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홈런왕의 탄생-81화 (81/126)

# 81

팀의 중심, 슈퍼 루키 (1)

“오늘 경기 너무 좋았어! 특히 우리 슈퍼 루키 최! 오늘 공수에서 모두 완벽했다고.”

“맞아. 확실히 스트롱 맨이 오고 나서 팀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지.”

“독재자(Strong Man)다운 모습을 보여주긴 했어. 다음 경기도 기대할게.”

“감사합니다.”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3경기를 모두 승리하며 스윕 시리즈를 기록했다.

동시에 동부 지구 1위까지 다시 탈환한 뉴욕 양키스의 분위기는 축제와 같았다.

우리는 라커룸에서 미리 준비했던 양복으로 갈아입고 버스로 이동했다.

경기장 바로 앞에 준비된 버스로 전용기 바로 아래까지 이동하기 때문에, 원정 경기에서는 팬들과 마주칠 기회는 거의 없었다.

비행기 날개 밑에서 간단한 보안체크를 받고 전용기에 탑승했다.

“루키! 뒤쪽 좌석 자리 하나 남는데 오늘은 뒤로 와.”

“알겠습니다.”

전용기로 이동하는 메이저리그에서 좌석이 정해져 있지는 않았지만, 보수적인 이곳에는 좌석 역시 일종의 불문율이 존재했다.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비행기 앞쪽 좌석에 앉는다.

그리고 노장 선수들을 비롯한 팀의 주전 멤버들은 뒤쪽에 앉고, 남은 프런트와 루키를 비롯한 후보 선수들은 중간 좌석에 앉는 것.

이것이 전용기를 탈 때 좌석 룰이었다.

현재 뉴욕 양키스의 실질적인 주장 역할을 하고 있는 포수 게리 산체스.

그가 날 뒤쪽 좌석으로 불렀다는 것은 여러 가지를 의미했다.

뉴욕 양키스의 주전으로 날 인정한다는 것과 동시에 더 이상 평범한 루키가 아니라는 것.

루키 헤이징을 비롯한 귀찮은 일에 날 부려 먹지 말라는 일종의 선언이기도 했다.

어린 나이에 메이저리그 데뷔다 보니, 루키 헤이징에 대해서 꽤 걱정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수월하게 넘어갔다.

승격 초반에는 팀이 연패를 하고 있었기에 그런 행동을 할 여유조차 없었다.

그리고 데뷔전에서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내게 단지 나이나 경험이 적다고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는 선수는 없었다.

이곳은 모든 야구 선수들이 꿈꾸는 최고의 무대인 메이저리그.

워크 에씩(Work ethic)이 모두 훌륭하진 않았어도 결과로 평가받는 프로였다.

당연하게도 좋은 결과를 뽑아내는 루키를 무시하는 선수는 없었다.

그렇게 전용기 뒷좌석에 앉아 편안하게 뉴욕 양키스 숙소로 향했다.

***

[뉴욕 양키스 8연승 쾌속 질주. 양키스는 어떻게 다시 강팀이 되었는가?]

[AL 동부 지구 1위 탈환 뉴욕 양키스. 다시 최고의 자리에 도전한다.]

[100년 역사 메이저리그 최연소 데뷔 최강남 8경기 6홈런 폭발!]

[최강남이 이끄는 뉴욕 양키스 그 종착지는?]

[3개월 DL 히오 우르셸라 뉴욕 양키스 복귀. 향후 유격수 주전 경쟁은?]

[혜성처럼 등장한 최강남. 양키스의 새로운 전성기를 이끄나?]

침대에 누워 인터넷 기사들을 살펴봤다.

놀랍게도 이 제목들은 한국이 아닌 미국의 인터넷 기사들.

대부분의 기사들이 호평이었고 댓글 반응 역시 괜찮았다.

유격수 주전 경쟁에 있어서 쉽게 밀리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정 경기가 끝나고 맞이하는 첫 번째 휴식일.

올스타전 경기 날을 포함해서 아직 4일의 휴식이 더 있었다.

오늘 오전 10시에는 경기장에서 감독님의 집합이 있었다.

아무래도 부상에서 돌아온 히오 우르셸라의 환영과 휴식 기간 훈련에 대해서 간단하게 이야기를 해줄 것 같았다.

“루키. 인터넷 반응도 확인해?”

“그럼요. 오늘 기사들 다 괜찮던데.”

“매일 보지는 마. 특히 못 했을 때 엄청나게 물어뜯거든. 텍사스도 그랬지만, 이놈의 뉴욕은 야구에 정말 미쳐있는 것 같아.”

“야구팬들이 원래 매 경기마다 반응이 극과 극이죠. 한국도 엄청 심해요.”

“그래? 난 베네수엘라랑 미국만 그러는 줄 알았는데. 전 세계 공통인가 보네.”

먼저 도착한 오도어와 가볍게 아침 인사를 나눴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모든 선수들이 도착했고 애런 분 감독이 마지막에 와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동부 지구 1위 달성에 만족하지 말고 완벽하게 1위를 굳히자고. 다친 사람은 없지? 혹시 있으면 바로바로 이야기하고.”

“알겠습니다!”

“오늘 부른 건 다름 아니고 트레이드 관련 문제야. 오후에 기사 나오겠지만, 이번 시즌 1루수로 뛰었던 제이 브루스와 미네소타 트윈스의 알렉스 콜로메의 트레이드야.”

7월 트레이드 기간.

메이저리그에서 스토브리그 다음으로 바쁜 그 기간에 뉴욕 양키스의 첫 트레이드 발표였다.

괜찮은 수비와 타격을 하는 뉴욕 양키스의 1루수 제이 브루스.

그를 보낸다는 것은 히오 우르셸라에게 1루 주전을 시킨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본인에게도 괜찮은 선택일 것이다.

나도 30대부터는 3루, 2루를 거쳐서 1루수가 되었으니.

그마저도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는 시기에는 결국 지명타자까지 경험했고.

“내일과 경기 하루 전날에 가벼운 펑고 수비 훈련을 진행할 거야. 그전까지는 다들 자율 훈련 진행하도록 하고. 질문 있나?”

“······.”

“없으면 오늘은 푹 쉬도록 해. 다들 고생 많았다. 후반기에도 지금처럼 완벽한 뉴욕 양키스의 경기력을 보여주자고.”

“알겠습니다!”

애런 분 감독의 이야기가 끝이 나고 선수들은 전부 흩어졌다.

“오도어는 오늘 어떻게 보낼 생각이에요?”

“나는 가족 보러 가야지. 여기 근처에 있거든. 너는 오늘도 훈련?”

“네. 가족도 친구도 전부 한국에 있어서 근처에서 할 일이 없네요.”

“우리 집 와서 밥 먹을래?”

“아니요. 오늘 루틴이 바빠서 다음에 초대해주시면 갈게요.”

“그래. 딸내미가 내가 수염 밀고 나서 못 알아보고 울더라고. 벌써 1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그러니 자주 집에 들러야지.”

“원정 경기 뛰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너도 고생 많았어! 내일 훈련 때 보자고.”

베네수엘라 출신의 루그네드 오도어.

그는 오랜만의 휴일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누군가는 경기장 안에 마련된 클럽 하우스에 오락을 즐겼고, 숙소에서 하루 종일 잠을 자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평소처럼 피칭머신으로 가볍게 타격 훈련을 진행하고 트레이닝 센터로 향했다.

“루키! 쉬는 날에도 파이팅 넘치네.”

“산체스도 오늘도 열심히 훈련 중이시네요. 저번에 전세기에서는 감사했습니다.”

“감사는 무슨. 나도 다른 베테랑이 뒷자리로 오라고 했는데. 양키스의 유서 깊은 쓸데없는 전통이지 뭐.”

트레이닝 센터에는 게리 산체스 혼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운동을 진행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경기에서 포수로 선발 출장하는 게리 산체스.

블로킹은 애매했지만 프레이밍은 리그 평균보다 위.

거기다가 송구 능력은 메이저 현역 포수 중에서 최고라고 불리는 게리 산체스였다.

또한 188cm에 104kg의 육중한 피지컬을 갖고 있는 공격형 포수.

매 시즌마다 30개씩의 홈런을 쳐내는 현재 뉴욕 양키스의 핵심과도 같은 선수였다.

“자세 좋은데? 웨이트는 언제부터 했어?”

“이제 1년 정도 돼갑니다. 작년부터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서 꾸준히 했거든요.”

“생각보다 근육이 단단하고 좋네. 난 이제 숙소로 가보려고. 운동 열심히 해. 혹시 내 도움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고.”

“알겠습니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내게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베테랑은 고마울 따름이다.

거기다가 뉴욕 양키스에서 막강한 발언권을 갖고 있는 산체스였기에, 더욱 든든한 내 아군이 되어줄 것 같았다.

내일은 경기가 없으니 평소보다 조금 길게 웨이트에 집중했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가족과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서 근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당연히 이야기의 화제는 내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부모님은 대단하고 자랑스럽다는 이야기를 하셨고, 친구들은 고작 17살에 이게 말이 되냐며 농담을 던졌다.

오랜만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에 들었다.

다음 날에는 펑고 훈련을 비롯해서 새로운 투수 알렉스 콜로메에 대한 간단한 환영 인사가 준비됐다.

뉴욕 양키스의 가장 큰 문제점이 선발과 마무리를 이어 줄 중계 투수가 불안하다는 점이었다.

알렉스의 양키스 합류는 그런 최대 약점을 메워줄 최고의 트레이드.

새삼 캐시먼의 능력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다음 날에도 나는 훈련에 매진했다.

이번 휴식 기간 동안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강속구 타격 훈련.

사실 1년 동안 가장 집중해서 했던 훈련이기도 했다.

내가 뉴욕 양키스로 승격해서 뛴 경기는 벌써 8경기.

보스턴 레드삭스를 제외하면 나머지 두 팀은 비교적 약팀이었기에, 강속구에 대한 부담감이 적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다르다.

당장 올스타전이 끝나고 예정된 3연전 원정 경기의 상대는 LA 다저스.

커쇼를 비롯해서 트레버 바우어, 워커 뷸러 등 수많은 강속구 투수를 가지고 있는 내셔널리그 서부 지구 부동의 1위 팀.

LA 다저스는 여태까지 붙었던 선수보다 상위 레벨의 평가를 받는 투수들이 즐비했다.

대부분의 투수들이 빠른 포심과 더불어서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는 까다로운 스타일.

그런 LA 다저스와의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훈련만이 답이었다.

다음날 열린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나는 선수들과 함께 클럽 하우스에서 관람했다.

뉴욕 양키스에서 6명의 선수가 출전했고 다들 좋은 활약을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나이스!”

“올해는 진짜 우리가 우승해야지!”

올스타전은 아메리칸 리그의 4:2승리로 끝이 났다.

예전에도 경험해봤지만, 확실히 한국의 올스타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설렁설렁 즐기는 분위기가 아닌 다들 이 악물고 경기를 하는 모습.

쉬는 기간을 많이 주기도 했고, 우승 리그에게 월드시리즈 홈경기를 더 주는 혜택까지 있었으니 말이다.

다음 날에는 올스타전에 참가한 선수를 제외하고 가벼운 수비 훈련을 진행했다.

선수들은 다들 좋은 컨디션을 보여줬다.

특히 최근 팀에 합류한 히오 우르셸라는 1루 수비에도 빠르게 적응하며 실수 하나 보여주지 않았다.

5일간의 휴식은 타자들에게도 물론 정비할 시간을 줬지만, 투수들에게는 의미가 많이 클 것이다.

그것은 당연히 상대인 LA 다저스에게도 똑같이 작용한다.

그만큼 그런 투수들을 강판시켜야 하는 타자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내일 LA 다저스와의 1차전 선발 투수는 양키스 부동의 1선발 코리 클루버가 맡게 되었다.

본인의 말로는 경기 이틀 전에 3이닝의 가벼운 투구를 하는데, 실전과도 같은 올스타전에서 던진 1이닝이 감각을 끌어올리기 최상이었다고 한다.

가벼운 훈련 후에 샤워를 마쳤다.

나를 포함한 모든 인원들은 양복으로 갈아입고 전용기로 가는 버스에 탔다.

이번 원정에서도 나는 뒷좌석에 앉았다.

이것은 완벽하게 팀의 주전으로 선수들에게 인정받았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내일 경기는 오후 6시 시작.

우리는 밤늦게 숙소에 도착했다.

내일 오전에 현지 적응 훈련이 있었기에, 나는 빠르게 잠에 들었다.

***

[안녕하십니까! 뉴욕 양키스의 팬 여러분들! LA 다저스와의 1차전 중계가 이제 시작이 됩니다!]

[최근 비교적 약팀과 붙었던 뉴욕 양키스였는데요.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1위를 확정 짓고 후반기 첫 경기를 LA 다저스와 붙게 됩니다.]

[오늘 LA의 선발 투수인 클레이튼 커쇼가 마운드에 올라옵니다. 설명할 필요가 없는 투수죠?]

[그렇습니다. 오늘 뉴욕 양키스가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이 커쇼를 어떻게 무너뜨리냐가 핵심이겠죠.]

긴 휴식 후에 오랜만에 열린 경기.

YES Network의 해설진은 평소보다 더욱 열정적인 해설을 이어갔다.

[1번 타자 DJ 르메이휴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오늘 뉴욕 양키스의 타순에도 조금 변화가 있죠?]

[아무래도 최근 팀에 약간의 변화가 있었잖아요? 트레이드된 제이 부르스 대신에 1루수로 선발 출장하게 된 히오 우르셸라. 오늘 1루수에 5번 타자로 스쿼드 배정을 받았네요.]

[4번은 여전히 게리 산체스. 2번 타자가 지안 카를로 스탠튼. 그리고 최강남 선수가 3번 타자로 출장합니다.]

[6번은 루그네드 오도어, 이건 아무래도 최근 경기에서 애런 저지와 애런 힉스의 타격 부진에 따른 변경이겠죠?]

[그렇습니다. 늘 우승을 목표로 달리는 양키스. 그렇기 위해서는 최근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외야수들이 살아나야 할 텐데요.]

[커쇼의 초구는 스트라이크! 94마일의 포심이 스트라이크 존에 걸치면서 오늘 경기가 시작이 됩니다!]

현재 아메리칸 리그 동부 지구 1위 뉴욕 양키스.

하지만 2위인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경기 차는 겨우 1경기.

거기다가 레드삭스는 약팀인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경기였기에, 오늘 1차전은 너무나도 중요했다.

그렇게 뉴욕 양키스의 후반기 첫 경기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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