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홈런왕의 탄생-59화 (59/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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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A (8)

“그러면 저희 중에서 더블 A로 올라갈 선수가 있다는 뜻인가요?”

“그래. 이번 3연전인 프레데릭 키즈와의 경기에서 결정할 거야. 포수와 투수는 오늘 주전으로 뛰었던 선수들은 안 불렀어. 휴식 시간을 보장해 주느라 내일 이야기할 계획이거든. 다른 질문 있나?”

케니스 감독은 선수들을 불러 모으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투수와 포수의 경우에는 오늘 주전으로 뛰었던 선수들도 후보로 포함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최강남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의 표정이 굳었다.

하지만 최강남은 여전히 표정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본인이 올라간다는 확신이 있는 건가.’

그런 최강남을 흥미롭게 지켜본 케니스 감독은 다시 입을 열었다.

“질문 없으면 이제 다들 가서 쉬어. 최강남 선수는 잠깐 나 좀 볼까?”

“알겠습니다.”

최강남을 제외한 선수들은 가볍게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섰다.

케니스 감독은 아무런 변화가 없는 그의 반대편에 앉아서 커피를 홀짝이며 곁눈질로 지켜봤다.

여전히 부담감이라고는 전혀 없는 표정.

“긴장은 안 되나? 상당히 어린 나이에 더블 A로의 승격인데.”

“예상보다 빠른 승격이긴 하지만 긴장은 전혀 안 됩니다. 당연히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당돌한 대답에 케니스 감독은 웃었다.

상당히 어색하게 입꼬리가 올라가는 모습.

탬파 타폰스의 다른 선수가 봤다면 그 모습만으로 상당히 경직됐을 것이다.

“그래. 패기 있는 모습은 좋네. 오늘은 이제 방으로 돌아가서 쉴 계획인가?”

“내일 모레 1차전에 나올 선발 투수의 기록 분석 후에 영상을 찾아보고 잘 계획입니다.”

“분석? 타격 코치가 주는 거 말고 따로 하고 있어?”

“네. 매 경기마다 체크하고 있습니다.”

본인의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루키.

그러고 보니 최강남은 다른 어린 선수들처럼 좋은 기록을 내면서도 건방을 떨지 않았다.

그런 모습이 상당히 마음에 든 케니스 감독은 궁금한 사실을 하나 물어봤다.

“다른 건 아니고 오늘 세리머니에 대해서 간단히 물어보려고 불렀어. 설명해 줄 수 있겠나?”

최강남에게 포수와의 말다툼에서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이는 케니스.

“그래. 이제 방으로 돌아가도 된다.”

“알겠습니다.”

‘어쩌면 정말 메이저리그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을지도 모르겠네.’

야구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건 일희일비하지 않는 강한 멘탈.

최강남에게는 어린 선수답지 않은 노련함이 있었다.

케니스 감독은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에 그런 최강남의 멘탈에 대해서 작성했다.

***

“오늘은 어떤 훈련 하려고?”

“러닝이랑 웨이트 하고 나서 가볍게 배팅훈련만 할 생각입니다.”

“그래. 혹시 내가 도와줄 거 있으면 이야기하고.”

“알겠습니다.”

타격 코치의 물음에 간단히 답변해 주고 내 개인 훈련 루틴을 시작했다.

일단은 키와 몸무게를 다시 측정했다.

올해 초에 쟀던 기록은 187cm에 86kg.

키는 188cm로 조금 컸지만, 몸무게는 오히려 2kg가 빠져서 84kg였다.

아무래도 버스로 장거리 원정 이동과 유격수 수비가 몸무게 감소의 원인일 것이다.

‘그래도 유격수를 포기할 수는 없지.’

상당히 움직임도 많고 과도한 집중력을 요구하는 유격수라는 포지션.

하지만 내가 유격수를 고집하는 것은 이유가 있었다.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수비 포지션은 투수를 제외하면 포수와 유격수.

심지어 KBO에서는 타격에서 최악의 모습을 보여줘도 어쩔 수 없이 기용하는 선수까지 있었다.

타격은 언제든 슬럼프가 올 수 있다.

하지만 완벽한 수비에는 슬럼프가 오지 않는다.

내 개인적인 견해였고 15년이 넘게 선수 생활을 해오며 깨달은 진리였다.

물론 은퇴 직전에는 1루수와 지명타자로 번갈아 가며 출전하긴 했다.

그래도 일단은 몸이 버틸 수 있을 때까지는 유격수로 출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오늘은 더 열심히 하네. 보기 좋다.”

“오늘은 포수 훈련 안 하나 봐요?”

“다 끝났어. 오전 일찍부터 시작했거든. 나도 가볍게 웨이트나 하려고 왔지.”

벤치 프레스와 스쿼트를 끝내고 벤치에 앉아서 땀을 식히고 있던 중에 로버슨이 헬스장으로 들어왔다.

스트레칭을 한 로버슨은 웨이트를 시작했다.

벤치 프레스 120kg.

전혀 가벼운 무게는 아니었다.

우락부락한 근육에 맞는 무게를 들어 올리는 모습이었다.

난 그런 로버슨을 지켜보며, 마무리 스트레칭을 하고 이번엔 피칭머신들이 즐비해 있는 타격 훈련장으로 향했다.

따악―!

내일 선발 투수의 결정구는 포심과 20km/h 가까이 차이 나는 체인지업과 낙차 큰 커브.

따악―!

그래서 체인지업과 커브 피칭머신 위주로 타격 훈련을 했다.

내일 경기이니 가볍게 30구씩 타격을 마치고 숙소로 향했다.

간단하게 샤워 후에 내일 선발로 나올 빈센트의 영상을 챙겨봤다.

싱글 A치고 자세가 매우 좋은 편이었다.

어떤 구종을 던지든 릴리즈 포인트와 발의 착지 지점이 동일했다.

제구도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취약점을 찾자면 열 개에 하나 정도 실투가 나온다는 것?

그런 단점에도 홈런 타자들에게 몸쪽 승부를 꺼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장점과 단점을 각각 기록하며 상대 투수의 영상을 계속해서 분석했다.

“오늘도 투수 기록 분석 중이야?”

“네. 내일 투수는 살짝 까다로운 스타일이네요.”

“어떤 스타일인데?”

“강심장을 가진 투수요. 타자 입장에서는 이런 선수가 가장 까다롭죠. 케이든은 뭐 하고 왔어요?”

“난 가볍게 러닝 뛰고 불펜에서 몸 풀고 왔지. 내일은 아마 내가 출전할 테니까.”

같은 방을 쓰고 있는 케이든.

그는 보기와는 다르게 상당한 노력파였다.

거기다가 마운드 위에서는 평소보다 더욱 여유롭고 뻔뻔했다.

자신만의 페이스를 잃지 않는 선수.

케이든도 상대로 붙었다면 꽤 피곤한 스타일의 투수였을 것이다.

“분석 끝나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 오늘 저녁에도 식빵을 먹으면 내일 공 하나도 못 던질 거야.”

“10분이면 끝나요. 좀만 기다려줘요. 제가 오늘은 살게요.”

“그래. 난 간단히 샤워하고 올게.”

약 10분 후, 우리는 근처의 레스토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안녕하십니까. 탬파 타폰스의 팬 여러분들! 오늘은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싱글 A 팀인 프레데릭 키즈와의 1차전이 열리는 날입니다.]

[탬파 타폰스가 이번 시즌 처음으로 3연승의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그렇습니다. 거기다가 이번 3연전도 홈에서 열리니, 좋은 모습이 기대가 됩니다.]

아무래도 최근 탬파 타폰스의 기세가 좋다 보니, 해설진들은 시작부터 상당히 텐션이 높은 모습이었다.

물론 설레는 마음으로 경기를 보는 것은 이들만이 아니었다.

― 오늘 4연승 가냐?

ㄴ 4연승이 뭐야 이번에도 스윕 시리즈 가야지

ㄴ 요즘 양키스 경기 크게 지고 있으면 바로 탬파 타폰스 중계 튼다

ㄴ 야 너도? 나도

이틀 전보다 훨씬 많은 4,000명의 시청자들도 많은 기대를 하는 모습이었다.

― 오늘도 홈런 칠 수 있냐?

ㄴ 어떻게 4경기 연속 홈런을 쳐

ㄴ 여기는 메이저도 아니고 싱글 A인데 충분하지

ㄴ 우리 미래의 영구결번 무시하냐?

ㄴ 싱글 A 올라와서 3경기 4홈런 미쳤다 메이저면 200홈런 넘기는 페이스;

ㄴ 200 홈런이면 명예의 전당 그 이상 인정이지

물론 그들의 주요 관심사는 유격수로 뛰고 있는 최강남이었다.

“플레이 볼!”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 채 프레데릭 키즈와의 1차전이 시작됐다.

***

“오늘 다들 집중해서 좋은 모습 보여주길 기대한다. 이번 3연전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은 더블 A로 승격할 가능성이 있으니, 모두들 최선의 플레이를 하도록.”

“알겠습니다!”

케니스 감독의 승격이라는 단어에 모든 선수들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몇 배는 커졌다.

아무래도 오늘 경기는 평소보다 훨씬 선수들의 파이팅이 넘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오늘도 4번 타자이자 유격수로 선발 출장했다.

로버슨은 오늘은 벤치가 아닌 주전 포수로 스타트를 끊었다.

우리 선발 투수는 사무엘.

상대 선발은 1선발인 것에 비해 우리는 4선발을 맡고 있는 투수였다.

어쩔 수 없었다.

싱글 A 특성상 승격과 강등당하는 선수들이 너무 많았으니, 5선발 체제로 운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따악―!

사무엘은 1번 타자에게 2구로 던진 커터를 맞으며 안타를 허용했다.

발이 빠른 1번 타자지만 쉽게 도루를 시도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다.

프레이밍과 블로킹이 살짝 아쉬운 로버슨.

하지만 근육과 힘을 바탕으로 한 도루 저지는 최소 트리플 A급은 되는 선수였다.

“볼!”

거기에 초구와 2구 모두 바깥으로 살짝 빼며 상대 주자를 압박하는 리드를 보여줬다.

오늘은 더그아웃에서는 평소보다 크게 투수의 볼 배합에 관여하지 않는 모습.

아무래도 로버슨이 더블 A로 승격할만한 선수인지 시험하는 것 같았다.

딱―!

상대 2번 타자는 3구를 타격했다.

스트라이크 존 바깥쪽에 꽉 차는 체인지업.

타구는 2루수 그레고리의 정면으로 향했고 난 2루 베이스 커버를 위해 달려갔다.

“아웃!”

그레고리는 안정적으로 잡아내서 내게 토스했다.

“아웃!”

난 1루 주자의 발을 높이 든 태클을 점프로 피해내고, 1루로 공을 던져서 병살타를 만들었다.

딱―!

3번 타자의 타구는 포수 쪽 뜬공.

로버슨이 안전하게 잡아내며 삼자범퇴로 1회 초가 끝이 났다.

1회 말 탬파 타폰스의 공격.

딱―!

“세이프!”

1번 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찰스.

그는 3루수에게 향하는 느린 타구를 쳤고 빠른 발로 내야 안타를 만들었다.

그리고 상대 투수의 초구에 도루까지 성공해내며 순식간에 노아웃 2루.

득점권 찬스를 만들어냈다.

2번 타자는 2회 초에 좋은 수비를 보여줬던 2루수 그레고리.

“히트 바이 피치!”

그는 7구까지의 승부 끝에 허벅지를 살짝 스치는 데드볼로 1루로 걸어갔다.

3번 타자는 컨택이 좋은 패트릭.

딱―!

패트릭은 2구로 들어온 낙차 큰 커브를 완벽한 타이밍에 당겨쳤다.

충분히 3유간으로 빠질만한 코스.

하지만 상대 유격수의 호수비로 3유간으로 빠지지는 못했다.

상당히 깊은 코스의 공을 바운드로 잡아낸 후에 유격수는 3루를 한번 주시하고 1루로 던졌다.

“세이프!”

유격수의 공을 잡고 나서의 동작은 상당히 느렸다.

거기에 패트릭은 3번 타자치고 빠른 주루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아슬아슬하게 1루에서 패트릭이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Strong Man! The Strongest Man! Choi! Gang! Nam!”

1회 말 노아웃의 만루.

내 첫 번째 타석이 찾아왔다.

상대 투수는 연이은 야수들의 실책으로도 표정 변화는 크게 없어 보였다.

일단은 장타를 치기 위해서 포심을 노리겠다는 생각을 하며 초구를 기다렸다.

“스트라이크!”

낙차 큰 커브가 몸쪽으로 들어왔다.

내 마이너리그 기록을 보고도 노아웃 만루에서 초구를 몸쪽으로 던지는 강심장을 가진 투수.

역시 분석대로 쉽게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제는 구종을 딱히 정하지 않고 다음 공을 기다렸다.

2구는 살짝 빠지는 낙차 큰 커브.

3구로는 스트라이크 존에서 공 하나는 벗어나는 높은 체인지업이 들어왔다.

벌써 1회에만 14개의 공을 던진 빈센트.

거기다가 아직 실투성 공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짧은 세트 포지션 후에 빈센트가 네 번째 공을 던졌다.

‘드디어 왔다.’

실투성 포심이 존 한가운데로 몰려서 들어왔고 난 일말의 고민도 없이 배트를 휘둘렀다.

따아아악―!

내 타구는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좌중간 담장을 가볍게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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