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3
최연소 메이저리거 (3)
[전 타석에서 초구로 1타점에 이어서 동점 득점까지 만들어낸 최강남 선수가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섭니다.]
[오늘 출전으로 메이저리그 최연소 데뷔의 역사를 새롭게 쓴 최강남 선수죠?]
[그렇습니다. 데뷔전 첫 타석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준 한국의 유망주! 애덤 오타비노가 그런 최강남에게 초구를 던집니다.]
[초구를 제대로 밀어 쳤어요! 우중간을 쭉쭉 뻗어 나가는 타구! 상대 우익수는 공을 따라가기를 포기하면서 끝내기 홈런을 쳐냅니다! 데뷔전에서 양키스에게 중요한 경기의 승리를 안겨주는 최강남!]
[지금 배트 플립에 세리머니까지 보여주는 모습이네요. 완벽한 데뷔전을 보여주는 한국의 최연소 메이저리거!]
한국의 메이저리그 독점 중계사인 MBS 스포츠 해설진.
그들은 메이저리그 최연소 신인의 등장에 흥분하며 해설을 이어갔다.
그리고 그 신인이 오늘 첫 타점에 이어서 끝내기 홈런까지 쳐냈다.
― 배트 플립에 세리머니 뭐야? 메이저에서 저래도 되나?
ㄴ 끝내기 홈런이잖아
ㄴ 아무리 그래도 메이저리그인데 내일 빈볼 하나쯤은 날라오겠는데?
ㄴ 첫 타석만 조심하면 될 듯
ㄴ 두 번째 타석에서 빈볼 던지면 그건 진짜 싸우자는 거지
ㄴ 벤클의 제왕 오도어 있잖아
ㄴ 최강남도 벤클은 만만치 않지 저번에 복싱 스텝 밟던 거 아직도 기억난다
ㄴ ㅇㅈ 그때 화끈했지 스포츠 영상 1위까지 했는데
― 최강남 메이저 데뷔 못 한다고 말했던 애 어디 갔냐?
ㄴ 최연소 데뷔에 이런 활약이면 초특급 유망주 인정이지
ㄴ 와 17살 한국인이 메이저 끝내기 홈런을 치네
ㄴ 역시 인생은 모르는 거라니까
그런 최강남을 한국의 시청자들 역시 의식하기 시작했다.
***
“오늘 데뷔전에서 2타수 2안타 1홈런 2타점을 보여주면서 MVP를 받게 되셨는데, 지금 소감이 어떠신가요?”
“좋은 결과를 얻게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3:2로 양키스의 역전승.
당연하게도 레드삭스와의 1차전 MVP는 내가 받게 되었다.
“특히나 끝내기 홈런 이후에 배트 플립과 세리머니가 인터넷에서 많은 화제가 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혹시 비하인드 스토리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상대 포수와의 약간의 마찰이 있었는데, 끝내기 홈런을 치고 제가 살짝 흥분했나 보네요.”
“그렇군요. 이걸로 팬들의 궁금증이 해소되었다면 좋겠네요. 오늘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간단하게 MVP 인터뷰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오늘 경기 이기느라 고생 많았다. 앞으로 있을 레드삭스와의 2연전과 다음 홈 3연전도 좋은 결과 가져오자고.”
“고생하셨습니다!”
뉴욕 양키스의 애런 분 감독은 선수들을 불러 모아 이야기했다.
표정이 상당히 밝은 것을 보니 오늘 결과가 상당히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그런 감독은 이야기가 끝나고 나에게 말을 걸었다.
“내일 경기부터 2번 유격수로 선발 출장시킬 계획이네. 혹시 오늘 배트 플립으로 인해서 내일 경기가 걱정되나?”
“아닙니다. 내일도 오늘처럼 좋은 활약 할 수 있도록 노력 해보겠습니다.”
“그래. 많은 기대 하겠네.”
난 그런 애런 분 감독에게 내일 경기가 두렵지 않다는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곧 주전 유격수로 뛰던 히오 우르셸라가 돌아올 테니, 고작 빈볼 따위가 두려워서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없었다.
콜롬비아 출신의 선수인 히오 우르셸라.
작년 타율, 출루율, 장타율은 0.253/0.286/0.381로 좋은 타격을 하는 선수는 아니었다.
안정적인 수비로 뉴욕 양키스의 주전 유격수로 뛰었던 선수인 히오 우르셸라.
내가 남은 경기에서 안정적인 수비와 더불어 훨씬 좋은 타격을 보여준다면 충분히 주전 경쟁을 해볼 만한 수준의 선수였다.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은 다함께 숙소 호텔 식당으로 향했다.
어제처럼 오늘의 식단도 뷔페였다.
“루키. 오늘 경기 멋졌어. 고생했으니 많이 먹고 내일 경기도 좋은 모습 보여줘.”
“고생하셨어요.”
음식을 받기 전에 누군가 내 어깨를 툭 건드리며 이야기했고 난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는 오늘 선발 투수인 코리 클루버가 무표정으로 있었다.
한국 나이로 무려 37살인 그는 언제나 똑같은 표정으로 팬들에게 화제인 선수였다.
그 많은 나이에 양키스로 이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투구를 보여준 후에 결국 명예의 전당에까지 들어가는 투수.
난 그런 투수에게 예의를 갖춰서 대답했다.
음식을 잔뜩 덜고 나서 테이블에 자리를 잡으니 오도어가 옆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루키! 아주 멋졌어. 라이벌 매치에서 배트 플립은 기본이지. 누가 너 건들면 내가 지켜줄 테니 내일 경기는 걱정하지 말라고. 그것보다 너무 말랐다. 오늘 밥 먹고 나랑 같이 웨이트 하러 갈까?”
“네. 안 그래도 벌크업을 하려고 생각 중입니다.”
“아주 좋은 마인드야. 타자는 마르면 안 돼. 나도 벌크업에 집중하고 나서 홈런 개수도 늘어나고 162경기 풀로 치른 시즌까지 있잖아. 나 누군지는 알지?”
“그럼요. 초등학생 때 텍사스와 토론토 경기 너무 재밌게 봤습니다.”
“세상에 2016년에 초등학생이었다고? 그래도 걱정하지 마. 난 상대 배트 플립은 응징해도 언제나 같은 팀 편이니까. 우리 루키는 그런 일이 생기면 내 등 뒤에 있으라고.”
“감사합니다.”
“그래! 맛있게 먹고 같이 웨이트 하러 가자고.”
베네수엘라 출신의 루그네드 오도어.
그는 2016년에 배트 플립을 했던 토론토의 호세 바티스타에게 턱주가리를 날려줬던 텍사스의 타자였다.
2021년에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 된 그는 깔끔하게 면도를 한 모습이었다.
거기에 탈모로 인해서 머리까지 민머리인 모습.
확실히 전보다 순박한 다람쥐 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결혼식 뷔페 수준의 호화로운 식단에 푸짐하게 2접시를 비우고 오도어와 함께 트레이닝 센터로 향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야구도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사회생활도 꽤 중요했다.
특히 나 같은 1년 차 루키에게는 더더욱.
“뭐야. 완전 마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근육이 좀 있네. 키랑 몸무게가 어떻게 돼?”
“188cm에 86kg입니다.”
“6피트 2인치면 생각보다 크네. 보기보다 무게도 꽤 나가고. 웨이트는 꾸준히 하고 있었어?”
“네. 작년 8월부터 주 4회 이상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좋네. 몇 경기 하고 퍼질 정도로 체력이 부족하지는 않겠구만.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알겠습니다.”
“그래. 오늘 휴대폰이 연락으로 불났을 텐데, 충분히 만끽하고 내일은 새로운 마음으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라고. 나도 메이저리그 데뷔 9년 차지만, 매일 새로운 각오를 하면서 경기에 뛰니까.”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역시 난 예의 바른 루키가 좋아. 건방진 놈들은 금방 마이너로 내려간다니까. 나 들어간다.”
“고생하셨습니다.”
비록 지금은 귀여운 다람쥐가 되어버린 오도어였지만, 위압감은 예전의 수염과 머리가 있던 시절과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렇게 개인 숙소로 돌아가서 샤워를 마치고 휴대폰을 확인했다.
부모님을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정말 불이 날 정도로 연락이 와있었다.
먼저 부모님께 전화를 드리고 다른 연락에도 답장을 했다.
커너의 문자에는 내가 메이저리그에 승격했으니, 57만 5천 달러(약 6억 3천 500만 원)의 연봉을 받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 있었다.
이제 확실히 돈 걱정은 전혀 안 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나의 목표는 뉴욕 양키스의 주전 유격수로 내 입지를 단단히 하는 것.
그렇기 위해서는 내일 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이 필요했다.
조금 이른 시간에 내일을 위해서 잠에 들었다.
***
“정말 최강남을 주전으로 써도 괜찮겠습니까? 아니면 글레이버 토레스를 오늘 출전시켜도 괜찮지 않을까요?”
“어제 이야기 했던 대로 최강남을 스쿼드에 올리자고.”
“정말 괜찮은 유망주가 생겼는데, 괜히 오늘 빈볼이나 벤치 클리어링에 다칠까 봐 걱정이 됩니다.”
“아무리 어려도 그는 메이저리거야. 본인의 행동에는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하는 프로라고. 최강남이 메이저리거가 될 자격이 충분한지 오늘 지켜보자고.”
“알겠습니다.”
뉴욕 양키스의 타격 코치인 마커스 템즈.
그가 상당히 걱정 어린 눈으로 감독인 애런 분에게 이야기했다.
애런 분은 그런 코치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이야기했다.
애런 분 감독도 사실 어제 최강남의 세리머니를 보고 잠시 고민했다.
안 그래도 없는 유격수 자원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초특급 유망주.
그가 부상이라도 당한다면 7월 트레이드까지 당장 쓸 유격수조차 없는 상황이었으니.
하지만 어제 최강남의 눈빛에는 자신감이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애런 분 감독은 그런 유망주를 한번 믿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
“루키. 어제 일 때문에 많이 걱정돼?”
“조금은 걱정됩니다.”
“오늘 2번 타자로 출장한다며. 내가 1회에 출루하면 빈볼은 못 던질 거야. 메이저리그가 복수를 메커니즘으로 돌아가지만, 1회부터 1, 2루로 시작하는 멍청이가 어딨겠어? 나만 믿어.”
“감사합니다.”
“그래. 그리고 아무리 라이벌인 레드삭스여도 어제 데뷔한 루키에게 머리로 던지는 놈이면 오도어는 물론이고 나도 절대 못 참지. 오늘도 좋은 활약 기대할게.”
경기 시작 전 몸풀기 시간.
1번 타자로 스쿼드를 배정받은 DJ 르메이휴가 웃으며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어제 보여줬던 패기 넘치는 플레이가 양키스 선수들의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대부분 나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니 말이다.
“플레이 볼!”
몸 풀기 후에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2차전이 시작됐다.
뉴욕 양키스의 선발 투수는 게릿 콜.
평균 구속 98마일(157km/h)에 최고 구속 102마일(164km/h)의 포심을 던지는 투수였다.
단순히 구속만 빠른 것이 아니라 수직, 수평 무브먼트 역시 최상위라고 평가받는 게릿 콜.
우완 파이어볼러의 스타일이었다.
20-80 기준으로 80점인 포심.
거기다가 70점인 슬라이더와 더불어 수준급의 체인지업까지 보유하고 있는 투수였다.
뉴욕 양키스가 아니면 충분히 1선발로 뛰어도 손색이 없는 게릿 콜.
“스트라이크 아웃!”
그가 두 타자 연속으로 레드삭스의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3번 타자는 삼진이 두려웠는지 초구로 들어온 포심을 타격.
타구는 내 정면으로 떴고 콜을 외친 후에 안정적으로 잡아내며 1회 초 수비를 삼자범퇴로 마무리했다.
상대의 선발 투수는 2선발인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
작년 18승 7패에 방어율 3.63, 214개의 삼진을 잡은 투수였다.
방어율은 비교적 높은 편이었지만, 이닝당 평균 1.04개의 삼진을 기록한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
34경기에 선발로 나와서 3경기를 제외하고 전부 6이닝 이상을 던졌던 투수기도 했다.
그 중에서 퀄리티 스타트만 무려 25개.
따악―!
그런 투수의 공을 1번 타자인 DJ 르메이휴가 초구부터 타격했다.
타구는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가 나오며 여유롭게 1루에 안착하는 모습.
“Strong Man! The Strongest Man! Choi! Gang! Nam!”
노아웃 1루의 상황에 2번 타자인 내가 타석에 들어섰다.
“운도 좋네? 첫 타석에서 복수라도 해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두 번째 타석에서 빈볼 던지는 것도 메이저리그의 불문율에 어긋나는 건 알죠?”
“어제 인터뷰 보고 참는다. 데뷔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쳤으니, 너도 좀 흥분했을 테니까. 한 번 더 그딴 행동 했을 때는 정말 머리로 던지라고 사인 보낼 거야.”
“먼저 도발하는 성격은 또 아니라서. 물론 상대 도발에 참는 성격도 아니기도 하고.”
“거기까지. 경기에 집중해.”
타석에 발을 올리자마자 어제처럼 상대 포수의 트래시 토크가 시작됐다.
서로 몇 마디를 주고받은 신경전은 심판의 제지에 끝이 났다.
상대 투수는 90마일 중반대의 포심과 슬라이더와 커브를 던지는 쓰리 피치 스타일.
좌완 투수였기에 변화구에 대한 부담감은 적었다.
투수가 1루 주자를 흘깃 보더니 나에게 짧은 세트 포지션 후에 초구를 던졌다.
“볼!”
바깥쪽으로 공 한 개는 빠지는 포심.
아무래도 어제 두 번의 타석에서 모두 초구를 타격했던 내 플레이를 의식한 모습이었다.
“볼!”
2구는 낮은 코스의 커브.
방망이도 움찔거리지 않고 가볍게 걸러냈다.
따악―!
3구로 들어오는 공은 몸쪽 슬라이더.
힘껏 당겨 쳤지만 빗맞은 공은 힘없이 좌측으로 향했다.
타구는 운 좋게도 좌익수와 유격수가 잡을 수 없는 코스에 떨어지며 행운의 안타가 나왔다.
이렇게 1회 말 공격부터 노아웃 1, 2루의 좋은 찬스를 잡게 된 뉴욕 양키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