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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A (5)
1회 말에 나온 내 3점 홈런으로 3:0으로 앞서가게 된 탬파 타폰스.
이후 타자들은 출루하지 못하며 2회 초를 맞이하게 되었다.
“스트라이크 아웃!”
2회 초 그린빌 드라이브의 선두 타자인 4번 콘라드는 삼진으로 물러났다.
컨택이 좋지는 않지만 파워 하나는 상위 리그에서도 밀리지 않을 법한 타자인 콘라드.
오늘 잘 긁히며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는 선발 투수 베네딕트의 공이 그의 배트를 허공을 가르게 만들었다.
베네딕트는 5번 타자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이후 타자들을 범타로 처리하며 무실점으로 2회 초도 막아냈다.
“포볼!”
2회 말 탬파 타폰스는 선두 타자인 7번 아론이 볼넷으로 출루했다.
하지만 하위 타선은 아론을 홈으로 불러내지 못하며 연속으로 아웃.
“스트라이크 아웃!”
1회에 좋은 모습을 보여준 1번 타자 찰스마저 슬라이더에 삼진을 당했다.
상대의 선발인 던컨은 1회에 비해 구위가 더 오른 모습이었다.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잡고 포효한 던컨은 더그아웃으로 걸어 들어갔다.
“스트라이크 아웃!”
3회 초에 다시 마운드로 올라온 베네딕트.
첫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투수전을 예고하는 좋은 피칭을 보여줬다.
완벽한 투구로 3회에도 삼자범퇴로 막아낸 베네딕트.
이렇게 스코어는 3:0이 계속 유지되었다.
3회 말 선두 타자는 2번 그레고리.
그는 1-2의 카운트에 들어온 4구 슬라이더를 쳐냈지만 2루수 정면으로 물러났다.
3번 타자인 피터의 타구는 우익수 정면으로 향했다.
“Strong Man! The Strongest Man! Choi! Gang! Nam!”
3회 말 2아웃 주자는 없는 상황.
내 두 번째 타석이 돌아왔다.
아무래도 전 타석에서 홈런을 맞아서인지, 이번에는 상대 포수도 전혀 말이 없는 모습이었다.
구위가 좋아지고 기세를 탄 투수를 가장 흔들리게 하는 법은 바로 볼넷.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오는 공을 최대한 커트해내면서 많은 공을 지켜볼 생각을 하며 초구를 기다렸다.
물론 실투에는 크게 배트를 휘두르겠지만.
초구와 두 번째 공은 스트라이크 존에서 너무나도 빠지는 볼.
아무래도 전 타석에서 쳤던 쓰리런이 상대 투수에게 압박감을 많이 준 듯했다.
“스트라이크!”
세 번째 공은 바깥쪽으로 반개 빠지는 코스.
심판의 스트라이크 판정에 별다른 불만을 표현하지는 않고 다음 공을 기다렸다.
“볼넷!”
네 번째 공과 다섯 번째 공 모두 너무나 존에서 빠지는 코스.
여유롭게 1루로 걸어갔다.
더그아웃에 2구에 뛰겠다는 도루 사인을 보냈고 알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던컨은 1루에 있는 나를 계속해서 신경 쓰더니 초구를 던졌다.
초구는 피치 아웃.
포수가 일어서서 공을 받은 후에 송구 동작을 취했지만 던지지는 않았다.
내가 큰 리드 폭에 비해서 빠르게 1루로 돌아왔으니 던질 수 없었을 것이다.
던컨은 계속해서 나를 주시하더니 두 번째 공을 던지는 세트 포지션을 취했다.
도루에서 타이밍을 잡기 가장 좋은 순간은 투수가 투구 포지션에 들어가는 발동작.
이 상황에 다시 견제를 한다면 보크로 진루하니 투수 입장에서는 어찌할 방법이 없는 타이밍이었다.
던컨의 발이 움찔거림과 동시에 2루 베이스로 달렸다.
“세이프!”
상대 포수는 공을 잡자마자 바로 2루로 송구했지만, 2루수가 공을 잡음과 동시에 나는 2루 베이스에 도착했다.
2루수는 머쓱하게 뒤늦은 가벼운 태그 후에 다시 투수에게 공을 던졌다.
5번 타자는 3루수로 뛰고 있는 패트릭.
내가 탬파 타폰스로 오기 전에 3번 타자인 피터와 번갈아서 4번 타자로 출전했던 타자였다.
그의 장점은 높은 컨택트.
파워는 살짝 아쉬운 중장거리 타자였다.
하지만 타율은 0.336에 출루율은 0.423으로 팀 내 가장 높은 타점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이기도 했다.
따악―!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쳐낸 패트릭.
빠르게 2루에서 스타트를 끊은 나는 우익수가 공을 잡기도 전에 3루 베이스를 밟았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홈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우익수는 코앞에서 떨어지는 바운드를 안전하게 잡아낸 후에 홈으로 공을 던졌다.
포수는 낮고 정확한 송구를 잡아서 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하지만 내게 태그를 하지는 않았다.
난 이미 홈에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들어왔으니까.
일어서서 무릎에 흙을 털어내고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좋은 플레이였다. 오늘은 교체 없이 쭉 출장시킬 거니까 계속 좋은 모습 보여주도록.”
“감사합니다.”
케니스 감독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내 플레이를 칭찬해 줬다.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사람이 칭찬이라니.
받고도 좀 어색했다.
“슈퍼 루키. 아니··· 이제 뭐라고 불러야지? 어쨌든 나이스 주루 플레이.”
“고마워요. 그런데 언제까지 그렇게 조용하게 말할 거예요?”
“그냥 크게 말하기 좀 눈치 보이잖니. 뭐 이리 더그아웃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한지.”
벤치에 앉자 오늘은 후보로 대기하고 있던 로버슨이 조용히 엄지를 치켜세웠다.
경직된 주변의 분위기를 살피는 모습이 덩치에 어울리지 않아서 웃음이 났다.
“아웃!”
2아웃 1루에서 아쉽게 추가 득점을 내지 못하며 3회 말 공격도 끝이 났다.
하지만 탬파 타폰스는 내 주루 플레이로 1점을 추가하며 4:0으로 앞서가게 되었다.
***
[마지막 아웃 카운트는 삼진! 케이든이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세이브를 하나 추가합니다.]
[탬파 타폰스가 그린빌 드라이브를 5:3으로 이기며 위닝 시리즈를 확정 짓습니다!]
[아무래도 이렇게 되면 시리즈 스윕도 충분히 가능하겠죠?]
[그렇습니다. 연패에 빠졌던 탬파 타폰스가 다시 좋은 분위기를 되찾는 모습이네요.]
2주 만에 탬파 타폰스의 연승.
해설진도 평소보다 상당히 신이 난 모습이었다.
당연했다.
그들은 탬파 타폰스 소속의 해설진.
지는 것보다는 이길 때 해설하는 것이 훨씬 쉬운 편이었다.
거기다가 평소보다 훨씬 많은 시청자가 경기를 지켜보고 있으니, 추가 개런티에 저절로 어깨가 들썩일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싱글 A로 올라온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네요. 특히 그 중심에는 이제는 팀의 핵심이 된 최강남 선수가 있겠죠?]
[그렇습니다. 2경기 2홈런은 물론이고 주루나 수비에서도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청자분들도 굉장히 만족했을 것이라고 생각되네요.]
[저희는 내일 경기 때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경기가 만족스러운 것은 해설진뿐만이 아니었다.
900명이 넘는 뉴욕 양키스의 극성팬들이 커뮤니티에서 소문을 듣고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으니.
― 크 오늘 양키스는 졌는데 타폰스는 이겼네
ㄴ 이 멤버 그대로 뛰었어도 2:13으로는 안 졌겠다
ㄴ 진짜 요즘은 양키스 팬 할 맛이 안 난다
ㄴ 슬슬 세대교체 할 때 됐지
ㄴ 마무리 케이든도 괜찮지 않음?
ㄴ 그래도 최강남이 제일 낫지 빨리 올라왔으면 좋겠다
ㄴ 그건 당연한 이야기지 최강남은 올해 올라와도 좋은 모습 보여줄 듯
― 16살 선수를 무슨 벌써 메이저로 올리래
ㄴ 어제 양키스 유격수 수비 보고도 그딴 소리가 나오냐?
ㄴ 어제 그 타구는 싱글 A가 아니라 리틀야구 선수 데려왔어도 잡았겠다
ㄴ 정면 코스 놓쳐서 실점한 건 좀 아니긴 했지
ㄴ 인정 진짜 그건 심했어
새로운 유망주의 활약에 대한 설렘.
그것은 10년 넘게 우승을 경험해보지 못한 양키스 팬들에게는 사막의 오아시스와도 같은 소식이었다.
***
“오늘 지적한 것들 잊지 말고 다음 경기도 이겨서 우리도 시리즈 스윕 한번 해보자.”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식비 아낀다고 매일 식빵으로 끼니 때우지 말고 팍팍 써라. 메이저리거가 된다면 그깟 푼돈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테니, 실력 향상에만 집중해. 알겠어?”
“알겠습니다!”
“그래. 메이저리그는 너희 인생의 모든 것을 야구에 중점을 둬도 쉽지 않은 도전이다. 도전자들이면 절실함을 가져라. 나머지는 오스카 안내받도록.”
케니스 감독은 오늘도 경기 후에 피드백이 이어졌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질책 섞인 지적을 받았지만, 나에게는 오늘도 별다른 말이 없었다.
모든 피드백이 끝나고 싱글 A의 선수들이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설명한 케니스 감독.
그 다음에 수석코치인 오스카의 내일 일정에 대한 설명으로 피드백이 끝이 났다.
“슈퍼스타. 오늘은 내가 사지. 2경기 2세이브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기록이 아니거든.”
“생색내놓고 햄버거나 사는 거 아니죠?”
“당연하지. 오늘은 스테이크에 빠네 먹자. 로버슨! 같이 갈까?”
“아니. 오늘은 입맛이 없어서 간단히 먹고 훈련이나 하려고.”
오늘 세이브를 기록한 케이든이 내 어깨에 팔을 올리며 이야기했다.
“로버슨 같이 먹으러 가요. 케이든이 사는 일은 쉽게 오지 않아요.”
“아니야. 오늘은 진짜 입맛이 없어. 다녀와.”
“알겠어요.”
오늘은 후보로 경기에 출장하지 못한 로버슨.
그는 상당히 기가 죽어서 이야기했고 나도 두 번의 제안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 로버슨은 다시 훈련장으로 향했고, 나와 케이든 그리고 나중에 합류한 스티브만이 식당으로 향했다.
“넌 매일 자기 전에 뭘 그렇게 봐?”
“타격 코치가 준 내일 선발 투수 영상이랑 스카우팅 리포트를 비롯한 분석표요.”
“너도 진짜 열심이다. 난 그렇게는 못 하겠던데.”
“마무리 투수는 비교적 분석에서 자유로우니까요. 거기다가 싱글 A 부터는 포수 사인은 더그아웃에서 대부분 내리기도 하고.”
“그러니까! 루키보다 여기가 오히려 공 던지기 훨씬 쉽다니까.”
룸메이트인 케이든은 내 이야기에 손뼉을 치며 이야기했다.
참··· 리액션 좋은 스타일이긴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잠에 든 케이든.
나도 내일 투수에 대한 분석을 다 마치고 잠에 들었다.
***
[안녕하십니까! 탬파 타폰스의 팬 여러분들! 오늘은 정말 중요한 날이죠?]
[그럼요. 메이저리그에 양키스와 레드삭스가 있다면 싱글 A인 이곳에는 타폰스와 드라이브가 있거든요.]
[거기다가 오늘 그린빌 드라이브의 선발 투수가 상당히 낯이 익은 얼굴이죠?]
[맞습니다. 보스턴 레드삭스에서의 기록은 2경기뿐이지만, 메이저리그를 밟아본 선수인 안토니의 부상 복귀전입니다.]
그린빌 드라이브와의 3차전.
선발 투수는 빅리그 경험이 있는 안토니였다.
트리플 A에서 9경기 6승 1패.
58이닝에 방어율 2.68의 괜찮은 기록을 가지고 있는 안토니.
메이저리그에서의 2경기는 2패에 방어율 6.83으로 초라했다.
거기다가 그 후에 다시 내려간 트리플 A에서는 부상까지 입었다.
하지만 이곳은 고작 싱글 A였고 안토니의 회복된 오늘 몸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 오늘 드디어 Strong man 빅 리그 선수랑 붙냐?
ㄴ 메이저 겨우 2경기인데
ㄴ 싱글 A 처음 보냐? 트리플 A를 여기서는 빅 리그라고 부른다
ㄴ 안토니 공도 넘겨버리면 당장 오늘 더블 A로 올라가야 되는 거 아니냐?
ㄴ 홈런 치면 바로 양키스 프런트에 이메일 보낸다
ㄴ 빅 리그 투수한테 홈런이면 이메일 보내는 것도 합법이지
어제보다 훨씬 많은 무려 1,600명의 인터넷 중계 시청자들.
그들은 안토니와 최강남의 맞대결을 기대하며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플레이 볼!”
그렇게 탬파 타폰스와 그린빌 드라이브의 3차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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