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홈런왕의 탄생-71화 (71/126)

# 71

최연소 메이저리거 (1)

“정말이야? 벌써 메이저리그 콜업이라고?”

“그렇습니다. 뉴욕에 아는 관계자한테 제가 똑똑히 들었습니다. 이번에 최강남 선수를 빅 리그로 올리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대요.”

“세상에. 만으로 16세였지? 2년 안에만 데뷔해도 대박이라고 생각했는데.”

“만약 올해 데뷔한다면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연소 나이입니다.”

“사람 일은 모른다더니, 일이 이렇게 풀릴 수도 있네.”

MBS의 스포츠국 스포츠 기획부 부장인 박민철.

그는 김동환 대리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최강남이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연소 데뷔라는 사실 때문은 아니었다.

애초에 그는 야구 룰도 정확하게 모르는 평범한 직장인이었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MBS의 메이저리그 독점 계약 제안서를 기획했던 박민철 부장.

지금 전화를 하고 있는 김동환 대리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었다.

“아무래도 경험이나 체력적으로 풀타임은 무리겠죠. 하지만 올해 데뷔만 해도 한국은 물론이고 메이저리그의 역사에 남는 엄청난 뉴스입니다. 이걸로 특집 한번 만들어볼까요?”

“그래. 특집으로 만들어서 제대로 시선 한번 끌어봐. 자네만 믿겠네.”

“알겠습니다.”

한국의 최대 스포츠 방송사인 MBS.

작년부터 메이저리그 독점 중계권을 가지고 있는 방송사이기도 했다.

하지만 예상외로 큰 수익이 나지는 않았다.

활약하던 한국 선수들은 부진한 기록을 내기 일쑤였고, 한국에서 좋은 활약을 하고 미국으로 건너간 선수들은 전부 메이저리그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었다.

메이저리그 중계가 많은 인기를 받으려면 평소에 MLB를 챙겨보지 않는 시청자들을 끌고 와야 했다.

하지만 화젯거리를 전혀 잡을 수 없었던 상황.

이로 인해서 시말서는 물론이고 감봉까지도 어느 정도 감수하고 있었던 박민철 부장이었다.

‘어쩌면 최강남 이 어린 친구가 다시 한국에 메이저리그 열풍을 불러올지도 모르겠네.’

그런 상황에서 최연소 데뷔를 하는 한국인이라니.

웃음이 절로 나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박민철 부장의 허락을 받은 김동혁 대리를 주축으로 한국에 최연소 메이저리거의 데뷔 가능성에 관한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

오늘 트렌턴 선더의 경기 시간은 오후 5시.

평소라면 오후 3시쯤 집합이었지만, 페르디난드 감독은 오전 9시에 모든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오늘 이른 시간부터 부른 이유는 좋은 소식을 알려주기 위해서입니다.”

페르디난드 감독의 말에 선수들의 표정이 전부 밝아졌다.

더블 A에서 좋은 소식이라면 당연히 승격밖에 없었으니.

“오늘 트리플 A 그리고 빅 리그로 승격하는 선수가 있습니다. 일단은 스티브와 앨런.”

“네.”

“스티브와 앨런은 오늘부로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트리플 A로 승격하게 됩니다.”

동료의 승격 소식.

비록 얼마 같이 뛰지는 못했지만,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선수들이 박수를 치며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빅 리그인 뉴욕 양키스로 승격하는 선수는 단 한 명입니다. 최강남 선수. 축하합니다. 만약 올해 경기에 출전한다면 메이저리그 최연소 기록의 역사를 새롭게 쓰겠네요.”

“감사합니다.”

페르디난드 감독은 진심으로 축하해주며 내 어깨를 두드렸다.

난 그런 감독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렇게 3명의 승격 소식을 전해준 페르디난드 감독은 잠시 작별 인사를 할 시간을 선수들에게 줬다.

“슈퍼 루키! 펄래스키 양키스에서 처음 볼 때부터 넌 메이저리그에 금방 올라갈 거라는 걸 알았지. 그게 올해일지는 정말 몰랐지만 말이야.”

“고마워요. 로버슨도 금방 올라왔으면 좋겠네요.”

“당연하지. 내 꿈은 언제나 양키 스타디움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이었다고.”

루키 어드밴스드 리그에서부터 가장 친하게 지냈던 포수 로버슨.

그와 악수 대신 가벼운 포옹으로 작별 인사를 했다.

“역시 슈퍼스타. 벌써 메이저로 가네. 나는 네 나이에 밤새 술 마시고 선발 등판하곤 했는데.”

“베네수엘라에서도 그건 불법이잖아요.”

“우리는 법이랑 돈에 관대하거든.”

베네수엘라 출신의 투수인 케이든.

그는 가벼운 농담을 던지며 주먹을 갖다 댔다.

난 그의 주먹에 내 주먹을 맞대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고마웠어. 되게 짧은 시간이었는데 네 덕분에 어떻게 치열하게 보내야 할지 깨달은 것 같다. 올라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양키 스타디움에서 만났으면 좋겠다.”

“분명 올라올 겁니다. 제가 확신하죠.”

“빈말이어도 고맙다. 알려준 투수 분석 확실히 해서 좋은 기록으로 올라갈게.”

더블 A에서 같은 방을 쓰고 키스톤 콤비를 이뤘던 2루수 데이브.

그와 악수를 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분명 올라올 것이다.

내가 메이저리그로 왔을 때 데이브는 빅 리그 2루수로 꽤나 유명한 선수였으니까.

물론 그때는 양키스가 아닌 다른 팀이었지만.

이렇게 선수들과 인사를 마치고 2대로 나눠진 버스로 향했다.

“예비 캡틴! 아쉽네. 같이 양키스로 갔으면 좋았을 텐데.”

“금방 올라오겠죠. 스티브의 싱커는 메이저리그 급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니까.”

“내가 메이저로 올라가면 너 괴롭힌 놈들 전부 이름 적어서 줘. 복수해 줄게.”

“됐어요. 내가 무슨 애인가.”

“애 맞지. 어쨌든 몸조심하고 양키스에서 보자고.”

내 복수로 빈볼을 던져줬던 스티브.

그와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누고 메이저리그로 가는 버스에 탔다.

생각보다 이른 메이저리그 콜업.

하지만 그동안 많은 준비를 해왔기에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

현재 뉴욕 양키스의 감독인 애런 분.

애런 분 감독은 메이저 리그 역사를 통틀어 최초의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

데뷔 후 첫 2시즌 동안 100승 이상이라는 대단한 성과.

심지어 두 번째 시즌인 2019년에는 부상자 명단에 올랐던 선수만 무려 30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년 만의 지구 우승까지 달성했던 애런 분.

말 그대로 우수한 팀 관리를 해낼 수 있는 감독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올해는 좀 심하네.’

그런 애런 분이었지만 현재 2022년은 19년도보다 상황이 훨씬 좋지 못했다.

벌써 24명의 선수가 부상자 명단에 올랐고 그중 11명의 선수만이 복귀했다.

그렇다고 이번 시즌을 포기하기에는 너무 이른 상황이었다.

동부지구 3위이긴 했지만, 1위인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게임 차는 겨우 4경기.

아직 리그의 전반기를 다 치르지도 않았기에, 충분히 지구 우승을 노려볼만한 뉴욕 양키스였다.

내일부터 이어지는 홈 3연전은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는 레드삭스와의 경기.

사실상 전반기에 가장 중요한 리그 일정이었다.

지이잉―

그때 애런 분 감독의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감독님. 최강남 선수 도착했다고 합니다. 코치 붙여서 시설 안내 지도할까요?”

“아니. 나랑 먼저 대화하고 그다음에 안내해줘. 오늘은 경기도 없으니까 여유롭잖아.”

“알겠습니다. 그러면 일단 감독실로 부르겠습니다.”

애런 분 감독은 전화를 끊고 어제 캐시먼과의 대화에 대해서 생각했다.

16살 유격수의 빅 리그 콜업.

공식 경기 기록만 보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수비에서 에러는 없었고 평가도 좋은 편이었다.

특히 타격면에서는 솔직히 기대 이상이었다.

아무리 더블 A라지만 5경기에 8홈런을 쳐낸 유망주.

이런 최악의 상황이 아니라면 내년에 여유롭게 빅 리그에 올라올 선수였을 것이다.

‘나이가 조금만 많았어도 안정감이 훨씬 컸을 텐데.’

문제는 겨우 16살이라는 나이였다.

괜히 메이저리그의 프런트들이 거액의 계약금을 주고도, 데뷔 시즌이나 그다음 해까지 마이너리그에서 유망주들을 묵혀 쓰는 것이 아니었다.

본인도 메이저리그에서 많은 경기를 뛰어봤던 애런 분.

심지어 그는 2년마다 팀이 바뀌던 저니맨 스타일의 선수였다.

그렇기에 새로운 팀에서의 부담감은 더욱 확실히 알고 있었다.

똑똑―

“들어와.”

“이번에 승격한 최강남 선수입니다. 전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알겠어.”

애런 분 감독은 오늘 승격한 최강남의 얼굴을 바라봤다.

생각보다는 평온하고 차분한 표정.

‘침착해 보여서 좋네. 이런 모습이 경기에서도 계속되면 좋으련만.’

애런 분 감독은 그런 최강남에게 말을 시작했다.

***

“알겠습니다.”

“그래. 혹시라도 생활하면서 힘든 문제점 있으면 나한테 이야기하고.”

“네.”

애런 분 감독과의 이야기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특별한 이야기는 없었다.

생활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와 이곳에서 금지하는 몇가지 조항을 알려줬다.

수염을 기를 수 없다는 것과 부상의 위험 때문에 농구는 할 수 없다는 그런 이야기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코치에게 뉴욕 양키스의 생활 시설에 대한 소개를 받았다.

1인 1실의 숙소, 그리고 무상으로 제공되는 호화로운 식단.

역시 메이저리그의 시설은 초호화 그 자체였다.

간단하게 저녁 식사를 마치고 연락들에 답장을 해줬다.

부모님을 비롯해서 예전에 같이 야구를 했던 한국의 친구들에게 온 연락이 대부분이었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내 기사가 많이 나오는 듯했다.

그렇게 양키 스타디움에서의 첫날이 끝이 났다.

***

‘아무래도 오늘 선발 출장은 무리겠지.’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1차전.

애런 분 감독은 스쿼드에 최강남의 이름을 뺐다.

어제 팀에 합류해서 아직 적응 기간이 필요하기도 했고, 바로 선발 출장으로 넣기에는 어린 나이가 여전히 부담이 됐다.

“플레이 볼!”

그렇게 전반기에서 가장 중요한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1차전이 시작됐다.

뉴욕 양키스의 선발은 코리 클루버.

37살의 나이로 예전에 비해 기량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많이 받지만, 그는 사이 영 상을 2차례나 수상한 아메리칸 리그의 대표적인 우완 투수.

“스트라이크 아웃!”

오늘도 감독의 기대를 한껏 끌어올리는 투구를 보여줬다.

삼자범퇴로 기분 좋은 출발을 하게 된 뉴욕 양키스.

상대 선발 투수는 크리스 세일이었다.

사이 영 상은 없지만 AL 탈삼진왕 2회를 기록한 크리스 세일.

토미존 수술 후 올해 재활에 성공한 그는 명실상부 보스턴 레드삭스의 에이스로 동부 지구 1위로 팀을 이끌고 있었다.

경기는 무난하게 투수전으로 흘러갔다.

6회까지 0:0의 스코어.

이변은 7회 초에 일어났다.

2아웃 2루의 상황에서 코리 클루버의 실투를 그대로 담장 밖으로 넘겨버린 라파엘 데버스.

우측 담장 거리가 짧아서 좌타자에게 유리한 양키 스타디움의 장점이 단점이 되는 순간이었다.

우우―

뉴욕 양키스의 홈구장을 찾은 수많은 팬들.

그들은 당연하게도 상대 타자가 베이스를 도는 동안 야유를 날렸다.

“스트라이크 아웃!”

코리 클루버는 그런 분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삼진을 잡아내며, 7회 초를 추가 실점 없이 끝냈다.

7회 말 뉴욕 양키스의 공격.

따악―!

선두 타자가 안타를 쳐내며 노아웃 1루의 찬스를 맞이하게 됐다.

“희생번트 지시해. 그리고 최강남 대타 준비시켜.”

“알겠습니다.”

애런 분 감독이 타격 코치인 마커스 템즈에게 이야기했다.

메이저리그에 데뷔하는 16살의 어린 타자를 이런 부담감 있는 순간에 출전시키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오늘 선발로 출전한 유격수가 2타석에서 삼진과 병살을 기록했다.

거기다가 수비에서는 에러만 벌써 2개.

울며 겨자 먹기로라도 최강남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아웃!”

희생번트는 성공했고 1아웃 2루의 상황.

“Strong Man! The Strongest Man! Choi! Gang! Nam!”

양키 스타디움에는 최강남의 응원가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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