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7
더블 A (7)
아침에 일어나서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확인했다.
평소보다 더 많은 연락.
부모님에게도 연락이 와있었다.
아무래도 한국 인터넷에도 내 기사가 많이 올라온 듯했다.
“여보세요?”
“우리 아들 괜찮아? 다친 데는 없어?”
“그럼요. 저는 때리기만 했는데요. 다친 곳 하나도 없어요.”
“다행이다. 엄마는 혹시 다쳤나 하고 걱정돼서 연락해 봤지.”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징계도 겨우 출장 정지 3경기니까.”
“혹시 무슨 일 있으면 꼭 연락해. 기사로 확인하면 너무 마음 아프니까.”
“알겠어요.”
부모님께 괜찮다는 이야기를 하고 한국의 기사들을 확인했다.
[한국 최연소 더블 A 데뷔 최강남, 벤치 클리어링 소동.]
[인종차별 발언으로 난투극, 통쾌한 벤치 클리어링을 보여준 한국의 유망주]
[메이저리그 인종차별 논란. 이대로 괜찮은가?]
확실히 부모님이 걱정하실만한 제목의 기사들이 많긴 했다.
‘하여튼 무슨 일만 일어나면 이 난리라니까.’
침대에 누워서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었다.
그리고 밖에서 5km 러닝을 하기 위해서 침대에서 일어났다.
경기가 없는 날이면 매일 같이 해오던 운동의 루틴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5km 러닝 후에 포심 30구 배팅 훈련.
그리고 간단하게 아침을 먹었다.
아침을 먹은 후에는 식당 직원에게 에디스 코치가 건네준 스카우팅 리포트를 받았다.
3일 후에 있을 버밍햄 배런스 투수들의 기록을 분석했다.
특별하게 상위 레벨의 투수들은 없는 모습이었다.
오후에는 웨이트 트레이닝 위주로 훈련을 진행했다.
TV로 확인한 트렌턴 선더의 원정 첫 경기는 2:4 패배.
아무래도 장거리 이동이 선수들의 컨디션에 큰 영향을 미쳤나 보다.
둘째 날 훈련도 첫날과 크게 다를 바 없이 진행됐다.
가벼운 러닝과 타격 훈련.
아침을 먹고 오전에는 어제처럼 분석보다는 바로 트레이닝 센터로 향했다.
“최! 왔어?”
“어제는 안 와서 푹 쉬는 줄 알았어요. 몸은 괜찮아요?”
“평소보다 더 좋네. 원래 등판하고 2일 동안 과한 운동은 자제하거든. 너도 가볍게 몸 풀리면 조금 있다가 투타 맞대결이나 한번 할까?”
“저야 좋죠. 스티브는 괜찮겠어요?”
“응. 3일 후에는 가벼운 불펜 피칭을 하는데, 지금은 잡아줄 포수가 없잖아. 딱 5타석만 하자고.”
“알겠어요. 점심 먹고 하죠. 오후 12시에 같이 밥 먹을까요?”
“그래. 이제 난 가볍게 달리러 가볼게.”
트레이닝 센터에는 이미 운동을 다 마친 스티브가 있었다.
어제는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는데, 예상대로 본인의 루틴이 이유였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집중해서 2시간 정도로 끝내고 식당으로 향했다.
스티브와 함께 밥을 먹고 소화를 시킬 겸 트렌턴 선더의 경기를 시청했다.
오늘도 1회부터 0:2로 지고 있는 모습.
아무래도 원정 경기에서 위닝 시리즈는 힘들어 보였다.
“소화도 다 됐으면 슬슬 시작할까?”
“그래요. 먼저 가볍게 어깨 풀고 있어요. 저도 간단하게 몸 풀게요.”
“금방이면 돼. 10분만 줘.”
우리 둘은 끝나지 않는 트렌턴 선더의 1회 말 경기를 보다가 TV를 껐고 같이 타격 훈련장으로 향했다.
난 배팅 장갑을 끼고 가볍게 배트를 휘두르며 타이밍을 잡았다.
스티브는 옆에서 천막으로 덮인 벽에다가 공을 던지며 몸을 푸는 모습이었다.
“다 된 것 같은데?”
“그러면 하죠. 아까 말대로 5타석?”
“7타석으로 하자. 적어도 공 30개는 던지는 게 루틴이니까.”
“알겠어요.”
스티브는 마운드에, 나는 홈 플레이트가 박힌 타석에 들어섰다.
펑―!
스티브의 초구는 싱커.
수비하면서 뒤에서 보는 것보다 공의 무브먼트가 더 좋아 보이는 모습이었다.
따아아악―!
두 번째 공도 싱커.
나는 가운데로 살짝 몰린 싱커를 가볍게 밀어쳤다.
아무래도 뉴욕 양키스의 홈구장인 양키 스타디움은 오른쪽 담장이 더 낮았기에, 지금부터는 웬만한 공은 밀어 친다는 생각을 하면서 훈련에 임해야 했다.
스티브는 싱커와 슬라이더, 커브를 골고루 던졌고 난 대부분의 공을 배트의 스윗 스팟에 맞춰냈다.
당연했다.
난 돌아오기 전에도 특히나 변화구에 강했다.
공과 코스를 예측해서 치는 게스 히터가 아닌 동물적인 감각으로 맞춰내는 스타일이었으니까.
하지만 빠른 강속구에는 약한 모습을 보였다.
KBO에서는 할 만했지만, 메이저리그로 넘어가서 만난 수많은 강속구 투수들의 공은 버거웠다.
그래서 매일같이 빠른 공을 적응하기 위해서 포심 30구를 치는 루틴이 생기기도 했고.
따아아악―!
스티브의 평균 포심 구속은 93마일(149km/h).
꽤나 빠른 구속이었지만, 늘 더 빠른 공으로 타격 훈련을 해왔다.
그렇기에 별 어려움 없이 이번 공도 정확하게 맞춰낼 수 있었다.
5타석에서 4번의 타격을 정타로 맞춰냈고 하나의 타격만이 빗맞았다.
이게 실제 경기였다면, 4번 중에서 최소 2번은 담장을 넘겼을 것이다.
“와 어디로 뭘 던져도 웬만하면 담장을 넘기는 타구네. 너랑 붙는 투수들이 왜 볼넷을 많이 던지는지 알겠다.”
“스티브도 싱커 좋은데요. 특히 마지막에 무브먼트가 너무 까다로운 공이네요.”
“고맙다. 그래도 다행이다. 너 같은 괴물이랑 같은 팀이라서. 확실히 더블 A에서 뛰기에는 아까운 재능이네. 난 아직 멀었지만 넌 어쩌면 금방 올라갈지도 모르겠다.”
“벌써 끝인가요?”
“이제 겨우 13개 던졌어. 30개까지만 채우고 끝내자.”
스티브는 그런 내 타격에 혀를 내두르며 다음 공을 던졌다.
따아아악―!
나는 그 공도 담장 밖으로 넘겨버릴 정도로 거대한 타구로 만들어냈고.
스티브가 추가로 던진 17개의 공.
그중에서 9개를 타격했다.
9개의 타구 중에서 홈런성 타구는 4개.
3개는 안타였고 2개는 빗맞아서 뜬공으로 처리될법한 타구였다.
“고생했어. 난 여기서 스트레칭 끝내고 숙소 가서 쉬어야겠어. 넌 이제 뭐하려고?”
“저는 다시 트레이닝 센터 가서 웨이트 좀 하다가 숙소 가서 쉬려고요.”
그렇게 맞대결을 끝내고 난 트레이닝 센터로 향했다.
잘 먹고 잘 운동하고 잘 쉬는 것.
애초에 이번 3일간의 휴식에서는 이거 말고는 다른 것은 계획에 두지 않았다.
각자의 루틴이 끝나고 우리는 함께 저녁을 먹기 위해서 식당으로 향했다.
난 소고기 스테이크를 두 개나 시켜서 평소보다 더 잘 챙겨 먹었다.
숙소로 향해서 상대 투수들의 동영상을 분석하다가 잠에 들었다.
셋째 날에도 똑같은 루틴이 이어졌다.
3일 동안 목표였던 2kg을 찌우지는 못했지만, 1.2kg 증량에 성공했다.
이 정도면 당장 더블 A에서 뛰면서 체력적으로 많이 힘든 일은 없을 것이다.
아직 젊기도 하니까.
“3일 만에 봐도 반갑네. 이렇게 보니까 너 처음 보던 거 생각난다.”
“그러게요. 제가 원래 그런 이야기 많이 듣거든요.”
“무슨 이야기?”
“하루 만나도 10년 아는 사람 같고, 10년 알아도 하루 만난 사람 같다는 이야기요.”
“칭찬이야? 욕이야?”
“지금 같은 상황에선 칭찬이겠죠.”
셋째 날 늦은 저녁.
룸메이트인 데이브가 숙소에 도착했다.
트렌턴 선더가 결국 이번 3연전 원정 경기를 모두 패배했다.
마지막 홈경기도 패배했기에, 벌써 4연패.
상당히 의기소침한 모습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밝았다.
“맞다! 넌 아직 모르지? 내일 스쿼드에 네가 4번 타자에다가 유격수로 출장이야.”
“몰랐어요. 고마워요.”
“내일 경기는 홈런 두 개는 쳐주라. 그러면 우리도 연패에서 쉽게 탈출할 수 있겠지?”
“노력해볼게요. 내일 선발 투수는 생각보다 별로인 투수더라고요.”
“맞다! 혹시 분석표 같이 볼 수 있을까? 내가 나름대로 정리하면서 경기 뛰었는데, 아직 너만큼은 못 만들겠더라고.”
“여기요.”
···아무래도 밝은 이유는 내가 내일 경기에 출전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난 그런 데이브에게 내가 만든 분석표를 건네줬다.
내일 이 분석표로 꼭 출루해서 나에게 1회에 기회가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우리는 잠에 들었다.
지이잉―!
그리고 휴대폰의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깼다.
가볍게 씻고 나와 데이브는 집합 장소로 향했다.
“오늘은 버밍햄 배런스와의 1차전이 있는 날입니다. 최근에 4연패를 하고 있는데, 오늘 경기에서는 연패를 꼭 끊읍시다.”
“알겠습니다!”
“최근에 졌던 경기들은 정말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특히나 큰 점수 차가 났을 때 경기를 포기하는 모습은 실망스러웠죠. 오늘은 끝까지 집중하는 모습 보여줬으면 좋겠네요.”
페르디난드 감독은 선수들에게 집중력과 승부욕을 강조했다.
내 생각도 다르지는 않았다.
본인의 기록이 좋아야 올라갈 수 있는 메이저리그.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이기고 싶다는 욕망과 집중력이 바탕이 되어야 의미가 있기 마련이다.
“플레이 볼!”
그렇게 버밍햄 배런스와의 1차전이 시작됐다.
***
[4연패로 최근 안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트렌턴 선더. 버밍햄 배런스와의 3연전 첫 경기가 지금 시작됩니다!]
[농구 팬들이라면 굉장히 익숙할 만한 이름이죠?]
[그렇습니다. 마이클 조던이 1차 은퇴 후 컴백하기 전에 1년간 뛰었던 야구팀이기도 하죠.]
4연패 후에 홈에서 열리는 경기.
해설진은 최대한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어올릴 만한 멘트를 시작했다.
그리고 최강남은 당연히 그 중심에 있었다.
[오늘 스쿼드가 나오고 있습니다. 어제 경기와 가장 큰 차이점은 최강남 선수의 출전이죠?]
[최강남 선수가 저번 홈경기에서와는 다르게 오늘은 4번 타자로 출전하게 됩니다. 트렌턴 선더의 팬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최근 벤치 클리어링. 그걸로 3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던 최강남 선수입니다.]
[오늘 복귀전인데 얼마나 좋은 모습을 보여줄지 벌써 기대가 되네요. 트렌턴 선더의 선발 투수는 맞춰 잡는 플레이에 능한 폴. 초구를 스트라이크로 잡아냅니다.]
[2구는 체인지업. 타구는 유격수 방향으로 느리게 향합니다. 최강남이 앞으로 달려오면서 맨손으로 잡아서 1루에 송구!]
[아웃! 아웃을 잡아내면서 좋은 스타트를 끊어내는 트렌턴 선더입니다.]
― 첫 아웃부터 좋은 수비네
ㄴ 역시 이게 유망주지
ㄴ 최강남 4번 타자로 뛴다는 커뮤니티 글 보고 오랜만에 트렌턴 선더 방송 켰다
ㄴ 인정 나도 1회에 4실점 하는 거 보고 열 받아서 껐는데 오랜만에 다시 켰다
― 확실히 잘하는 유격수가 중요하긴 한 듯
ㄴ 야구 원투데이 보냐? 내야 수비에서 가장 중요한 게 유격수인데
ㄴ 거기다 타격까지 좋은 모습 보여주는 유격수면 더 이상 말할 것도 없지
ㄴ 오늘 첫 타석 너무 기대된다
어제 2,500명까지 떨어졌던 트렌턴 선더의 인터넷 방송 시청자들.
오늘은 어제보다 훨씬 늘어난 6,000여 명이었다.
그들이 최강남의 좋은 수비에 호평을 보내기 시작했다.
***
“아웃!”
아슬아슬했다.
타구는 느렸고 상대 1번 타자는 더블 A에서 발이 빠른 선수로 유명한 브리지트.
선발 투수인 폴은 그런 내 수비에 모자챙을 만지며 감사 인사를 건넸다.
따악―!
2번 타자는 폴의 3구 커터를 결대로 받아치며,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만들어냈다.
따악―!
3번 타자는 2구 체인지업을 건드렸다.
타구는 2루수 데이브의 정면으로 향했다.
난 빠르게 2루 커버를 하기 위해서 뛰어 들어갔고, 데이브는 안정적으로 잡아내서 내게 공을 던졌다.
“아웃!”
안정적으로 잡아내서 2루 베이스를 태그했다.
1루 주자의 발이 상당히 높게 들어오는 모습.
그걸 점프로 피한 후에 1루로 공을 던졌다.
“아웃!”
완벽한 463 병살.
이렇게 트렌턴 선더의 1회 초 수비가 삼자범퇴로 끝이 났다.
“좋은 수비. 역시 네가 유격수에 있으면 안정감이 느껴진다니까.”
“오늘 공 좋은데? 기대할게.”
“다 네 덕분이지.”
선발 투수인 폴은 바로 더그아웃으로 들어가지 않고 내게 글러브를 갖다 댔다.
난 거기에 내 글러브를 맞대며 같이 더그아웃으로 들어왔다.
1회 말 트렌턴 선더의 공격.
상대 선발 투수는 게르트루드였다.
4선발로 특별한 단점은 없는 투수였다.
물론 특별한 장점이 없는 투수이기도 했다.
따악―!
1번 타자 필리스는 그런 투수의 2구를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로 만들어냈다.
2번 타자는 2루수 데이브.
더그아웃에서는 번트 지시가 나왔고 데이브는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했다.
“아웃!”
좋은 번트를 갖다 대고 1루에서 아웃되며 1아웃 2루의 상황.
“포볼!”
오늘의 3번 타자는 이전까지 4번 타자를 뛰던 1루수 앨런.
그는 커트를 두 개나 해내며 8구까지의 승부 끝에 볼넷으로 1루로 걸어 나갔다.
“Strong Man! The Strongest Man! Choi! Gang! Nam!”
1아웃 1, 2루의 상황.
내 응원가와 함께 내가 타석에 들어섰다.
“볼!”
“볼!”
2구 연속으로 낮은 체인지업으로 유인하는 상대 투수.
하지만 공 한 개는 빠진 코스였기에, 차분하게 걸러냈다.
현재 주자는 1, 2루에 있다.
내게 볼넷을 던진다면 만루이기 때문에 투수에게도 부담이 될 것이다.
3볼까지 간다면 투수는 말 그대로 구석에 몰리는 상황.
그러니 이번에 스트라이크를 던질 확률이 높았다.
짧은 세트 포지션 후에 던지는 3구.
바깥쪽 코스로 포심이 들어왔고 난 배트를 휘둘렀다.
따아아악―!
배트 정중앙에 정확하게 맞춰내며 타구는 우중간으로 향했다.
난 1루로 향하며 타구를 지켜봤고, 그대로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쓰리런.
4연패를 하고 있는 트렌턴 선더가 1회부터 3:0으로 앞서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