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홈런왕의 탄생-63화 (63/126)

# 63

더블 A (3)

최강남의 홈런으로 2:0으로 앞서게 된 트렌턴 선더.

‘오늘은 1회부터 운이 좋네.’

벤치에 앉아서 조용히 경기를 지켜보던 폴이 웃었다.

1회부터 좋은 수비에 데뷔 타석 홈런이라니.

모자를 만지며 감사를 표했지만, 루키 치고 상당히 안정적인 수비에 감탄했던 폴.

16살 루키가 벌써 더블 A에 올라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의아했지만, 1회 초와 말에 보여준 그의 플레이를 보고는 다른 의아한 점이 생겼다.

왜 이렇게 늦게 올라왔을까.

뭐··· 루키 리그에 상당히 오래 있었다고 하니, 마이너리그 적응 기간을 거치고 올라왔을 것이다.

따악―!

4번 타자 1루수 앨런은 2루타를 쳐내며 계속해서 좋은 분위기를 이어갔다.

1아웃 2루의 찬스.

상대 투수인 험프리는 이런 상황에 몹시 당황했고, 그 결과는 실투로 이어졌다.

결국 추가로 1득점을 더하며 3:0으로 1회 말 공격을 마무리 한 트렌턴 선더였다.

2회 초 다시 마운드에 올라온 폴.

무브먼트가 좋고 범타 유도에 능한 투수에게 가장 좋은 상황은 오늘 경기 같은 순간.

1회부터 3점의 차이는 실수가 조금 나와도 승리투수를 확정 지어주는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따악―!

선두 타자의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

장타를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폴은 흔들리지 않았다.

폴은 침착하게 다음 타자들을 차례로 요리하기 시작했다.

우익수 뜬공, 2루수 땅볼.

노아웃 2루가 순식간에 2아웃 3루의 상황이 되었다.

‘오늘은 유독 공 움직임이 좋네. 어깨 상태도 6일이나 쉬어서 그런지 최상이고.’

선두 타자가 출루했을 때, 최선이 1실점이라고 생각한 폴.

하지만 오늘은 본인의 생각보다도 컨디션이 너무나 좋았다.

“스트라이크!”

130km/h 후반대의 슬라이더가 그 증거였다.

평소보다 3마일 가까이 늘어난 구속과 훨씬 좋아진 공의 궤적.

부웅―!

“스트라이크!”

상대 타자는 그런 폴의 두 번째 공인 체인지업에 배트를 허공에 갈랐다.

0-2의 카운트에서 맞이하는 세 번째 공.

‘아! 미끄러졌다.’

3구에 던진 커터를 던질 때 폴은 느꼈다.

이건 밋밋한 포심이 될 것이라고.

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위대한 투수라도 모든 공을 완벽하게 던질 수는 없으니.

따악―!

당연하게도 상대 타자는 그런 폴의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타구는 평범하게 3유간을 가르는 코스.

폴은 실점을 확신하며 고개를 돌려 타구를 바라봤다.

그리고 더블 A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놀라운 광경에 입이 떡 벌어졌다.

최강남은 평범하게 빠지는 그 타구를 끝까지 달려가서 리버스 캐치로 잡아냈다.

그리고 제자리에서 높이 뛰어 올라 1루를 향해 공을 던졌다.

공은 바운드도 없이 그대로 1루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갔다.

심판의 1초 정도의 침묵.

관중과 선수들 역시 그 침묵 속에서 조용히 침을 삼켰다.

“아웃!”

그리고 심판은 주먹을 앞으로 내지르며 아웃을 선언했다.

폴은 이번에는 모자챙으로 하는 감사 인사 대신에 최강남에게 걸어갔다.

그리고 주먹을 갖다 대며 입을 열었다.

“나이스 수비. 내가 앞으로 뭐라고 부르면 될까?”

“최라고 편하게 부르세요. 뭐··· 이런 수비가 나왔을 때는 별명으로 부르셔도 되고.”

“그래. 기사 재밌게 봤어. 스트롱 맨 오늘 경기에서 쭉 이런 수비 기대할게.”

“그럼요. 그게 제 할 일인데요.”

“그래. 앞으로 네 쪽으로 타구가 향하면 쳐다도 안 보고 믿을게.”

최강남은 그런 폴에게 자기의 주먹을 맞대고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

긴장하지 않고 뻔뻔하고 당당한 루키.

폴은 그런 최강남이 마음에 들었다.

본인의 실점을 하나 막아줬는데, 어떤 투수가 마음에 들지 않을까.

페르디난드 감독의 완고한 고집 때문에 루키 헤이징이 없는 트렌턴 선더.

그렇기에 폴이 전에 있던 팀처럼 루키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에 있어서,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던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최강남과 폴은 그렇게 웃으며 더그아웃으로 함께 들어왔다.

***

[역동작 점프 스로우! 오늘 데뷔전을 치르는 최강남 선수가 트렌턴 선더의 실점을 하나 막아냅니다. 정말 그림 같은 수비를 보여주는 최강남!]

[1회 말에 나온 홈런도 좋았지만 지금 수비는 정말 루키답지 않은 완벽한 모습이네요. 메이저리그에서나 나올법한 좋은 수비를 보여주면서 트렌턴 선더가 무실점으로 2회 초를 마무리합니다.]

[정말 메이저리그급 수비였어요. 아! 지금 리플레이로 아까의 수비가 나오는데 정말 깔끔한 처리였죠?]

[처리도 깔끔했지만 타격과 동시에 위치 판단이 정말 좋네요. 확실히 이번에 양키스에 괜찮은 유격수 유망주가 생겼다는 확신이 듭니다.]

최강남이 보여준 완벽한 수비.

그 수비에 해설진은 리플레이에도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핏대를 세우며 찬사를 보냈다.

― 와 방금 수비 뭐야

ㄴ 진짜 좋은 수비였다 이 정도면 메이저리그 직행해도 할 말 없을 듯

ㄴ 이게 유망주지 여태까지 유망주들은 너무 어설펐어

ㄴ 이 정도면 초특급 유망주 아니냐

ㄴ 인정 어제 2실점도 이런 수비 나왔으면 막았겠다

ㄴ 밥맛 떨어지니까 양키스 수비 이야기 꺼내지도 마라

당연히 그 수비를 지켜본 시청자들도 대부분 같은 반응.

최강남의 좋은 수비로 3:0을 유지하며 2회 말을 맞이하게 되는 트렌턴 선더였다.

***

“좋은 수비였다. 이번에 내가 하나 제대로 하고 올게.”

“좋은 타격 기대할게요.”

“당연하지. 내가 타격 하나로 올라온 사람인데.”

오늘 선발 출장하게 된 8번 타자 포수 로버슨.

그는 탬파 타폰스에서 뛰던 것과는 다르게 상당히 큰 목소리였다.

아무래도 트렌턴 선더의 더그아웃은 그때보다는 훨씬 경직되지 않은 분위기였기에 당연했다.

빠르게 포수 장비를 제거하고 응원가와 함께 타석에 들어선 로버슨.

따악―!

그는 험프리의 94마일(151km/h) 직구를 제대로 밀어 치며,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만들어냈다.

9번 타자는 우익수 토머스.

“볼넷!”

상대 투수인 험프리는 1회에 이어서 2회에도 흔들리는 모습.

초구에 던진 스트라이크 하나를 제외하고 전부 볼을 던졌고, 볼넷으로 토머스는 1루에 안착했다.

노아웃 1, 2루의 찬스.

상위 타선부터 시작되는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두 번째 타석을 맞이하는 1번 타자 필리스.

첫 번째 타석은 아쉽게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선 그는 평소보다 배트를 짧게 쥐었다.

딱―!

풀카운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타격했지만, 3루로 향하는 느린 땅볼.

“아웃!”

주자는 빠르게 스타트를 끊었기에 본인만 1루에서 아웃됐다.

1아웃 2, 3루의 찬스.

2번 타자 데이브가 올라왔다.

데이브는 어제의 훈련이 효과가 있었다는 듯이 첫 타석부터 험프리의 강속구를 쳐냈었다.

그는 이번에도 초구부터 큼지막한 파울 홈런을 쳐냈고, 험프리는 더욱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연달아 두 개의 빠지는 공을 던지더니 네 번째 공은 허벅지로 향했다.

“히트 바이 피치!”

데이브는 그 공을 피하지 않았고, 공은 허벅지를 살짝 스쳤다.

날 바라보며 웃던 데이브는 배트를 가볍게 던지고 1루로 여유롭게 걸어 나갔다.

“Strong Man! The Strongest Man! Choi! Gang! Nam!”

그렇게 1아웃 만루에 3:0으로 앞서는 상황.

내 두 번째 타석이 돌아왔다.

“볼!”

초구는 원바운드로 떨어지는 커브를 던진 험프리.

상대 포수의 좋은 블로킹으로 뒤로는 빠지지 않았다.

현재 주자는 만루이기에 폭투가 하나라도 나온다면 실점을 하는 상황.

험프리는 쉽게 방금과 같은 커브를 던질 수 없을 것이다.

“볼!”

세트 포지션 후에 던진 두 번째 공은 바깥쪽으로 살짝 빠지는 포심.

아무래도 와인드업보다는 구속이나 제구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 세트 포지션.

“스트라이크!”

험프리는 그런 세트 포지션을 버리고, 세 번째 공부터는 와인드업 후에 전력투구로 나와의 승부를 시작했다.

존 바깥쪽에 걸치는 공이었으니, 카운트가 유리한 지금 굳이 배트를 휘두르지는 않았다.

“볼!”

2-1에서 맞이하는 네 번째 공도 바깥쪽으로 빠지는 공.

아무래도 첫 타석에서 몸쪽 공에 홈런을 맞은 것 때문에 바깥쪽 승부만을 하는 모습이었다.

다섯 번째 공은 세 번째 공처럼 스트라이크 존 바깥쪽에 꽉 차는 코스였다.

하지만 5구 연속으로 바깥쪽을 던지는 투수.

충분히 예측이 가능한 코스였기에, 나는 일말의 주저도 없이 배트를 휘둘렀다.

따아아악―!

완벽하게 밀어서 쳐낸 타구는 우중간을 향해서 쭉쭉 날아갔다.

험프리는 이번 타구도 마운드에서 고개를 떨구고 바라볼 엄두조차 내지 않는 모습.

난 가볍게 배트를 던지고 1루로 빠른 속도로 달려갔다.

타격과 동시에 홈런임은 직감했지만, 여기서 괜히 애매한 반응을 보이면 다음 타석에는 빈볼 확정일 테니까.

타구는 예상대로 우측 담장을 가볍게 넘어서 스탠드 최상단에 떨어졌다.

탬파 타폰스에 비해서도 확실히 구장이 작고 담장이 낮다는 사실이 새삼 실감이 났다.

예전 경기장이었다면 방금 타구는 담장을 살짝 넘어서 스탠드 하단에나 떨어질 법한데, 예상보다 훨씬 멀리 가는 모습이었다.

‘뭐··· 미리 연습 되고 좋지.’

뉴욕 양키스의 홈구장은 이 경기장보다 살짝 큰 크기에 우측 담장은 거의 비슷했다.

그러니 지금부터 밀어치는 연습을 하기에 안성맞춤인 경기장이기도 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베이스를 밟으니 어느새 홈 플레이트까지 도착했다.

이번에도 배트를 들고 기다리고 있는 1루 주자이자 룸메이트인 데이브.

“나이스 홈런!”

“땡큐.”

번쩍 들고 있는 오른손에 거칠게 하이파이브를 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왔다.

“데뷔전에서 연타석 홈런은 뭐야!”

“장하다. 우리 슈퍼 루키!”

“나이스 배팅!”

이번에도 더그아웃에서 헬멧과 등에 쏟아지는 축하와 함께 환호를 받았다.

확실히 이런 분위기는 정말 홈런 치는 맛이 있기는 했다.

따아아악―!

4번 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앨런은 망연자실한 험프리에게 백투백 홈런을 쳐냈다.

“타임!”

험프리는 씁쓸하게 마운드에서 내려왔지만, 다음 투수 역시 기세를 제대로 탄 트렌턴 선더의 타선을 버텨내지 못했다.

선발 투수로 나왔던 폴은 7이닝 1실점의 좋은 피칭을 보여줬다.

8회는 중계 투수인 프란시스가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그리고 9회 초에 올라온 베네수엘라 출신의 케이든.

따악―!

“홀리!”

선두 타자의 타구가 우측 담장을 살짝 넘어갔다.

예전 경기장이었으면 펜스 앞에서 잡히는 플라이였을 텐데.

상당히 신경질적으로 마운드의 흙을 발로 벅벅 긁어낸 케이든.

“스트라이크 아웃!”

“예쓰!”

그는 다음 타자들에게 안타 하나 허용하지 않으며 1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냈다.

“방금 홈런은 메이저리그 우익수였으면 점프 캐치로 잡았을 거야. 그러니까 사실상 오늘도 무실점 호투였다는 말이지.”

“그런 이야기 우익수한테 하면 안 되는 거 알죠?”

“당연하지. 날 무슨 정신병자로 생각하는 거야? 나도 팀 케미를 망치지 않는 선수라고.”

“확실하죠?”

“사실 한마디 할까 고민했는데 이번 한 번만 참아볼게.”

“좋은 생각이에요.”

경기가 끝나고 더그아웃으로 향하며 케이든은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내가 말해주지 않았다면 오늘 라커룸에서 한판 크게 붙었을 것 같았다.

경기는 결국 13:2로 트렌턴 선더의 승리.

더블 A가 하위 리그들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MVP 인터뷰가 있다는 것이었다.

오늘의 MVP는 내가 받게 되었다.

두 타석 연속 홈런.

그리고 다음 타석에서 중견수 뜬공과 볼넷을 얻어내고 교체되었다.

4타석 3타수 2안타 2홈런 6타점.

확실히 데뷔전치고 좋은 기록이었다.

오늘의 플레이를 설명하는 식상한 인터뷰가 진행됐고 아나운서는 마지막 멘트를 던졌다.

“오늘 좋은 모습 보여주셨는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으신가요?”

“저를 응원해 주시는 많은 분들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계시는 부모님과 상우 중학교의 유동기 감독에게 오늘 MVP의 영광을 돌리겠습니다.”

“당사자들에게는 감동적인 인사겠네요. 이것으로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첫 출전에 MVP의 영광까지.

아무래도 내일 인터넷에서 내 이름이 상당히 언급될 것 같았다.

그래서 부모님과 더불어 유동기 감독에게 이 영광을 돌렸다.

부모님은 상당히 좋아하실 것이다.

그러고 보니 더블 A로 승격하고 전화도 못 드렸는데 어쩌면 서운해하시려나?

오늘 경기가 끝나고라도 꼭 전화를 드려야겠다.

뭐··· 유동기 감독은 아마 좋아할 것이다.

그래도 아직 미성년자인데, 저번처럼 술 취해서 사랑한다는 전화는 안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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