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9
더블 A (9)
[어제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 더블 A 트렌턴 선더 최강남 ‘빅 리그에서 활약하겠다.’]
[최연소 ‘힛 포 더 사이클’ 뉴욕 양키스의 최강남을 주목하라.]
[비공식 기록은 1872년 ‘16살’ 데뷔가 최초. 최강남이 공식 최연소 메이저리그 데뷔에 성공할 것인가?]
[뉴욕 양키스 2019년에 이어서 2022년에도 최악의 부상 릴레이, 16살 최강남의 빅 리그 승격 가능성은?]
[현재 공식 최연소 메이저리그는 1936년 17살에 클리블랜드에서 데뷔한 밥 펠러. 뉴욕 양키스의 유망주는 그 기록을 깰 수 있을 것인가?]
[더블 A 4경기 6홈런 최강남. 그의 메이저리그 성공 가능성은?]
알람에 눈을 떠서 미국 인터넷 기사들을 확인했다.
역시나 어제 했던 인터뷰와 사이클링 히트가 꽤나 크게 작용한 모양.
수많은 언론들이 앞다퉈서 내 메이저리그 승격 가능성에 대해서 언급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스포츠 언론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연소 데뷔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선수가 한국인.
한국의 팬들의 관심사를 끌기 충분한 이슈였다.
부모님을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온 연락에 답장을 해주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최연소 메이저리그 데뷔도 물론 중요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 다음 경기.
다음 경기에 나올 선발 투수에 대한 분석은 출장 정지 징계를 당하는 3일 동안 이미 끝마쳤다.
오늘의 선발 투수는 버밍햄 배런스의 1선발인 에녹.
우완 정통파 스타일의 투수지만, 변화구보다는 강속구 승부를 즐겨하는 타입이었다.
슬라이더와 커브는 20-80에 30~35 정도를 받는 더블 A 수준.
하지만 에녹이 던지는 포심은 메이저리그 급의 평가를 받는다.
그의 최고 구속은 무려 98마일(157km/h).
대체로 평범한 투수들은 최고 구속에 비해서 5마일 가량 떨어지는 평균 구속을 갖추고 있다.
반면에 에녹의 평균 구속은 95.5마일.
말 그대로 포심 하나에 의지하는 파이어볼러 스타일의 투수였다.
‘오늘 내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겠네.’
난 그동안 빅 리그 수준의 변화구 투수들을 많이 만났고 그들에게 홈런을 때려냈다.
하지만 강속구 투수들을 만날 기회는 거의 없었다.
그들은 대부분 빠르게 마이너리그를 거쳐 빅 리그로 승격하니, 못 만난 것이 더 올바른 표현이긴 했지만.
지난 1년 동안 피칭 머신의 속도를 155km/h로 맞춰놓고 훈련을 진행했다.
거기에 17살의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몸.
이미 내 몸은 에녹의 위닝샷을 넘길 준비가 되어있었다.
“오늘도 포심 훈련으로 하루 시작하지? 나도 같이 가자. 요즘 너처럼 분석하니까 더블 A에 온 3년 동안 가장 타격감이 좋은 것 같아.”
“그러죠. 가볍게 스트레칭하고 러닝 생략하고 오늘은 포심 50구 타격할 계획이에요.”
“좋지. 내가 꼭 에넥의 공을 안타로 만들어서 1회에 네 타순이 돌아오게 할게.”
같은 방을 쓰고 있는 데이브가 침대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더블 A에 있기에는 아까운 수비력을 가지고 있는 데이브.
그는 내 투수 분석을 흉내 내더니, 최근 몇 경기 동안은 괜찮은 타율을 기록하고 있었다.
따아아악―!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우리 둘은 바로 타격 훈련장으로 향했다.
평소보다 더 빠른 에녹의 최고 구속인 98마일로 피칭 머신의 속도를 설정했다.
그리고 50구를 쉬지 않고 타격했다.
확실히 처음 미국에 왔던 12월에 비해서 체력이 좋아졌다는 사실이 느껴졌다.
당연했다.
R+인 펄래스키 양키스에서부터 가장 노력했던 건 메이저리그 풀타임을 치를 수 있는 체력을 만드는 것이었으니.
“캡틴! 오늘도 수비 잘 부탁한다고. 물론 어제처럼 타격까지 잘해주면 더 고맙고.”
“당연하죠. 근데 그놈의 캡틴은 언제까지 부를 거예요?”
“난 네가 오랜 시간 공석인 뉴욕 양키스의 캡틴이 될 거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지. 그러니까 미리 잘 보이면 좋지.”
“그래도 페르디난드 감독 앞에서는 그렇게 부르면 곤란해요.”
“나도 눈치는 있는 사람이야. 그러니까 네 복수도 화끈하게 등에 던졌지. 머리에 했으면 아마 오늘 선발은 내가 못 뛰었을걸?”
“그때 일은 고마워요.”
“고맙다는 이야기는 그라운드에서 몸으로 보여주라고.”
식당으로 향하자 오늘 선발 투수인 스티브가 장난을 걸어왔다.
내 복수를 하다가 3경기 출장 정지를 받은 스티브.
확실히 메이저리그의 의리가 있는 투수긴 했다.
아침을 가볍게 먹고 오전 11시 30분 집합 시간에 맞춰서 경기장으로 향했다.
오늘 경기는 오후 1시.
뉴저지 주의 최고 기온은 25℃로 살짝 더웠지만, 경기에 지장이 갈 정도의 날씨는 아니었다.
“어제 4연패를 끝내는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줘서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오늘도 어제와 같은 플레이 기대하겠습니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것입니다. 얼른 좋은 모습 보여줘서 트렌턴 선더에서 볼 수 없으면 좋겠네요.”
페르디난드 감독은 어제 경기가 상당히 만족스러웠는지, 밝은 표정으로 안 하던 농담까지 던졌다.
물론 뉴욕식 농담이라 재미는 정말 없었지만.
선수들은 가벼운 스트레칭 후에 펑고와 타격 훈련을 시작했다.
오늘 경기도 난 4번 타자에 유격수로 선발 출장이었다.
“플레이 볼!”
1회 초 트렌턴 선더의 마운드에 선발 투수인 스티브가 올라왔다.
싱커 하나만큼은 빅 리그 급이라는 평가를 받는 스티브.
그는 1번 타자를 1루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기분 좋게 경기를 시작했다.
‘정말 특이한 투수라니까.’
오늘 스티브는 마운드에 올라가기 전에 나와 로버슨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버밍햄 배런스의 3번 타자인 길버트.
길버트는 2루에서 유독 투수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과한 리드폭을 한다는 사실을 스티브는 이야기했다.
자기가 포수인 로버슨에게 특정 사인을 보내면 로버슨이 새끼손가락을 뻗을 것이라고.
그게 피치아웃 후에 2루로 던지는 사인이니, 그때 완벽하게 잡아서 2루 주자인 길버트를 아웃시켜달라는 이야기였다.
난 그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여줬다.
간단한 작전이기도 했고, 나를 위해 빈볼을 던져준 투수에게 그 정도의 보답은 충분히 할 수 있었다.
버밍햄 배런스의 2번 타자인 휴가 타석에 들어섰다.
스카우팅 리포트로 확인했을 때 당겨 치는 성향이 강한 우타자.
난 평소보다 뒤쪽으로 이동해서 포지션을 잡았다.
따악―!
평범한 수비 포지션이었다면 휴의 타구는 여유롭게 좌익수 앞에 떨어졌을 코스.
하지만 조금 뒤쪽에 자리를 잡은 나는 타격과 동시에 뒤로 달려갔다.
그리고 글러브를 낀 왼손을 타이밍에 맞춰서 쭉 뻗었다.
“아웃!”
공은 글러브 안으로 쏙 들어왔고 이렇게 주자 없는 2아웃에 3번 타자인 길버트가 들어왔다.
따악―!
2-1의 상황에서 스티브가 던진 싱커를 완벽하게 밀어 쳐낸 길버트.
그의 타구는 우중간을 갈랐고 여유롭게 2루에 안착했다.
“스트라이크!”
스티브의 초구는 바깥쪽 꽉찬 포심.
‘좀 심하긴 하네.’
난 스티브가 길버트에게 유독 질색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투수의 세트 포지션과 동시에 3분의 1 이상을 움직이는 길버트.
사실상 도루를 시도했다가 귀루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리드폭이었다.
뭐··· 이해는 갔다.
주루에도 자신이 있을 것이고, 평범한 안타에도 홈으로 들어올 확률을 높이고 싶다는 마인드.
투수는 물론이고 내야수 입장에서도 상당히 거슬리는 주루 플레이를 하는 선수였다.
2구 투구 전에 로버슨은 새끼손가락을 폈고 난 공을 던짐과 동시에 2루로 들어갈 준비를 했다.
짧은 세트 포지션 후에 스티브의 송구.
공은 당연히도 포수인 로버슨이 일어서서 받을 수 있는 바깥쪽으로 향했다.
로버슨은 받자마자 곧바로 2루로 던졌다.
그와 동시에 난 2루 베이스로 들어갔고 여유롭게 공을 받은 후에 길버트를 글러브로 태그.
경기장에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아웃!”
심판은 역동적인 자세로 오른손 주먹을 앞으로 내지르며 아웃을 선언했다.
와아아―!
평소보다 많은 2,000여 명의 관중들.
그들이 우리의 멋진 콤비 플레이에 환호를 내질렀다.
“역시 캡틴! 나이스 수비.”
“로버슨 송구가 좋았죠.”
더그아웃으로 걸어 들어가는 길.
스티브가 장난스런 표정으로 내게 농담을 던졌다.
내 이야기를 들은 로버슨은 위풍당당한 표정으로 어깨가 잔뜩 올라간 모습.
상당히 우스꽝스러운 자세로 로버슨은 입을 열었다.
“그렇지! 방금 수비는 내 몫이 제일 컸지. 송구가 완벽했잖아. 덕분에 감독에게도 내 송구 실력까지 어필할 수 있겠네.”
“언제 그렇게 연습했어요? 엄청 좋아졌네.”
“프레이밍은 잠시 내려놓고 블로킹이랑 송구 연습만 했지. 어쨌든 태그도 완벽했다.”
“알면 됐어요. 타격에서도 좋은 모습 기대할게요.”
“당연하지. 너처럼 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포수 중에서는 탈 더블 A급이라고.”
난 그런 로버슨의 어깨에 팔을 올리고 웃으며 함께 더그아웃으로 들어왔다.
***
[정말 완벽한 수비였습니다. 스티브의 피치 아웃과 로버슨의 완벽한 송구. 그리고 초특급 유망주인 최강남 선수가 그 공을 안전하게 잡아서 태그!]
[지금은 사전에 계획이 된 플레이죠. 정말 더블 A에서 보기 힘든 수비가 나왔습니다. 이렇게 2아웃 2루의 위기를 무실점으로 막아내는 트렌턴 선더!]
[이 3명의 선수가 루키 어드밴스드 리그인 펄래스키 양키스 출신이거든요. 저번 벤치 클리어링도 그렇고 끈끈한 마이너리그의 동료애가 있는 거 아니겠어요?]
[그렇습니다. 메이저리그를 도전하는 선수에게 동료애가 또 빠져서는 안 되죠.]
해설진은 완벽한 수비에 찬사를 보냈다.
또한 최강남이 늘 팀의 중심에 있는 것도 강조했다.
그들은 많은 시청자들이 오면 게런티를 받는 양키스에 소속되어 있는 해설위원.
그리고 현재 가장 화제의 중심에 있는 이슈가 어떤 것인지 확실히 알고 있는 유능한 해설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해설은 오늘 최고 시청자 수를 찍은 9,000명이 넘는 시청자들에게 짜릿함을 안겨줬다.
― 방금 피치 아웃 뭐야? 타이밍 진짜 완벽했네
ㄴ 방금 3명의 선수가 펄래스키 양키스 출신이래
ㄴ 오늘 선발 저번부터 싱커가 진짜 좋은데? 거기다가 포수 송구도 괜찮고
ㄴ 포수 타율도 나쁘지 않아 나이도 아직 24살로 어리니까 경험치 좀 먹이면 충분히 빅 리그 올라올 듯?
― 이게 뉴욕 양키스의 미래지
ㄴ 요즘 월드 시리즈 우승 못 한지 너무 오래됐지
ㄴ 맞지 누가 뭐래도 메이저리그 최고의 팀은 뉴욕 양키스지
ㄴ 역사든 우승 경험이든 그게 맞지
ㄴ 이 선수들 다시 올라오면 양키스가 다시 정점에 설 수 있다
ㄴ 3년 후의 양키스는 다르다!
2009년 우승 이후에 13년째 월드시리즈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하는 뉴욕 양키스.
수많은 이유들이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계속되는 부상.
그리고 그것은 올해 역시 마찬가지였다.
계속해서 지기만 하는 뉴욕 양키스 대신에 트렌턴 선더의 경기를 보고 있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였으니.
그들이 우승컵을 가져다주는 유망주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
“스트라이크 아웃!”
1회 말 투수로 올라온 에녹.
그는 96마일(154km/h)의 포심으로 1번 타자인 필리스를 삼진으로 잡아냈다.
2번 타자는 2루수 데이브.
“스트라이크!”
데이브는 초구로 들어온 낮은 코스의 포심에 배트를 휘둘렀지만 맞춰내지 못했다.
구속은 아까와 동일한 96마일.
확실히 알고 휘둘러도 맞추기 힘든 속도이긴 했다.
하지만 RPM(공 회전수)은 비슷한 구속을 던지는 투수보다 월등히 낮았다.
무브먼트는 평범한 강속구.
아무리 첫 타석이라도 쳐내기 불가능한 공은 아니었다.
따악―!
데이브는 그런 에녹의 3구를 쳐냈고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만들어냈다.
“스트라이크 아웃!”
3번 타자로 올라온 1루수 앨런.
그는 4구만에 삼진을 당하며 씁쓸하게 더그아웃으로 걸어 들어갔다.
“Strong Man! The Strongest Man! Choi! Gang! Nam!”
2아웃 1루의 상황.
홈구장을 찾은 팬들이 내 응원가를 부르며 나를 환호했다.
“볼!”
초구는 높은 포심.
전광판에 구속은 오늘 최고 기록인 97마일(156km/h)가 찍혀있었다.
“볼!”
2구는 낮은 포심이 들어왔고 지켜봤다.
따아아악―!
3구로 들어온 바깥쪽 포심을 밀어 쳤지만, 아쉽게 폴대를 살짝 빗겨나가는 파울 홈런이 나왔다.
구속은 전과 동일한 97마일.
마운드 위의 에녹은 파울 홈런에 살짝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네 번째 공을 던질 때 크게 와인드업 후에 공을 던졌다.
“볼!”
98마일(157km/h).
더블 A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강속구에 경기장이 술렁였다.
3-1의 카운트.
주자가 1루에 있는데 와인드업까지 하는 투수라면 다음 공으로 승부를 볼 확률이 높다.
에녹은 다섯 번째 공에도 크게 와인드업을 했고 바깥쪽 꽉 차는 코스로 들어왔다.
그리고 난 그 공에 배트를 휘둘렀다.
따아아아악―!
배트를 던지고 1루로 향하며 타구를 지켜봤다.
예상대로 이번에는 폴대 안쪽으로 타구가 들어갔다.
타구는 스탠드를 훌쩍 넘어 경기장 밖으로 나가는 장외 홈런.
전광판에는 99마일(159km/h)이 찍혀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