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홈런왕의 탄생-57화 (57/126)

# 57 - 3801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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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A (6)

“플레이 볼!”

심판의 콜과 함께 그린빌 드라이브와의 3차전이 시작됐다.

오늘 탬파 타폰스의 선발은 더글러스.

3선발 투수로 나쁘지 않은 공을 던지는 평범한 싱글 A의 선수였다.

따악―!

그 말은 싱글 A의 상대 타자들에게 실점을 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이야기.

볼넷 하나와 안타 두 개를 허용한 더글러스는 2실점 끝에 아웃 카운트 3개를 얻어냈다.

1회 말 그린빌 드라이브의 선발 투수는 안토니.

트리플 A는 물론이고 좋지 않은 기록이긴 했지만, 메이저리그까지 경험해 본 투수였다.

“스트라이크 아웃!”

거기다가 공격적인 피칭을 하는 스타일의 투수.

1번 타자로 호기롭게 나선 찰스는 배트에 공을 스치지도 못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다.

딱―!

2번 타자는 2루수 그레고리.

그는 2구를 타격했지만 타구는 힘없게 2루수를 향해 굴러갔다.

“아웃!”

상대 2루수는 안정적으로 잡아내서 1루로 던지며 2아웃을 만들었다.

“스트라이크 아웃!”

오늘 3번 타자는 어제와는 다르게 3루수 패트릭이 들어섰다.

싱글 A에서는 좋은 컨택으로 높은 타율과 타점을 기록하고 있는 패트릭.

하지만 안토니의 공에 삼구삼진으로 아웃되며 1회 말 공격이 허무하게 끝이 났다.

따악―!

2회 초에도 더글러스는 선두 타자에게 안타를 허용하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노아웃 1루의 상황.

딱―!

초구를 지켜본 상대는 두 번째 공에 히트 앤드 런 작전을 펼쳤다.

타구 소리와 함께 몸을 돌려 좌익수 방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뒤를 돌아 타구를 바라보며 최대한 높이 뛰어서 글러브를 낀 왼손을 쭉 뻗었다.

그리고 안정적으로 착지했다.

넘어짐과 동시에 글러브 안을 확인했다.

공은 얌전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을 오른손에 집어 들고 주자 위치를 확인했다.

1루 주자는 이미 2루를 밟고 3루로 달려가다가 멈춰 선 상황.

여유롭게 그립을 가다듬고 1루로 공을 던졌다.

“아웃!”

더블아웃을 잡아내며 또다시 찾아온 위기를 넘기게 된 선발 더글러스.

그는 다음 타자를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2회 초는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넌 내 히어로야. 스트롱 맨.”

“뭐야? 오글거려. 그런 농담하지 마.”

“정말이야. 사실 메이저리거랑 붙는다는 생각에 너무 긴장했어. 이제 긴장 다 풀린 것 같아. 3회부터는 좋은 피칭 보여줄게. 진짜 고맙다.”

“긴장 풀렸으면 다행이네. 너도 메이저리그 가야지. 상대 투수 너무 신경 쓰지 말고 네 페이스를 지켜.”

“그래. 잘 해볼게.”

더그아웃으로 향할 때 선발인 더글러스는 나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나는 웃으며 그런 더글러스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왔다.

2회 말 선두 타자는 나였기에, 바로 배트를 들고 준비 타석으로 걸어갔다.

몇 차례 배트를 휘두르니 심판이 타석으로 올라오라는 사인을 보냈다.

“Strong Man! The Strongest Man! Choi! Gang! Nam!”

나와 안토니의 첫 맞대결이 시작됐다.

***

‘이 자식이 설마 안토니의 공도 쳐내지는 않겠지?’

그린빌 드라이브의 포수인 아더.

그는 특히나 최강남의 기사를 보고 흥분한 선수들 중 한 명이었다.

본인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년 동안 싱글 A에 있는 것도 불만스러웠고, 최강남은 올해 데뷔하는 고작 16살짜리 선수였으니.

그래서 1차전부터 최강남에게 시비를 걸었다.

처음에는 자극하는 말을 던졌지만 반응이 없었다.

그래서 조금씩 강도를 높여도 전혀 반응이 없자, 영어를 못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첫 반응은 2차전에서 있었다.

하찮은 마이너리거를 쳐다보는 눈빛.

사실 최강남은 귀찮다는 표정이었지만, 아더의 열등감이 만들어낸 것이기는 했다.

그래서 2차전에는 던컨에게 슬라이더만 요구했다.

경기가 끝나고 알았다.

본인이 최강남의 화려한 언변에 넘어가서 그 사실을 알려줬다는 것을.

그래서 좀 자책했다.

하지만 지금 마운드에 있는 투수는 어제와 급이 전혀 다른 안토니.

“최강남을 조심해야 합니다. 1, 2차전에서 봐서 알겠지만, 장타력은 물론이고 컨택과 주루까지 확실히 싱글 A수준은 아니거든요.”

“쟤가 리틀야구면 나는 대학야구 수준이야. 걱정 말고 블로킹이나 신경 써.”

최강남을 조심하라는 말에 그는 이런 대답으로 자신감을 보여줬다.

좀 싸가지가 없기는 했지만··· 안토니는 본인과는 다른 세계의 선수이니 이해하기로 했다.

“볼!”

초구는 바깥쪽으로 빠지는 커브.

더그아웃에서 최강남에 대한 분석을 많이 했는지,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구종과 코스에 대한 사인을 내렸다.

“볼!”

2구는 살짝 높은 포심.

하지만 최강남의 배트는 움찔거리지도 않았다.

“스트라이크!”

3구는 바깥쪽 꽉 차는 슬라이더.

이번에도 움찔거리지 않는 배트를 보자 포수인 아더는 확신했다.

최강남이 상대 투수의 명성에 기가 제대로 눌렸다고.

“어때? 막상 상위 레벨의 투수 보니깐 숨도 못 쉬겠지? 애송이. 아메리카 야구를 얕보지 마라.”

“자꾸 그러면 홈런 치고 세리머니 할 거야. 그만 자극해.”

“네가 저 공을 친다고? 만약 그런 일이 생기면 내가 무슨 일을 써서라도 빈볼은 막아주지.”

“약속했다?”

기가 눌린 최강남에게 아더는 전매특허인 트래시 토크를 시작했다.

사실 아더는 작년에는 전혀 이런 시비를 걸지 않는 선수였다.

하지만 싱글 A에서 무려 2년.

거기다가 볼 배합의 대부분은 더그아웃에서 한다.

그래서 본인의 존재감을 이렇게라도 드러내야 한다는 조급함이 있었다.

말은 공격적인 코스로 던지듯이 말했지만 2-1에서 4구 코스는 바깥쪽 체인지업을 요구했다.

물론 더그아웃에서 나온 사인이기는 했다.

“볼!”

이번에도 최강남의 배트는 움찔거리지 않았다.

그리고 마운드에 서있는 안토니의 표정은 상당히 불만이 많아 보였다.

본인의 생각에는 전혀 견제할 레벨이 안 되는 싱글 A의 타자라고 생각했을 테니까.

더그아웃의 사인은 바깥쪽 낮은 커브.

하지만 처음으로 안토니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높은 몸쪽 포심을 요구하는 사인을 보내는 안토니.

더그아웃에서도 동의하는 사인을 확인한 아더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세를 잡았다.

와인드업 후에 들어오는 포심.

최고 구속이 96마일, 154km/h인 것도 놀라웠지만, 커맨드 또한 일품인 안토니였다.

‘이제 풀카운트겠네.’

그 완벽한 공을 기다리는 아더는 속으로 생각했다.

따아아악―!

하지만 최강남이 배트를 휘둘렀고 아더의 미트로 공이 들어오는 일은 없었다.

아더는 그 타격에 깜짝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포수 마스크를 거칠게 땅으로 던진 후에 타구를 바라봤다.

옆에서는 최강남 역시 타구를 자리에 서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포수인 아더를 한번 쳐다보고 씩 웃더니, 배트를 그린빌 드라이브의 더그아웃인 3루 방향으로 던졌다.

그리고 오른손을 하늘로 쭉 뻗고 검지를 핀 채로 베이스를 천천히 돌기 시작했다.

그걸 보며 아더는 깨달았다.

‘내 레벨이 아니었구나.’

저기 마운드에 서있는 안토니처럼 최강남 역시 본인의 레벨이 아니라는 사실을.

***

[3-1에서 안토니의 5구 포심을 타격하는 최강남! 상당히 큽니다! 담장을 여유롭게 넘어갑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배트 플립에 이어서 세리머니까지 하며 베이스를 돌고 있는 최강남 선수입니다!]

아무리 최근 메이저리그가 타자의 세리머니에 관대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배트 플립에는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금 최강남의 모습은 마치 해설진에게 유소년 야구를 보는 듯한 충격을 줬다.

[오 마이 갓! 세상에! 그렇네요. 최강남 선수가 홈런 이후에 배트 플립에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 저건 상당히 공격적인 세리머니죠?]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포수나 투수와 약간의 마찰이 있어서 복수성 세리머니라고 보는 게 맞겠네요. 어쨌든 최강남의 솔로 홈런으로 탬파 타폰스가 1:2로 그린빌 드라이브 추격을 시작합니다!]

당연히 저 플레이를 보고 흥분한 것은 해설진만이 아니었다.

경기 시작 전에는 1,600명의 시청자가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커뮤니티에 배트 플립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몰려든 시청자까지 합쳐서 무려 3,000명이 넘는 시청자들이 몰려왔다.

그리고 그들은 일제히 열광하기 시작했다.

― 캬 배트 시원하게 던지네

ㄴ 저게 야구지 빨리 올라와서 메이저리그에서도 던져줘

ㄴ 그래도 저건 야구 불문율에 어긋나는 행동이잖아

ㄴ 얘 안 봐도 레드삭스 팬이다 관심 주지 마라

ㄴ 그 놈의 야구 불문율. 너네나 지켜라

ㄴ 인정 팬들이 재밌어야 스포츠지

― 근데 이러면 다음 타석 때 위험한 거 아니냐?

ㄴ 우리 양키스 유망주 건들기만 해봐 바로 레드삭스 프런트로 차타고 간다

ㄴ 당연하지 우리 유망주는 우리가 지킨다

***

1:2로 추격하는 내 솔로 홈런 이후로 상대 투수인 안토니는 살짝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 틈을 탬파 타폰스의 타자들은 놓치지 않았다.

5번 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피터.

공갈포 스타일이었던 그는 우측 펜스를 직격하는 2루타를 때려냈다.

6번 타자는 2루 정면 땅볼을 쳤지만, 워낙 느린 타구였기에 피터는 여유롭게 3루에 안착했다.

그리고 7번 타자 아론의 뜬공으로 홈으로 들어오며 1점을 추가했다.

“스트라이크 아웃!”

안토니는 다음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2회 말을 끝냈다.

하지만 2점을 추가하며 동점을 만들어낸 탬파 타폰스.

2:2 동점의 상황에 3회 초 더글러스가 다시 마운드로 올라왔다.

아까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삼자범퇴로 그린빌 드라이브의 타선을 틀어막았다.

3회 말 탬파 타폰스의 타선은 9번 타자부터 시작했다.

안타를 하나 쳤지만 추가 득점은 하지 못하며 2:2의 균형은 계속 이어졌다.

4회 초에도 더글러스는 타자들의 출루를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투구로 삼자범퇴로 끝냈다.

4회 말 탬파 타폰스의 공격.

“Strong Man! The Strongest Man! Choi! Gang! Nam!”

이번에도 선두 타자는 나였다.

나는 가볍게 준비 타석에서 몸을 풀고 타석에 들어섰다.

“걱정 안 해도 된다. 내가 아까 말했으니까 빈볼을 던지는 일은 없을 거야.”

나는 상대 포수인 아더의 말에 굳이 대답을 하지는 않았다.

그냥 알고 있었다.

상대 투수는 2경기뿐이긴 해도 명색이 메이저리거.

야구는 복수가 기본 메커니즘인 스포츠다.

싱글 A에서 상당히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고 무조건 빈볼이 온다는 사실을.

그래서 나에게 공이 오면 피한다는 생각을 하며 초구를 기다렸다.

초구는 허벅지로 향했고 나는 여유롭게 상대 투수의 공을 피했다.

“타임!”

심판은 타임을 외치고 그런 안토니에게 경고를 줬다.

그래도 머리가 아닌 허벅지로 향하는 공.

아예 개념이 없는 투수는 아니었다.

난 그런 안토니에게 씩 웃어주며 다시 타석에 들어섰다.

안토니는 그런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더니 와인드업을 시작했다.

상당히 가운데로 몰리는 실투성 포심.

난 과감하게 배트를 휘둘렀다.

따아아악―!

타구는 쭉쭉 뻗어 나가서 담장을 가볍게 넘어갔다.

난 그 타구를 지켜보다가 3루 더그아웃을 향해 거칠게 배트를 던졌다.

그리고 1루로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검지는 하늘을 가리킨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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