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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A (7)
[아! 저건 아니죠. 안토니가 빈볼로 주심에게 경고를 받습니다.]
[싱글 A에서 보복구는 자제해야죠. 이제 두 번째 공을 맞이하는 최강남 선수. 쳤습니다! 커요! 담장을 넘어갑니다!]
[2회에 이어서 4회에도 선두 타자로 나와서 연타석 홈런을 기록합니다!]
[거기에 또다시 배트 플립! 그리고 세리머니까지 보여주며 안토니에게 지옥 같은 복귀전을 선사하는 최강남. 스트롱 맨이라는 본인의 별명에 걸맞은 플레이를 보여줍니다!]
[정말 안토니 선수는 다음에 최강남 선수와 다시 만나게 되면 오금이 저리겠네요. 완벽한 타격으로 역전 홈런을 만들어내며 3:2로 앞서나가는 탬파 타폰스!]
― 와 이걸 또 넘기네
ㄴ 이게 뉴욕 양키스의 미래다
ㄴ 플로어는 양키스의 클린업, 실링은 명예의 전당. 혹은 그 이상!
ㄴ 그거 쓴 기자 찬양하러 간다
ㄴ 믿고 보는 뉴욕 타임스지!
― 근데 진짜 재능은 있네 아무리 그래도 안토니도 메이저에서 던졌던 투수인데
ㄴ 메이저 클린업이 2경기 뛰었던 투수 공도 못 치겠냐고
ㄴ lol 스트롱 맨은 전설이다
최강남의 연타석 홈런으로 역전을 하게 된 탬파 타폰스.
거기에 배트 플립과 세리머니까지.
그것을 지켜본 해설진은 상당히 흥분하며 열광했다.
3,000명이 넘는 시청자들과 함께.
― 그런데 다음 타석에는 진짜 머리로 공 던지는 거 아니냐?
ㄴ 많이 화났던데
ㄴ 그러면 레드삭스랑 전쟁이지
ㄴ 전쟁은 원래 하고 있었고
이제 모두의 관심사는 최강남과 안토니의 세 번째 대결.
하지만 그 대결은 성사되지 않았다.
안토니는 최강남에게 연타석 홈런 이후로 완벽하게 멘탈이 무너졌고, 4회에만 2점을 추가로 실점했다.
그리고 쓸쓸하게 마운드를 내려갔다.
***
상대 선발은 4회 말에 내 홈런 이후에 2점을 추가 실점했다.
5:2에서 바뀐 투수는 마운드에서 불을 지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지며 스윕 시리즈를 확신하게 된 탬파 타폰스였다.
“괜찮겠나? 부담이 되면 바꿔주고.”
“괜찮습니다. 어차피 아무 일도 없을 거고요.”
“그걸 어떻게 확신하지? 처음도 아니고 한 경기에서 두 번이나 세리머니를 했으면 보복은 당연한 것일 텐데.”
“여기는 마이너리그니까요.”
5회 말에 다시 찾아온 내 타석.
케니스 감독이 걱정된다는 듯 말했지만, 난 웃으며 괜찮다고 이야기하고 타석에 들어섰다.
“스트라이크!”
그리고 예상대로 빈볼은 오지 않았다.
당연했다. 이 곳은 마이너리그.
팀원들의 결속보다는 개개인이 올라가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괜히 팀원의 복수를 하다가 실점이나 징계를 받으면 본인만 손해다.
그러므로 본인의 결과에만 집중하는 것이 마이너리그의 특징이었다.
따악―!
난 바뀐 투수에게 2루타를 때려냈다.
그리고 다음 타자인 피터의 안타로 여유롭게 홈으로 들어왔다.
이후 경기는 원사이드로 진행되었다.
호투를 예상한 에이스의 부진은 그린빌 드라이브 입장에서는 컸다.
거기에 2경기 연속 불펜이 풀가동 되어서 3차전에는 주전 계투들을 내보낼 수조차 없는 상황.
탬파 타폰스는 그런 그린빌 드라이브를 처참하게 짓밟기 시작했다.
난 네 번째 타석에서 다른 후보와 교체됐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주전 선수들이 후보로 교체됐다.
케니스 감독 입장에서도 완벽하게 승기를 잡은 경기에서 후보를 테스트해보는 것이 마음이 편했을 것이다.
“한방치고 와요!”
“고맙다. 근데 조용히 좀 이야기해. 눈치 보여.”
“뭐 어때요. 같은 팀 응원하는데 누가 눈치를 준다고.”
8회 말 탬파 타폰스의 공격.
1아웃에 주자는 2루인 상황에서 8번 타자인 포수가 교체됐다.
그리고 2경기 만에 타석에 들어선 포수 로버슨.
뭐가 걱정되는지 연신 검지를 입에 갖다 댄 로버슨이었다.
따악―!
그래도 소심한 행동과는 다르게 타석에서 보여준 행동은 대범했다.
2구 체인지업을 걷어 올린 그는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쳐냈고, 2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8회 말 1점을 추가하며 12:5로 월등하게 앞서나가는 탬파 타폰스.
9회 초에 등판한 에드윈은 솔로 홈런을 하나 맞았지만, 추가 실점을 하지 않으며 3아웃을 잡아냈다.
메이저리그와 같이 싱글 A에서도 라이벌이라 불리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A팀인 그린빌 드라이브.
탬파 타폰스가 그들을 상대로 3연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고생 많았다. 내일 하루 쉬고 모레부터 또 홈경기인 거 모두 알지?”
“그렇습니다.”
“다들 컨디션 관리 잘해서 좋은 경기로 지금 연승을 쭉 이어가 보자. 오늘 술 적당히 먹고 내일 훈련은 자율훈련이니, 알아서 최고의 컨디션으로 유지하도록.”
“고생하셨습니다!”
5월에 개막 후에 6월 중순에서야 얻게 된 첫 3연승.
케니스 감독은 꽤나 만족스러웠는지 평소와는 다르게 약간의 웃음을 띠며 이야기했다.
그 웃음은 너무나도 어색해서 오히려 분위기를 경직시켰지만 말이다.
어쨌든 오늘은 날선 지적없이 간단하게 피드백이 끝났다.
“오늘은 내가 사도록 하지. 어제는 입맛이 없었는데, 오늘은 미각이 다시 살아난 기분이야.”
“역시 덩치에 안 어울리게 소심해. 오늘 안타 쳤다고 미각 살아난 거 맞지?”
“먹기 싫으면 오지 마! 난 슈퍼 루키랑 가면 되니까.”
“스트롱! 얘가 아직도 슈퍼 루키라고 부르는데?”
“내게는 언제나 슈퍼 루키지. 얘를 몇 살때부터 내가 지켜봤는데.”
어제와는 다르게 로버슨은 굉장히 어깨가 올라가고 당당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베네수엘라 출신의 투수인 케이든은 그런 로버슨의 어깨를 손가락으로 찌르며 장난을 쳤고, 로버슨은 발끈하는 모습이었다.
“본 지 3달도 안됐잖아요.”
“아직도 시간이 그거밖에 안 흘렀나? 1년은 흐른 줄 알았는데.”
“농담하지 말고 밥이나 먹으러 가죠. 그래서 오늘 뭐 사는데요?”
“당연히 피자지! 이 근처에 맛있는 피자 가게 알고 있거든. 오늘은 거기로 가자고.”
로버슨의 농담에 피식 웃은 나는 알겠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저도 껴줘요.”
옆에서 그 이야기를 들은 중견수 찰스와 더블 A 출신의 스티브도 합류했다.
비교적 냉소적인 분위기의 싱글 A.
하지만 같이 루키 어드밴스드에서 올라온 선수들과는 약간의 유대감이 있었다.
뭐··· 이 중에서 몇이나 더블 A를 넘어서 트리플 A로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우리는 로버슨이 말하는 피자집으로 향했다.
***
지이잉―!
전화기에 뜬 이름을 확인한 케니스 감독의 얼굴이 살짝 구겨졌다.
“What The···”
전화기에 뜬 이름은 더블 A의 감독인 페르디난드.
페르디난드라는 이름을 보자마자 케니스 감독은 욕이 나왔다.
당연했다. 그가 전화할 일은 하나밖에 없었으니.
“전화 받았습니다.”
“오랜만이네. 잘 지내고 있지?”
“저번 주에 전화했습니다.”
“그런가? 다름 아니고 선수 승격 문제로 전화했네. 트리플 A로 올라가는 선수들이 많아서 말이야. 최강남, 케이든, 스티브, 로버슨. 이렇게 네 명이 필요한데 괜찮겠나?”
페르디난드의 이야기를 듣고 케니스 감독은 속으로 욕이 나왔다.
트리플 A로 저렇게 많은 선수가 올라갈 리가 없다는 사실을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냥 메이저리그로 올라갈 가능성이 있는 선수를 모두 내놓으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중에서 한 명이라도 메이저리그에 올라가면 본인의 공으로 돌리겠다는 생각.
“저번에도 몇 명을 보내줬는데요. 당장은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번 홈 3연전 끝나고 올려줘. 우리 이번에 플레이오프 갈 수 있는 상황이야. 이 제의 거절한다면 나도 프런트에 정식으로 항의하는 방법밖에는 없어. 서로 얼굴 붉히지는 말자고. 이만 끊겠네.”
“저기! ···끊었네. 이 실적에 미친놈.”
싱글 A는 물론이고 루키 리그보다 많은 선수를 보유 중인 뉴욕 양키스의 더블 A.
그 많은 선수들 중에서 경기에 후보로라도 나오는 인원은 절반도 안 됐다.
물론 케니스 감독이 그 선수들의 미래를 걱정해서 나오는 반응은 아니었다.
그냥 선수를 물건 취급하는 페르디난드의 태도가 맘에 안 들 뿐이었다.
거기에 승격이라는 것이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다.
싱글 A에서 더블 A로 올라간다는 것은 싱글 A의 빈자리를 채워야 한다는 뜻이었다.
‘일단 맨더슨 감독이랑 A-로 연락해서 채우고 올려야겠네.’
의자에 기대서 팔짱을 끼고 깊은 생각에 빠진 케니스 감독.
그는 수석코치인 오스카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지금 몇 시지?”
“아직 9시입니다. 혹시 승격 문제입니까?”
“역시 자네는 눈치가 빨라서 좋아. 최강남, 케이든, 스티브, 로버슨 이 선수들 좀 감독실로 불러주게.”
“알겠습니다. 20분 안에 도착할 겁니다.”
“그래. 고마워.”
전화를 끊은 케니스 감독은 펄래스키 양키스의 감독인 맨더슨에게 전화를 걸었다.
“맨더슨! 지금 전화 괜찮지?”
“지금 원정이라 새벽 1시입니다. 매번 이런 시간에만 전화를 거시네요.”
“내일 조카가 학예회를 하거든. 저번에는 나무 역할이었는데, 이번에는 사람 역할이라고 꼭 보러 오래. 같이 갈까?”
“이번에는 어떤 포지션이 승격합니까?”
농담에 아무렇지도 않게 일 이야기를 꺼내는 맨더슨 감독.
케니스 감독은 그런 맨더슨에게 웃으며 본론을 꺼냈다.
“투수 둘에 포수, 유격수 하나.”
“알겠습니다. 언제까지 보내면 될까요?”
“다음 주 월요일까지. 아무래도 페르디난드가 더블 A에다가 돔구장을 지을 생각인 모양이야. 아니면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필요할 리가 없어.”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한 달 동안 벌써 20명이 넘는 승격이라니. 어쨌든 저희도 자체적인 선수 평가로 올리겠습니다.”
“그래. 이번에도 명예의 전당에 갈 수 있는 선수들로 부탁하네.”
케니스 감독은 맨더슨에게 약간의 농담을 던졌고 맨더슨은 평소처럼 침묵했다.
‘역시 싱거운 사람이야.’
그런 생각을 하며 전화를 끊으려는 케니스 감독.
그때 맨더슨 감독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느 정도는 동의하시죠? 저희의 의견에 대해서요.”
학예회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뭐··· 최강남 선수에 대한 이야기겠지.
“아주 조금은. 실링은 모르겠고 플로어는 그쯤 될 것 같긴 하더라. 이번에 페르디난드에게 기회를 얼마나 받냐에 따라서, 메이저리그에 올라갈 수 있는 시기는 다르겠지만.”
“다행이네요. 케니스 감독의 눈은 저보다 더 정확하니까요.”
“그래. 새벽 1시인데 좋은 꿈꾸라고. 잠 안 오면 같이 학예회나 가고.”
“고생하세요.”
무미건조한 맨더슨 감독의 말에 케니스는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A-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역시나 부정적인 반응.
케니스는 그런 감독에게 위로의 농담을 건네고 전화를 끊었다.
똑똑―
그리고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감독실에 노크 소리가 두 번 울렸다.
“어. 들어와.”
“감독님. 말씀하신 선수들 데리고 왔습니다.”
수석코치인 오스카와 함께 이번에 더블 A 승격 후보인 4명의 선수들이 들어왔다.
“일단 앉아. 너희를 왜 불렀냐면···.”
케니스 감독은 전과는 전혀 다른 친절한 모습으로 선수들에게 커피 한 잔씩을 내어주었다.
그리고 본론을 꺼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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