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
더블 A (8)
[세상에! 3경기에서 4홈런을 쳐낸 최강남 선수가 복귀전에서 3점 홈런을 쏘아 올립니다!]
[오늘 4번 타자로 뛰는 최강남! 4연패 중인 팀에게 1회 말에 3점 홈런을 선물하며 3:0으로 앞서가는 트렌턴 선더!]
[고작 16살. 어린 나이의 에이스가 침체되어있던 트렌턴 선더의 타선에 물꼬를 트기 시작했습니다!]
앞선 원정 3경기가 모두 초반부터 일방적인 패배였다.
그렇기에 오늘 경기도 전부터 가라앉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서 노력했던 해설진.
그들은 최강남의 홈런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열정적인 중계를 시작했다.
물론 이 홈런에 흥분한 건 해설진만이 아니었다.
계속되는 연패에 트렌턴 선더를 욕하기에 바빴던 인터넷 방송의 시청자들.
그들 역시 오랜만에 앞서나가는 상황에 들뜨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 이거 봐 스트롱 맨이 들어오자마자 트렌턴 선더의 분위기가 살잖아 누가 타격만 잘하는 16살 루키랬냐?
ㄴ 인정. 3점 홈런도 좋았지만, 1회 초에 최강남의 좋은 수비 덕분에 1회 말에 기세를 탄 거지
ㄴ 그건 맞지 야구는 흐름의 스포츠지
ㄴ 진짜 특급 유망주네 선수 하나 바뀌었다고 4일 동안의 그 분위기가 아예 없어졌네
ㄴ 이 맛에 트렌턴 선더 경기 보는 거지
물론 시청자들은 극성맞은 뉴욕의 야구팬들.
그들의 약간의 바람과 과장도 섞이긴 했지만, 확실히 4연패를 했던 어제 경기에 비해서 선수들의 기세가 달라졌다.
따악―!
주자 없는 1아웃에 타석에 들어선 5번 타자 3루수 샘.
그는 어제와 다른 분위기를 증명하듯 출루에 성공했다.
그렇게 트렌턴 선더가 1회 말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
딱―!
1번 타자 필리스의 빗맞은 타구로 1회 말 공격이 끝이 났다.
하지만 9번 타자 우익수 카인의 2타점 적시타가 추가로 터지며, 5:0으로 앞서가게 된 트렌턴 선더였다.
“이번에도 잘 부탁한다.”
“걱정하지 말고 던져. 오늘 네 공 좋더라.”
“내 공은 언제나 좋아. 너 같은 유격수가 별로 없을 뿐이지.”
무려 5점을 앞서며 다시 마운드에 오르는 트렌턴 선더의 선발 투수 폴.
내 대답에 그는 웃으며 농담까지 던졌다.
아무래도 5점 차의 점수가 상당히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 줬나 보다.
따악―!
2유간으로 향하는 빠른 타구.
미리 타구 소리를 듣고 방향을 예측한 내가 슬라이딩으로 아슬아슬하게 잡아냈다.
그리고 곧바로 일어나서 1루로 공을 던졌다.
“아웃!”
말 그대로 초특급 수비.
선발 투수인 폴은 이번에는 모자챙 대신에 엄지를 치켜세우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선두 타자에게 안타성 타구를 맞았지만, 내 좋은 수비로 범타로 처리해낸 폴.
그는 다음 타자는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스트라이크 아웃!”
그리고 마지막 타자에게 삼진까지 잡아내며 삼자범퇴로 2회 초를 막아냈다.
2회 말 트렌턴 선더의 공격은 2번 타자인 데이브부터 시작했다.
“볼!”
“볼!”
버밍햄 배런스의 선발 투수인 게르트루드.
평범한 더블 A 레벨의 투수인 그는 1회에 5실점이 아무래도 타격이 큰 모양이었다.
“볼! 포볼!”
그는 선두 타자인 데이브에게 하나의 스트라이크도 던지지 못하며 볼넷을 허용했다.
다음은 3번 타자인 앨런.
딱―!
앨런의 타구는 빠른 속도로 유격수에게 향했다.
평범한 병살타 코스.
“아웃!”
유격수는 안전하게 공을 잡아서 2루에 토스했다.
2루수는 그 공을 받아서 1루로 던졌지만 1루수가 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 폭투로 앨런은 1루를 지나서 2루로 향했다.
“Strong Man! The Strongest Man! Choi! Gang! Nam!”
1아웃 2루의 상황.
내 두 번째 타석이 돌아왔다.
방금 앨런의 타구는 완벽한 병살타 코스.
솔직하게 방금 타구는 고등학생도 여유롭게 처리할 난이도 낮은 수비였다.
그런 수비조차 해주지 못하는 야수를 둔 투수의 선택지는 둘 중 하나였다.
겁에 질려서 도망가거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생각 없이 던지던가.
‘어떤 스타일이려나.’
상대 선발 투수인 게르트루드는 상당히 초조해 보였다.
그는 2루에 견제를 두 번이나 하며 타이밍을 잡으려 노력했다.
우우―
트렌턴 선더의 홈구장을 찾은 1,000명 정도의 관객은 그런 투수에게 야유를 내렸다.
그걸 듣고 표정이 살짝 굳은 게르트루드.
그는 큰 결심이라도 한 표정으로 짧은 세트 포지션 후에 내게 초구를 던졌다.
따아아악―!
몸쪽으로 들어오는 포심.
하지만 상당히 가운데로 몰린 코스였다.
난 가차 없이 배트를 휘둘렀고 타구는 좌중간을 가르며 쭉쭉 날아갔다.
그리고 이내 좌측 담장을 가볍게 넘어갔다.
여유롭게 홈 플레이트를 밟고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입구까지 가장 먼저 마중 나온 선수는 오늘의 선발 투수인 폴.
“나이스 홈런! 덕분에 승리 잘 챙겨간다!”
“그래. 승리 축하한다.”
장난스레 농담을 던지는 폴의 번쩍 든 오른손에 하이 파이브를 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나이스 배팅.”
“벌써 홈런 두 개 뭐야!”
“역시 에이스!”
팀원들의 격려와 함께 내 헬멧과 등에 손이 쏟아졌다.
난 그런 팀원들에게 웃어주며 벤치에 앉았다.
***
[최강남 선수가 두 번째 타석에서도 큼지막한 타구를 때려냅니다! 담장을 가뿐하게 넘어가는 2점 홈런으로 7:0으로 앞서가는 트렌턴 선더!]
[정말 노련한 선수네요. 가운데로 몰린 초구를 깔끔하게 당겨 치면서 4연패의 위기에 빠진 팀을 구해냅니다.]
[이어서 타석에 들어선 5번 타자 샘이 초구를 타격.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로 1아웃 1루의 찬스를 계속해서 이어나가는 트렌턴 선더!]
[결국 버밍햄 배런스의 투수 코치가 마운드에 올라오네요. 지금은 교체를 위해 올라왔겠죠?]
[네. 결국 게르트루드가 1.1이닝 7실점을 하며 마운드를 내려갑니다.]
모처럼 압도적인 경기에 해설진은 평소보다 더 열정적인 해설을 이어갔다.
― 홈런 2개로 2회에 선발 투수를 강판시키네
ㄴ 역시 초특급 유망주! 메이저리그는 언제 올라오냐
ㄴ 진짜 원정 경기 때 있었으면 게임 쉽게 가져갔겠다
ㄴ 인정 너무 그리웠다
선발 투수의 조기 강판.
그 중심에 최강남의 홈런 2개가 있었다는 것을 확인한 시청자들.
누구보다 야구에 열광하는 뉴욕의 시청자들은 최강남에게 열광했다.
그렇게 4연패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트렌턴 선더가 홈 첫 경기에서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
“스트라이크 아웃!”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잡으며 7회 초를 끝내는 선발 투수 폴.
그는 솔로 홈런 하나와 안타 두 개를 제외하고는 완벽한 투구를 보여줬다.
난 세 번째 타석에서는 볼넷, 네 번째 타석에서는 2루타를 추가했다.
그리고 다섯 번째 타석에서는 펜스를 직격하는 장타를 때려냈다.
외야수가 펜스에 맞고 나온 공을 주우러 간 사이에 여유롭게 3루에 안착하며 3루타를 기록했다.
8회 초부터는 중계 투수인 프란시스가 마운드에 올라왔다.
“스트라이크 아웃!”
첫 타자를 삼진으로 잡은 프란시스는 다음 타자를 뜬공과 땅볼로 잡아내며 삼자범퇴로 8회 초를 끝냈다.
“Strong Man! The Strongest Man! Choi! Gang! Nam!”
8회 말 선두 타자로 내가 타석에 들어섰다.
사이클링 히트까지 남은 기록은 안타 하나.
아무리 마이너리그의 기록이라지만, 사이클링 히트는 그 무게감이 달랐다.
심지어 오늘 경기에서는 홈런이 2개.
이 정도면 내일 뉴스에서는 내 이름을 수없이 거론할 것이고, 양키스 프런트와 단장인 캐시먼의 귀에도 쉽게 들어갈 것이다.
배트를 가볍게 쥐고 상대 투수인 레오의 공을 기다렸다.
레오는 올해 데뷔한 18살의 투수로 싱글 A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더블 A에서는 3경기 5이닝 6.38의 방어율을 기록하고 있는 투수였다.
추격조를 하면서 실전 감각을 올리고 있는 유망주.
요즘은 패전처리 투수를 추격조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다른 투수들에 비해서 좋지 않은 공을 던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악―!
그런 투수에게 내가 안타를 뽑아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난 2볼 이후에 들어온 3구를 결대로 쳐내며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만들어냈다.
와아아―!
내 사이클링 히트에 관중들의 함성 소리가 경기장을 메웠다.
난 주루 코치에게 보호대를 건네주고 리드폭을 약간 벌렸다.
저런 풋내기 투수에게 도루 타이밍을 가져오는 것은 너무나 쉬웠지만, 큰 점수 차에 도루를 하지 않는 것이 메이저리그의 불문율.
굳이 불문율을 어겨서 빈볼을 맞고 싶지는 않았기에, 적당하게 리드폭을 벌리며 경기를 지켜봤다.
따악―!
앨런은 상대 투수의 2구를 타격했고 우중간을 가르는 큼지막한 타구가 나왔다.
수비수들의 대처가 빨랐고, 주루 코치의 멈추라는 사인이 나와서 3루에 멈췄다.
타자인 앨런은 2루에 멈췄다.
따악―!
5번 타자 샘의 타구는 중견수에게 향했다.
난 큼지막한 플라이에 여유롭게 홈으로 들어왔다.
“오늘 홈런 두 개도 모자라서 사이클링 히트까지 쳐내네. 역시 슈퍼 루키야.”
“로버슨도 오늘 좋은 모습 보여줘요. 원정 경기에서 홈런 하나 때렸던데.”
“당연하지. 난 꼭 너와 함께 메이저리그에 올라가고 싶거든.”
저번 타석에서 삼진을 당했던 지명타자 대신에 대타로 나온 로버슨.
그가 내게 웃으며 말을 걸었고 난 그런 로버슨의 어깨를 두드리며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나이스 주루!”
“오늘 사이클링 히트까지 쳤네.”
“자전거 탄 거 축하한다!”
“역시 슈퍼 루키!”
내가 더그아웃에 들어서자 팀원들은 전부 오른손을 쭉 뻗었다.
난 그런 팀원들의 손에 하이 파이브를 치며 들어왔다.
“오늘 정말 공수에서 완벽한 플레이만 보여주네요. 사이클링 히트 정말 축하합니다. 내일 경기도 기대할게요.”
“감사합니다.”
오늘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페르디난드 감독도 손을 뻗었다.
난 그 손에 가볍게 하이 파이브를 하며 대답했다.
따악―!
로버슨은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쳐냈고 앨런은 여유롭게 3루를 돌아 홈으로 들어왔다.
더 이상 추가점 없이 끝난 8회 말 공격.
9회 초 마운드에는 프란시스가 다시 올라왔다.
안타를 하나 맞았지만, 실점은 하지 않으며 무난하게 3아웃을 잡아냈다.
15:1로 트렌턴 선더의 압승.
경기 MVP는 당연하게도 내가 받게 되었다.
“오늘은 2홈런을 포함해서 사이클링 히트까지 쳐낸 트렌턴 선더의 최강남 선수와 인터뷰 진행하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이레인입니다.”
“안녕하세요. 트렌턴 선더에서 뛰고 있는 최강남이라고 합니다.”
“오늘 좋은 모습 보여주셨는데 비결이 있을까요?”
“뭐··· 좋은 감독님, 코치님과 더불어 선수들의 활약 덕분인 것 같네요.”
뻔한 인터뷰 질문이 계속됐고 나도 어느 정도 정형화된 대답을 해줬다.
저번 벤치 클리어링에 관한 질문에는 조금 공격적인 대답을 해줬다.
누군가 또 인종차별 발언을 해준다면 바로 주먹을 날릴 것이라고 말이다.
“오늘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해서 기대하고 있는 팬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각오 한마디 듣고 오늘의 인터뷰 끝내겠습니다.”
“다른 선수들처럼 제 당장의 목표도 메이저리그 콜업이죠. 더블 A에서 열심히 노력해서 빅 리그에서도 좋은 활약 하겠습니다. 많이 기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패기가 느껴지는 인터뷰네요.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일부러 기자에게 자극적인 단어들을 많이 읊어줬다.
이 정도면 양키스 프런트에서도 내 존재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홈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