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홈런왕의 탄생-75화 (75/126)

# 75

최연소 메이저리거 (5)

“스트라이크 아웃!”

오늘 양키스의 선발 투수로 올라온 루이스 세베리노가 첫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평균 98마일(157km/h), 최고 102마일(164km/h)까지 찍히는 포심과 90마일 초반대의 고속 슬라이더로 삼진을 많이 잡아내는 파워 피처의 스타일.

메이저리그 선수들 중에서 포심 평균 구속 순위 상위권을 달리는 선수다운 피칭이었다.

애매한 평가를 받는 체인지업을 포함해서 겨우 쓰리 피치 스타일의 투수라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오늘의 상대는 탬파베이 레이스.

사실 뉴욕 양키스와 탬파베이 레이스는 많은 부분에 있어서 팬들에게 비교 대상이 되고는 한다.

페이롤 독보적인 1위 부자 구단과 늘 최하위권을 맴도는 가난한 구단.

우승 횟수 전체 1위와 0번의 경험을 가진 구단.

물론 탬파베이 레이스의 역사는 겨우 1998년에 시작되었고, 메이저리그에는 이보다 빨리 창단해서 우승 경험이 아직 없는 팀도 존재한다.

하지만 같은 아메리칸 리그 동부 지구에서 뛰는 두 팀이다 보니 양키스의 팬들은 늘 탬파베이와 비교하곤 한다.

좋은 의미로의 비교는 아니었다.

이를테면 ‘탬파베이도 토론토는 위닝 시리즈로 가져갔는데, 양키스는 스윕 당했네.’

‘니들이 페이롤 1위 팀이 맞냐? 탬파베이도 너네보다는 잘한다. 에휴 돈 아까운 놈들’ 같은 조롱의 비교 대상.

하지만 이건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나 할법한 소리였다.

야구는 주 6일 반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열리는 일정이기에, 고등학교 팀과 붙는다고 하더라도 모든 경기를 이길 수는 없는 스포츠.

“스트라이크 아웃!”

하지만 높은 페이롤은 대부분 좋은 승률을 보장하기 마련이었다.

고연봉의 선수와 감독은 물론이고 분석진들 또한 월등하게 앞서는 상황을 만들기 쉬웠으니.

그런 이유였을까?

두 번째 타자까지 삼진을 잡아내는 루이스 세베리노였다.

난 그런 투수 뒤에서 더욱 자세를 낮춰서 세 번째 타자의 타구를 기다렸다.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에게 나오는 타구는 빠른 편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그런 공마저 잘 잡아내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유격수 선발 경쟁은 따 놓은 당상이나 다름없었다.

따아악―!

상대 3번 타자는 99마일의 포심을 그대로 당겨 쳤고, 타구는 매우 빠른 속도로 나에게 향했다.

전형적인 유격수 정면 타구.

하지만 워낙 빠른 공이었기에, 끝까지 타구의 바운드에 집중하며 안정적으로 공을 잡아냈다.

그리고 그립을 평소처럼 잡아낸 후에 1루에 공을 던졌다.

“아웃!”

그렇게 뉴욕 양키스의 1회 초 수비가 끝이 났다.

뉴욕 양키스의 1회 말 공격 차례.

상대 마운드에는 오늘의 선발 투수인 리치 힐이 올라왔다.

18년 동안 메이저리그 10개 팀, 마이너리그 18개 팀, 윈터 리그 1개 팀, 독립 리그 1팀을 합쳐 총 30개 팀에서 뛴 전형적인 저니맨 스타일의 선수.

그 외에도 8번의 마이너리그 강등과 8번의 장기 부상자 명단에 오른 선수.

또한 11번의 FA와 3번의 방출, 수없이 많은 수술을 받은 선수로 메이저리그에서 인내의 아이콘이기도 한 리치 힐이었다.

아들을 희귀병으로 잃고도 10일 후에 스프링캠프로 향하는 그의 마음가짐은 대체 어땠을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과거로 돌아오기 전에 내가 롤모델로 삼았던 두 명의 선수 중에서 한 명이었다.

다른 선수는 늦은 나이임에도 1년짜리 계약을 하며 마지막까지 혼신을 불태웠던 뉴욕 양키스의 구로다 히로키.

두 선수 모두 인내와 노력과 끊임없는 자기 관리의 승리라고 불리는 표본이었다.

늦은 나이에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것 또한 나와 비슷한 상황이기도 했고.

“스트라이크 아웃!”

양키스의 1번 타자 DJ 러메이휴.

그는 그런 리치 힐의 5구로 들어온 낙차 큰 커브에 배트를 휘두르며 삼진 아웃으로 물러났다.

“Strong Man! The Strongest Man! Choi! Gang! Nam!”

그렇게 주자 없는 상황에서 내가 타석에 들어섰다.

난 예전부터 맞춰 잡는 투수에게 강한 편이었다.

다양한 변화구나 완급 조절을 하는 공을 감각적으로 받아치는 걸로는 KBO에서 도가 텄다는 평을 많이 받기도 했다.

물론 그때는 빠른 포심에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 약점을 커버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훈련하며 보낸 나에게 눈에 띄는 단점은 없을 것이다.

“볼!”

초구로 들어온 낙차 큰 아래로 떨어진 커브를 걸러냈다.

올해 한국 나이로 43세인 리치 힐.

확실히 나이에 비해 엄청난 공을 던지는 투수였다.

나 역시 30대 중반과 후반을 야구 선수로 보냈지만, 이때가 되면 하루하루 몸이 무거워진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실감이 되는 나이.

그런 면에서 리치 힐은 정말 여러 의미로 괴물같은 투수였다.

리치 힐은 그런 내게 특유의 와인드업 동작 후에 2구를 던졌다.

따아아아악―!

이번에도 비슷한 코스의 커브.

난 배트를 휘둘러서 그 공을 그대로 걷어 올렸다.

내가 밀어서 걷어낸 타구는 우측 담장을 향해 쭉쭉 날아갔다.

우익수가 담장 끝까지 따라가서 높이 뛰어 올랐지만, 잡아내지 못하는 홈런.

우측 담장이 짧은 양키 스타디움이 아니었다면 우익수 뜬공이었을 것이다.

‘무브먼트가 심하긴 하네.’

확실히 작년 부진을 견뎌내고 또다시 새롭게 태어난 리치 힐의 공은 쉽지 않았다.

난 배트를 가볍게 내려두고 빠른 속도로 베이스를 돌았다.

세리머니나 기뻐하는 내색을 딱히 보이지는 않았다.

같은 시기에 메이저리그에서 뛰어보지 못한 내 마음속 레전드에 대한 일종의 존경의 의미이기도 했다.

“저 투수의 공은 처음 보면 치기 힘든데. 루키 나이스 홈런.”

“제가 리치 힐의 광팬이거든요. 감사합니다.”

홈 플레이트로 들어오니 3번 타자인 우익수 에런 저지가 내 배트를 들고 축하해줬다.

그런 에런에게 감사의 표시를 하며 배트를 들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왔다.

“나이스 홈런!”

“저 커브를 첫 타석에서 넘기네.”

“역시 최연소 유망주!”

더그아웃에서 수많은 선수들의 환호를 받으며 벤치에 자리를 앉았다.

내 솔로 홈런으로 1:0으로 앞서게 된 뉴욕 양키스.

그렇게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1차전을 앞서가기 시작했다.

***

[채프먼이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삼진으로 잡아냅니다! 이렇게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1차전을 2:0 승리로 장식하는 뉴욕 양키스!]

[아까 열린 경기에서 보스턴 레드삭스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한테 졌기 때문에, 이제 양키스와의 경기 차이는 단 한 경기!]

[오늘 경기의 MVP로 최근 팀에 합류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최강남 선수가 받게 됩니다.]

[오늘 1회에 솔로 홈런을 쳐낸 것에 이어서 데드볼 하나를 포함해서 사사구를 3개나 얻어냈죠.]

[그렇습니다. 그리고 2번의 도루 시도를 모두 성공하면서 득점까지 성공한 최강남 선수였죠. 말 그대로 오늘 경기는 루키의 활약으로 승리하게 되는 뉴욕 양키스입니다.]

YES Network 해설진의 말 그대로 오늘 경기는 최강남의 활약이 특히나 도드라졌다.

수비에서는 에러 없이 8개를 범타로 잡아냈는데 그 중에서 안타성 타구는 2개.

특히 2아웃 2, 3루의 위기에서 2유간으로 빠지는 코스를 슬라이딩으로 잡아낸 수비는 팀을 위기에서 구원하는 좋은 플레이였다.

― 쟤 이제 16살 선수 맞냐? 진짜 괜찮게 하네

ㄴ 타격도 타격인데 주루에 수비까지 완벽하잖아

ㄴ 인정 저런 유격수 데려오려면 최소 4년 1000만 달러는 줘야 할 듯

ㄴ 거기에 이제 16살이니까 앞으로 성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하고

그런 플레이에 누구보다 까다로운 뉴욕 양키스의 팬들 역시 환호를 보냈다.

그렇게 오늘 경기를 승리하며 보스턴 레드삭스의 뒤를 바짝 쫓게 된 뉴욕 양키스였다.

***

“오늘 홈런도 좋았지만 좋은 선구안과 수비 역시 돋보이는 경기였는데요. 오늘 경기에 임했던 각오를 들을 수 있을까요?”

“저는 언제나 같은 생각으로 경기에 임합니다. 기적을 바라지 말자. 늘 제가 해왔던 노력만큼의 성과를 가져가는 것 같습니다.”

“정말 멋진 말이네요. 양키스에 합류해서 점점 주전 유격수의 입지를 단단히 굳혀가는 듯한 모습인데요. 혹시 팀 적응에 도움을 준 선수가 있을까요?”

“많은 선수들이 루키인 저에게 도움을 주셨지만, 특히 같이 키스톤 콤비로 뛰고 있는 오도어 선수가 많은 도움을 주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원정 경기 이동할 때 입는 양복도 사주셨고요.”

“생각보다 친절한 오도어 선수였네요. 오늘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비교적 평면적인 답변으로 MVP 인터뷰를 마쳤다.

마음 같아서는 오늘 탬파베이의 선발인 리치 힐의 광팬이라고 하고 싶지만, 패배 투수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도 예의는 아니었다.

프로에게는 프로만이 지켜줘야 하는 자존심이 있는 거니까.

“루키. 오늘 외식이라도 할까? 내가 뉴욕에서 제일 맛있는 스테이크라도 한번 살게.”

“괜찮아요.”

“루키가 선배 말에 거절하게 되어 있나?”

“정 그러면 다음 원정 때 맛있는 거 사줘요.”

“흠··· 오케이. 텍사스 음식은 내가 잘 알지.”

오늘 인터뷰를 뒤늦게 확인한 오도어가 기쁜 표정으로 장난을 걸어왔다.

다음 원정은 텍사스 레인저스.

그가 6년이나 뛰었던 팀이었기에, 다음을 기약하며 오늘 저녁은 양키스 식당에서 먹었다.

***

다음 날 열린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2차전.

1회 초 마운드에 올라온 제임슨 타이욘은 선두 타자에게 안타를 맞았다.

2번 타자는 체인지업을 타격했고 2루수인 오도어 정면으로 향하는 타구.

난 빠르게 2루 커버를 위해서 베이스로 달려갔다.

“아웃!”

오도어의 공을 받은 나는 베이스를 태그해서 일단 아웃을 잡아냈다.

“아웃!”

그리고 1루 주자의 높게 들어오는 슬라이딩을 뛰어올라 피한 후에 1루로 공을 던져 병살타를 잡아냈다.

“나이스 수비. 야구 하는 것만 보면 루키라고 부르기도 민망하네.”

“좋은 토스였어요.”

“당연하지. 내 2루 수비는 언제나 명품이라고.”

정석과도 같은 463병살타.

2루수인 오도어는 그런 내 수비에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

노아웃 1루의 위기가 순식간에 2아웃 주자 없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볼! 포볼!”

제임슨 타이욘은 다음 타자인 3번 타자와 9구까지의 승부 끝에 볼넷으로 주자를 1루로 보냈다.

존에 걸치는 공을 계속 잡아주지 않는 심판.

양쪽 스트라이크 존을 더 좁히며 타격을 해도 될 것 같다.

그렇게 어제는 더그아웃에서 자리를 지켰던 4번 타자 최지혁.

메이저리그에서 몇 안 되는 한국인 선수가 타석에 들어섰다.

따아아악―!

유독 우투수에게 강한 최지혁은 초구로 들어온 실투를 그대로 잡아당겨서 담장을 직격하는 2루타를 때려냈다.

그 사이에 1루 주자는 3루를 돌아 여유롭게 홈으로 들어왔다.

이렇게 선취점을 획득하게 된 탬파베이 레이스.

따아악―!

5번 타자는 2구로 들어온 체인지업을 제대로 당겨 쳤고 타구는 3유간으로 향했다.

여유롭게 좌익수 앞으로 떨어질 만한 타구.

하지만 타격과 동시에 공을 향해 달려간 내가 충분히 잡아낼 수 있는 코스였다.

타구를 향해 달려간 나는 그대로 왼손에 낀 글러브를 쭉 뻗었다.

글러브 안으로 공이 들어오는 둔탁한 감각이 느껴졌다.

“아웃!”

노바운드로 향한 빠른 타구를 잡은 후에 글러브 안에 들어있는 공을 꺼내서 심판에게 보여줬다.

그러자 거칠게 오른손 주먹을 앞으로 내지르는 심판.

그렇게 뉴욕 양키스의 1회 초 수비가 끝이 났다.

“좋은 수비. 오늘 경기 기대할게.”

“선배님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여기가 KBO도 아닌데 선배님은 뭐. 거기다가 난 MLB 말고 뛰어본 적도 없고.”

“그래도 국가대표로 만날 일이 오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좋겠네. 국가대표··· 늘 뛰고 싶긴 하지.”

2루 주자였던 최지혁과 이야기를 하며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1실점으로 끝나게 된 뉴욕 양키스의 수비.

이제는 뉴욕 양키스의 복수가 시작될 차례.

2번 타자인 나는 배트를 들고 대기 타석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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