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 - 3790538
#
루키 어드밴스드 리그 (8)
“2차전까지 이기느라 고생 많았다. 다들 가벼운 스트레칭 하고 복귀하자.”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오늘 나온 에러 2개가 모두 콜 플레이의 부재로 생겼어. 다들 상위 리그로 올라가기 위해서 열정적인 모습은 좋지만, 콜 플레이는 제대로 하자. 계속해서 이런 모습이 나오면 승격도 힘들 테니.”
“명심하겠습니다!”
2차전도 1차전에 이어서 펄래스키 양키스가 6:4로 승리했다.
하지만 맨더슨 감독은 뭔가 불만이 많아 보이는 표정.
당연했다.
오늘은 수비를 포함해서 주루와 타격에서도 실수가 무더기로 나왔으니까.
난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별다른 실수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3달 만에 맨더슨 감독의 첫 질책이었다.
그렇기에 스트레칭을 끝내고 모텔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도 평소와는 다르게 조용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평소에 쉴 새 없이 수다를 늘어놓는 케이든까지 한마디 없이 조용한 모습이었다.
“저녁 먹고 푹 쉬어. 내일도 오후 5시 경기이니, 오후 2시에 모여서 경기장으로 가자.”
“고생하셨습니다!”
모텔에 도착하고 감독의 말에 선수들은 식당으로 향했다.
“슈퍼 루키. 내가 견제구를 던졌으면 그런 상황은 안 나왔을 텐데. 그렇지? 난 우완 투수치고 견제 동작도 깔끔하고 송구도 정확하잖아.”
“오늘 데뷔전인 투수였잖아요. 그럴 수 있죠.”
“나는 데뷔전에서 2이닝을 던졌는데 6연속 삼진을 잡았어. 그건 그냥 투수로서의 어떤 자신감. 어? 패기의 문제라고.”
“그래요.”
감독과 코치가 떠남과 동시에 케이든의 수다도 시작됐다.
아무래도 스페인어를 할 줄 안다는 사실을 괜히 말한 것 같다.
거기에 상당한 허풍쟁이인 케이든.
“슈퍼 루키! 내 팬이야? 이제 내 뒷조사도 하고 다니네. 사인해줄까?”
데뷔전에서 6삼진을 잡지 않았다는 기록을 보여주면 이렇게 떠들어댈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그냥 동조해주고 모텔 식당으로 향했다.
오후 9시의 늦은 시간이었기에 간단하게 빵과 샐러드로 저녁을 때우고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내일 치러질 3차전을 대비하며 투수 기록들을 훑어봤다.
상위 리그에 비교하면 비교적 승패에 자유로운 루키 리그.
그래서 6선발은 물론이고 7선발까지 있는 팀도 있었다.
오로지 상위 리그로 올려보낼 선수를 가리는 용도로만 쓰는 루키 리그였으니 당연했다.
하지만 엘리자베스턴 트윈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5선발로 운영되는 팀이었다.
그래서 3차전에서 선발로 나올 투수는 엘리자베스턴의 에이스인 레오나드.
그는 포심과 슬라이더 두 개만 던지는 투 피치 스타일의 투수였다.
슬라이더의 각이 예리하지는 않았지만, 포심의 구위는 상당히 좋은 레오나드.
사실상 포심 원툴이라고 봐도 무방한 스타일이었다.
97마일, 156km/h의 포심에 커맨드도 상당히 좋았기에, 첫 경기에서는 6이닝 무실점의 기록을 냈다.
타격 코치가 준 영상으로 그런 레오나드의 투구 타이밍을 분석하다가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잠에 들었다.
***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간단하게 샤워를 마치고 휴대폰을 확인했다.
평소와는 다르게 꽤 많은 연락들이 왔고 가장 최근에 온 것을 눌렀다.
― 기사 봤어? 댓글 엄청 많던데 너도 이 인터뷰 내용 알고 있었던 거야? 그건 그렇고 난 곧 루키 어드밴스드로 승격할 것 같아!
-마이클-
기사?
인터넷에 들어가서 내 기사를 찾아봤다.
[R+ 펄래스키 양키스 맨더슨 감독 “최강남은 플로어가 뉴욕 양키스의 클린업. 실링은 명예의 전당. 혹은 그 이상.”]
― 올해로 16살인 최강남 선수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는 맨더슨 감독과 존 타격 코치. 과연 그들의 예상대로 최강남은 성장할 수 있을지 큰 기대가 된다.(중략)
― 16살 루키? 그래도 어린 나이에 기록은 좋네 5경기 6홈런이야
ㄴ 고작 루키 어드밴스드 리그에서 6홈런인데?
ㄴ 고작 16살이잖아 이 정도면 유망주 맞지
ㄴ 이상한 댓글 달아서 유망주 멘탈 흔들지 마라 우승해야 되니깐
ㄴ 언제적 양키스야 마지막 우승이 2009년인데
ㄴ 올해의 양키스는 다르다
― 명예의 전당보다 높은 게 뭔데?
ㄴ 글쎄? 월드시리즈 우승?
ㄴ 명예의 전당은 물론이고 기록 다 갈아치우겠다는 거지
ㄴ 패기는 좋네 이래야 신인이지
― 근데 선수 인터뷰가 아니잖아 그냥 감독이랑 코치 의견 아님?
ㄴ 그렇네 이 기사 보면 괜히 유망주 멘탈이나 흔드는 거 아니냐?
ㄴ 뉴욕 타임스가 내부의 적이라니깐
ㄴ 그래도 좀 기대되네 수비 완벽한 홈런타자 유격수라니
ㄴ 그런 선수가 또 뉴욕 양키스에서 나오려나?
ㄴ 그때는 진짜로 우승할 듯
댓글들 반응을 보니 연락이 이렇게 많이 온 것이 이해가 됐다.
커너를 비롯해서 좀처럼 연락하지 않던 쿠바 에이스 출신인 루이스와 다른 몇몇까지.
모두에게 답장을 주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인터넷 여론은 내 멘탈을 걱정하고 있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전혀 타격은 없었다.
오히려 고마웠다.
결국 내 당장의 목표는 메이저리그 승격.
그걸 위해서는 좋은 기록을 내는 것도 있었지만, 이런 이슈도 나쁘지 않았다.
양키스 프런트에 내 이름을 각인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니까.
아침을 먹기 위해 모텔 1층에 구비된 식당으로 향했다.
“좋은 아침이에요.”
“어··· 혹시 인터넷 봤어?”
“네. 제 기사 올라왔던데요.”
“괜찮아? 양키스 팬들이 워낙 극성이라서.”
“그럼요. 그게 두려우면 야구 선수를 할 수가 있나요.”
식당 앞에서 마주친 로버슨.
그는 평소와는 다르게 굉장히 조심스럽게 내게 물어봤다.
주변의 다른 선수들도 은근히 내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난 그런 로버슨에게 태연하게 대답한 후에 앉아서 아침 식사를 시작했다.
“저기 최강남 선수?”
“네.”
“혹시 밥 다 먹고 이야기 할 수 있어?”
“그냥 여기서 해도 됩니다.”
밥을 거의 다 먹어가던 그때 타격 코치인 존이 슬며시 내게 다가왔다.
“미안해! 기자랑 인터뷰했을 때는 이런 일이 생길지 몰랐어. 정말 최강남 선수랑 맨더슨 감독에게 너무 큰 실수를 한 것 같아.”
“전 괜찮아요. 원래 과장해서 쓰는 게 기자들 직업이잖아요? 존 코치님이 3달 동안 저 배려 많이 해주셨는데, 그런 의미 아니셨다는 것 저도 잘 압니다.”
“고마워. 진짜 그런 뜻 아니었는데.”
존은 내게 정말 미안한 표정으로 계속 사과했고 난 그런 존을 위로해줬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향했다.
“슈퍼 루키! 아니 이제 슈퍼 스타인가?”
“갑자기 무슨 슈퍼 스타. 밥은 먹었어요?”
“응. 저놈의 식빵이랑 샐러드 그만 좀 먹고 싶네. 밥 다 먹었으면 간단하게 몸도 풀 겸 캐치볼이라도 할까?”
“그러죠. 아 글러브는 있는데 공이 없네요.”
“나한테 있어. 난 투수잖니?”
밖으로 나오자 문 앞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 케이든.
그는 내 기사를 보고도 눈치를 보지 않는 모습이었다.
원래 눈치가 없는 거 같기도 하고.
가볍게 스트레칭 후에 캐치볼을 하면서 몸을 풀었다.
그리고 다른 선수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경기장으로 향했다.
“엘리자베스턴 트윈스와의 마지막 경기인 3차전은 어제처럼 실수하지 말고 각자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결과 가져오자.”
“알겠습니다!”
맨더슨은 어제 화를 냈던 것이 마음에 걸렸는지, 이동 중에 선수들을 격려해줬다.
경기장에 도착해서 가벼운 몸풀기가 시작됐고 간식을 먹었다.
“플레이볼!”
그리고 본격적인 스트레칭 후에 경기가 시작됐다.
오늘 선발은 예상대로 레오나드가 출전했다.
“스트라이크 아웃!”
레오나드는 1회부터 96마일, 154km/h의 포심을 던지며 좋은 컨디션을 보여줬다.
3번 타자인 로버슨까지 삼진으로 잡으며 1회 초 공격은 삼자범퇴로 끝이 났다.
펄래스키 양키스의 선발 투수는 에이스인 스티브.
스티브는 전매특허인 싱커로 엘리자베스턴의 타선을 전부 범타로 잡아냈다.
양 팀의 에이스 투수들이 1회를 삼자범퇴로 잡아내며 투수전이 시작됐다.
2회 초 내 첫 타석.
바깥쪽에 꽉 차는 포심을 밀어 쳤지만, 아쉽게 펜스 앞에서 우익수에게 잡히며 아웃이 됐다.
투수전은 계속 이어지며 3회까지 한 명의 타자도 출루하지 못했다.
다시 1번 타자인 찰스부터 시작하는 펄래스키 양키스의 4회 초 공격.
찰스는 초구에 허를 찌르는 기습번트를 갖다 댔다.
느리게 3루 쪽으로 굴러가는 타구.
상대 3루수가 빠르게 달려 나와 맨손으로 잡아서 1루로 던졌다.
“세이프!”
하지만 찰스의 발이 더 빨랐다.
선두 타자가 출루하며 좋은 기세를 잡은 펄래스키 양키스.
더그아웃은 2번 타자인 스미스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했다.
스미스는 작전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1아웃 2루의 상황.
3번 타자인 로버슨이 타석에 들어섰다.
“스트라이크!”
초구로 들어오는 공에 크게 헛스윙을 한 로버슨.
두 번째 공을 던지기 전에 배트를 짧게 쥐는 모습이었다.
딱―!
바깥쪽 공을 밀어 쳤지만 빗맞으며 2루수에게 향했다.
“아웃!”
워낙 느린 타구였기에 2루 주자였던 찰스는 여유롭게 3루에 안착했다.
2아웃 3루의 상황에 내 타석이 돌아왔다.
빠른 포심과 슬라이더를 섞어 던지는 상대 투수.
거기다가 3루에 주자가 있는 상황이니, 큰 스윙보다는 짧은 스윙으로 정확하게 맞춰서 안타를 노리겠다고 생각하며 배트를 움켜쥐었다.
초구는 바깥쪽으로 빠지는 슬라이더.
두 번째 공은 높은 포심.
유인하는 공을 두 개 걸러내고 세 번째 공을 기다렸다.
3구는 몸쪽으로 들어오는 포심.
따악―!
그 공에 배트를 가볍게 휘둘렀고 정확하게 맞춰냈다.
타구는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
3루에 있던 찰스가 여유롭게 홈으로 들어오며 펄래스키 양키스가 선취점을 따냈다.
“스트라이크 아웃!”
5번 타자인 루크의 삼진으로 4회 초 공격이 끝이 났지만, 내 타점으로 1:0으로 앞서가게 되었다.
이후로도 투수전은 계속 이어졌다.
상대 투수인 레오나드는 7이닝 1실점의 호투를 했다.
난 세 번째 타석에서 도망가는 피칭을 하는 레오나드에게 볼넷을 하나 추가했다.
스티브는 안타를 두 개 맞았지만, 그 중 하나가 2점 홈런이었다.
6회 말 볼넷에 이어서 홈런을 맞아버리며 2점을 실점했다.
그렇게 1:2로 뒤처지는 8회 초 공격은 하위 타선인 7번 오스틴부터 시작됐다.
상대의 바뀐 투수는 다니엘.
92마일, 148km/h의 포심을 던지는 투수로 앞서 나온 레오나드에 비해서 상당히 느린 공을 던졌다.
“아웃!”
하지만 그의 장점은 다른 곳에 있었다.
수준급의 체인지업과 커터.
그는 오스틴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다음 타자들을 범타로 처리하며 무실점으로 8회 초를 끝냈다.
8회 말 엘리자베스턴 트윈스의 공격.
선발 투수인 스티브가 8회에도 마운드를 지켰다.
“스트라이크 아웃!”
선두 타자로 올라온 2번 타자를 주특기인 싱커로 삼진을 잡아낸 스티브.
“타임!”
하지만 3번 타자에게 2루타를 맞자 수비 코치인 로버트가 마운드에 올라왔다.
로버트는 고생한 스티브의 어깨를 두드려줬고 케이든으로 투수가 교체됐다.
“스트라이크 아웃!”
“예쓰!”
케이든의 결정구인 낙차 큰 커브에 4번 타자인 콘라드가 헛스윙 삼진.
삼진을 잡아내고 양손을 번쩍 들며 환호하는 모습에 웃음이 났다.
참 한결같은 스타일이었다.
따악―!
5번 타자의 타구는 좌익수 앞에 떨어질 만한 타구.
난 타구 소리를 듣자마자 뒤로 달려갔고 공이 코앞까지 오자 제자리에서 점프했다.
그리고 착지 후에 글러브 안을 확인했다.
“아웃!”
다행히도 안타성 타구는 내 글러브 안으로 들어왔다.
2아웃 2루의 상황이었기에, 이 타구가 빠졌다면 1점을 추가 실점했을 것이다.
“슈퍼 스타! 나이스 디펜스!”
케이든은 그런 내 수비에 오른손을 번쩍 들어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렇게 8회 말 수비도 무실점으로 막아낸 펄래스키 양키스.
우리는 마지막 공격 기회인 9회 초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