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홈런왕의 탄생-49화 (49/126)

# 49 - 3786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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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 어드밴스드 리그 (6)

“로버트. 다음 투수로 윌리엄 준비시키게.”

“알겠습니다. 윌리엄!”

맨더슨 감독의 지시로 수비 코치인 로버트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경기는 어느덧 5회 말.

엘리자베스턴 트윈스가 2점을 따라오며 3:2로 추격당하고 있는 펄래스키 양키스였다.

3점 획득 이후로 2, 3회에는 점수를 내기는커녕 타자가 출루하지도 못했다.

4회에는 득점권의 상황에서 바뀐 투수에게 점수를 내지 못했다.

1회 말에 흔들린 모습을 보여줬던 선발 투수인 마틴은 4회까지 안타 4개와 볼넷 2개를 허용했지만, 무실점으로 잘 막아냈다.

하지만 5회 말에 2점을 실점했다.

사실 오늘 마틴의 컨디션은 좋지 않았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밤새 900km를 달려온 투수인데다가 이번 경기가 데뷔전인 마틴.

부담감이 상당히 컸을 것이다.

무실점에는 수비의 역할이 컸고 특히나 키스톤 콤비인 2루수 스미스와 유격수 최강남의 공이 컸다.

4회 말 1아웃 1, 2루의 위기에서 최강남의 슬라이딩 캐치 후에 만들어낸 더블 플레이.

그것은 좀처럼 표현하지 않는 맨더슨 감독까지 더그아웃에서 벌떡 일어나게 만들었다.

‘플로어가 메이저리그 클린업 타선이라···.’

아까 타격 코치인 존의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도는 맨더슨 감독이었다.

“아웃!”

다행히 2아웃 2루의 위기에서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5회 말 수비를 2실점으로 막아내며 끝이 났다.

5회 수비가 끝이 나고 클리닝타임에 맨더슨 감독은 수비 코치인 로버트에게 이번 승격 후보들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대체적으로 비슷한 의견을 보였지만 역시 2루수 주전인 스미스와 후보인 에이드에 대한 평가가 가장 엇갈렸다.

“역시 이 부분에서 가장 의견이 다르네. 스미스가 안정적인 수비를 해도 타격에서 에이든이 훨씬 위라고 존은 평가하던데.”

“그건 최강남 선수처럼 압도적인 타격을 가지고 있을 때 이야기죠. 스미스는 더블 A에 올라가도 주전급의 수비력입니다. 반면에 에이든은 더블 A에서 후보도 확신할 수 없는 타격 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당히 냉정하고 현실적인 평가를 주로 하는 로버트.

특히 타격보다는 수비에 집중하는 맨더슨과 같은 성향의 코치였다.

“그렇다면 최강남 선수의 수비는 어떻다고 생각하나? 존은 타격에 있어서는 메이저리그 주전급이라고 하던데.”

“이제 16살 선수입니다. 존은 워낙 선수들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는 코치잖습니까.”

“그렇다면 자네는 최강남의 실링이 메이저리그 급은 아니라고 생각하나?”

“저는 플로어와 실링으로 선수를 평가하지 않습니다. 당장 지금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서만 표현하죠. 냉정하게 최강남 선수의 현재 수비력은 트리플 A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타격 코치인 존과 다른 의미의 극찬.

그것은 올해로 3년차 수비 코치인 로버트가 루키 어드밴스드의 선수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표현이기도 했다.

3년을 함께 했던 맨더슨마저 그런 표현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으니.

“그래. 자네 의견도 같이 첨부하겠네.”

“감사합니다. 저는 이제 윌리엄 몸 상태 확인하러 가보겠습니다.”

“고생하게.”

트리플 A 리그급 수비를 하는 16살.

확실히 4회에 나왔던 타구를 병살타로 처리한 것은 더블 A에서도 나오기 힘든 플레이기는 했다.

거기에 좀처럼 표현을 하지 않는 로버트의 극찬.

맨더슨은 본인의 클립보드에 최강남의 수비 능력에 대한 의견을 추가했다.

***

“슈퍼 루키. 내가 출루하면 날 홈으로 불러주겠나?”

“출루를 해야 불러주죠. 두 번째 타석처럼 삼진이라도 당하는 건 아니죠?”

“당연하지. 아까는 에드가의 공을 지켜보다가 카운트가 몰린 것뿐이야. 나 같은 타자는 차라리 앤드류 쪽이 훨씬 치기 쉽다고.”

“트리플 A 출신이라던데 자신 있죠? 기대할게요.”

“걱정 마라. 한 경기에 두 번은 삼진당할 수 없지. 메이저리거가 와도 치고 올게.”

6회 초 공격에서 선두 타자로 나서는 로버슨.

그는 내 농담에 투덜거리며 타석으로 걸어갔다.

오늘 엘리자베스턴 트윈스의 선발로 나선 에드가.

에드가는 흔들렸던 1회와는 다르게 2, 3회에는 한 명의 타자도 출루하지 않는 투구를 보여줬다.

하지만 4회 초 내가 선두 타자로 들어서자 스트레이트 볼넷을 던지며 갑자기 흔들렸다.

그리고 5번 타자인 루크에게 안타를 허용하며 결국 4회에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바뀐 투수는 재작년에 더블 A에서 2.8의 방어율을 기록한 앤드류.

트리플 A에서는 13이닝을 던져서 2실점을 했던 중계 투수이기도 했다.

작년에 발목 부상으로 수술 후에 재활을 견뎌내고 올해 복귀전인 앤드류.

그는 트리플 A는 다르다는걸 보여주듯이 4회 노아웃 1, 2루의 위기를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그리고 5회 초에는 삼진을 두 개나 잡아내며 완벽한 투구를 보여줬다.

192cm의 키에서 나오는 강속구와 고속 슬라이더로 타자를 찍어 누르는 정통 우완파 스타일.

확실히 루키 리그에서 볼만한 레벨은 아니었다.

“스트라이크 아웃!”

로버슨은 네 번째 공인 슬라이더에 삼진을 당했다.

무려 87마일의 슬라이더. 140km/h의 구속이었다.

“미안하다. 슬라이더 각이 너무 날카로워서 스윙도 못하고 삼진 당했네.”

“무슨 그런 걸로 사과를 해요. 거기다가 원정인데 그럴 수도 있죠.”

“그래 원정! 밤새 버스를 타고 왔더니 몸이 덜 풀렸나? 아니면 멀미를 아직도 하나? 오늘따라 배트에 공이 안 맞네.”

“저 이제 타격하러 갑니다.”

“슈퍼 루키! 하나 크게 치고 오라고!”

머쓱해하는 로버슨에게 괜찮다는 말을 해주고 타석에 들어섰다.

“스트라이크!”

초구는 몸쪽에 꽉 차는 고속 슬라이더.

구속도 구속이지만 궤적 또한 매우 훌륭했다.

순간적으로 몸에 맞는 공인지 알고 움찔 놀랄 정도의 궤적.

이 정도면 메이저리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만한 슬라이더였다.

앤드류는 와인드업 후에 두 번째 공을 던졌다.

딱―!

바깥쪽 스트라이크 존에 걸치는 포심을 밀어쳤다.

하지만 살짝 타이밍이 늦으며 빗맞았다.

우익수가 끝까지 따라가 보지만 파울 담장을 넘어가는 타구가 나왔다.

구속은 95마일.

152km/h의 포심이었지만 속도에 비해 훨씬 빠르게 느껴진 걸 보니 RPM(분당 회전수)도 상당히 좋아 보였다.

조금 더 빠르게 배트를 휘둘러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다음 공을 기다렸다.

세 번째 공은 커브.

존에서 꽤 벗어난 낮은 볼이었기에 배트를 휘두르지 않았다.

4회와 5회에서 앤드류의 결정구는 고속 슬라이더.

특히 좌타자에게는 바깥쪽 코스, 우타자에게는 몸쪽 코스로 승부하는 경향이 보였다.

앤드류의 와인드업. 몸쪽 슬라이더를 의식하며 배트를 움켜쥐었다.

따악―!

예상대로 앤드류의 네 번째 공은 몸쪽 높은 슬라이더.

궤적이 상당히 크게 들어온 공을 그대로 배트 중앙에 맞춰냈다.

배트를 던지고 타구를 바라보며 1루로 향했다.

타구는 쭉쭉 뻗어나가서 좌측 담장을 가볍게 넘어갔다.

“슈퍼 루키! 이걸 넘겨버리네. 같은 코스로 삼진 당한 내가 민망하네.”

“슬라이더 노리고 있었는데 원하는 코스로 왔네요. 운이 좋았죠.”

“그게 어떻게 운이야? 나도 몸쪽 슬라이더 예상했었는데 맞추기도 힘들던데.”

더그아웃 앞까지 나와서 오른쪽 주먹을 들이대는 로버슨.

내 주먹을 그에게 갖다 댄 후에 더그아웃으로 함께 들어왔다.

“나이스 홈런!”

“좋은 타격이었어!”

더그아웃으로 들어서자 많은 선수들이 내게 달려와서 등과 헬멧을 치며 환호했다.

좀 정신없기는 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3달 동안 펄래스키 양키스에서 뛰면서 붙었던 투수 중에서 가장 상위리그에 가까운 앤드류.

그의 결정구인 고속 슬라이더를 내가 쳐내며 4:2로 다시 점수 차를 벌렸다.

“에이스 땡큐.”

“너도 오늘 던지느라 고생 많았다.”

“2실점 해버렸는데 뭐. 그래도 에이스 덕분에 승리 투수는 안 깨지겠다. 진짜 고마워.”

특히 오늘 선발로 나온 마틴이 가장 기뻐했다.

평소와는 다르게 에이스라고 부르는 모습에 난 웃어줬다.

아무리 마이너리그에서 투수에게 승리라는 기록이 의미 없다고 평가하긴 하지만, 그래도 데뷔전 승리는 본인에게 의미가 클 것이다.

“아웃!”

내 다음으로 타석에 들어선 5번 타자 루크와 6번 타자 맥스가 범타로 물러나며 6회 초 공격도 끝이 났다.

6회 말 펄래스키 양키스의 마운드는 바뀐 투수인 윌리엄이 올라왔다.

이후로 경기는 투수전이 이어졌다.

윌리엄은 6회와 7회에 안타 하나와 볼넷 하나를 허용했지만,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좋은 투구를 보여줬다.

앤드류는 7회 초에 하위 타선에게 삼진을 두 개 잡아내며 이곳에 있을 선수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냈다.

이어진 8회 초 펄래스키 양키스의 공격.

상대 투수는 앤드류 대신에 마운드에 올라온 좌완의 세실.

140km/h 후반의 포심과 낙차 큰 커브, 체인지업을 던지는 투수였다.

확실히 이 선수도 위로 올라갈 실력임이 분명했다.

루키 리그 치고 상당히 좋은 구위를 갖추고 있었으니.

하지만 앞서 나온 투수가 훨씬 높은 수준인 앤드류.

그의 공에 비하면 말 그대로 아직은 루키 레벨의 공을 던지는 투수였다.

훨씬 압도적인 공을 앞의 4회 동안 지켜봤기에, 오히려 세실의 공은 만만해 보이기까지 했다.

거기다가 8회 초 공격은 상위 타선부터 시작됐다.

그렇기에 점수를 내기에 충분했다.

1번 타자인 찰스.

그는 6구의 승부 끝에 볼넷으로 1루로 걸어 나갔다.

더그아웃의 사인은 히트 앤드 런.

신중한 성격이지만 작전 수행 능력이 좋은 2번 타자 스미스는 작전을 성공했다.

타구는 3유간으로 빠지는 코스.

발이 빠른 찰스는 2루를 돌아 3루에 여유롭게 안착했다.

3번 타자인 로버슨이 대기타석에서 몸을 풀고 있는 날 보며 씩 웃더니 타석에 들어섰다.

그는 세실이 2구로 던진 체인지업을 당겨 쳤다.

‘병살타인가.’

그가 쳐낸 타구는 빠르게 유격수에게 향했다.

워낙 빠른 타구였기에 발이 빠른 찰스도 홈으로 들어올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상황.

하지만 상대 유격수가 글러브에서 공을 빼내 2루로 토스하려던 그 순간.

유격수의 손에서 공이 떨어졌다.

프로 레벨에서도 흔하게 나오는 실수.

특히나 여기는 루키 리그였기에 충분히 일어날법한 상황이었다.

“세이프!”

유격수는 황급하게 공을 주운 후에 다시 1루로 던졌지만 너무 늦은 상황.

발이 느린 로버슨이 전력 질주로 세이프 판정을 얻어냈다.

이렇게 4:2로 이기고 있는 노아웃 만루에서 내가 타석에 들어서게 됐다.

바로 전 타석에서 홈런을 쳤던 나였으니 상대 투수는 신중하게 승부를 할 것이다.

세실이 초구를 던졌다.

실투성 공이 오지 않는 한 스트라이크 하나는 지켜본다는 생각으로 초구를 지켜봤다.

초구는 존에서 벗어나는 많이 낮은 커브.

홈 플레이트에서 바운드가 되는 볼을 상대 포수가 블로킹으로 막아냈다.

두 번째 공은 바깥쪽 체인지업.

상당히 애매한 코스였지만 심판은 스트라이크 콜을 외치지 않았다.

2-0의 카운트.

이렇게 되면 상대 투수인 세실은 마음이 조급해질 것이다.

3볼의 상황은 만들고 싶지 않으니 카운트를 잡기 위해 스트라이크를 던질 확률이 높았다.

세실은 세트 포지션을 취했던 1, 2구와는 다르게 이번엔 와인드업 후에 공을 던졌다.

3구는 92마일 포심.

148km/h의 공이 투수의 손을 떠나 포수에게 향했다.

카운트를 잡기 위해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집어넣었지만, 너무 가운데로 몰렸다.

따아아악―!

그리고 난 그 공을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때려냈다.

내 타구는 쭉쭉 뻗어나갔고 그대로 전광판을 타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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