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홈런왕의 탄생-83화 (83/126)

# 83

팀의 중심, 슈퍼 루키 (3)

“저 루키 어떻게 생각해?”

“루키치고 정말 좋은 타격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승부를 피하고 볼넷으로 내보내기에는 발도 빠르고 주루 센스도 좋아서 그것도 부담스러운 선수이고요.”

“저 선수 기록이 어떻게 되지?”

“오늘 제외하고 8경기 6홈런입니다. 타율은 0.463, 출루율 0.602에다가 도루 4번 시도에 4번 성공입니다. 수비에서도 에러 하나 없고요. 오늘 경기에서처럼 안타성 타구를 호수비로 아웃시킨 횟수만 기록상 7회입니다.”

“확실히 부담스럽긴 하네. 오늘부터 3연전 내내 저 루키를 양키스 최고의 에이스라고 생각하고 승부하도록 지시해. 1루 주자로 내보내면 견제 많이 하고 투수 구종은 포심 위주로 던져서 도루 저지 꼼꼼하게 하고.”

“알겠습니다.”

LA 다저스의 감독인 데이브 로버츠가 수석 코치에게 지시를 내렸다.

2016년 부임 첫해부터 6연속 지구 우승.

그리고 6년 동안 두 번의 월드 시리즈 우승을 LA 다저스에게 안겨준 감독이었다.

40년 만에 다저스를 최고의 위치에 오르게 만든 명장 데이브 로버츠.

그가 올해 데뷔한 최강남을 리그 최고 수준의 타자로 견제하기 시작했다.

***

“스트라이크 아웃!”

양키스의 1선발 코리 클루버는 7회 말에도 삼진을 잡아내는 호투를 보여줬다.

3회부터 3:0으로 앞서간 뉴욕 양키스.

코리 클루버는 5회에 2루타를 맞으며 내준 1실점을 제외하고는 무실점의 피칭을 보여줬다.

문제는 오늘 LA 다저스의 선발 투수인 클레이튼 커쇼.

그는 3회까지 3실점을 하며 흔들릴 법도 했지만, 적은 투구 수로 7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8회 초에도 마운드에 올라왔다.

나와 커쇼는 총 4번 타석에서 붙었다.

세 번째 타석은 볼넷으로 나갔지만, 병살타로 금방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다.

커쇼의 4연속 1루 견제 후에 던진 초구를 게리 산체스가 유격수 정면 땅볼을 쳤으니, 피할 수 없는 병살타였다.

네 번째 타석은 3-2 풀카운트에서 바깥쪽 꽉 차는 슬라이더를 정확하게 때려냈지만, 펜스 바로 앞에서 중견수에게 잡히고 말았다.

양키 스타디움이면 충분히 넘어가고도 남았을 타구.

하지만 이곳은 다저 스타디움이었고, 그것은 마운드 위에 있는 저 투수에게 최고의 장점 중에서 하나였다.

“스트라이크 아웃!”

8회 초 뉴욕 양키스의 선두 타자는 최근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애런 저지.

그를 4구만에 삼진으로 돌려세운 커쇼는 7.1이닝 3실점 102구를 끝으로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이어서 마운드에 올라온 투수는 미첼 화이트.

필승조가 아닌 추격조를 꺼낸 LA 다저스였다.

당연했다.

우리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페이롤을 자랑하는 뉴욕 양키스였고, 우리에게는 훌륭한 투수가 너무나도 많았으니.

“아웃!”

그렇다고 추격조, 다르게 말하면 패전처리투수라고 만만하게 볼 선수는 아니었다.

포심 최고 구속 99마일(159km/h)과 93마일(149km/h)의 싱커를 던지는 투수.

두 명의 타자를 모두 범타로 처리하며 괜찮은 투구를 보여준 미첼 화이트였다.

LA 다저스 입장에서 3:1이 승리를 확신할 수 없는 스코어였다면, 뉴욕 양키스에게는 무조건 이 경기를 잡아야 될 스코어였다.

***

“채프먼! 불펜 가서 몸 풀어.”

“알겠습니다.”

뉴욕 양키스의 마무리 투수 채프먼이 불펜으로 향하며 경기장을 바라봤다.

8회 말 마운드에 올라온 투수는 최근 트레이드 된 알렉스 콜로메.

팀에서는 늘 마무리로 뛰었던 그였기에, 현재 마무리인 채프먼이 부상을 당할 경우에 마무리 투수로도 활용 가능성이 큰 선수였다.

“스트라이크 아웃!”

비록 5년 전이지만 2017년에는 리그 최고 세이브를 기록한 알렉스 콜로메.

포심, 커터, 싱커, 슬라이더 모두 메이저리그 상위권 평가를 받는 그의 공을 첫 타석에서 치기란 쉽지 않았다.

첫 번째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내고 두 번째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코디 벨린저.

타자에게 최악의 구장이라고 불리는 다저 스타디움을 홈구장으로 뛰면서도 47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2019년 홈런 순위 3위까지 오른 프랜차이즈 스타 중 하나.

극단적으로 몸을 뒤트는 어퍼 스윙으로 삼진은 많고, 타율이 낮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는 타자.

거기에 2020년에는 부진과 더불어 부상까지 겪었던 선수였다.

하지만 그는 2021년 6월에 기적처럼 부활에 성공해서 LA 다저스의 2연속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홈런왕.

따아아아악―!

그리고 벨린저는 2022년에도 본인의 가치를 완벽하게 증명해내고 있었다.

무거운 공기를 꿰뚫는 솔로 홈런.

와아아―

그의 홈런 한 방으로 쥐 죽은 듯 조용하던 다저 스타디움은 되살아났고, 마운드 위의 투수는 좋은 기록에도 불구하고 트레이드 된 이유를 보여줬다.

장타를 허용하면 제구가 되지 않는 타입.

부상 이후에 고쳐지지 않던 고질병이 이 중요한 상황에서 또 재발했다.

볼넷, 볼넷.

‘이번 투수도 좋은 라이벌은 못되겠네.’

최고의 팀이라고 불리는 뉴욕 양키스.

그곳에서 마무리로 뛴다는 것은 공 말고도 많은 요소가 필요했다.

면도, 그리고 극강의 멘탈.

깔끔하게 면도 된 턱을 매만지며 불펜 전화를 기다리는 채프먼이었다.

따르릉―

“네.”

“몸 다 풀었지?”

“그럼요. 올라가겠습니다.”

“그래. 부탁할게. 8회부터 올려서 미안해. 근데 지금 상황이 너도 보시다시피···.”

“괜찮습니다. 금방 아웃 카운트 잡고 더그아웃에서 뵙죠.”

채프먼은 1아웃 1, 2루의 3:2 상황이었지만, 긴장이나 걱정은 전혀 없었다.

물론 실점해도 본인의 자책점이 늘어나지 않아서는 아니었다.

빅 리그 마무리 투수.

페이롤이 가장 큰 뉴욕 양키스의 마무리 투수.

메이저리그 공식 최고 구속 105.1마일(169km/h)을 던지는 투수.

그를 수식하는 표현들은 너무나 많았다.

그리고 그것들은 아롤디스 채프먼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줬다.

마운드에 올라온 그는 짧게 숨을 내쉬고 세트 포지션으로 연습구를 몇 개 던진 후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동시에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부웅―

“스트라이크!”

초구는 몸쪽 꽉찬 높은 포심.

88년생으로 한국 나이로 어느덧 35살이 된 채프먼.

그의 구속은 전성기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구속은 98마일(157km/h).

거기다가 나이가 들면서 새롭게 장착한 슬라이더의 궤적은 너무나도 컸고 싱커는 무브먼트가 화려했다.

그는 여전히 뉴욕 양키스의 마지막 투수로 마운드를 지킬만한 자격이 충분했다.

“스트라이크!”

2구는 몸쪽 낮은 슬라이더.

워낙 궤적이 커서 타자의 몸으로 향했다가 홈 플레이트 앞에서 휘는 변화구.

타자는 움찔하며 배트를 휘두르지도 못했다.

게리 산체스의 세 번째 공 사인은 바깥쪽 싱커.

고개를 끄덕인 그는 2루를 한번 바라보고 곧바로 공을 던졌다.

그리고 던지는 순간 느낄 수 있었다.

바깥쪽에 꽉 차야 되는 싱커가 손에서 살짝 미끄러진 실투가 되었다는 것을.

밋밋한 싱커가 스트라이크 존 가운데로 몰렸다.

타자는 당연하게도 바로 배트를 휘둘렀다.

따악―!

‘실점인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채프먼은 뒤를 돌아 타구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곳에는 놀라운 장면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에 새로 팀에 합류한 유망주 최강남.

그는 2유간으로 빠지고도 남을 빠른 타구를 글러브로 잡아냈다.

주자의 발이 워낙 빨랐기에, 손을 넣어서 공을 빼면 2루에서는 아웃시키기 힘든 상황.

하지만 최강남은 왼손을 쭉 뻗어 글러브 안에 들어있는 공을 그대로 2루수 오도어에게 토스했다.

“아웃!”

오도어는 1루 주자의 높은 태클을 피해 1루로 송구.

“아웃!”

1아웃 1, 2루의 위기가 순식간에 아웃 3개로 바뀌며 8회 말 LA 다저스의 공격이 끝이 났다.

까칠하고 예민한 성격이기에, 등판 도중에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 아롤디스 채프먼.

하지만 그는 엄청난 수비를 보여준 루키에게 다가갔다.

***

“루키! 나이스 수비! 이거 오늘 메이저리그 하이라이트에 나올법한 수비인데?”

“오도어 1루 송구도 좋았어요.”

“당연하지. 저 1루 주자 놈 태클 가슴 언저리까지 오는 거 봤지? 내가 1m는 뛰어올라서 1루로 던졌잖아. 이게 바로 명품 2루수의 수비라고.”

“봤어요. 진짜 완벽한 송구였어요.”

무릎까지도 오지 않는 태클이었지만, 오도어의 머릿속에는 이미 다른 기억으로 변환되어있는 표정인 것 같아서 그냥 웃어넘겼다.

그렇게 더그아웃으로 향하는데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최!”

“네?”

“나이스 수비.”

“땅볼 유도한 싱커가 좋았죠.”

“네 수비가 좋았다.”

“감사합니다.”

평소보다 이른 8회에 올라온 뉴욕 양키스의 마무리 투수 아롤디스 채프먼.

낮고 묵직한 목소리에 난 웃으며 밝게 대답했다.

그는 더 말을 하고 싶은 듯 입술을 움찔거리다가 별말 없이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뭐··· 생각보다 소심한 성격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위기를 벗어난 뉴욕 양키스의 9회 초 공격이 시작됐다.

9번 타자부터 시작된 공격.

따악―!

“아웃!”

“스트라이크 아웃!”

미첼 화이트는 9회에도 땅볼과 삼진을 잡아내며 좋은 투구를 이어갔다.

지금은 추격조에 있지만, 곧 필승조로 갈만한 공을 던지는 투수.

그의 결정구인 커터를 머릿속에 새기며 대기 타석으로 걸어갔다.

따악―!

오늘 2번 타자 지안 카를로 스탠튼.

그의 타구는 쭉쭉 뻗으며 담장을 원바운드로 직격했고, 스탠튼은 느린 발로도 여유롭게 2루에 도착했다.

2아웃 2루에서 내 다섯 번째 타석이 돌아왔다.

포수와 상대 투수 코치가 마운드에 올라왔지만, 투수 변경 없이 그대로 나와 승부를 하게 된 미첼 화이트였다.

2번 타자에게 연속 3볼 후에 한가운데 공을 던져서 장타를 맞았으니, 나에게는 초구부터 존 안으로 던져서 카운트를 잡을 확률이 높았다.

그리고 그 생각은 정확하게 적중했다.

따아아악―!

초구에 들어온 존으로 살짝 몰린 커터.

정중앙에 맞춰낸 공은 우측 담장 상단을 때리며 튀어나왔다.

중견수가 공을 따라가는 사이에 2루에 거의 도착한 나는 베이스를 밟고 그대로 3루로 향했다.

뒤늦은 중계 플레이가 이어졌고 3루에 여유롭게 도착한 나는 보호대를 풀었다.

LA 다저스의 투수는 그렇게 9회 초 2아웃에 바뀌게 되었고, 4번 타자 게리 산체스의 타구는 우익수 정면으로 향하며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이 종료됐다.

하지만 1점을 추가한 뉴욕 양키스.

4:2의 스코어는 채프먼이라는 마무리를 둔 양키스에게는 안정적인 점수였다.

“아웃!”

“아웃!”

2루수 땅볼과 좌익수 뜬공으로 두 타자를 요리한 채프먼.

“스트라이크 아웃!”

그는 세 번째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리그 최고의 마무리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 승리를 결정짓는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삼진으로 잡은 채프먼.

구속은 무려 101마일(162.5km/h)이었다.

우우―

그는 투구 후 잠시 동안 가만히 선 채 노려보는 시그니처를 보여줬고, LA 다저스 팬들의 야유가 다저 스타디움을 가득 메웠다.

그렇게 뉴욕 양키스가 LA 다저스와의 1차전을 4:2 승리로 장식했다.

거기에 우리의 뒤를 바짝 쫓던 보스턴 레드삭스는 시애틀 매리너스에게 의외의 패배를 당했다.

2위와 경기 차이는 벌써 두 경기.

뉴욕 양키스의 후반기도 순조로운 출발이었다.

***

다음 날 점심 난 코리 클루버가 사주는 점심을 먹기 위해 밖으로 함께 향했다.

코리 클루버는 누가 빌려줬는지는 잘 모르겠는 렌터카에 날 태웠고, 차 안에는 의외의 인물 두 명이 있었다.

아니, 한 명인 것 같다.

오도어야 양키스 선수들과 다 친해서 그러려니 싶지만, 채프먼은 의외긴 했다.

“차는 어디서 빌렸어?”

“클럽 하우스 매니저가 빌려줬지. 이번 시즌 끝나면 팁 엄청 줘야겠네.”

“나도 종종 매니저들한테 빌리는데. 아 루키는 무슨 소리인지 모르지?”

오도어가 넉살 좋게 묻자 코리 클루버가 무표정하게 대답해줬다.

종종 메이저리거들의 심부름도 해주는 클럽 하우스 매니저.

그런 매니저들에게 계약이 끝나면 고액의 선물을 주는 것이 하나의 관례였다.

고액 연봉자들은 자동차를 주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뉴욕 양키스 클럽 하우스에 있는 오락기도 누군가의 부탁을 받고 설치한 사실도 얼추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도어를 위해 모른 척해줬다.

예상대로 오도어는 그런 내게 잔뜩 신이 난 큰 목소리로 클럽 하우스에 대해서 설명 해줬다.

가끔은 오도어를 위해 모른 척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그때, 초밥집에 도착했다.

“맛있게 먹으라고! 내가 아내랑 연애할 때 이 초밥집을 많이 왔었는데 정말 최고였지.”

“잘 먹을게요.”

“잘 먹을게.”

“굿 스시.”

차에서 끝까지 말이 없던 채프먼은 굿 스시를 외치고 정신없이 먹는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초밥이 먹고 싶어서 그냥 온 것 같다.

그렇게 우리는 정신없이 초밥을 먹어 치웠고, 가게 창밖으로는 출발 전부터 내린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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