 열심히 떠드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전용기는 자동차 산업 역사의 도시 디트로이트를 향해 날아갔다.
***
“그래서 저희가 이번 3연전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최강남 선수를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선수가 공수에서 모두 핵심 키 플레이어거든요.”
“그래서? 고의적으로 부상이라도 입히자는 거야? 입 조심해. 미국의 야구팬들이 주목하는 메이저리그의 모든 최연소 역사를 갈아치울 슈퍼 루키라고. 아무리 동양인이어도 그건 위험해.”
“당연히 아닙니다. 이 선수와의 승부를 최대한 조심하자는 뜻이었습니다. 그리고 양키스 쪽에 돈을 좀 뿌렸는데, 좋은 정보가 이번에도 들어왔습니다.”
“좋은 정보?”
“당연히 이번에도 사인 관련이죠. 내부 알리바이도 확실하고 저희는 그냥 훔쳐서 전달만 하면 됩니다. 혹시라도 무슨 일 생기면 제가 다 책임지겠습니다. 마이크 파이어스 그놈일은 정말 재수가 없었잖습니까.”
“후··· 그래. 이번에 걸리면 우리 둘 다 영원히 메이저리그에 발도 못 붙일지도 몰라. 알지?”
“저만 믿으십시오. 제가 완벽하게 손 써놓겠습니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감독 A.J. 힌치.
그는 2019 MLB 사인 훔치기 스캔들로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불명예 퇴진을 했던 감독이었다.
이 사건은 2017년 보스턴 레드삭스의 애플 워치를 이용한 신호 전달 이후로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심지어 사인을 훔친 것은 무려 2년 전인 17년도 애스토로스의 월드시리즈.
LA 다저스 팬들 입장에서는 우승을 도둑맞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 사실도 17년도에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뛰었던 마이크 파이어스의 19년도 폭로로 밝혀진 사실이었다.
애초에 17년 8월에 보스턴 레드삭스의 사인 훔치기 이후로 메이저리그 전체 30개 구단에 경고를 내렸던 메이저리그 사무국.
그들은 당연하게도 이번 일을 그냥 넘기지 않았다.
제프 루나우 단장과 더불어 그와 일을 작당했던 몇몇 코치까지 함께 사이좋게 1년의 자격 정지 징계까지 받았다.
하지만 우승 후보로 언급도 되지 않는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창단 55년만인 2017년에 최초의 우승까지 이끈 장본인.
물론 19년도 사인 훔치기 스캔들로 구설수에 올랐을 때, 우승을 회수해야 한다는 여론이 크게 조성됐었다.
현실적인 문제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실력 있는 감독이라는 사실 하나만큼은 확실했다.
그 증거로 1년 자격정지가 풀림과 동시에 디트로이트 타이거스가 감독으로 선임하기 위해 접촉했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팬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여론이 꽤 많았지만, 그를 환영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모든 스포츠는 결국 우승을 목표로 달리는 것.
1984년 이후로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하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팬들 입장에서는 이만한 감독도 없었다.
우승을 위해서는 단장과 작당하고 트레이드는 물론이고 사인까지 훔쳐내는 감독.
과정은 좋지 않지만, 결과 하나만큼은 최고로 이끌어낼 수 있는 감독.
그것이 바로 메이저리그에서 A.J. 힌치를 지칭하는 표현들이었다.
그렇게 생각보다 큰 반대는 없이,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 성공적으로 재취직을 성공했다.
그리고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는 완전히 바뀌었다.
A.J. 힌치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부임과 동시에 코치진을 전부 갈아치웠다.
본인과 자격 정지를 받았던 제프 루나우 단장을 제외하고는 모두를 본인의 코치진으로 채운 A.J. 힌치.
트레이드로 많은 베테랑을 내어주고 유망주들을 챙겨오기까지 했다.
그 결과 팀은 리빌딩에 성공했고, 올해의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는 팬들에게 예전의 영광을 다시 떠올려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3년 전의 징계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또다시 사인 훔치기를 준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