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홈런왕의 탄생-54화 (54/126)

# 54 - 3795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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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A (3)

“스트라이크!”

선발로 올라온 스티브의 초구는 94마일, 151km/h의 포심.

5부 리그이기에 별 기대를 하지 않았던 싱글 A 인터넷 방송 시청자들도 스티브의 공에 주목했다.

― 뭐야? 생각보다 잘 던지네

ㄴ 작년에 더블 A에서 뛰었던데? 무릎 수술 때문에 잠시 내려온 듯

ㄴ 어쩐지 싱글 A 투수 공이 저리 좋을 리가

좋은 투구로 첫 타자를 범타로 돌려세운 스티브.

두 번째 타자는 초구를 건드렸고 타구는 2루로 향했다.

상당히 빠른 강습타구.

정면이었지만 잡기 힘든 공에 2루수인 그레고리는 글러브를 갖다 댔다.

툭.

타구는 글러브를 맞고 튀어나오며 뒤쪽으로 굴러갔다.

중견수의 빠른 커버로 주자는 1루에 멈춰 섰다.

[지금 타구는 상당히 빨랐죠? 그레고리 선수가 침착하게 잘 따라갔는데 아쉽게 공을 놓치고 맙니다.]

[그렇습니다. 워낙 강한 타구였기에 기록도 에러가 아닌 안타로 처리되네요.]

― 어휴 저게 프로냐

ㄴ 리틀야구도 저건 잡겠다

ㄴ 아무리 그래도 저건 잡아줘야지

평소라면 괜찮다는 이야기들만 올라올 채팅창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시청자의 대부분은 메이저리그를 즐겨보는 팬들.

그것도 특급 유망주라고 기사에 올라온 선수의 경기를 챙겨보려고 5부 리그까지 찾아온 열렬한 팬들이었다.

당연히 그들의 눈에는 만족스럽지 않은 수비였다.

이어서 올라온 그린빌 드라이브의 3번 타자 지라디.

그는 작년에 쿠바에서 고교야구 재학 중간에 보스턴 레드삭스의 스카우트를 받았다.

2학년 당시에 쿠바의 고교야구 기록을 모두 갈아치운 그는 자퇴와 동시에 17살의 나이로 싱글 A에 입단.

올해 계속해서 주전으로 나오며 타율 0.375에 출루율 0.446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더블 A로의 승격은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는 기록.

그런 지라디가 1아웃 1루의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따악―!

스티브가 2구로 던진 몸쪽 커브를 그대로 당겨서 쳐낸 지라디.

‘이건 빠졌다.’

1루로 달리며 타구를 바라본 지라디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빠른 원바운드 타구가 2루 베이스를 향해 갔기에 충분히 2유간으로 빠질만한 코스.

[최강남 선수! 슬라이딩으로 깔끔하게 잡아냅니다. 그리고 2루에 토스. 2루수인 그레고리가 잡아서 1루로 송구. 더블 아웃!]

[오늘 첫 출전에 좋은 수비를 보여주는 최강남입니다. 이렇게 탬파 타폰스가 1아웃 1루의 위기를 병살타로 막아내며 삼자범퇴로 분위기 좋게 1회 초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언제 베이스 뒤로 이동했는지 상대 유격수가 잡아냈다.

발이 제법 빠른 지라디.

그런 지라디의 전력 질주로도 병살을 피할 수는 없었다.

‘이걸 잡아내네. 기사가 완전 과장은 아니었나 보군.’

1루에서 아웃 후에 지라디는 더그아웃으로 뛰어서 들어가는 최강남을 보고 생각했다.

이 경기에서 뛰고 있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봤을 뉴욕 타임스의 기사.

그렇기에 관중이나 인터넷 시청자뿐만 아니라 선수들도 최강남의 플레이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 와 이걸 잡아냈네? 이 정도면 메이저리그급 수비 아니냐?

ㄴ 타자가 싱글 A였잖아 벌써 고평가 하는 양키스 팬덤 수준

ㄴ 너 레드삭스 팬이지? 여기까지 와서 유망주 견제하고 싶냐?

ㄴ 우린 2013, 2018 우승인데 양키스는 뭐 했냐? 우리가 양키스 페이롤이었으면 5년 연속 우승했을 듯

ㄴ 관심 주지 마라 어차피 레드삭스는 우리보다 아래니까

― 생각보다 더 잘하네. 그래도 뭐 무난하게 메이저리그는 올 듯?

ㄴ 겨우 16살 선수야. 아직 성장 가능성이 훨씬 크지

ㄴ 16살? 그렇게 어렸음? 피지컬은 좋아 보이는데

ㄴ 이 실력이면 2년 안에 양키 스타디움에서 보겠네 기대된다 유망주

인터넷 시청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었다.

타격이 좋은 안정적인 유격수인 데릭 지터.

그의 은퇴 이후로 뉴욕 양키스가 우승을 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가진 팬들이 많았다.

그러니 최강남의 등장은 당연히 팬들의 주목을 끌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그토록 바라던 포지션의 선수였으니.

[탬파 타폰스의 공격은 아쉽게 삼자범퇴로 끝이 납니다. 다시 2회 초 수비를 맞이하게 되네요. 아무래도 상대 선발이 워낙 좋은 투수죠?]

[그렇습니다. 올해 데뷔한 루키인 해럴드. 5경기 선발 출전에 4승 1패를 기록한 투수거든요? 피안타율은 높지만 방어율은 1.82. 거기다가 38이닝 동안 피홈런은 하나도 없는 투수입니다.]

[아무래도 피안타율이 높은 것도 맞춰 잡는 스타일이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워낙 좋은 무브먼트가 있는 공을 던지는 스타일입니다.]

[아무래도 오늘 이 투수를 언제 무너뜨리느냐가 경기의 핵심이 되겠네요. 그린빌 드라이브 4번 타자의 타격은 중견수에게 잡히면서 1아웃이 됩니다.]

스티브는 2회에 안타를 하나 허용했지만, 본인의 주 무기인 싱커로 다음 타자를 범타로 유인하며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2회 말 탬파 타폰스의 공격.

4번 타자인 패트릭은 우중간을 가르는 안타를 쳐내며 2루까지 진루했다.

“Strong Man! The Strongest Man! Choi! Gang! Nam!”

노아웃 2루에 경기장에는 최강남의 응원가가 크게 울려 퍼졌다.

싱글 A 데뷔 경기 첫 타석.

[저번 주에 올라온 기사로 많은 화제가 된 선수죠? 최강남 선수가 노아웃 2루의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섭니다.]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오늘 시청자분들 중에서는 이 선수를 보러 온 팬분들이 많겠죠? 양키스의 팬들이 주목하는 유망주! 최강남 선수가 초구를 맞습니다.]

[초구는 몸쪽 낮은 곳에 정확하게 들어오는 커터. 아무래도 오늘 해럴드의 컨디션이 만만치 않은데요?]

― 아까 싱글 A라고 무시하던 애들 어디 갔냐? 생각보다 다들 잘하네

ㄴ 요즘 메이저에서 어린 유망주들을 많이 데려오잖아. 다들 여기 있었네

ㄴ 난 우리 The Strongest Man만 믿는다

ㄴ 그게 뭔데?

ㄴ 한국 이름을 그대로 번역하면 저거래 완전 슈퍼 히어로 같지 않냐?

ㄴ 이런 상황에서 쳐주면 히어로 맞지!

득점권에 주자가 있는 상황이니 해설진과 팬들 기대 역시 더욱 커졌다.

해결사 본능이 있는 유망주.

모든 팬들의 소망과도 같은 선수였다.

“스트라이크!”

초구는 89마일의 커터, 143km/h의 공에도 전혀 움찔거리지 않는 최강남이었다.

2구는 바깥쪽으로 살짝 빠지는 커브.

역시 최강남의 배트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 최강남을 본 그린빌 드라이브의 선발 투수인 해럴드.

그는 포수의 사인에 고개를 몇 번 저으더니, 이내 간단한 세트 포지션 후에 세 번째 공을 던졌다.

따악―!

[어? 큽니다! 상당히 커요! 타구는 좌중간을 가르고 담장을 넘어 갑니다!]

[지금 공은 해럴드의 결정구인 커터였죠? 몸쪽 높은 커터를 그대로 당겨서 좌측 담장 밖으로 보내는 최강남 선수입니다.]

[싱글 A 데뷔전 첫 타석에서 2점 홈런! 이걸로 탬파 타폰스가 2:0으로 그린빌 드라이브를 상대로 앞서가기 시작합니다!]

[정말 깔끔한 스윙이었죠? 오늘 유망주의 첫 타석 홈런입니다. 지켜본 모든 분들에게 기대 이상의 플레이를 보여주는 최강남!]

[The Strongest Man이라는 별명이 있던데 정말 강한 남자네요.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 와 방금 공 되게 좋았는데 이걸 넘기네?

ㄴ 뭐야 괜찮은 유망주라고 하도 언론에서 언급하길래 보러 왔는데 진짜였네

ㄴ 얼른 양키스로 와라. 홈런 치는 유격수가 얼마 만에 등장이냐

― 그분 이후로 드디어 유격수 에이스가 나왔네

ㄴ 데릭 지터같은 선수만 있었어도 뉴욕 양키스가 다시 우승할 수 있다

ㄴ 어쩌면 저 유망주는 진짜일지도 모르겠네

ㄴ 믿고 거르는 뉴욕 타임스 다시 일해라!

최강남의 홈런에 해설진과 인터넷 방송 시청자들은 예전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2009년 뉴욕 양키스가 정점에 있던 그때를.

***

‘넘어갔다.’

세 번째 공을 타격하는 순간 알 수 있었다.

너무나도 매끄러운 스윙, 손에 떨림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타격.

홈런은 언제 쳐도 늘 짜릿하고 살아있다는 감정을 내게 느끼게 해줬다.

배트를 가볍게 내려놓고 1루로 달리며 타구를 바라봤다.

타구는 좌익수가 감히 점프 캐치를 시도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담장을 여유롭게 훌쩍 넘어갔다.

“나이스 홈런. 여기서도 여전하네.”

“로버슨도 이번에 치겠네요. 좋은 모습 보여줘요.”

같이 싱글 A로 올라온 로버슨이 주변을 의식하듯이 조심스럽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루키 어드밴스드 보다는 훨씬 조용한 더그아웃.

홈런을 쳤다고 그런 분위기가 확 달아오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 홈런은 같은 팀의 선수들에게 무언가를 느끼게 해준 것 같았다.

그게 열등감이든 본인도 더 잘해보겠다는 열정이든 상관없었다.

중요한 점은 오늘 좋은 기세를 탔다는 것.

스티브는 6이닝 1실점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로버슨은 삼진을 하나 당했지만 안타를 두 개나 때려내고 교체됐다.

나는 이후 타석에서 볼넷과 2루타 하나를 추가했다.

마지막 타석에서는 중견수 뜬공.

그리고 5번째 타석에서 다른 유격수와 교체됐다.

경기는 8:3으로 탬파 타폰스의 압승.

3연전의 첫 번째 경기를 압도적인 스코어로 이겼으니, 다음 2경기도 기세에서 눌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들 모여.”

경기는 크게 이겼지만 케니스 감독은 상당히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너는 아직도 스윙을 못 고쳤냐? 그리고 1회에 그 수비는 뭐야. 어떤 2루수가 타구를 무게 중심을 높여서 받아. 더 낮추라고!”

“알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경기를 뛰었던 모든 선수들에게 1:1 피드백을 시작했다.

뭐··· 1:1이라기에는 모두가 듣고 있기는 했지만.

“넌 어떻게 더블 A에서 뛰었던 거야? 예전보다 더 심각해졌네. 포심이랑 커터는 그렇다 쳐. 커브랑 체인지업 던질 때 릴리즈 포인트가 너무 차이 나잖아. 너 같은 애는 메이저리그 가면 1주일 안에 간파당해. 그냥 구종 두 개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멍청하게 몰랐다는 변명으로 끝낼 건 아니지?”

“아닙니다. 부상 방지 차원에서 투구폼을 바꾸다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신경 써서 던졌는데 더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후··· 필립! 얘 아이싱 끝나고 같이 동영상 돌려보면서 고쳐놔.”

“알겠습니다!”

저런 성격으로 어떻게 감독을 하나 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정확한 눈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투수 코치인 필립에게 스티브 이야기를 한 후에 다음 선수에게 걸어갔다.

그 후로도 하나같이 지적 퍼레이드.

오늘 선발 포수로 출전한 로버슨.

케니스 감독은 그에게 백스윙에서의 부상 가능성과 프레이밍 실력에 대해 지적했다.

물론 상당히 거친 표현으로.

상우 중학교의 유동기 감독도 케니스에 비하면 천사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모든 선수들에게 지적을 한 케니스 감독은 마지막으로 내 앞에 섰다.

“오늘 경기 나쁘지 않았어. 다들 샤워하고 저녁 먹고 일찍 자라. 오늘 술 마실 놈은 그냥 운전까지 해버려. 깔끔하게 방출해 줄게.”

“고생하셨습니다!”

내 앞에 선 케니스 감독.

그는 앞선 다른 선수들과는 다르게 내게는 별다른 지적 없이 한마디만 이야기하고 끝이 났다.

“식빵 지겨운데 오늘은 밖에서 먹을까?”

“그래요. 오늘은 제가 스테이크 살게요.”

오늘 마무리로 1이닝 뛰었지만, 별다른 지적을 받지 않았던 케이든이 내게 물었다.

같이 올라온 다른 루키 어드밴스드의 선수들은 전부 시무룩한 표정으로 아까 지적을 상기하는 모습이었다.

난 그런 선수들에게 스테이크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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