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홈런왕의 탄생-79화 (79/126)

# 79

최연소 메이저리거 (9)

야구는 잘하는 팀이 잘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텍사스 레인저스는 못하는 팀이었다.

최근 아메리칸리그 서부 지구 텍사스의 최고 기록은 2019년 3위.

그 외에는 대부분 꼴찌를 도맡아했던 텍사스 레인저스.

그 기록은 당연하게도 올해에 계속 이어졌다.

아메리칸 서부 5팀 중에서 독보적인 5위.

그건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한 순위이기도 하다.

선발 투수들은 퀄리티 스타트를 실패하고 타자들은 타격을 못 한다.

수비는 에러가 무더기로 쏟아지고 중계 투수들은 이길만한 경기를 다 말아먹는다.

뉴욕 양키스와 텍사스 레인저스의 2차전은 이렇게 진행됐다.

양키스의 3선발로 오늘 마운드에 올라온 투수는 루이스 세베리노.

그는 6.2이닝 3실점을 하며 퀄리티 스타트에 성공했다.

그리고 3실점이면 텍사스를 이기기에 충분한 기록이기도 했다.

2차전 텍사스의 선발 투수는 조던 라일스.

MLB 통산 5.11의 방어율을 기록 중인 그는 5이닝 5실점을 하며 초반부터 무너졌다.

이후 나온 투수까지 거칠게 괴롭힌 뉴욕 양키스는 6회까지 7점을 뽑아냈다.

경기는 8:4 뉴욕 양키스의 승리.

난 오늘 5번의 타석 중에서 2루타 하나와 안타 그리고 볼넷을 하나 추가했다.

나머지 2타석에서는 땅볼과 뜬공으로 물러났다.

확실히 나에게 좋은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줄었다.

어느덧 내가 선발 출장한 경기가 7경기.

내 데이터들이 MLB의 세이버 매트릭스들에게 쌓이기 시작했을 것이다.

타격에서 타이밍은 나쁘지 않았다.

운 없게도 타구들이 야수 정면으로 향해서 범타로 처리됐을 뿐.

야구뿐만 아니라 원래 인생이 어느 정도의 운도 필요하니까, 오늘 타격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오늘의 MVP는 괜찮은 투구를 보여준 루이스 세베리노가 받게 되었다.

페이롤이 다른 팀에 비해서 월등하게 높은 뉴욕 양키스.

확실히 괜찮은 타선과 리그 상위권의 선발 투수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외야수들의 타격이 최근 부진하고 불펜 투수들의 연이은 줄부상.

이 점만 보완된다면 지구 우승은 물론이고 13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도전해볼 수 있을 정도의 멤버진이라고 생각된다.

“루키! 오늘 수비 좋았다고.”

“타구 하나 제외하고는 평범하게 잡아낼 만한 코스였죠.”

“그걸 못 잡아내는 선수들이 워낙 많아서. 거기다가 텍사스 홈구장은 인조 잔디라 불규칙 바운드도 많잖아. 내 등판에만 그런 타구가 2개였잖아. 확실히 네 수비는 투수 입장에서 믿음직스럽단 말이야.”

오늘 선발 투수에 MVP까지 받아낸 루이스 세베리노.

그가 MVP 인터뷰 후에 나에게 감사 인사를 표했다.

오늘 내 컨디션은 유독 좋았다.

“루키! 오늘은 밖에 나가서 먹자고. 오늘 내 기록 봤지?”

“그래요. 오늘 제가 밥 살게요. 어디로 가서 먹을까요?”

“이 근처에 유명한 피자 가게가 있는데 그걸로 할까?”

“피자 좋죠.”

“오케이! 내 차로 가자고.”

어제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2루수 오도어.

그는 오늘 경기에서 2점 홈런을 포함해서 5타석 4타수 3안타를 쳐내며 최고의 활약을 보여줬다.

수비에서는 에러가 하나 있었지만, 불규칙 바운드는 쉽게 잡을 수 있는 공이 아니다.

당연히 그런 타구를 잡아내지 못했다고 비판하는 감독이나 코치도 없고.

물론 팬들은 거센 비난을 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나도 같이 가자.”

오늘 경기내내 벤치에 앉아서 무표정으로 지켜본 코리 클루버.

그도 합류해서 셋은 피자 가게로 향했다.

확실히 미국의 피자는 한국의 것과는 많이 다르다.

과하게 넘치는 토핑과 부드러운 치즈.

오랜만에 밀가루 폭탄을 몸으로 느끼며 즐거운 저녁 식사를 마쳤다.

그리고 호텔에 도착해서 나와 오도어는 바로 트레이닝 센터로 향했다.

확실히 작년 이맘때에 비해서 무게가 많이 늘었다.

몸은 조금 더 유연해졌고 체력은 월등하게 늘어난 모습.

최근 모든 경기에서 유격수로 선발 출장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나였다.

그리고 이번 올스타전이 끝나고 나면 3달의 부상이 끝난 히오 우르셸라가 돌아온다.

물론 히오 우르셸라는 유격수뿐만 아니라 3루 수비도 가능한 선수였다.

하지만 3루수인 DJ 르메이휴는 완벽한 수비와 더불어 리드오프로 리그 최상위의 수준을 보여주는 타자.

우르셸라가 DJ 르메이휴를 밀어내고 주전 3루수가 될 확률은 현저히 낮았다.

결국 나와 우르셸라 그리고 백업 멤버인 글레이버 토레스까지.

우리 셋의 유격수 주전 경쟁이 상당히 심화될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나의 장점을 보여줘야 했다.

‘아무래도 타격이 가장 좋겠지.’

두 선수는 각각 91년생과 96년생.

06년생인 나에 비해서 상당히 나이가 있는 선수였다.

특히 19년도 풀 시즌을 소화했던 히오 우르셸라는 21홈런에 장타율 0.534를 기록했던 중장거리 타자.

183cm에 98kg의 육중한 피지컬을 갖고 있는 그보다 좋은 타격을 보여주는 것이 주전 경쟁에 있어서 핵심 포인트였다.

그렇기에 많은 집중력이 요구되는 유격수 선발 출장에도 피지컬을 키우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방으로 돌아와서 샤워를 마치고 가볍게 인터넷 반응을 확인했다.

확실히 한국에서는 내 기사가 연일 메인에 걸리는 모습.

뭐··· 최연소 메이저리그 데뷔가 한국인이라는 사실만으로 이목을 끌기에는 충분했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미국의 인터넷 반응.

16살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현재의 나에 대해서는 호평이 많았다.

그렇지만 어린 나이의 유망주는 언제 슬럼프가 와서 기량이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다.

그래서 곧 부상에서 복귀할 히오 우르셸라의 좋은 모습을 기대하는 여론이 많았다.

그러한 반응을 뒤집는 것은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는 것.

내일 있을 3차전을 위해 빠르게 잠에 들었다.

***

“네. 전화 받았습니다.”

“애런 분! 첫 번째 트레이드는 자네가 그토록 원하던 특급 계투 알렉스 콜로메라고.”

“알렉스 콜로메요? 미네소타가 그 선수를 순순히 놔줬습니까?”

“그쪽이 요즘 내야수들 부상이 많잖아. 우리 주전 1루수인 제이 브루스와 2군 유망주 둘을 얹어주기로 했지. 라일리랑 맥스.”

애런 분 감독은 단장인 캐시먼의 이야기에 고개를 살짝 갸우뚱했다.

알렉스 콜로메.

21년도 미네소타에서 마무리로 뛰며 45이닝 3승 22세이브 0.93의 자책점.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는 선수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여유가 없는 1루수와 트레이드?

그가 의문을 말하기도 전에 캐시먼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알지. 루크 보이트가 1루 주전으로 뛰기에는 타격도 수비도 애매한 선수라는 사실.”

“그렇다면 왜 제이 브루스를 보냈죠?”

“유격수 포지션이 겹치니까. 둘 중에서 하나를 후보로 쓰기에는 너무 아까운 선수고. 우르셸라를 1루수로 키워보는 거 어때? 고등학교까지 1루수로 뛰었던데.”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루크 보이트와 함께 번갈아 가며 출전시키고 일단은 최강남을 유격수로 확정짓겠습니다.”

“트레이드는 내 몫이지만 선수 기용은 자네의 역할이잖아? 뭐··· 지안카를로 스탠튼이 올해에도 부상을 입으면 히오 우르셸라를 지명타자로 사용해도 되고.”

“농담이라도 그런 말은 하지 마세요. 상상만 해도 끔찍하네요.”

“알겠어. 일단은 올스타전 즈음에 발표할 예정이니까 자네만 알고 있고. 다음에 또 연락하지.”

“알겠습니다.”

애런 분 입장에서는 최고의 트레이드.

주전 1루수로 2년을 뛰었던 제이 브루스를 주는 것은 뼈아팠지만, 받게 되는 선수가 무려 알렉스 콜로메.

이것으로 뉴욕 양키스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선발과 마무리의 중간 다리를 이어줄 필승조 투수를 얻게 되었다.

꽤 괜찮은 트리플 A의 유망주 둘을 보낸 것은 아까웠지만, 올해는 정말 지구 우승 이상의 성과를 노려볼만한 상황.

실보다는 득이 훨씬 더 큰 트레이드였다.

그렇다고 제이 브루스가 가는 것이 손해만 있는 것은 또 아니었다.

2주의 급한 불을 끄려고 승격시켰던 16살 유망주 최강남의 기세가 너무 좋았다.

후보로 쓰기에는 너무 아까운 유망주.

당장 1승을 위해서 달려가는 뉴욕 양키스였기에, 가능한 과감한 판단이기도 했다.

‘나이도 찼고 원래 3루수로 뛰었으니까 1루 보직 변경도 나쁘지는 않지.’

어느덧 91년생, 올해 만 31세가 되어버린 히오 우르셸라.

체력적 부담이 큰 유격수 포지션을 소화하면서 좋은 타격까지 기대하기에는 세월이 꽤 흘렀다.

애초에 시즌 초에 그런 역할을 수행하다가 3개월짜리 발목 부상을 입었기도 했으니.

본인에게도 부담이 적은 선택일 것이다.

그렇게 애런 분 감독의 고민이 조금 줄어들며 또 하루가 흘렀다.

***

“루키! 긴장되지 않아? 우르셸라 그 양반이 워낙 터프하거든. 어쩌면 오늘이 마지막 선발 출장일수도?”

“제가 2루 수비도 되기는 하는데.”

“끔찍한 이야기구만. 2루는 야구에서 가장 오묘한 포지션이라고. 보기보다 상당한 수비력이 필요하지.”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3차전.

오늘은 오후 1시 경기였기에, 오전에 가볍게 몸을 풀며 오도어와 농담을 주고받았다.

“어제 레드삭스가 경기에서 이기며 아직도 공동 1위야. 물론 우리는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경기를 보여주면 된다. 이번 시리즈까지 스윕해서 깔끔하게 전반기 마치고 후반기로 가자.”

“알겠습니다!”

펑고를 비롯한 수비 훈련과 가벼운 타격 훈련까지 마치고 애런 분 감독의 이야기로 경기 준비가 끝이 났다.

오늘 상대의 선발은 마이클 폴티네비치.

데뷔 초반에는 최고 100마일(161km/h)의 포심을 던졌지만, 애매한 제구력으로 공만 빠르다는 평가를 받은 투수.

이를 개선하고 슬라이더와 괜찮은 체인지업까지 추가했지만, 19년도에 슬럼프를 겪으며 2020년에 방출된 비운의 파이어 볼러.

그는 21년에 텍사스에서 다시 날개를 달기 시작했고, 올해는 방어율 3.47의 꽤 괜찮은 성과를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나 좋은 슬라이더로 우타자에게 피안타율이 현저히 낮은 투수이기도 했다.

양키스의 클린업 트리오가 우타자 위주로 구성되어 있기에, 꽤 까다로운 투수가 될 위험성도 컸다.

그렇기에 오늘 양키스의 타순이 조금 변경됐다.

내가 5번 타자로 뛰게 되었고 좌타자들이 상위 타순에 자리했다.

아무래도 오늘 선발인 마이클 폴티네비치를 견제하는 타순.

“플레이 볼!”

그렇게 뉴욕 양키스와 텍사스 레인저스의 3차전이 시작됐다.

오늘의 1번 타자는 좌타자 2루수 루그네드 오도어.

그는 3구로 들어온 체인지업을 타격했지만, 아쉽게 유격수 직선타로 아웃됐다.

2번 타자는 타순이 자주 바뀌는 1루수 제이 브루스.

그는 우투수에게 특히나 강한 타자였다.

“스트라이크 아웃!”

하지만 평소보다 더 잘 긁히는 공을 보여주는 상대 투수.

3구만에 삼진으로 다시 더그아웃으로 들어오게 됐다.

3번 타자는 스위치히터인 중견수 에런 힉스.

최근 좋지 않은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역시나 우투수에게 강한 면모를 보이는 에런 힉스였다.

따악―!

그는 2구로 들어온 몸쪽 체인지업을 깔끔하게 당겨 쳤지만 아쉽게 펜스 앞에서 우익수에게 잡혔다.

이번 텍사스와의 3연전 중에서 첫 1회 삼자범퇴.

아무래도 오늘 경기는 쉬울 것 같지 않았다.

오늘 양키스의 선발 투수인 조던 몽고메리.

뉴욕 양키스의 유일한 좌완 선발 투수로 18년도에 토미 존 서저리 수술을 받은 그였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구속이 동일하거나 떨어지는게 대부분인 토미 존 수술.

1시간밖에 걸리지 않는 수술이지만, 12개월에서 24개월의 오랜 재활 시간이 필요한 투수에게 있어서 가장 끔찍한 수술이기도 했다.

그리고 몽고메리는 재활 후에 21년도에 화려하게 복귀에 성공했다.

평균 구속은 오히려 3마일이 올라가고 제구 또한 좋아졌으며, 멘탈은 더욱 단단해졌다.

흔하지는 않지만 아예 없지도 않는 케이스.

전보다 빨라진 구속은 포심을 제외하고도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싱커 모두 리그 평균 수준의 가치를 받는 몽고메리의 공을 더욱 빛나게 해줬다.

팬들 입장에서는 꿈이라고 불리는 완벽한 파이브 피치 투수.

“오늘 경기도 어제처럼 좋은 수비 부탁한다고.”

“그럼요. 저만 믿어요.”

다른 투수들처럼 등판 당일에도 예민하지 않는 몽고메리가 내 어깨를 툭 치며 마운드로 올라갔다.

난 그런 몽고메리에게 웃어주며 유격수 수비 위치로 걸어갔다.

그렇게 1회 말 텍사스 레인저스의 공격.

최약체라고 불리는 텍사스에게 의외의 삼자범퇴를 당한 뉴욕 양키스의 수비가 시작됐다.

“스트라이크!”

초구는 몸쪽 슬라이더.

좌타자인 1번 타자 윌리 칼훈.

몽고메리가 그에게 좋은 코스의 공을 찔러 넣었다.

따악―!

2구로 들어온 싱커를 타격한 칼훈의 타구는 2유간으로 향했다.

난 빠르게 타구의 위치를 예측했다.

칼훈의 달리기가 워낙 빨랐기에 슬라이딩 없이 빠르게 달려가서 글러브를 뻗었다.

놓친다면 안타.

잡는다면 아웃을 잡을 수 있는 타이밍.

다행히 공은 글러브로 들어갔고 난 빠르게 1루로 공을 던졌다.

정말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공을 잡아낸 1루수 제이 브루스.

심판은 2초 정도의 정적 후에 오른손을 앞으로 거칠게 내질렀다.

“아웃!”

선두 타자를 좋은 수비로 잡아내며 첫 아웃 카운트를 올렸다.

이렇게 내 호수비와 함께 전반기 마지막 경기인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3차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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