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6
더블 A (6)
“그러면 징계 끝나고 전 경기 선발 출장시키겠습니다. 마지막 타석과 대주자 교체도 자제할까요?”
“응. 일단은 리그 풀타임을 치를 수 있는지 보는 게 첫 번째야. 그 후에 멘탈 체크 따로 해봐야지.”
“알겠습니다. 그러면 차후에 또 진행 상황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래. 고생하고.”
“네.”
트렌턴 선더의 감독인 페르디난드.
그는 오늘 있었던 사건에 대해서 뉴욕 양키스의 단장인 캐시먼에게 전화를 걸어 보고했다.
캐시먼은 별일 아니라는 듯이 이야기했다.
워낙 인종차별 문제에 엄격한 메이저리그.
최강남의 벤치 클리어링 소동은 정당방위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보다 중요한 점은 캐시먼의 다음 이야기였다.
최강남을 높이 평가하고 있으니, 가벼운 징계가 끝난 후에 리그 풀타임 출장을 요구했다.
리그 풀타임을 치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선수인가 테스트해 보는 것.
그 말은 더블 A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트리플 A를 건너뛰고, 빅 리그로 부르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2020년에 메이저 로스터 제도가 바뀐 후로 유망주의 콜업 시기가 바뀌었다.
기존 25인 로스터가 26인 로스터로 바뀌었다.
이것은 유망주 콜업을 비롯해서 더블 A의 감독인 페르디난드 본인과 상관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9월 확장 로스터가 40인에서 28인으로 바뀐 것은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전까지는 각 메이저리그 팀에서 유망주들의 빅 리그 첫 테스트를 9월 확장 로스터에 하는 것이 일례였다.
그렇지만 바뀐 후로는 9월 확장 로스터에도 겨우 2명이 늘어난다.
각 팀의 단장들은 메이저리거 주전들의 작은 부상에도 민감했고, 좋은 모습만 보여준다면 유망주를 바로 콜업하기도 했다.
‘가능성은 충분하지. 프런트에서는 너무 이른 나이라서 멘탈이 약할까 봐 걱정되는 것뿐이지.’
어린 초특급 유망주의 정신력.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오늘 보여준 사건만 봐도 멘탈적으로 그렇게 약한 선수는 아닌 것 같았다.
페르디난드는 그렇게 내일 있을 징계에 대해서 약간의 걱정을 하다가 감독실을 나왔다.
***
“생각보다는 괜찮네. 나까지 징계를 받은 것은 좀 의외긴 하지만.”
“미안해요. 괜히 저 때문에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아서.”
“나야 선발투수잖아. 어차피 다음 3경기는 못 나오니까 형식적인 징계지. 거기다가 원정 경기도 안 가도 되니 체력도 아끼겠네.”
“형식적인 징계로 끝나서 다행이네요.”
다음 날 아침.
어제 열렸던 경기의 징계 내용이 발표됐다.
이리 시울브즈의 자콥은 10경기 출장 정지와 2,000달러의 벌금을 받게 되었다.
뭐··· 애초에 이 사건의 원인은 자콥이었으니, 큰 징계를 받는 것은 당연했다.
트렌턴 선더에서 징계를 받는 선수는 둘이었다.
주먹질을 한 나와 빈볼을 던진 스티브.
우리 둘은 3경기 출장 정지를 받았다.
스티브의 말대로 그는 선발 투수였기에, 사실상 무징계였다.
문제는 내 3경기 출장 정지.
당장 오늘부터 열리는 3차전과 원정 3경기 중에서 2경기를 뛸 수 없었다.
출장 정지는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것도 불가능하다.
페르디난드 감독의 지시를 따르면 될 것이다.
“최강남 선수. 잠깐 이야기 가능할까요?”
“알겠습니다.”
마침 페르디난드 감독이 그라운드에 도착했고 조용한 라커룸으로 자리를 옮겼다.
“징계 내용은 확인했습니다. 예상 범위 안의 징계를 받았네요.”
“걱정을 끼쳐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야구의 기본 메커니즘은 복수인데,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었죠. 그런 이야기 말고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 이야기 하려고 불렀습니다.”
“앞으로의 일이요?”
“네. 일단 이번 원정 경기에서는 최강남 선수를 제외할 생각입니다. 오늘 경기에서도 더그아웃에도 올 수 없으니 개인 훈련으로 대체하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페르디난드 감독의 상당히 진지한 표정에 나는 알겠다는 대답을 했다.
페르디난드는 몇 번 헛기침 이후로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원정 3경기가 끝나고 다시 홈에서 열리는 3경기부터 최강남 선수를 선발 출장시킬 계획입니다. 앞으로는 대주자나 대타로도 최대한 교체를 하지 않을 생각이고요.”
“위쪽 지시인가요?”
내 말에 페르디난드 감독은 살짝 흠칫했다.
그러고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4일 동안 컨디션을 올리는 것에 집중하겠습니다.”
“네. 좋은 모습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고 오늘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과 경기 전에 하는 간단한 훈련에 참가했다.
5개의 내야 펑고를 다 받아내고 오늘 유격수로 선발 출장하는 선수에게 다음 차례를 양보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선수들은 오늘 열리는 경기를 위해 집합했고 난 조용히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오늘은 무슨 훈련하려고?”
“일단 인바디 체크부터 하려고요. 그리고 컨디션 관리하면서 다음 홈경기 준비해야죠. 스티브는요?”
“난 원래 선발 등판 다음 날에는 특별한 훈련은 안 해. 그냥 숙소에서 경기나 TV로 지켜볼 생각이야. 앞으로 4일 동안 잘 지내보자. 우리 둘 말고는 아무도 없을 테니까.”
“알겠어요. 그러면 전 먼저 가볼게요.”
“그래.”
오늘 나와 마찬가지로 더그아웃에도 있을 수 없게 된 스티브.
그와 함께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나는 트레이닝 센터로 향했고 스티브는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트레이닝 센터에 도착해서 키와 몸무게를 비롯해서 근육량까지 체크했다.
저번에 쟀던 것과 마찬가지로 188cm에 84kg.
근육량은 이전보다 살짝 줄어들었다.
이 몸이라면 풀 시즌을 치르기는 조금 힘들 것이다.
타격만이라면 몰라도 유격수는 체력 소모가 많은 포지션이니까.
가볍게 러닝머신을 뛴 후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일단 당장의 목표는 경기를 뛰지 않는 4일 동안 2kg을 찌우는 것.
그리고 실전 감각을 떨어뜨리지 않음과 동시에 그동안 쌓였던 피로를 말끔하게 씻어내는 것이었다.
벤치 프레스를 하며 벽에 달려있는 TV를 가끔씩 확인했다.
경기는 3회 초에 3:1로 지고 있는 상황.
아무래도 이번에 더블 A 데뷔전인 투수가 많이 흔들리면서 오늘 경기는 힘들어 보였다.
웨이트 트레이닝 훈련을 마치고 평소보다 꼼꼼하게 스트레칭을 마쳤다.
오랜만에 웨이트이니 근육이 놀라지 않도록 최대한 풀어준 후에 타격 훈련장으로 향했다.
‘어쩌면 내 예상보다 빠르게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도 있겠네.’
당초에 내 목표는 내년 스프링 트레이닝캠프에 참가해서 눈에 띄는 것이었다.
시범경기 마지막까지 살아남고 개막전에서 뛰는 것.
하지만 요즘 뉴욕 양키스의 상황이 예상과는 반대로 흘러가는 모습이었다.
야수와 투수를 비롯해서 많은 선수들이 초반부터 부상과 슬럼프를 겪는 상황.
거기다가 주전 유격수는 이미 발목 부상으로 3개월짜리 DL(부상자 명단)을 끊었다.
후보는 10경기에 출전해 1할을 겨우 넘기는 타율을 기록했고, 수비에서도 에러를 남발하는 최악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한 이유로 트리플 A에서 데려온 유격수는 현재 5경기 무안타.
트리플 A에서 데려오는 다른 유격수도 죽을 쑨다면 내 콜업이 확실시 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페르디난드 감독도 나에게 교체 없는 선발 출장을 강조했을 것이다.
생각보다는 이른 콜업이었지만, 승격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았다.
언론이나 팬들은 어린 유망주가 멘탈적으로 타격을 받아서 큰 슬럼프에 빠질까 봐 걱정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난 프로 무대에서만 20년 가까이 뛴 베테랑.
적어도 멘탈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따악―!
올라갈 수 있을 때 올라가야 한다.
현재 3개월 DL을 끊은 유격수와 나의 연봉 차이는 무려 150배.
그 선수가 돌아와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메이저리그 후보 자리도 확신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따아아악―!
저번 주에 부상 기사를 확인했으니 당분간의 경기 내용이 중요하다.
더블 A를 최대한 압도적인 기록으로 뛰어넘고 바로 메이저리그 벤치로라도 향해야 한다.
내가 있는 팀은 가난한 구단인 탬파베이가 아니고 최고의 부자 구단인 뉴욕 양키스.
매년 우승을 노리는 페이롤이 가장 큰 팀이었다.
부상이나 슬럼프를 겪는 포지션의 선수들을 트레이드 한 사례는 이미 너무나도 많은 구단.
내가 애매한 기록을 보여준다면 당장에라도 엄청난 금액으로 다른 팀의 에이스 유격수를 가져올 것이다.
따아아악―!
그렇다고 조급해할 것까지는 없다.
조급함은 늘 일을 그르치기 마련이고, 야구 선수가 조급함을 느낀다면 바로 부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회귀 전에도 이미 수많은 부상을 겪었고, 그것은 기본적인 것을 소홀히 했을 때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따아아악―!
오늘도 평소처럼 30구 포심 타격을 마쳤다.
가볍게 샤워를 마치고 숙소에서 TV로 남은 경기를 지켜봤다.
경기는 4:7 트렌턴 선더의 패배.
선발은 5이닝 3실점으로 예상외의 호투를 보여줬지만, 불펜이 무너지며 대량 실점을 했다.
그리고 타선은 평소처럼 터지지 못하며 그대로 경기가 기울었다.
스윕 시리즈는 못했지만 위닝 시리즈로 마감하는 홈경기.
2승 1패면 나쁘지 않은 기록이었다.
“오늘 뭐 했어?”
“그냥 가벼운 훈련이랑 웨이트 트레이닝도 조금 했습니다.”
“그렇구나. 오늘 경기 봤지? 생각보다 네 공백이 크더라. 타격은 당연하고 수비에서도 병살만 두 개를 놓쳤어. 얼른 돌아와.”
“알겠어요. 얼른 샤워하고 와요. 밥 먹으러 가게.”
“그래. 금방 올 테니까 같이 가자.”
얼마 지나지 않아서 룸메이트인 데이브가 들어왔고 샤워를 마친 후에 식당으로 함께 향했다.
오늘은 그놈의 식빵과 샐러드에다가 소고기 스테이크를 추가해서 먹었다.
“내일부터 원정 경기니까 오늘 오후 9시에 이동할 거야. 스쿼드 문 앞에 붙여뒀으니까 전부 확인하고 내일은 이겨보자.”
“알겠습니다!”
수석 코치인 알프레드의 말에 선수들이 다 같이 대답했다.
당연하게도 스쿼드에 내 이름은 없었다.
“바로 안 들어가게?”
“잠깐 에디스 코치 좀 만나고 가려고요.”
“난 오후 9시 출발이라 간단히 짐 싸러 먼저 들어가 볼게.”
“네.”
룸메이트 데이브를 먼저 돌려보내고 문 앞에서 타격 코치인 에디스를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온몸이 근육으로 도배가 되어있는 에디스가 나왔다.
“코치님!”
“우리 복서 왔어? 무슨 일이야.”
“원정 끝나고 홈에서 3연전 붙을 팀인 버밍햄 배런스 스카우팅 리포트 좀 확인할 수 있을까요? 곧 원정 경기 가셔야 해서 바쁘실 텐데 부탁드려서 죄송합니다.”
“아이고 괜찮아. 자료는 있는데 정리해서 줄 시간이 없네. 좀 많을 텐데 괜찮겠어?”
“그럼요. 앞으로 3일 동안 틈틈이 분석하면 됩니다.”
“그래. 그러면 내가 버스 타기 전에 식당에 두고 갈게. 직원한테 말해놓을 테니 내일 아침에 확인해.”
“감사합니다.”
“내가 고맙지. 타격 코치를 찾는 타자들은 늘 금방 올라가 버리기 마련인데. 너도 그러려나? 난 이제 가볼게. 아쉽네. 시간 여유가 조금만 있어도 내 트리플 A 시절 이야기를 해주는 건데.”
“아쉽네요.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그래. 돌아와서 해줄 테니 기대하고 있으라고!”
타격 코치인 에디스에게 4일 후에 홈에서 붙게 될 버밍햄 배런스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4일.
그 시간 안에 완벽하게 컨디션을 끌어올려서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다.
그래서 캐시먼의 눈에 들어 메이저리그에 입성하고 내 입지를 다지는 것.
내 목표가 올해 메이저리그 승격으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