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홈런왕의 탄생-70화 (70/126)

# 70

더블 A (10)

[최강남 선수가 에녹의 5구인 바깥쪽 포심을 타격! 공은 쭉쭉 뻗어나가서 우측 펜스를 넘어갑니다!]

[방금 공의 구속이 무려 99마일(159km/h)이었어요. 에녹의 공식 최고 기록의 공을 담장 밖으로 넘겨버리는 최강남! 역시나 트렌턴 선더의 해결사다운 모습입니다!]

[지금은 펜스를 넘어서 경기장 밖으로 나갔죠. 장외 홈런으로 2:0으로 앞서는 트렌턴 선더!]

해설진은 에녹이 99마일의 공을 던졌다는 것을 강조하며 해설을 이어갔다.

99마일(159km/h).

아무리 강속구 투수가 많은 메이저리그였지만, 그런 공을 던지는 투수는 마이너리그에서 흔하게 볼 수 없었다.

― 와 에녹도 메이저리그 금방 가겠네 99마일을 던지네

ㄴ 그 공을 경기장 밖으로 넘긴 최강남은 더 빨리 가야지

ㄴ 금방 올라가지 않을까? 요즘 양키스 선수들 줄부상에 유격수는 난리 났는데

ㄴ 아무리 그래도 겨우 16살인데

ㄴ 나이가 중요하냐?

ㄴ 인정 프로는 결과로 말해야지

시청자들은 99마일의 공을 경기장 밖으로 넘긴 최강남을 더욱 주목하기 시작했다.

***

따아아아악―!

버밍햄 배런스의 선발 투수로 나온 에녹은 뒤를 돌아보지도 않았다.

맞는 순간 저 공이 담장을 넘어간다는 사실은 당연했다.

뒤돌아서 타구를 확인하는 대신에 표정을 잔뜩 구기고 포수를 노려보는 에녹.

한숨을 잔뜩 쉰 에녹은 그 후로 포수의 리드를 무시하고 본인이 볼 배합을 결정하기 시작했다.

에녹의 입장에서는 당연했다.

애초에 최강남에게 바깥쪽 공으로 승부를 하자고 제의했던 건 투수 코치와 포수.

바깥쪽 코스를 홈런으로 만들었던 대부분의 공이 변화구였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에녹은 그 이야기에 처음부터 반대했다.

자존심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자신감도 있었다.

미국 고교야구 근 10년 동안 최고의 투수라고 평가받는 에녹.

그는 1학년부터 주전으로 대회 우승을 이끌었고, 3년 동안 고작 4실점이 전부였다.

그리고 놀랍게도 4실점에는 홈런이 하나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고교야구 시절에도 홈런 타자들을 몸쪽 포심으로 삼진을 잡았던 근거 있는 자신감.

심지어 최강남은 겨우 16살이었으니, 더욱 자신감이 컸다.

하지만 코치와 포수의 반대에 바깥쪽 코스로 승부를 했고 홈런을 맞았다.

승부욕이 유독 강한 에녹.

거기에다가 메이저리그를 목표로 하는 어린 선수라면 이런 상황에서 화가 나지 않는 것이 이상할 따름이었다.

“스트라이크 아웃!”

그런 에녹은 최강남 다음으로 올라온 5번 타자인 샘을 97마일 포심으로 삼진을 잡아냈다.

그렇게 1회 말을 끝내고 마운드에서 내려와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미안해. 바깥쪽 코스도 저렇게 잘 칠 줄은 몰랐어.”

“난 우완 투수야. 거기다가 강속구를 던지는 우완 투수. 우타자에게는 당연히 몸쪽 높은 코스로 삼진을 잡아내는 게 최고의 선택인 거 몰랐어? 내가 처음부터 그렇게 반대했잖아.”

“그래. 다음 타석부터는 그렇게 승부하자.”

“당연하지. 그놈의 스카우팅 리포트, 체계적인 분석 따위에 의존 안 해도 된다고. 여기는 메이저가 아니라 더블 A고 쟤는 양키스의 타자가 아니라 트렌턴 선더의 고작 16살짜리 타자야.”

“그래. 오늘 경기 끝날 때까지 최대한 네 리드를 따를게.”

포수인 매트가 사과를 했지만 전혀 개의치 않고 에녹은 화를 낸 후에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퍼억―!

“Fuck!”

그리고 더그아웃 벽에 글러브를 집어던지고 고함을 지른 후에 거칠게 벤치에 앉았다.

올해 더블 A에서 마이너리그 생활을 시작한 루키.

하지만 어떤 선수도 그런 에녹에게 경고를 주는 말은 할 수 없었다.

메이저리그 승격이 확정된 초특급 유망주.

무려 700만 달러의 계약금을 받은 고졸 선수였다.

버밍햄 배런스 선수들의 모든 계약금을 합쳐도 가뿐히 넘는 금액.

거기에 선발 투수에게는 최대한 말을 안 붙이는 것이 동업자로서의 예의이기도 했다.

물론 에녹은 유독 선발 등판 날에 까칠하고 신경질적이기는 했지만.

‘남의 말 듣고 결정해서 첫 홈런을 맞으면 그럴 수도 있지.’

아까 욕을 먹은 포수인 매트는 에녹의 이런 과한 제스처가 이해가 되기도 했다.

고교 야구 4실점 중에 피홈런은 없었고, 이번이 공식 경기 첫 피홈런.

사실상 에녹이 4년 만에 맞는 홈런을 본인의 의지대로 던지지 못했으니까.

“아웃!”

거기에 타선은 1회에 이어서 2회에도 상대 선발인 스티브에게 힘을 전혀 못 쓰고 있었다.

스티브는 이번에도 결정구인 싱커로 2회 초 버밍햄 배런스의 타선을 틀어막았다.

“스트라이크 아웃!”

2회 말에 다시 마운드에 올라온 에녹.

그는 삼자범퇴, 그것도 2개의 삼진을 추가하며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이후로는 투수전이 이어졌다.

양 팀의 선발 투수들은 3회에 삼자범퇴로 타자들을 잡아내며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2:0으로 팽팽하게 흘러가던 경기는 4회 초에 변화가 생겼다.

따아아악―!

2아웃 주자 2루의 상황.

버밍햄 배런스의 4번 타자인 마틴이 스티브의 커브를 그대로 걷어 올렸다.

타구는 여유롭게 좌측 담장을 넘어가며 2:2 동점이 되었다.

“아웃!”

스티브는 5번 타자를 범타로 처리했지만, 경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다행히 오늘 패배는 면했네.’

마운드로 올라가는 에녹은 생각했다.

더 이상 점수를 내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4회 말 트렌턴 선더의 공격은 2번 타자인 데이브부터 시작됐다.

“스트라이크!”

초구로 97마일의 포심을 몸쪽 높은 코스로 던진 에녹.

2번 타자인 데이브는 배트를 휘둘렀지만 스치지도 못하는 모습이었다.

대부분의 언론은 에녹의 장점이 빠른 강속구라고 일컫지만, 사실 에녹의 최대 장점은 완벽한 제구였다.

스트라이크 존을 4분할로 나눠서 던질 수 있는 투수.

그것이 평균의 RPM(공 회전수)을 가지고도 극도로 낮은 방어율을 기록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따악―!

그리고 그런 에녹의 공을 데이브가 중견수 앞 안타로 만들어냈다.

전 타석에 이어서 2연속 안타.

데이브는 반사 신경 하나는 타고난 선수였다.

그러한 이유로 불규칙 바운드도 대부분 안정적으로 처리하는 2루수 데이브.

2연속 안타에는 최강남을 따라서 일주일 내내 빠른 포심 타격에 중점을 둔 훈련도 한몫했다.

물론 투수인 에녹은 그저 재수가 없어 얻어 걸렸다고 생각했지만 말이다.

“스트라이크 아웃!”

세트 포지션에도 속도는 95마일.

에녹이 3번 타자인 앨런을 삼진으로 잡아냈다.

‘드디어 쟤 차례네.’

첫 타석에서 바깥쪽 존에 꽉 차는 공을 경기장 밖으로 넘겨버린 괴물.

그것도 본인의 최고 기록인 99마일의 공을 날려버린 최강남이 타석에 들어섰다.

에녹은 포수인 매트에게 몸쪽 높은 포심을 던지겠다는 사인을 보냈다.

‘1루에 주자가 있지만 그런 것은 상관없어.’

삼진으로 잡아서 1루 주자가 홈을 절대 못 밟게 하려는 계획.

큰 동작의 와인드업 후에 에녹은 공을 던졌다.

공의 실밥을 채는 순간 에녹은 느낄 수 있었다.

본인이 던질 수 있는 최고의 공이라는 사실을.

공은 스트라이크 존 구석으로 향했고, 최강남은 초구에 바로 배트를 휘둘렀다.

따아아아악―!

‘저걸 넘기네.’

본인이 던질 수 있는 최고의 코스로 향하는 공을 쳐 내는 최강남.

그럼에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 모습을 보고 에녹은 마운드 위에서 처음으로 느꼈다.

본인과 수준이 다른 선수의 위엄, 그리고 두려움을.

***

[아! 에녹이 1루에 주자를 두고 크게 와인드업을 하는 모습입니다.]

[최강남 선수가 그런 에녹의 초구를 타격! 쭉쭉 뻗은 타구는 왼쪽 담장을 가볍게 넘어 스탠드 상단에 떨어집니다!]

[에녹의 이번 공도 99마일이네요. 최고 구속의 공을 두 타석 연속으로 넘기는 최강남! 또 한 번 2점 홈런을 추가하며 4:2로 다시 앞서는 트렌턴 선더입니다!]

[역시 트렌턴 선더의 해결사! 초특급 유망주라고 불리는 최강남 선수가 위기에 빠진 팀을 다시 구해냅니다!]

연타석 2점 홈런.

해설진은 그런 최강남의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 이번에도 99마일이야

ㄴ 진짜 수준이 다른 유망주네

ㄴ 이 정도면 캐시먼도 바로 빅 리그로 올릴 듯

ㄴ 이걸 안 올리면 은퇴해야지 선수 보는 눈이 없는 건데

ㄴ 인정 지금 양키스 꼬라지를 봐라

계속되는 줄부상으로 최근 좋지 않은 모습을 기록하고 있는 뉴욕 양키스.

뉴욕의 극성맞은 팬들 역시 최강남의 이름을 계속해서 언급했다.

***

선수들의 환호를 받으며 더그아웃에 들어왔다.

“오늘만 2점 홈런 2개네? 수비도 완벽하고. 고맙다. 저번 벤치 클리어링 몫은 이걸로 충분히 받은 것 같네.”

“그때는 제가 고마웠죠.”

“말만 하라고. 다음에도 그런 일이 생기면 머리에 던져줄 테니.”

특히나 선발 투수인 스티브가 무척이나 고마워하는 모습이었다.

경기는 계속해서 투수전으로 이어졌다.

스티브는 추가 실점을 하지 않으며 7이닝 2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남은 2이닝은 케이든이 올라왔고 삼진을 잡을 때마다 소리를 지르며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상대 투수인 에녹 역시 6이닝 4실점의 호투를 보여줬지만 패배투수가 되었다.

내 다음 타석은 에녹이 도망가는 피칭을 보여줬고, 4연속 볼로 1루로 걸어가게 되었다.

바뀐 투수에게는 2루타를 쳐내며 4타석 3타수 3안타 2홈런 4타점의 활약을 보여줬다.

경기는 트렌턴 선더의 5:2 승리.

당연하게도 경기 MVP도 내가 받았고 평범하게 인터뷰를 마쳤다.

***

‘흠··· 이 고비를 어떻게 넘겨야 하려나.’

뉴욕 양키스의 단장인 캐시먼은 두통이 올 지경이었다.

주전 유격수가 3개월짜리 DL(부상자 명단)에서 돌아오기까지 겨우 2주가 남은 상황.

그렇다고 1달 동안 최악의 플레이를 보여준 후보를 주전으로 쓸 수는 없었다.

그래서 트리플 A에서 올린 디카.

그는 7경기 만에 첫 안타인 장타를 때려냈고 2루로 향하는 도중에 햄스트링 부상으로 다시 DL을 끊었다.

이제 남은 유격수 대체재라고는 아무리 생각해도 더블 A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최강남밖에 없었다.

유일한 문제점은 그가 겨우 16살이라는 것.

최강남이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는 이야기를 듣고 쓸 생각을 갖고 있기는 했다.

빠르면 내년 시범경기, 혹은 내후년에.

하지만 16살이 출전하기에 뉴욕 양키스는 너무나도 큰 팀이었다.

유망주의 멘탈을 잘못 건들면 평생 빅 리그를 밟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더욱 신중하게 고민을 하는 캐시먼이었다.

똑똑―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어. 들어와.”

“이번 마이너리그 유망주들 기록입니다.”

“한 달 동안 괜찮은 모습을 보여준 선수 있어?”

“다른 선수들은 저번 달과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 더블 A에서 뛰고 있는 최강남은 다른 문제죠. 단장님도 기사 보셨죠? 저는 지금 당장 빅 리그로 올려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 캐시먼에게 비서인 캐서린은 최강남의 기록을 가져다 줬다.

“이봐. 이게 말이 돼? 최강남이 아무리 더블 A에서 잘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제 겨우 16살짜리 선수라고.”

“어린 선수인 건 맞지만, 단장님이 5년 전에 제가 첫 근무 날 했던 이야기 기억나시나요?”

“내가 무슨 이야기를 했었지? 양키스는 언제나 우승을 위해 뛰어야 한다. 이런 거였나?”

“아니요. 나이나 연봉이 아닌 지금 당장의 결과만 보고 선수를 채용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것이 언제나 우승을 목표로 달려가는 양키스의 근본이자 힘이라고요.”

비서인 캐서린의 이야기에 캐시먼은 턱을 쓰다듬고 잠시 침묵 하는 모습.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입을 열었다.

“내가 할법한 이야기네. 그래서 자네는 일단 최강남을 올리는 것에 찬성하는 의견이야?”

“그렇습니다. 나이가 어리기는 하지만 현재 더블 A에서 기록도 좋고 다른 방안이 없으니까요. 빅 리그에서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7월 트레이드에서 유격수를 영입하면 되는 거 아닐까요?”

“7월 트레이드··· 그래. 트레이드도 있고 2주만 버티면 주전 유격수도 돌아오니까 해볼 만한 결정이네. 최강남 멘탈은 어떻다고 생각해?”

“마이너리그에서 벤치 클리어링만 두 번째입니다. 빈볼 시비 후에 배트 플립까지 할 정도로 대담한 성격이기도 하고요.”

“그래. 그러면 일단 최강남을 한번 올려 보자고.”

“제가 페르디난드 감독에게 전화해서 이야기할까요?”

“아니야. 내가 직접 할게. 나가봐도 좋아.”

“알겠습니다.”

캐서린이 나가고 단장실에는 평소처럼 캐시먼 혼자만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

잠시 고민을 하던 캐시먼은 이내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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