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홈런왕의 탄생-46화 (46/126)

# 46 - 3777641

#

루키 어드밴스드 리그 (3)

“매튜. 2회처럼만 던져보자고. 1회에 실점은 잊어버려.”

“최강남을 그냥 고의사구로 내보낼까?”

“4번 타자도 만만하지 않아. 그리고 3번 타자는 아까 보니 선구안이 안 좋은지 애매한 코스의 공을 타격했잖아. 유인하는 공으로 던져보자.”

“알겠어.”

3회 말 펄래스키 양키스의 공격.

프린스턴 레이스의 포수인 올리버가 데뷔전을 치르고 있는 선발 매튜를 다독이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매튜는 미국 고교야구 랭킹 5위까지 오른 촉망받는 유망주였다.

탬파베이 레이스에서도 그 사실을 입증하듯이 2년에 50만 달러라는 금액으로 영입한 투수이기도 했다.

워낙 페이롤도 적은 팀이고 각종 대기록의 최대 피해자이기도 한 탬파베이 레이스.

00년대 이후 최다 노히트를 당하고 올 타임 최다 퍼펙트게임을 허용한 팀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건 매튜에게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우승이야 하면 좋겠지만 당장은 너무나도 먼 이야기였다.

본인의 목표는 2년 안에 빅 리그 입성 후에 메이저리그에서 본인의 입지를 다지는 것.

그렇기에 본인의 계획대로라면 더블 A 까지는 전혀 어려움이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타석에 있는 저 선수는 여태까지 붙었던 다른 타자들과는 달랐다.

‘저런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한자리를 차지하는 건가.’

거기에 응원가도 매튜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것이기에 자꾸 신경이 쓰였다.

올리버는 그런 매튜에게 초구로 바깥쪽 커브를 요구했다.

‘그걸 던지면 또 홈런을 맞을 거야.’

매튜는 고개를 저었고 올리버는 그걸 보고 바깥쪽 슬라이더를 요구했다.

고개를 끄덕인 매튜는 크게 심호흡 후에 와인드업을 하며 공을 던졌다.

타석에 선 최강남은 그런 매튜의 슬라이더에 움찔거리는 기색도 없이 지켜봤다.

2구는 몸쪽 체인지업을 던졌지만 역시나 미동도 없는 모습.

2-0의 카운트에서 포수인 올리버는 3구로 바깥쪽 포심을 요구했다.

매튜는 그 사인을 보고 무언가 각오라도 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첫 타석에서 홈런을 맞을 때는 주자가 있었다.

그렇기에 와인드업 대신에 세트 포지션을 취할 수밖에 없었고 그랬으니 홈런을 맞은 것이다.

그렇게 본인을 세뇌한 매튜는 있는 힘껏 바깥쪽으로 공을 던졌다.

따악―!

투수들도 공이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하는 순간이 있다.

매튜는 데뷔전에서 연타석 홈런을 맞았다는 생각에 차마 타구를 지켜볼 용기조차 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최강남은 던졌던 배트를 다시 집어 들고 타석으로 돌아왔다.

다행히 파울 폴대를 살짝 빗겨나간 타구가 나왔기에.

하지만 매튜는 더 이상 최강남과 승부를 계속할 수 없었다.

‘어디를 던져도 분명 맞는다.’

다른 레벨이라는 것이 느껴지는 타자에게 느끼는 부담감.

압도적 압박.

그것이 매튜의 몸을 완전히 굳게 만들었다.

***

바깥쪽 꽉 차는 포심을 밀어쳤지만 아쉽게 폴대를 빗겨나가는 파울이 나왔다.

2-1의 카운트에서 매튜는 4구와 5구 모두 스트라이크 존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공을 던졌다.

나는 그렇게 볼넷으로 여유롭게 1루로 걸어 나갔다.

“세이프!”

그리고 초구부터 2루로 도루를 성공하며 노아웃 2루의 찬스를 만들어줬다.

좌완 투수인 매튜는 견제를 하겠다는 제스처도 전혀 없었다.

상대의 선발 투수인 매튜는 초구에 이어서 2구도 존에서 크게 벗어나는 공을 던지더니, 세 번째 공은 아예 포수가 잡을 수 없는 코스로 폭투가 나왔다.

난 슬라이딩 없이 여유롭게 3루에 안착했다.

4구도 볼이 나오면서 볼넷으로 로버슨은 1루로 걸어 나갔다.

“타임!”

그렇게 프린스턴 레이스의 선발 투수인 매튜는 마운드에서 물러났다.

펄래스키 양키스의 타자들은 다음 투수로 올라온 다니엘에게 3회에만 3점을 추가로 뽑아냈다.

스티브는 6회에 안타 두 개를 맞으며 1점을 실점했지만 스코어는 무려 9:1.

압도적인 점수 차이로 부담감 없이 공을 던진 스티브는 7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내며 펄래스키 양키스의 승리를 도왔다.

이어서 나온 투수인 윌리엄이 2실점을 했지만 1점을 추가 득점하며 10:3의 승리.

개막전에서 좋은 경기를 보여줬다.

나는 세 번째 타석에서는 우익수 뜬공을 치며 아웃됐지만, 네 번째 타석에 2루타, 다섯 번째 타석에서 볼넷을 하나 더 추가했다.

“오늘 경기하느라 고생 많았다. 남은 프린스턴 레이스와의 2경기도 오늘처럼 다들 좋은 모습 보여줬으면 좋겠다.”

“알겠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맨더슨 감독은 상당히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의 손에는 클립보드가 꼭 쥐어져 있었다.

“스트롱! 6회에 수비 진짜 좋았다. 오늘 저녁은 내가 사지.”

“싸구려 피자나 빵으로 때울만한 수비가 아니긴 했죠?”

“당연하지. 경기장 근처에 괜찮은 스테이크 집 있는데 거기로 가자고.”

6회에 삼진을 잡아놓고 안타와 2루타를 맞으며 1실점을 허용한 스티브.

1아웃 2루의 위기 상황에서 난 안타성 타구를 점프 캐치로 잡아내고, 2루 베이스를 태그하며 6회를 끝냈다.

“그래서 둘이만 먹으러 가게? 우리도 같이 가자.”

“얼마든지. 대신 계산은 각자 돈으로 합시다. 난 추가 실점을 막아준 유격수한테만 사줄 계획이라서.”

“쪼잔하네. 오늘 블로킹한 공만 2개인데 섭섭하게.”

“오케이. 오늘 승리 기념으로 내가 밥 산다. 다들 따라와.”

“스테이크 좋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우리에게 로버슨과 케이든이 다가왔고 같이 스테이크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마무리로 뛰고 있는 케이든은 오늘 불펜 피칭조차 하지 않았지만, 공짜 스테이크에 누구보다 신이 난 모습으로 무리에 합류했다.

이렇게 개막전 첫 경기도 승리로 끝이 났다.

***

다음날 프린스턴 레이스와의 2차전.

오늘도 1루 관중석에는 응원가를 틀어주는 소녀가 경기를 관람하러 왔다.

펄래스키 양키스의 선발은 19살의 로젠.

그는 1회에만 2개의 안타를 맞으며 2아웃 2, 3루의 상황에 직면했다.

로젠은 이런 상황에서 크게 와인드업을 해서 공을 던졌고 강습 타구가 나에게 향했다.

불규칙 바운드가 나올 수도 있기에, 나는 살짝 뒤로 이동해서 몸을 낮춰 안정적으로 잡아냈다.

“아웃!”

그리고 차분하게 1루로 던져 1회 초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아냈다.

“나이스 수비.”

“오늘 공 좋은데? 차분하게 던져.”

“비가 와서 그런가? 자꾸 마지막에 손이 미끄러지네.”

2차전은 경기 초반부터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경기가 중단될 정도의 비는 아니었다.

프린스턴 레이스의 선발은 안토니.

우완 정통파 스타일의 투수로 맞춰 잡는 투구를 하는 스타일이었다.

나와 연습경기에서도 몇 차례 승부했지만 딱히 기억이 나는 특징은 없었다.

그냥 내가 홈런을 두 개 때려냈다는 것 정도?

심각한 단점은 없지만 특출난 장점도 없는 투수.

평범한 루키 어드밴스드의 선발이었다.

거기다가 조금이긴 해도 비까지 오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비가 오면 투수보다는 타자에게 유리한 경우가 많았다.

바로 오늘처럼.

1번 타자인 찰스는 공을 잘 골라내며 볼넷으로 1루에 진루했다.

2번 타자인 스미스는 2구 체인지업을 타격했지만 유격수 정면으로 향하는 땅볼을 쳤다.

평소대로라면 병살타가 나올만한 코스.

하지만 불규칙 바운드에다가 비로 인해 미끄러진 상대의 유격수.

행운의 내야안타로 살아나가며 노아웃 1, 2루의 찬스에서 내 타석이 돌아왔다.

“Strong Man! The Strongest Man! Choi! Gang! Nam!”

들을수록 정감이 가는 내 응원가를 들으며 타석으로 향했다.

더그아웃의 사인은 강공. 난 체인지업을 기다리며 준비를 마쳤다.

“스트라이크!”

초구는 스트라이크 존에서 공 반개 빠지는 볼.

하지만 심판은 스트라이크 사인을 내렸다.

평소보다 조금 스트라이크 존을 넓게 의식하며 다음 공을 기다렸다.

두 번째와 세 번째 공은 높은 슬라이더와 낮은 커브가 들어왔다.

스트라이크를 잡아줄 만한 코스는 아니었기에 굳이 배트를 휘두르지는 않았다.

네 번째 공으로는 기다리던 체인지업이 들어왔다.

따악―!

몸쪽 낮은 코스로 오는 체인지업을 힘차게 걷어 올렸다.

좌익수는 내 타구를 바라만보고 달려갈 생각조차 하지 않는 모습.

공은 왼쪽 담장을 가뿐히 넘어 관중석 상단에 떨어졌다.

“2경기 연속 홈런이네? 내 타석에는 주자가 없네.”

“이제 겨우 홈런 2개인데요. 그리고 어제 3번이나 출루했잖아요? 그때 조금만 더 잘 쳐보지.”

“슈퍼 루키 많이 컸네. 내가 백투백 치고 올 테니깐 더그아웃에서 앉아서 구경해.”

“기대할게요.”

홈 플레이트에서 내 배트를 들고 건네주는 로버슨에게 가벼운 농담을 던졌고 그는 비장한 표정으로 받아쳤다.

뭐 홈런이 아니라 중견수 플라이로 첫 아웃을 당하긴 했지만.

“벌써 홈런 두 개나 쳤네? 금방 올라가겠어.”

“올려주시는 건가요?”

“내가 무슨 힘이 있다고. 고생했어.”

더그아웃으로 들어오자 칭찬을 하는 타격 코치 존과 가볍게 농담을 주고받았다.

존과도 많이 친해진 것 같다.

맨더슨은 여전히 클립보드에 무언가를 작성하고 있었다.

1회 말 펄래스키의 공격은 안타가 하나 더 나왔지만, 추가 득점을 하지 못하며 종료됐다.

3:0의 유리한 상황에서 다시 마운드로 올라온 로젠.

그는 3점을 앞서고 있어서 승리 투수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에 그런지, 1회 초보다 훨씬 자신감 있는 투구 내용을 보여줬다.

안타를 하나 맞았지만 삼진 하나와 범타 두 개를 유도하며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내려왔다.

2회 말 펄래스키 양키스의 공격은 8번 타자부터 시작됐다.

선두 타자로 나선 우익수 길버트는 실투성 공을 타격했지만 아쉽게 2루수 직선타로 아웃됐다.

“스트라이크 아웃!”

9번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완전히 컨디션을 되찾은 안토니.

멘탈 하나는 어제 경기에 나왔던 매튜보다 좋아 보였다.

2아웃 1루의 상황. 타석에는 1회에 볼넷으로 출루했던 찰스.

그는 이번에는 상대 투수의 허를 찌르며 초구를 깔끔하게 밀어쳐서,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만들어내며 출루에 성공했다.

스미스는 타석에 들어섰고 난 대기 타석에서 배트를 가볍게 휘두르며 몸을 풀기 시작했다.

상대 선발인 안토니는 그런 나를 의식했는지 눈이 마주쳤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황급히 시선을 돌린 안토니는 짧은 세트 포지션 이후에 초구를 던졌다.

본인이 원하는 공이 올 때까지 웬만하면 스윙을 휘두르지 않는 스미스는 그 공을 타격했다.

우익수 앞에 깔끔하게 떨어지는 안타.

2아웃에 연속으로 안타를 치며 1, 2루의 상황에 나에게까지 기회가 왔다.

“이번에도 홈런 치면 오늘 저녁은 내가 산다!”

“오늘은 제가 살게요. 먹고 싶은 거 뭔지 몸 풀면서 생각해 놓고 있어요.”

옆에서 몸을 풀고 있던 로버슨이 소리치자 난 웃으며 이야기하고 타석으로 들어섰다.

“Strong Man! The Strongest Man! Choi! Gang! Nam!”

1루 관중석을 바라보니 대형 우산으로 본인과 스피커를 모두 가리고 있는 관객이 보였다.

이런 날씨에도 찾아와주는 팬. 거기다가 해설도 관중도 없는 R+의 경기이니 더 고마울 따름이다.

“스트라이크!”

초구로는 공 한 개는 빠진 커브가 바깥쪽으로 들어왔다.

확실히 조금 넓게 스트라이크 존을 잡아주는 심판.

별다른 항의는 하지 않고 다음 공을 준비했다.

오늘 홈런까지 포함해서 내가 안토니에게 쳐낸 홈런은 세 개.

전부 몸쪽 코스의 공을 당겨 쳐서 넘긴 것이었다.

그렇기에 웬만하면 바깥쪽 승부를 고집할 것이다.

2구와 3구는 몸쪽 높은 슬라이더와 커브가 들어왔다.

완벽한 커맨드는 되지 않는지 가슴 높이까지 들어왔기에 굳이 건드리지는 않았다.

2-1의 카운트에서 던진 네 번째 공은 바깥쪽으로 반개 빠진 체인지업.

심판은 이번 공에는 스트라이크를 외치지 않았다.

3-1의 상황. 거기다가 1, 2루에 주자가 있으니 볼넷에 대한 부담이 클 것이다.

그래서인지 다섯 번째 공은 바깥쪽으로 들어오는 포심이었지만, 아까보다는 살짝 몰리는 코스였다.

따악―!

난 배트 정중앙에 그 공을 맞춰냈다.

내가 밀어친 타구는 쭉쭉 뻗어나가서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2회 말 펄래스키 양키스의 6:0 리드.

내 3점 홈런 두 개가 2차전에도 프린스턴 레이스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