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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 어드밴스드 리그 (5)
“그래서 저희들 중에서 이번 경기가 끝나고 탬파 타폰스로 승격될 선수가 있는 건가요?”
“그래. 그러니까 이번 엘리자베스턴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좋은 활약 기대할게.”
“맡겨만 주세요. 제가 마무리로 나와서 5이닝이라도 던질 테니.”
타격 코치인 존은 이번 승격 후보인 12명을 불러서 따로 귀띔을 줬다.
그 말을 듣고 가장 기뻐한 것은 베네수엘라 출신의 케이든.
더블 A 출신이었던 스티브와 나는 그다지 놀라지는 않았다.
언제일지는 몰라도 어차피 금방 올라간다는 확신은 있었으니.
“슈퍼 루키! 유격수는 너 하나뿐이던데?”
“대신에 다른 내야수들이 많잖아요. 어쩌면 싱글 A에서 유격수가 필요 없는 걸 수도 있고.”
“겸손한 모습도 있네. 어쨌든 이번 3연전에서 좋은 모습으로 꼭 A에서 보자고. A-는 지긋지긋해.”
사타구니 부상으로 루키로 오기 전에 2년을 A-에서 뛰었던 로버슨.
그는 싱글 A로 첫 승격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뻐했다.
사실 두 명의 포수 후보 중에서 올라갈 선수는 당연히 로버슨이었다.
다른 한 명은 타격은 물론이고 블로킹마저 전혀 투수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는 모습을 연습경기에서 수차례 보여줬으니 말이다.
다른 유격수 후보였던 에이든을 안 부른 것도 그런 의미일 가능성이 컸다.
2달 가까이 유격수로 출장한 적도 없어서 수비 감각도 많이 떨어졌을 테니, 후보로 세우기도 민망했을 것이다.
“이제 간단하게 몸이나 풀러 가자고!”
케이든은 기분이 좋은지 흥얼거리며 훈련장으로 향했다.
그의 뒤를 따라서 다른 선수들도 따라갔다.
오늘 경기 시작은 오후 1시.
10시에 간단한 아침 식사를 마치고 오전 11시부터 선수들은 가볍게 몸을 풀기 시작했다.
“플레이 볼!”
그리고 1시에 엘리자베스턴 트윈스와의 1경기가 시작됐다.
1회 초 펄래스키 양키스의 공격.
“슈퍼 루키 오늘 경기도 기대할게.”
“오늘은 로버슨이 만들어줘야죠.”
“그래. 나만 믿어. 내가 꼭 득점권 찬스를 만들어볼 테니깐.”
이번 경기에서 나는 4번 타자로 출전하게 됐다.
원래 4번 타자였던 포수 로버슨은 3번에 배정받았다.
상대의 선발 투수는 에드가.
타격 코치인 존의 말에 의하면 전형적인 맞춰잡는 투구를 보여주는 투수였다.
“아웃!”
1번 타자로 나선 찰스는 그런 에드가의 세 번째 공인 체인지업에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체인지업에 당했네. 그것뿐만 아니라 다른 공도 무브먼트가 좋아.”
찰스는 더그아웃으로 들어와 다른 타자들에게 상대 선발의 정보를 알려줬다.
난 그 이야기를 듣고 대기 타석으로 걸어갔다.
2번 타자는 이번에 싱글 A로 승격이 유력한 스미스.
그는 2구인 커브를 깔끔하게 쳐내며 중견수 앞 안타를 만들어냈다.
1아웃 1루에 타석에 올라온 포수 로버슨.
“스트라이크!”
초구부터 크게 배트를 휘둘렀지만 공에 맞춰내지 못하며 헛스윙을 하는 모습이다.
누가 봐도 나 홈런 치겠다고 광고하는 스윙.
아무래도 싱글A 콜업 소식에 몸에 힘이 들어간 것 같았다.
2구로 상당히 빠지는 커브를 걸러낸 로버슨은 3구 체인지업에 다시 배트를 휘둘렀다.
상대의 선발인 에드가의 최대 장점은 무브먼트.
그중 으뜸은 단연 체인지업이었다.
150km/h 초반의 포심과 20km/h 가까이 차이 나는 130km/h대의 체인지업은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기 탁월했다.
딱―!
둔탁한 타격음이 경기장을 울렸다.
로버슨은 포심을 생각했는지, 그 체인지업에 타이밍을 완전히 빼앗겨 배트를 휘둘렀다.
공은 우익수와 1루수 사이로 향했지만 둘 다 잡을 수 없는 절묘한 코스로 떨어졌다.
행운의 텍사스안타. 1루 주자였던 스미스는 아웃되는 상황까지 신경 썼기에 2루에서 멈췄다.
“Strong Man! The Strongest Man! Choi! Gang! Nam!”
내 응원가와 함께 1아웃 1, 2루의 상황에 내 타석이 돌아왔다.
저 응원가는 작곡해준 팬이 직접 코치의 이메일로 보냈다고 한다.
코치에게 들은 이름은 줄리아. 루키 어드밴스드 리그의 열렬한 팬이라고 한다.
“스트라이크!”
에드가는 나에게 초구로 바깥쪽 코스에 꽉 차는 체인지업을 던졌다.
1번 타자였던 찰스의 말처럼 정말 볼 끝이 더러운 스타일의 투수였다.
무브먼트가 좋은 투수이니 큰 스윙보다는 정확하게 맞춰내겠다는 생각을 하며 다음 공을 기다렸다.
2구는 바깥쪽으로 빠지는 슬라이더.
그리고 3구로 에드가는 몸쪽 낮은 공의 포심을 던졌다.
따악―!
난 그 공을 정확하게 맞춰내는데 집중하며 걷어 올렸다.
타구는 파울 라인에 살짝 들어오며 좌익수가 잡을 수 없는 코스로 떨어졌다.
“세이프!”
공이 펜스까지 굴러서 부딪힌 후에야 좌익수가 잡았기에, 발이 느린 1루 주자 로버슨까지 홈으로 여유롭게 들어올 수 있었다.
난 좌익수가 홈으로 바로 송구하는 타이밍에 3루까지 진루에 성공했다.
그리고 5번 지명타자인 루크의 우익수 플라이에 태그업 후에 홈으로 들어오며 1점을 추가했다.
“나이스 타격! 오늘 느낌 있는데?”
“상대 투수 컨디션이 좋아 보여서 컨택에 집중하면서 가볍게 휘둘렀죠. 캡틴은 오늘 힘이 너무 들어가 있는 거 아니에요?”
“그래? 승격 후보라고 하니까 몸에 힘이 좀 들어갔나 보네.”
“어차피 포수가 올라가야 되면 로버슨말고 올라갈 사람은 없어요. 여유롭게 여태까지 해왔던 것처럼 해요.”
“그래. 펄래스키 4번 타자의 조언인데 내가 따르마!”
우익수 플라이로 더그아웃에 들어오자 내 타격으로 홈으로 들어온 로버슨이 오른손을 번쩍 들었다.
난 그런 로버슨에게 하이 파이브를 하며 가벼운 농담으로 충고를 던졌고, 로버슨은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
야구 지능 하나는 높은 선수이니 무슨 말인지 바로 깨달았을 것이다.
6번 타자인 맥스는 3루 땅볼로 물러나며 1회 초 공격이 끝이 났다.
펄래스키 양키스가 3:0으로 앞서며 시작하게 되었다.
난 글러브를 집어 들고 유격수 자리로 향했다.
일반적으로 장거리 원정 경기를 나서면 불리한 것은 투수다.
투수는 워낙 예민한 것이 많고 바뀐 환경에 적응하기 힘든 포지션이니깐.
하물며 그게 오늘이 데뷔전인 19살의 고졸 루키라면?
“히트 바이 피치!”
지금 같은 최악의 상황이 만들어진다.
오늘 펄래스키 양키스의 선발로 올라온 마틴.
그는 1번 타자와 2번 타자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더니 3번 타자에게는 몸에 맞는 볼을 던졌다.
“타임!”
로버슨이 아니라 어떤 포수라도 이런 상황에는 투수를 위해 마운드에 오르는 것이 당연했다.
잠시 둘은 이야기를 나누더니 곧 로버슨이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노아웃 만루의 위기.
최선이 1실점, 최악의 경우에는 3점 이상을 실점할 수도 있는 상황.
마틴은 초구를 던졌고 상대 4번 타자는 바로 배트를 휘둘렀다.
따악―!
타구는 내 정면으로 향했고 난 바운드 된 볼을 안정적으로 잡아냈다.
2루수인 스미스가 2루 베이스로 커버가 들어오는 걸 확인했지만, 빠른 타구였기에 충분히 홈 승부가 가능했다.
“아웃!”
그래서 홈으로 던져서 아웃을 잡아냈다.
“아웃!”
포수인 로버슨은 공을 잡아서 홈 플레이트를 발로 태그한 후에 1루로 공을 던졌다.
노아웃 만루에서 기적 같은 더블 아웃.
“나이스 플레이!”
투수인 마틴은 그런 나에게 엄지를 치켜세워줬다.
노아웃 만루에서 순식간에 2아웃 2, 3루로 상황이 바뀌었다.
이렇게 되면 흐름은 펄래스키 양키스로 다시 넘어오게 된다.
엘리자베스턴 트윈스의 5번 타자는 2구를 타격했고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오늘 타격도 깔끔하더니 수비는 더 완벽한데?”
“운이 좋았죠. 마틴의 세트 포지션은 깔끔했고 타구는 빠르게 제 정면으로 왔고.”
“내가 마운드에 올라가서 퀵 모션으로 초구 체인지업을 던져보자고 했지. 4번 타자가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서 타석으로 걸어오는 게 보였거든.”
“엄청 좋은 오더였네요.”
“네가 칭찬하는 거야? 칭찬도 할 줄 아네. 내 다음 타석에서도 힘 좀 써봐야겠는데.”
“그래요. 어깨에 힘 좀 빼고 쳐요. 내가 봤을 때는 상대 4번 타자랑 로버슨이랑 둘 다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갔어.”
“쟤는 힘이 들어간 거고 난 근육이 많아서 힘이 넘치는 거야. 엄연히 다른 문제라고.”
무사 만루의 위기를 무실점으로 막아내고 더그아웃으로 향하는데 로버슨이 말을 걸었다.
내 말에 로버슨은 너스레를 떨었고 난 웃으며 그런 로버슨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그렇게 3:0의 상황에서 펄래스키 양키스의 2회 초 공격이 시작됐다.
***
오늘도 더그아웃의 한편에 앉아서 묵묵히 클립보드에 선수들의 기록을 작성하는 맨더슨.
그는 특히나 싱글 A인 탬파 타폰스로 승격시킬 후보들의 기록을 신경 써서 기록 중이었다.
“존! 잠깐 이야기 좀 가능한가?”
“당연하죠. 무슨 일이신가요?”
“다름 아니고 선수들 기록에 대해서 평가하고 있는데, 자네의 의견도 같이 첨부하려고. 2루수 후보인 이 둘은 어떻게 생각해?”
맨더슨은 타격 코치인 존에게 선수들의 평가를 맡겼다.
존이 펄래스키 양키스에서 코치를 맡은 지도 어언 2년 차.
아직까지는 한 번도 승격시킬 선수에 대한 자문을 구한 적이 없었다.
본인을 인정해 준다는 의미로 받아들인 존은 활짝 웃으며 친절하게 답해줬다.
“스미스는 예측 타격을 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상위 리그로 올라갈수록 좋은 평가를 받기는 힘들 겁니다. 아무래도 메이저리그 주전 2루수들은 수비가 완벽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타격 역시 중요하니까요.”
“그럼 에이든은?”
“사실 감독님 생각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는 스미스보다는 에이든이 훨씬 잠재적 능력치가 높다고 생각합니다. 수비야 차차 능력치가 쌓이면 성장하는 사례가 많지만 타격은 비교적 그런 경향이 적은 편이잖습니까?”
“흠··· 자네 의견은 꼭 같이 첨부하겠네.”
보수적인 성향의 맨더슨 감독은 야수들에게 있어서 첫 번째 능력을 늘 수비력으로 봤다.
하지만 최근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기록을 보면 수비력보다 타격에 더 높은 평가를 주는 경우가 많았다.
더군다나 존은 5년 전에 확장 로스터이긴 해도 메이저리그까지 경험해본 타자였으니 신뢰가 가는 대답이었다.
물어보길 잘했다는 표정을 지은 맨더슨 감독은 다른 선수들에 타격에 대해서도 자문을 구했다.
“로버슨은 괜찮은 선수입니다. 아무래도 수비에 관해서는 수비 코치인 로버트의 의견이 더 정확하겠지만, 타격 능력 하나는 싱글 A는 물론이고 웬만한 더블 A의 포수들보다 좋을 겁니다. 컨택이 좀 낮긴 하지만 파워만 보면 지명타자로 뛰어도 좋은 기록을 예상합니다.”
“그래. 그렇다면 유격수 승격 후보인 최강남은 어떻게 생각하나?”
맨더슨의 클립보드에는 블로킹이나 프레이밍이 모자라다고 적혀있는 로버슨.
그 기록에 타격 능력을 추가하며 맨더슨은 존에게 최강남에 대해 물었다.
“천재죠.”
“뭐?”
“타격에 있어서는 압도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피지컬이 살짝 모자라긴 하지만 야구 지능이 워낙 높은 선수이니 충분히 커버가 가능할 겁니다. 수비 능력도 감독님께서 완벽하게 만족하실 수준이잖습니까.”
“그건 그렇지. 20경기에 출전하면서 에러도 없고 순간적인 판단 능력 하나는 타고 났으니.”
맨더슨의 머리에는 하나의 의문점이 생겼고 곧 존에게 그걸 물어봤다.
“그렇다면 자네가 봤을 때 순수하게 타격만으로 실링(최대치), 플로어(최소치)는 어떻다고 생각하나?”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처럼만 해준다면 플로어가 메이저 주전 클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실링은?”
“실링은 제가 예측할 수가 없는 수준이네요. 그냥 저도 선수 때 저런 재능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선수입니다.”
플로어가 메이저 주전 클린업.
아무리 많은 홈런을 때리고 승부처에 강하다고 하지만 엄청난 극찬이었다.
맨더슨은 존의 출처를 밝히며 그 의견을 클립보드에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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