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홈런왕의 탄생-55화 (55/126)

# 55 - 3797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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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A (4)

“오늘 스테이크 잘 먹었어. 확실히 예전 경기장보다 도시라 그런지 식당도 맛이 훨씬 좋네. 그건 그렇고 9회에 올라와서 공 7개로 세이브 잡아낸 나한테 지적 없는 건 그렇다고 쳐. 근데 8회까지 선발로 출전했던 너한테는 어떻게 감독이 한마디를 안 했지?”

“글쎄요. 너무 완벽해서?”

“그럼 나도 내가 완벽해서 지적이 없었다고 생각해야겠다! 긍정적이어서 좋네. 난 피곤해서 먼저 잘게.”

“그래요. 좋은 꿈 꿔요.”

선수들에게 스테이크를 사주고 룸메이트인 케이든과 함께 숙소로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간단히 샤워 후에 잠에 든 케이든.

난 평소보다 좋은 컨디션이었기에, 아까 타격 코치에게 받은 내일 경기 선발의 분석표를 확인했다.

그놈의 지겨운 식빵과 샐러드가 아닌 스테이크를 먹어서 더 힘이 나는 것 같았다.

“금방 더블 A로 올라가면 사줄 날이 없을 것 같아서 그래요. 펄래스키 시절에 많이 얻어먹기도 했잖아요. 오늘 제가 좋은 모습도 많이 보여줬고. 그러니 오늘은 제가 사게 해주세요.”

16살의 어린 내게 얻어먹기를 부담스러워하는 멤버들에게 살짝 건방진 농담을 던졌다.

어느 정도 진심이기도 했다.

그 말에 멤버들도 웃으며 부담 없이 맛있게 먹었고.

펄래스키 양키스에서 뛸 때는 오후 8시 이후로는 외출을 금지했었다.

평일에는 대부분 오후 경기였으니, 사실상 매 저녁 식사는 식빵과 샐러드뿐이었다.

뭐··· 맨더슨 감독의 규칙도 이해는 갔다.

숙소 주변이 시골이라 밤에 돌아다니면 위험하기도 했고, 그 시간에 어린 선수들이 할 일이 술 먹는 것 말고 더 있을까?

사고 방지의 차원도 상당히 컸을 것이다.

하지만 싱글 A인 탬파 타폰스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제지가 전혀 없고 올라가고 싶으면 본인이 노력을 해야 하는 자율적인 분위기.

프로의 마음가짐이기도 했고 내가 지향하는 방향이기도 했다.

내일 올라올 선발 투수의 투구 스타일과 영상을 돌려보다가 잠에 들었다.

“오늘 선발 출장하는 멤버들은 다 들었지? 부상당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오늘 경기도 좋은 결과 가져와 보자.”

“알겠습니다!”

다음 날인 그린빌 드라이브 2차전 당일.

수석코치인 오스카는 선수들을 모아놓고 스쿼드를 불러줬다.

어제 5번 타자로 나섰던 나는 4번 타자에 유격수로 선발 출장이었다.

어제 보여줬던 좋은 플레이들이 괜찮은 평가를 받은 것 같았다.

“플레이 볼!”

오늘 탬파 타폰스의 선발은 베네딕트.

좌완 선발 투수인 그는 어제 선발로 나온 스티브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이었다.

맞춰 잡는 스타일이 아닌 탈삼진을 잡아내는 투수.

전형적인 공격형의 윽박지르는 투구를 보여주는 좌완 파이어볼러의 유형이었다.

이런 투수들은 주로 들쑥날쑥한 경기력을 보이기 마련이었다.

잘 긁히는 날은 압도적인 피칭을 보여주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는 정신없이 두들겨 맞기 일쑤였다.

“스트라이크 아웃!”

오늘은 다행히도 잘 긁히는 날.

초구부터 몸쪽 슬라이더와 커브로 카운트를 잡아낸 베네딕트.

그는 첫 타자를 95마일, 152km/h의 포심으로 삼진을 잡아냈다.

2번 타자는 그런 베네딕트의 공이 두려웠는지 초구부터 타격했다.

하지만 초구에 던진 체인지업에 빗맞은 타구는 내게 향했다.

“아웃!”

나는 자세를 낮춰 안정적으로 잡아내서 1루로 여유롭게 던졌다.

3번 타자는 2구로 던진 낙차 큰 커브를 타격했고 공은 우익수 방향으로 떴다.

우익수는 안전하게 그 공을 잡아내며, 삼자범퇴로 좋은 출발을 하게 된 탬파 타폰스였다.

1회 말에 마운드에 올라온 상대 선발 투수는 던컨.

그린빌 드라이브의 명실상부 1선발 에이스 역할을 맡고 있는 선수였다.

우완 정통파 스타일의 투수로 결정구는 고속 슬라이더.

평균 구속 88마일, 무려 141km/h의 슬라이더로 카운트에 몰린 타자들을 삼진을 잡아내는 공격형 투수였다.

특히 고속 슬라이더의 피안타율은 1할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런 던컨을 상대로 타석에 들어선 오늘의 1번 타자는 나와 함께 펄래스키 양키스에서 올라온 찰스.

딱―!

펄래스키 양키스에서도 포심에 강했던 그는 2구로 날아온 포심에 배트를 휘둘렀다.

사실 저런 좋은 슬라이더를 가지고 싱글 A에 있다는 것은 다른 공은 평균 이하라는 뜻이기도 했다.

살짝 빗맞은 타구는 운 좋게 2루수와 우익수가 잡을 수 없는 코스로 떨어졌다.

행운의 텍사스 안타로 노아웃 1루의 찬스를 맞이한 탬파 타폰스였다.

2번 타자는 나와 키스톤 콤비를 이루고 있는 2루수 그레고리.

맨더슨 감독이었다면 희생번트를 지시했을 상황.

하지만 더그아웃에서는 딱히 특별한 사인이 나오지는 않았다.

따악―!

초구로 들어온 커브를 그대로 타격하는 그레고리.

사실 카운트에 몰려 슬라이더가 나오기 전에 승부하는 것이 훨씬 좋은 선택이긴 했다.

상당히 큰 타구는 우측 펜스를 직격했다.

펜스에 맞고 나온 공을 우익수는 잡아서 바로 중계 플레이.

타구가 워낙 빠른 직선타였고 수비가 깔끔하게 진행돼서 1루 주자인 찰스는 3루에 멈춰 섰다.

노아웃 2, 3루의 상황에 3번 타자인 피터의 타석이 찾아왔다.

어제까지는 4번 타자 1루수로 뛰었던 피터.

스윙 폼으로 봤을 때는 전형적인 공갈포 스타일의 타자였다.

어제는 홈런을 하나 때렸지만, 올해 타율은 0.263.

이곳이 싱글A 라는 걸 생각해 본다면 정말 컨택이 안 좋은 타자였다.

딱―!

초구와 2구에 큰 헛스윙을 한 피터는 3구로 들어온 슬라이더를 타격했다.

하지만 타구는 힘없이 굴러가며 2루수 정면.

주자가 1루에 있었다면 병살 코스였지만, 다행히 2, 3루에 있었기에 본인만 아웃됐다.

“Strong Man! The Strongest Man! Choi! Gang! Nam!”

1아웃 2, 3루에 4번 타자인 내가 타석에 들어섰다.

“우리 명예의 전당이자 뉴욕 양키스의 희망! 오늘은 4번 타자로 뛰네?”

“너희가 어제 워낙 못했잖니? 내가 뭐 한 게 있나. 다 너희들 덕분이지.”

“드디어 말하네. 난 어제까지 네가 영어를 못해서 조용히 있나 했더니.”

“초구부터 고속 슬라이더로 부탁해. 내가 워낙 슬라이더에 강해서.”

“기대할게. 우리 양키스의 희망.”

어제 경기부터 계속 트래시 토크를 해오던 상대 포수.

어제는 그냥 무시했다.

어차피 올라가면 볼일이 없을 테고 괜히 데드볼을 맞거나, 뜻밖의 벤치클리어링으로 징계를 받고 싶지도 않았으니까.

하지만 1아웃 2, 3루의 상황이었기에 상대 포수를 자극해줬다.

고의사구까지는 아니어도 유인하는 공만 던지다가 볼넷으로 내보내도 괜찮다는 생각일 확률이 높았을 테니 말이다.

“스트라이크!”

초구로는 몸쪽 낮은 슬라이더.

속도도 속도였지만, 영상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좋은 무브먼트를 가지고 있는 공이었다.

“손도 못 대겠지? 앞서 다른 타자들은 비겁하게 카운트 몰리기 전에 쳤지만, 너한테는 절대 다른 공으로 승부 안 할 거야.”

“거기까지. 더 이야기하면 경고 주겠다.”

“···알겠습니다.”

심판의 경고에 상대 포수는 입을 닫고 다시 경기에 집중했다.

심판이 말리지 않았다면 포수에게 고맙다는 이야기까지 할 뻔했다.

무슨 공을 던질지 알려주는 포수라니.

거의 스파이나 다름없었다.

두 번째 공은 바깥쪽으로 빠지는 슬라이더.

어느 정도 궤적이 예상이 갔기에 배트를 휘두르지 않고 지켜봤다.

메이저리그는 물론이고 KBO에서도 슬라이더를 위닝샷으로 던지는 투수들은 많았다.

하지만 그들의 진정한 무기는 슬라이더 외에 다른 공도 완벽하다는데 있다.

다른 공을 염두에 두고 있을 때 오는 슬라이더는 그만큼 강력한 구종이었다.

하지만 슬라이더만 좋은 투수는 아무런 힘이 없다.

거기다가 슬라이더만 던지는 투수는 사실상 슬라이더 피칭머신과 다를 바가 없었다.

따아아악―!

1-1의 카운트에서 세 번째 들어오는 공은 바깥쪽으로 꽉 차는 슬라이더.

어려운 코스였지만 슬라이더가 들어온다는 것을 알았다면 못 칠만한 것도 아니었다.

배트를 가볍게 옆으로 던지고 1루로 향했다.

굳이 포수에게 어떤 표현을 하지는 않았다.

말하지 않았어도 이미 본인과 나와의 격차는 스스로가 크게 느끼고 있을 테니.

타구는 여유롭게 우측 담장을 넘어갔다.

탬파 타폰스가 1회 말 내 3점 홈런이 터지며 3:0으로 앞서가기 시작했다.

***

[최강남 선수의 타구가 큽니다! 커요! 어제 싱글 A로 올라온 최강남 선수가 두 번째 홈런을 기록합니다!]

[정말 깔끔한 스윙이네요. 밀어서 쳐낼 때 오른쪽 팔꿈치가 갈비뼈 쪽으로 붙는 거 보이십니까?]

[그렇습니다. 허리힘과 반동을 완벽하게 배트에 실을 줄 안다는 뜻이겠죠?]

[거기에다가 상황에 맞는 플레이가 가능한 야구 지능이 높은 선수라는 뜻도 되거든요. 기본적으로 최강남 선수가 만들어내는 홈런은 파워가 베이스가 아닌 컨택이 베이스입니다. 아직 피지컬이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말 실링이 예상되지 않는 선수인 건 확실하네요.]

[그러면 뉴욕 타임스 기사대로 실링을 그렇게 예상하는 겁니까?]

[하하··· 그건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하지만 성장하게 된다면 정말 무서운 타자가 될 것 같네요. 그것도 수비가 되는 유격수가 말이죠.]

― 캬 스윙 예술이다

ㄴ 이게 홈런타자지 야구 보는 맛이 나네

ㄴ 금방 더블 A도 올라오겠지? 집 앞이 더블 A 경기장인데 오랜만에 가고 싶네

ㄴ 더블 A 올라오자마자 바로 가라 금방 트리플 A 올라갈 만한 실력이다

ㄴ 그건 오버 아니냐? 이제 16살 선수야

ㄴ 수비가 되는 유격수잖아

ㄴ 타격까지 완벽한 유격수가 자주 안 나오긴 하지

― 그래도 너무 어려. 괜히 빨리 메이저리그 콜업 됐다가 다른 유망주들처럼 슬럼프 오면 어떻게 해

ㄴ 천천히 오면 멘탈이 좋아지냐?

ㄴ 그래도 어린 나이에 풀 관중 원정경기 야유를 버텨내는 멘탈은 흔하지 않지

ㄴ 거기까지는 나중에 봐야 알 듯

ㄴ 무슨 싱글 A에서 메이저 원정경기 걱정까지 해 일단 오늘 경기나 즐겨라

ㄴ 그래 이게 얼마만의 유격수 거포 유망주야

최강남의 3점 홈런을 본 인터넷 방송의 해설진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것은 함께 경기를 지켜본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어제보다 배로 늘어난 시청자의 수는 무려 700명.

싱글 A 역대 최고 시청자인 550명을 뚫은 기록이었다.

그 550명도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투수가 수술과 재활 끝에 2년 만의 등판 때 세운 기록.

사실상 신인이 싱글 A 인터넷 중계에서 이보다 많은 시청자들을 데려올 일은 앞으로 양키스의 역사에서 전무후무할 것이다.

***

“잠깐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어. 들어와.”

“이번 달 유망주 기록들입니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참 한 달이 빠르네.”

똑똑―

두 번의 노크 소리.

뉴욕 양키스의 단장인 브라이언 캐시먼의 대답에 비서인 캐서린이 단장실로 들어왔다.

캐서린은 매달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있는 유망주들 중에서 최근에 좋은 기록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들의 기록을 종합했다.

그리고 그 기록들을 캐시먼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본인의 정리와 약간의 첨부 멘트와 함께.

“오늘은 3명이나 되네?”

“그렇습니다.”

“테오도르는 9월 확장 로스터에 데려올 만하네.”

“트리플 A에서 마무리 투수로 방어율 1.28에 11세이브 기록 중입니다. 뉴욕 양키스에서 추격조로 경험을 쌓는다면 필승계투조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캐서린은 캐시먼에게 테오도르의 기록을 읊어줬다.

“폴? 얘는 어깨 좋은 우익수인 건 맞는데 타격이 너무 형편없어.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고. 마지막은 최강남?”

“예.”

“이제 16살 루키잖아. 지금 루키 리그에서 뛰고 있나?”

“어제 싱글 A로 올라갔습니다.”

캐시먼은 살짝 당황한 기색이었지만, 이내 표정을 풀고 생각했다.

캐서린은 웬만한 스카우트와 견주어도 밀리지 않는 분석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캐시먼이 그 많은 연봉을 주고 몇 년째 고용하고 있었던 것이었고.

“루키 리그는 6월 시작이었잖아.”

“연습경기 기록도 전부 있습니다. 32경기에 출전해서 37홈런을 기록 중입니다. 타율 0.413에 출루율 0.538이고요.”

“그 나이치고 빠른 성장세긴 하네. 그래도 싱글 A에서 다들 그렇게 치고 올라오잖아. 특별한 이유라도 있어?”

“밀어 친 홈런이 더 많습니다.”

“···뭐?”

그녀의 말에 캐시먼은 가지고 온 분석표를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수비는?”

“현재 32경기 동안 에러는 없습니다. 감독과 코치의 수비 평가도 좋은 편입니다.”

우타자가 밀어서 쳐낸 홈런이 많다는 것은 뉴욕 양키스에서는 다른 것을 의미했다.

양키스 스타디움은 우측 펜스가 좌측보다 짧다.

그래서 좌타자들의 천국이라고도 불리는 홈구장.

“오케이. 앞으로 얘 기록도 매달 가지고 와.”

“알겠습니다.”

밀어서 쳐낸 홈런이 많은 거포 유격수 유망주.

캐시먼이 최강남의 이름을 기억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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