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홈런왕의 탄생-82화 (82/126)

# 82

팀의 중심, 슈퍼 루키 (2)

“스트라이크 아웃!”

뉴욕 양키스의 1번 타자 DJ 르메이휴.

그는 클레이튼 커쇼의 네 번째 공인 커브에 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올해로 한국 나이로 35세가 된 클레이튼 커쇼.

그는 재작년부터 점점 구속이 떨어지는 포심 대신에 슬라이더와 커브의 비율이 늘어났다.

사람은 누구나 늙고 그것은 야구 선수에게도 피할 수 없는 자연현상이다.

삼진을 잡는 투수가 범타를 유도하는 투수로.

커쇼는 그렇게 본인의 메이저리그 생존 전략을 바꿨다.

“스트라이크 아웃!”

그렇다고 삼진율이 전성기에 비해 극도로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는 빠른 구속 대신에 정확한 제구를 장착했고 더 날카롭고 궤적이 큰 변화구를 보여줬다.

그리고 그 슬라이더에 파워 하나만큼은 리그 최고라고 불리는, 다르게 말하면 컨택이 낮은 지안 카를로 스탠튼이 삼진으로 물러났다.

주자 없는 2아웃.

내 첫 타석이 돌아왔다.

“Strong Man! The Strongest Man! Choi! Gang! Nam!”

어디에도 있는 뉴욕 양키스의 열광적인 팬들.

LA에서 열린 오늘 경기에도 꽤 많은 양키스의 팬들이 찾아왔다.

앰프 사용이 금지된 다저 스타디움.

그들은 여기서 목청이 찢어지게 나를 포함한 선수들의 응원가를 불러주고 있었다.

난 그 응원가를 들으며 타석에 들어섰고, 마운드에 서있는 193cm의 장신의 투수를 바라봤다.

‘내가 커쇼랑 승부를 다 하는 날이 오다니.’

내가 KBO에 뛰던 시절 은퇴한 커쇼.

코리안 몬스터로 유명한 한국 선수와 오랫동안 같은 팀에서 선수 생활을 했기에, 커쇼의 이름을 모르는 야구팬들은 드물었다.

그런 투수가 내게 초구를 던졌다.

“스트라이크!”

초구는 바깥쪽 아래에 꽉 차는 커브.

카운트가 몰리지 않았으니, 굳이 스윙을 하지는 않았다.

“볼!”

2구로는 바깥쪽 슬라이더가 들어왔다.

당연히 빠지는 볼이라 생각했는데, 워낙 궤적이 좋은 공이다 보니 아슬아슬하게 바깥쪽 스트라이크 존에 걸쳤다.

하지만 심판의 사인은 볼이었다.

스트라이크를 외쳐도 할 말이 없는 코스.

이 궤적을 머리에 저장하고 다음 공을 기다렸다.

“볼!”

몸쪽 높은 코스의 포심.

살짝 움찔했지만, 배트를 휘두르지는 않았다.

따악―!

2-1의 카운트에서 4구로 들어온 바깥쪽 커브가 들어왔다.

타이밍을 정확하게 맞춰서 쳐냈지만, 무브먼트가 워낙 까다롭다 보니 살짝 빗맞는 타구.

1루 관중석으로 내 파울타구가 향했다.

투수 친화적 구장이기에, 장타와 홈런이 잘 나오지 않는 다저 스타디움.

그렇기에 컨택에 더욱 집중하면서 타격에 임했다.

사실 다저 스타디움은 다른 경기장에 비해서 작은 크기를 자랑했다.

그 사실을 증명하듯 낮에 열린 경기에서는 홈런이 매우 많이 나오는 경기장.

하지만 오늘 경기는 오후 6시 시작이었다.

언덕 위에 세워져있는 다저 스타디움은 밤에 공기가 식게 되면 하강기류를 형성하고, 습기로 인해서 공기가 무거워진다.

이로 인해서 공이 뻗기 힘든 구장.

거기다가 아까 말했듯이 다저 스타디움은 작은 크기의 경기장.

외야 수비의 난이도가 낮기 때문에, 장타 또한 적게 터지는 편이었다.

한마디로 투수 입장에서는 작은 경기장과 큰 경기장에서 장점만을 겸비한 구장.

그렇기에 컨택이 좋은 타자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구장이었다.

물론 상대 투수가 커쇼일 때는 더욱 그 필요성이 커졌고.

따악―!

5구로 들어온 슬라이더도 커트해냈다.

확실히 실투성 공이 아닌 존에 걸치는 슬라이더라면 정확하게 맞춰내는 것은 불가능할 정도로 무브먼트가 좋았다.

‘포심과 커브.’

정확하게 제구가 된 공이라도 두 개의 구종은 충분히 쳐낼만했다.

그렇기에 슬라이더를 커트하겠다는 생각을 하며 6구를 맞이했다.

따악―!

따악―!

7구와 8구로 들어온 슬라이더를 모두 커트해냈다.

따아아악―!

아홉 번째 공은 존 아래에 걸치는 커브.

그 공을 결대로 밀어 쳐서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만들어냈다.

“나이스 타격.”

“감사합니다.”

1루 주루 코치의 칭찬에 보호대를 건네주고 웃으며 대답했다.

더그아웃에 도루 사인을 보내고 넓게 리드를 가져갔다.

“세이프!”

좌투수인 커쇼의 빠른 1루 견제.

슬라이딩으로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커쇼의 짧은 퀵 모션 발동작을 확인하고 빠르게 2루로 달렸다.

포수는 공을 잡음과 동시에 2루로 송구.

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베이스에 손을 뻗었다.

“세이프!”

아슬아슬한 타이밍의 세이프.

애매한 블로킹과 포구 실력에도 어깨 하나만큼은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윌 스미스다운 송구였다.

초구가 커브가 아니었다면 위험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손을 탈탈 털었다.

2아웃 2루의 상황.

타석에는 4번 타자 게리 산체스.

더그아웃에서 내 도루 사인을 확인하고, 초구 스트라이크를 흘려보낸 그가 두 번째 공을 기다렸다.

따아악―!

2구로 들어온 실투성 밋밋한 슬라이더를 힘껏 당겨 쳐낸 게리 산체스.

엄청나게 빠른 타구에 3루수가 글러브를 갖다 댔지만, 글러브를 맞고 튀어나오는 타구였다.

“Run! Run!”

3루 주루 코치가 오른 팔을 힘껏 휘저으며 소리를 질렀고, 난 3루 베이스를 밞음과 동시에 홈으로 달렸다.

뒤늦게 공을 주운 3루수의 홈 송구가 이어졌다.

공을 받은 포수는 바로 내 몸에 미트를 향했지만, 태그하지는 않았다.

이미 내 손은 그전에 홈 플레이트를 짚고 있었으니까.

끈질긴 승부 끝에 얻어낸 안타.

도루에 이어서 상대 3루수가 공의 위치를 놓친 사이에 홈으로 들어오며, 뉴욕 양키스가 1회 초에 1점을 획득했다.

말 그대로 발로 만들어낸 점수.

오늘 경기는 1선발 투수들의 맞대결이었기에, 더욱 귀중한 선취점이었다.

“루키! 나이스 주루!”

“나이스 플레이!”

더그아웃으로 들어오자 선수들의 환호.

좀처럼 표현을 하지 않는 선발 투수인 코리 클루버까지 엄지를 치켜세워줬다.

“오늘 공 많이 보는 거 좋은데? 그런 활약 계속 보여줘.”

“그럼요. 열심히 뛰겠습니다.”

“역시 열정적인 루키야.”

타격 코치의 칭찬에 겸손하게 대답을 하고 벤치에 앉았다.

“아웃!”

5번 타자의 타격이 유격수 정면으로 향하며 1회 초가 끝이 났지만, 1점을 뽑은 뉴욕 양키스.

특히 오늘의 선발 투수인 코리 클루버에게 1점 차이라는 것은 그 무게감이 달랐다.

나도 글러브를 챙기고 유격수 수비 포지션으로 향했다.

***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코리 클루버가 세 번째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삼자범퇴로 기분 좋은 1회 말 수비를 마칩니다.]

[삼진 두 개에 땅볼 아웃 하나. 오늘 컨디션이 정말 좋아 보이는 코리 클루버죠.]

[그렇습니다. 거기다가 투수 친화 구장이라는 평가를 받는 다저 스타디움이거든요. 코리 클루버의 다저 스타디움 방어율은 무려 1.12입니다. 오늘도 좋은 플레이를 이어갈지 기대가 되네요.]

[투수전으로 이어질 오늘 경기 양상. 아무래도 1회 초에 최강남의 득점이 정말 큰 의미가 있겠네요.]

[오늘도 뉴욕 양키스는 슈퍼 루키 최강남의 활약으로 1:0으로 앞서가는 상황에 2회 초 공격을 맞이합니다. 과연 내셔널리그 전통의 강호 LA 다저스까지 잡아내고 9연승을 이어 갈 수 있을지 지켜봐 주세요!]

오늘도 양키스의 경기를 해설하는 YES Network의 해설진들.

그들은 1회에 좋은 활약을 보여줬던 최강남의 플레이를 2회에도 계속 언급하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시청자들도 연이어 최강남의 이름을 연호했다.

― 선구안에 커트에 안타에 도루에 슬라이딩까지 대체 저 루키는 못하는 게 뭐야?

ㄴ 지는 걸 잘 못하잖아 이게 뉴욕 양키스지 요즘 야구 너무 재밌어

ㄴ 나도 요즘 퇴근하자마자 마누라 리모컨 뺏어서 바로 야구 튼다

ㄴ 인정 요즘 퇴근할 맛이 난다

― 최강남 이 정도면 신인왕 페이스 아니냐?

ㄴ 신인왕은 무슨

ㄴ 으휴 레드삭스 오늘도 여기 기어 왔냐? 패배자는 꺼져라

ㄴ 신인왕 충분하지 좀 늦게 메이저리그 승격한 게 흠이긴 한데, 그래도 신인왕 받았던 선수들은 많으니까

ㄴ 이 페이스만 계속 보여주면 신인왕은 물론이고 그 이상도 탈 듯

ㄴ 역시 실링이 명예의 전당 그 이상

ㄴ 기자 또 헛소리하는 줄 알았는데 진짜였잖아~

누구보다 야구를 사랑하는 뉴욕의 야구팬들.

그들은 오늘도 최강남의 활약에 시원함을 느끼며 야구를 시청하기 시작했다.

***

“스트라이크 아웃!”

벌써 4개째 삼진 아웃.

2회 초 뉴욕 양키스의 공격은 볼넷 하나를 얻어냈지만, 점수를 추가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아무런 소득이 없지는 않았다.

2이닝 동안 커쇼의 투구 수가 벌써 33개.

아무리 완급조절이 훌륭한 커쇼라도 이 기세면 9이닝을 던지기는 힘들 것이다.

“스트라이크 아웃!”

거기다가 오늘 코리 클루버의 컨디션은 최상이었다.

뜬공 하나와 삼진 하나를 잡아낸 후에 맞이한 6번 타자 중견수 크리스 테일러.

2구로 던진 체인지업을 타격한 테일러의 타구는 3유간으로 향했다.

워낙 빠른 타구였기에, 슬라이딩 없이 잡을 수는 없는 코스.

타구 방향으로 슬라이딩 후에 왼손에 낀 글러브를 쭉 뻗었다.

글러브 안으로 들어오는 육중한 공의 감각.

발이 꽤 빠른 크리스 테일러였기에, 타구가 빨랐어도 일어나서 던지기에는 늦은 상황.

엎어진 상황에서 자리에서 살짝 뛰어올라 1루로 공을 던졌다.

공과 거의 동시에 도착한 타자 테일러.

하지만 심판은 양손을 뻗지 않고 오른손만을 앞으로 내질렀다.

“아웃!”

내 좋은 수비로 2회 말 LA 다저스의 공격도 삼자범퇴로 끝이 났다.

“최! 방금 수비 뭐야! 완벽했어. 역시 넌 양키스의 유격수 자격이 충분해. 내일 점심은 내가 사지.”

“맛있는걸로 기대할게요.”

“당연하지. 이 근처에 초밥으로 유명한 곳 있는데, 내일 가자고.”

“오늘 공도 기대할게요.”

“잘 보라고. 내가 그놈의 양키 스타디움을 떠나면 어떤 공을 던지는지.”

좀처럼 선발 등판에 큰 반응을 보이지 않는 코리 클루버.

그는 내 수비에 엄청난 찬사를 보내며 잔뜩 흥분한 모습이었다.

물론 표정은 똑같았지만.

3회 초 뉴욕 양키스의 공격.

타선은 다시 1번 타자인 DJ 르메이휴로 돌아왔다.

그는 8구까지의 승부 끝에 볼넷을 얻어내며 1루로 걸어 나갔다.

따악―!

오늘 첫 타석에서 삼진을 당했던 2번 타자 지안 카를로 스탠튼.

그는 2구로 들어온 커브에 배트를 휘둘렀다.

3루수 정면이었지만 워낙 느린 타구.

3루수는 달려오며 맨손으로 공을 잡아서 1루로 던졌다.

“아웃!”

1루 주자 DJ 르메이휴는 여유롭게 2루로 들어오며 1아웃 2루가 되었다.

“Strong Man! The Strongest Man! Choi! Gang! Nam!”

LA 다저스 경기장까지 찾아온 열성적인 뉴욕 양키스의 팬들.

그들이 내 응원가를 목청이 찢어지게 외치기 시작했다.

포심과 슬라이더는 구속이 거의 비슷했고 궤적 또한 일정하지 않았다.

볼끝이 더러운 투수.

하지만 첫 타석에서 지켜본 커브는 충분히 쳐낼만한 공이었다.

“볼!”

초구로 몸쪽 깊은 코스로 슬라이더가 들어왔다.

“볼!”

2구는 아래로 떨어지는 커브.

기다리던 공이었지만 궤적을 보고 배트를 휘두르지는 않았다.

“스트라이크!”

바깥쪽 존을 살짝 걸치는 포심.

첫 타석에서는 볼 판정을 받았던 코스였지만, 심판은 이번에는 스트라이크를 외쳤다.

따악―!

따악―!

따악―!

연달아 들어온 두 개의 슬라이더와 하나의 포심을 커트로 걷어냈다.

늙으면 선구안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그건 앞뒤 과정이 다른 이야기였다.

선구안은 좋아지지만, 몸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

지금의 나는 그런 면에서 완벽했다.

30대 후반의 선구안과 10대 후반의 반응속도.

리그 최고의 변화구를 던지는 커쇼의 공을 계속해서 커트해내며 커브를 기다렸다.

‘드디어 왔다.’

7구에 들어온 몸쪽 커브.

난 배트를 휘둘러서 그 공을 타격했다.

커브 타이밍에 완벽하게 맞는 스윙 타이밍.

배트 정중앙에 맞은 타구는 좌측 담장을 향해 쭉쭉 날아갔다.

밤에 공기가 식게 되면 하강기류를 형성하고, 습기로 인해서 공기가 무거워지는 다저 스타디움.

그 무거운 공기를 뚫고 쭉쭉 뻗어 나간 내 타구는 좌측 담장을 여유롭게 넘어서 스탠드 상단에 떨어졌다.

3회 초에 터진 2점 홈런.

내 홈런을 등에 업은 뉴욕 양키스가 3:0으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