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홈런왕의 탄생-74화 (74/126)

# 74

최연소 메이저리거 (4)

1루 주루 코치에게 보호대를 건네주고 리드폭을 살짝 벌렸다.

노아웃 1, 2루의 상황.

2루 주자는 DJ 르메이휴였다.

작년 145경기에 출전해서 타율 0.329에 출루율 0.383의 좋은 기록이었지만, 도루는 겨우 5개였다.

1번 타자치고 최악의 주루 실력을 갖고 있는 르메이휴였기에, 더그아웃에서 특별한 사인은 나오지 않았다.

“볼!”

거기다가 마운드 위의 상대 투수는 벌써 2연속 볼을 던지며 카운트가 몰렸다.

“볼! 포볼!”

연달아 파울로 걷어낸 애런 저지는 결국 볼넷을 얻어냈다.

뉴욕 양키스에서 늘 삼진과 볼넷이 가장 많은 그의 스타일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1회 말 공격부터 노아웃 만루의 찬스가 찾아왔다.

뉴욕 양키스의 4번 타자 포수 게리 산체스가 타석에 들어섰다.

작년 타율, 출루율, 장타율이 0.302/0.364/0.657.

따아아악―!

전형적인 파워 히터인 게리 산체스는 3구에 들어온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1회 말 뉴욕 양키스의 만루 홈런.

올해 1경기를 제외하고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한 상대 선발 투수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

그는 1회부터 퀄리티 스타트 자격을 박탈당했다.

***

“오늘 경기 너무 깔끔했어. 내일 경기까지 이기고 스윕 시리즈로 가져가자고.”

“고생하셨습니다!”

1회에만 4점을 얻은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2차전은 8:2 대승을 거두며 라이벌전에서 위닝 시리즈를 확정지었다.

상대 선발 투수는 5이닝 5실점을 하며 예상보다 빠르게 강판됐다.

뉴욕 양키스의 2선발인 게릿 콜은 7이닝 무실점의 호투를 보여줬다.

8회 7:0으로 앞서게 된 뉴욕 양키스는 여유롭게 패전 처리 투수를 기용하며 2이닝 2실점으로 승리했다.

물론 뉴욕 양키스의 패전 처리 투수조차 스몰 마켓의 필승조 수준의 연봉과 실력을 갖추고 있는 투수들이었다.

난 3타석에서 뜬공 하나와 안타와 볼넷을 추가했다.

볼넷으로 나갔을 때는 도루까지 하나 추가하며 주루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다섯 번째 타석에서 글레이버 토레스와 교체됐다.

재작년 이후로 타격에서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 글레이버 토레스는 삼진으로 그 기회를 날렸다.

그리고 고작 두 개의 땅볼 중에서 하나의 쉬운 타구를 실책까지 범하는 모습이었다.

이렇게 주전 유격수 경쟁에서 내가 좋은 포지션을 차지하게 되었다.

저녁을 먹고 가벼운 웨이트 트레이닝 후에 방으로 들어왔다.

부모님께 연락을 드리고 침대에 누웠다.

쏴아아―

저녁부터 꽤 많은 비가 쏟아지는 것을 보니 내일 경기는 아무래도 우천 취소의 가능성이 커 보였다.

그렇게 잠에 들었다.

***

‘오늘은 루키를 데리고 양복이나 사러 가야겠네. 어차피 내 것도 맞춰야 하니까.’

알람보다 10분 먼저 일어난 뉴욕 양키스의 2루수 루그네드 오도어.

그는 아침에도 여전히 내리고 있는 굵은 빗줄기를 보며 생각했다.

간단히 샤워를 한 오도어는 식사 집합 시간인 오전 9시에 식당으로 향했다.

딱히 강제성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메이저리그에는 워낙 예민한 투수들과 특이한 루틴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 많았으니.

오도어는 그런 면에서 보면 축복받은 메이저리거였다.

루틴이나 징크스 따위에 의존하지 않는 강한 성격이었으니까.

물론 예전 수염과 머리가 있던 시절에는 관리에 꽤나 신경을 쓰기는 했다.

하지만 이곳은 뉴욕 양키스.

수염은 강제로 밀게 되었고 머리는 더 이상 자라지 않게 된 오도어였다.

“루키. 좋은 아침이네.”

“야구 선수에게 최고의 아침은 비가 오는 날이긴 하죠.”

“역시 뭘 좀 아는 루키구만.”

식당에 도착한 오도어는 음식을 담아 최강남의 옆자리에 앉았다.

가벼운 인사에 능글맞게 대답하는 루키.

겸손하고 뻔뻔한 스타일은 베네수엘라 출신의 오도어에게 특히나 마음에 들었다.

“오늘 딱 봐도 우천 취소일 것 같은데, 같이 양복이나 사러 갈까?”

“좋죠. 안 그래도 원정 경기 이동 때 입고 갈만한 양복이 없어서 고민이었어요.”

“그건 어떻게 알아? 난 처음 메이저리그에 왔을 때 루키라고 농담하는 줄 알았는데.”

“음··· 제가 메이저리그 광팬이었거든요.”

“싱겁네. 조금 있다가 12시에 감독님이 우천 취소면 자율 훈련하라고 시간 줄 테니 그때 가자고.”

“알겠습니다.”

최강남의 놀리지 말라는 반응을 기대했던 오도어.

그의 무덤덤한 대답에 살짝 실망했지만, 뭐 이것도 나름 마음에 들었다.

이 루키에게는 신인의 열정과 베테랑의 노련함이 함께 있다는 것이 실생활뿐 아니라 경기에서도 돋보였으니.

***

“오늘 경기는 우천 취소로 확정됐어. 오늘 일정은 자율훈련으로 진행이야. 코치 도움 필요하면 이야기하고, 컨디션 관리 하고 싶은 사람은 좀 쉬도록 하고. 질문 있는 사람은 지금 말하도록.”

“···.”

“없으면 됐어. 혹시나 있으면 따로 감독실로 와서 말해. 이제 우리가 2위에 1위인 레드삭스랑 차이가 겨우 2경기야. 내일도 양키스 홈경기니까 다음 3연전도 꼭 위닝 시리즈로 가져오자.”

“알겠습니다!”

애런 분 감독은 선수들에게 이야기하고 자리를 떠났다.

코치 역시 딱히 훈련에 대한 압박은 전혀 없는 메이저리그.

확실히 KBO에 비해서 방치한다는 개념이 컸지만, 프로라면 본인의 몸 관리는 스스로가 하라는 그 마인드는 정말 마음에 들었다.

“루키! 얼른 갔다 오자고.”

“아까 들은 이야기인데, 양키스 숙소 근처에도 저렴한 양복집이 있다던데요?”

“나도 알지. 근데 원정 경기 때 얼마나 기자들이 많은 줄 알아? 어느 정도는 갖춰 입어야 좀 느낌 있잖아. 무슨 말인지 알지?”

“알겠어요. 들어가서 옷만 갈아입고 올게요.”

메이저리그에는 굉장히 귀찮은 규정이 하나 있다.

원정 경기 이동할 때 선수는 물론이고 모든 스태프들까지 양복과 넥타이와 구두를 신어야 한다는 사실.

비슷한 규모인 NBA(미국 프로 농구)의 선수들이 이동 시에 금목걸이에 멋진 사복을 입는 것과 비교하면, 굉장히 보수적인 메이저리그의 특징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 외에도 한국과 비교하자면 특이한 점이 꽤 있었다.

원정 경기에 Meal Money라는 식비를 주는데 현금으로 봉투에 담아서 준다.

말 그대로 자유롭게 식사를 하라는 아메리카의 마인드.

거기다가 가방을 직접 챙기고 옮기는 KBO와 달리 MLB는 장비팀 직원들이 챙겨주고 옮기는 시스템을 갖고 있었다.

선수들을 위한 특급 호텔과 전용기는 말할 것도 없었고.

말 그대로 선수들은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메이저리그였다.

직접 짐을 챙겨 싣고 10시간 가까이를 싸구려 버스에 이동하는 마이너리그.

그때와 비교했을 때 정말 하늘과 땅 차이였다.

그래서 많은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마이너리그에 가지 않으려고 발악하는 이유기도 했고.

“루키! 슈트 핏이 생각보다 좋은데?”

“원래 저 같은 슬림한 근육이 옷발을 잘 받기는 하죠.”

“그래도 넌 너무 말랐어. 피지컬을 더 키울 필요는 있어. 난 네가 메이저리그에 완벽하게 적응했으면 좋겠거든. 수비 잘하는 유격수가 타격까지 괜찮다니. 거기다가 유머 감각도 좋으면 누가 마다하겠어?”

“이것도 작년에 비하면 엄청난 노력으로 키운 겁니다. 당연히 내년에는 지금보다 훨씬 좋은 피지컬이 되겠죠. 제가 운동이랑 타격 루틴은 절대 빼먹지 않는 성격이라서요.”

“메이저리거라면 당연한 이야기지. 루키의 승격 축하 기념으로 오늘 옷이랑 구두는 내가 사지.”

오도어는 웃으며 직원에게 카드를 내밀었다.

“안 사주셔도 괜찮아요. 제 양복은 제가 사도 됩니다.”

“루키가 선배 말에 토 달게 되어있나? 정 고마우면 내 넥타이는 네가 사주던지.”

“감사합니다. 오래 깔끔하게 입겠습니다.”

“글쎄다. 얼른 그 양복이 맞지 않도록 피지컬부터 키우는 게 나을걸. 마이너리그 싸구려 버스에서 양복 입고 옛날 추억에 빠지지 않으려면.”

“충고 깊게 새기겠습니다.”

“뭐야? 사준다니까 아까보다 더 겸손해졌네.”

“그럼요. 언제나 돈 쓰는 사람이 갑이죠.”

루키를 챙기는 선배를 누가 싫어할까.

난 그런 오도어에게 비싼 넥타이를 선물했다.

그리고 오늘 점심은 오랜만에 외식을 했다.

이번에도 내가 산다는 것을 뜯어말리는 오도어에게 점심을 얻어먹었다.

아무래도 나중에 오도어에게 좋은 선물이라도 하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을 먹고 오도어의 차를 타고 다시 양키 스타디움으로 돌아왔다.

경기장으로 와서 타격 훈련장에서 가볍게 몸을 풀고 웨이트 트레이닝까지 마쳤다.

그렇게 뜻밖의 휴일이 끝이 났다.

***

[안녕하십니까! 뉴욕 양키스의 팬 여러분들. 어제와는 다르게 화창한 오늘입니다. 양키 스타디움에서 인사드립니다!]

[오늘은 동부 지구 5위 팀인 탬파베이 레이스와 붙게 되는 뉴욕 양키스입니다. 양키스에게는 특히나 이번 경기가 중요한 상황이죠?]

[그렇습니다. 최근 하락세를 보이는 동부 지구 1위 보스턴 레드삭스와 뒤를 바짝 쫓고 있는 뉴욕 양키스! 이번 3연전에서 좋은 결과를 보여준다면 지구 1위를 탈환할 수 있는 상황이기에, 더욱 오늘의 경기가 기대가 되네요.]

[뉴욕 양키스는 언제나 1위와 월드시리즈 우승을 향해서 달려야 하는 팀이니까요. 거기다가 레드삭스보다 아래 있는 뉴욕 양키스는 상상할 수도 없죠.]

[그렇습니다. 레드삭스가 현재 중부 1위를 달리고 있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붙었을 때 얼른 순위를 탈환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사실 뉴욕 양키스에게 이번 3연전은 당연히 스윕해야 하는 시리즈거든요. 상대는 동부 리그 최하위 팀이니까요. 오늘 뉴욕 양키스의 선발 투수는 루이스 세베리노! 루이스가 마운드에 올라옵니다.]

양키스에 속해있는 YES(Yankees Entertainment and Sports) Network의 해설진은 평소처럼 편파 중계를 시작했다.

오늘 경기는 해설진의 말대로 뉴욕 양키스에게 있어서 절호의 기회였다.

매년 7월 초에 있는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을 기준으로 리그의 전반기와 후반기가 나뉜다.

다음 주에 있을 원정 3경기 후에 올스타전이 시작되기에, 사실상 6경기가 마지막 전반기 일정.

이 기간을 1위로 끝내는 것은 2위로 마치는 것과 비교했을 때 선수들의 사기에 상당한 차이가 있기 마련이었다.

― 맞지 뉴욕 양키스는 언제나 1위지

ㄴ 레드삭스 주제에 1위라니. 대진 운이 좋긴 했지

ㄴ 그놈들은 라이벌도 아니야

ㄴ 맞지 같은 지구 아니면 어디 쳐다도 못 볼 것들이

ㄴ 우승 횟수가 3배가 차이 나는데 라이벌이라 부르는 것도 웃기긴 하지

― 연봉 많이 쳐 받아먹고 뭐 하냐?

ㄴ 레드삭스한테 밀려서 2위인 것도 수치야

ㄴ 인정 이번 3연전 무조건 스윕 해야 돼

ㄴ 탬파베이한테 한 경기라도 지면 바로 팀 해체해라

특히나 팬들에게 있어서 전반기 1위와 2위의 차이는 체감이 더욱 컸기에, 오늘 양키스 팬들의 채팅은 평소보다 과격했다.

“플레이 볼!”

그렇게 뉴욕 양키스와 탬파베이 레이스의 1차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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