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홈런왕의 탄생-53화 (53/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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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A (2)

“야! 이 멍청한 새끼야! 넌 우타자니까 백스윙이 끝날 때까지 오른팔은 피면 안 된다고. 몇 번을 말해도 못 알아먹네. 그러니 네가 3년째 싱글 A에서 못 벗어난 거야. 평생 여기서 뛸 거야?”

“죄송합니다. 스윙 자세 한 번만 더 봐주실 수 있나요?”

“Fuck! 자세부터 완벽하게 고쳐. 그딴 타격이면 싱글 A 영구 결번으로 선수 인생 마감할 테니.”

싱글 A 주전 2루수인 그레고리는 오늘도 감독인 케니스에게 타격 자세 점검을 부탁했다.

그리고 케니스는 그의 스윙 두 번을 보고 평소처럼 F Word를 꺼냈다.

뉴욕 양키스의 싱글 A 탬파 타폰스의 휴식일은 늘 이렇게 시작됐다.

월요일 또는 목요일에 휴식일을 갖는 마이너리그.

하지만 정말 휴식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5월에 시작해서 8월 중순에 리그가 끝이 나는 싱글 A.

메이저리그 확장 로스터로 트리플 A에서 올라가는 선수들을 더블 A에서 메꾸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마이너리그였다.

그리고 싱글 A의 선수들은 그 시기인 9월에 더블 A로 올라갈 기회를 얻는다.

고작 70경기를 치르는 싱글 A에 비해서 더블 A는 142경기에 플레이오프까지 있는 큰 리그.

그렇기에 싱글 A의 선수들은 그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시즌 내내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그런 선수들을 지휘하는 케니스 감독은 늘 선수들에게 원색적인 비난만을 일삼았다.

‘저 새끼는 허구한 날 화만 내네. 진짜 꼴도 보기 싫다.’

하지만 그레고리도 그렇고 모든 탬파 타폰스의 선수들은 케니스 감독을 감히 무시할 수가 없었다.

메이저리거, 감독이기 이전에 그에게는 압도적인 재능이 하나 더 있었다.

그것은 바로 선수의 잠재력 발굴.

10년 동안 싱글 A에서 시작한 선수들 중 메이저리그를 밟은 선수는 겨우 7명.

그 중에서 케니스가 감독을 맡은 4년 동안 5명이 메이저리그를 밟았다.

그는 재능 없는 노력파 선수들에게 고치기 너무나도 힘든 단점들을 읊어댔다.

아주 거친 말투와 함께.

하지만 그 단점들을 고쳐낸 선수들은 더블 A로 승격은 물론 메이저리그까지 밟은 사례도 있었다.

더군다나 3년 동안 싱글 A에서 뛰었던 그레고리는 그 사실을 옆에서 지켜봤다.

당연히 그들은 고맙다는 의미로 케니스 감독의 이름을 메이저리그 인터뷰에서 언급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은 팬들의 항의가 뉴욕 양키스 프런트에 빗발쳤다고 한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아무리 뉴욕 양키스의 광팬이라고 해도 5부 리그라고 불리는 싱글 A의 경기까지는 챙겨보지 않는다.

그러니 그 논란은 금방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가 뉴욕 양키스 입장에서는 방출해야 할 선수들 중에서 보석이 될 원석을 찾아주는 케니스 감독이 필요악 같은 존재였다.

“전부 모여. 내가 너네한테 중요한 이야기 해줄 테니까. 메이저리그에서는 이런 말이 있어. 루키에서 1달, 싱글 A에서 2달 이상을 보냈다면 넌 재능이 없는 거라고. 들어봤어?”

“그렇습니다!”

“내가 구단주였으면 너네는 전부 방출이야. 돈만 축내는 재능 없는 놈들이니까. 근데 나는 싱글 A의 감독이잖아?”

케니스 감독은 선수들을 모아놓고 한숨을 내쉬더니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러니 내가 재능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멍청한 네놈들을 올라갈 수 있게 해주겠다고. 그렇다고 승격해서 인터뷰는 하지 마라. 뭐··· 올라간 그 새끼들도 고마운 건지 좆 돼보라는 마음으로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감독님! 승격하는 선수들 왔습니다.”

“그래. 일단 연습하고 있어.”

“알겠습니다.”

수석코치 오스카의 이야기에 케니스 감독은 이야기를 멈추고 발걸음을 옮겼다.

***

“난 탬파 타폰스의 감독 케니스다. 스티브도 있는 거 보니 내 이야기는 대충 들었겠네. 너희들 중에서 대부분은 내일 경기에서 주전으로 뛸 거야. 그리고 올라갈 싹수가 보이는 재능 있는 선수랑 없는 선수를 가려낼 거야. 뭔 소린지 이해했어?”

“그렇습니다.”

“그래. 그러면 가서 훈련해. 내일 경기는 홈경기이니까 조금이라도 경기장에 익숙해지는 게 좋을 테니.”

“알겠습니다.”

오늘 탬파 타폰스로 영입된 선수는 나를 포함해서 9명.

R+에서 6명과 A-에서 3명이 싱글 A 로스터에 포함되었다.

“그리고 최강남이랑 로버슨. 잠깐 나랑 이야기 좀 하지.”

“알겠습니다.”

케니스 감독은 따로 우리를 불렀고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내일 주전으로 우리 둘은 무조건 출전할 것이니 오늘 확실히 컨디션을 관리하라고.

스티브 말처럼 아주 또라이는 아닌 것 같았다.

내일 경기에서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완전 달라질 것 같기는 했지만.

“첫 경기부터 주전이라니. 확실히 성격대로 화끈하게 운영하네.”

“저 사람 알아요?”

“넌 몰라? 그래도 뉴욕 양키스에서 주전으로 뛰었던 선수였잖아. 얼마 못 뛰긴 했어도 기록은 나쁘지 않았고. 워낙 사생활이 화려해서 욕은 많이 먹었지만.”

로버슨은 생에 첫 싱글 A 승격으로도 모자라서 내일 주전으로 뛴다는 이야기를 듣고 상당히 신이 난 모습이었다.

일단 오늘 승격한 선수들은 홈구장 근처의 숙소에 짐을 풀었다.

탬파 타폰스는 플로리다주 탬파에 있는 조지 M. 스타인브레너 필드를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팀.

특히나 이곳은 뉴욕 양키스의 스프링 트레이닝 홈구장이기도 했다.

그래서 숙소 시설 하나는 정말 좋았다.

심지어 스티브의 말에 의하면 더블 A 보다도 괜찮은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에는 우리 둘이 같은 숙소 쓰네? 근데 아까 그 감독이 진짜 스티브 말대로 거칠게 말할까? 아까 보니 상당히 인상 좋아 보이던데. 선수 시절에도 굉장히 트러블메이커였대.”

“그러게요. 생각보다 얌전하게 이야기해서 크게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기도 하네요.”

“넌 이제 뭐 할 거야?”

“간단히 훈련이라도 하려고요. 저는 내일 경기에 선발로 무조건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아까 따로 이야기하더니 그런 이야기였구나. 난 또 인터뷰 보고 화라도 내는 줄 알았는데.”

나는 2인 1실의 숙소에서 이번에는 케이든과 같은 방을 배정받게 되었다.

베네수엘라 출신의 스페인어를 쓰는 케이든.

하도 말이 많아서 심심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아까 나눠 받은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경기장으로 향했다.

우리를 포함해서 모든 선수들이 경기장에 도착하자 케니스 감독이 모두를 불러 모았다.

“오늘 새로운 선수들이 많이 승격했으니, 평소에 늘 하던 이야기를 한 번 더 하겠다. 들은 놈도 있겠지만 그냥 닥치고 또 들어. 아니꼬우면 위로 올라가던가.”

“알겠습니다!”

케니스 감독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무래도 스티브 말이 틀리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는 우리들에게 너네는 재능이 없어서 싱글 A에 왔다는 이야기로 서두를 열었다.

재능 있는 놈들은 더블 A에서 시작해서 순식간에 메이저리그를 밟는데, 너희들은 메이저리그 벤치 냄새도 못 맡는다는 이야기와 함께 몇몇 선수들을 특정해서 비난하고 이야기는 끝이 났다.

상당히 피곤한 성격을 가진 감독이었다.

뭐··· 맞는 말이기는 했다.

워낙 싸가지 없게 말해서 문제였지.

케니스 감독은 그렇게 경기장을 떠났고 욕을 잔뜩 먹은 선수들은 다시 훈련에 매진했다.

확실히 전에 뛰었던 루키 어드밴스드에 비하면 분위기가 많이 경직되어 있었다.

수능 공부를 열심히 안 해서 잘은 모르지만, 거기가 고3 교실이었다면 여기는 재수 학원 같은 느낌?

처절하게 훈련에 매달리는 다른 선수들과 함께 새로 싱글 A에 합류된 선수들도 같이 훈련에 집중했다.

그리고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다.

여기서도 땅콩버터 바른 식빵에 샐러드를 곁들여 먹었다.

한국에서도 마이너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올라간 선수들이 늘 이야기하는 땅콩버터 바른 식빵.

약간 과장이 있지 않을까 했는데, 종종 했던 외식을 제외하고는 정말 지겹도록 몇 달 동안 그것만 먹은 것 같았다.

“그래서 말이야. 내가 그때 그랬는데···”

“잠시만요. 부모님께 전화가 와서 조용히 해줄 수 있어요?”

“부모님이면 받아야지. 조용히 있을게.”

오랜만에 한국에 계시는 부모님에게 전화가 왔다.

그래서 옆에서 쉴 새 없이 떠들어대는 케이든에게 잠시 부탁을 한 후에 전화를 받았다.

“네. 아빠 무슨 일이세요?”

“무슨 일은. 그냥 잘 살고 있나 전화해봤지.”

“죄송해요. 그래도 매주 한 번씩은 전화 드리려고 했는데, 워낙 훈련 일정이 타이트해서 늘 숙소 오자마자 잠에 들어버렸네요.”

“그럴 수 있지. 미국에서 야구는 잘 하고 있어? 힘들지는 않고?”

“그럼요. 안 그래도 오늘 전화하려고 했어요. 저 오늘 싱글 A로 승격했어요.”

아빠는 내 싱글 A 승격 이야기에 상당히 놀라하셨다.

아무래도 나이가 어리다 보니 마이너리그에서 꽤 긴 시간을 보낼 줄 아셨나 보다.

옆에 계신 엄마와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자는 곳은 편안한지, 먹는 것은 입에 맞는지 같은 것.

난 너무 편안하고 입에 딱 맞는다는 선의의 거짓말로 엄마를 안심 시켜 드렸다.

“네. 앞으로 전화 자주 드릴게요. 죄송해요.”

“아니야. 가끔 여유 생길 때 전화해. 아빠도 종종 이렇게 연락할게.”

“네. 알겠습니다.”

“그래. 끊을게. 오늘 푹 자고.”

그렇게 부모님과의 전화가 끝났다.

꽤 긴 시간을 해서 그런지, 케이든은 자고 있었다.

깨어있을 때는 상당히 시끄러웠지만, 잘 때는 그래도 코라도 안 고는 타입이라 다행이었다.

나도 누워서 한국과 부모님에 대한 생각을 하다가 잠에 들었다.

***

오늘 탬파 타폰스의 상대는 그린빌 드라이브.

뉴욕 양키스 전통의 라이벌인 보스턴 레드삭스의 싱글 A 팀이었다.

[메이저리그 라이벌은 싱글 A에서도 계속됩니다. 오늘 경기는 탬파 타폰스 대 그린빌 드라이브!]

[두 팀 모두 이번 싱글 A에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그렇습니다. 아직 경기 수가 많지는 않지만 5할이 안 되는 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두 팀이거든요.]

[그래도 최근 3연전에서 위닝시리즈를 기록한 두 팀이기에 오늘 경기는 많은 기대가 됩니다.]

[오늘의 키포인트는 언론에서 최대 유망주라고 불렸던 최강남 선수와 더블 A 출신이었던 스티브 선수가 선발로 나온 거겠죠?]

[그렇습니다. 경기는 스티브 선수의 초구 스트라이크로 시작합니다!]

그래도 루키 리그에 비해서 싱글 A의 조금이라도 나은 점은 해설진과 아주 약간 늘어난 관중.

물론 이 해설도 형식상 받는 입장료 2달러 때문에 인터넷 방송을 하는 것이 다였다.

올해 최고 동시 시청자 수는 93명.

하지만 오늘은 350명이 넘는 시청자가 싱글 A 방송을 보기 위해서 들어왔다.

뉴욕 양키스의 마지막 우승은 2009년.

지금은 2022년이니, 무려 13년 전의 이야기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본인들의 구단이 메이저리그 최고라고 주장하는 팬덤.

그 극성맞은 팬덤이 명예의 전당을 운운하면서 뉴욕 양키스의 밝은 미래를 점쳤던 최강남에게 호기심이 발동했다.

정말 뉴욕 양키스를 우승으로 이끌 수 있을지 말이다.

물론 그런 걸 떠나서 그냥 호기심에 들어온 사람들도 꽤 있었다.

언론에서 실링이 명예의 전당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흔하지 않은 일이니까.

그렇게 최강남의 싱글 A 첫 경기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며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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