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홈런왕의 탄생-45화 (45/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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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 어드밴스드 리그 (2)

“엄마 빨리 와!”

“알겠어. 얘는 뭐 이리 야구를 좋아하는지. 자기 아빠를 닮아서 그런가?”

“아빠는 뉴욕 양키스를 좋아하는 거잖아. 내 인생 최고의 팀은 바로 펄래스키 양키스라고.”

“아무도 관심 없는 7부 리그를 누가 인생 팀으로 꼽니?”

“그래도 엄마도 나 따라서 매년 개막전 보러 오잖아? 매년 응원하는 게 인생 팀이지.”

줄리아는 엄마의 핀잔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올해도 펄래스키의 개막전에 왔다.

툴툴대는 것치고는 그녀의 엄마도 표정이 밝은 걸 보니, 딸과의 데이트가 즐거워 보였다.

그녀는 펄래스키 양키스의 선수들이 가장 잘 보이는 1루 더그아웃 관객석에 자리를 잡았다.

어차피 관객은 거의 없었기에 언제든 앉을 수 있는 자리긴 했지만.

매년 홈에서 열리는 첫 경기에 신인들에게 응원가를 작곡해주는 줄리아.

그 시작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린 시절에 뉴욕 양키스의 팬인 아빠를 따라서 처음으로 야구장을 간 줄리아는 인생에서 잊지 못할 엄청난 짜릿함을 느꼈다.

4만 명이 넘는 관객들의 응원 소리와 환호에 대통령이었던 꿈을 야구선수로 바꿀 정도였으니.

양키스 스타디움에서 좋은 기억을 갖고 있던 줄리아.

그녀는 부모님이 핫도그 가게에서 일을 하느라 바쁜 사이에, 얼마 떨어지지 않은 펄래스키 양키스의 경기를 혼자 보러 갔다.

그리고 어린 나이의 줄리아는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

펄래스키 양키스의 홈구장인 캘피 파크.

이곳에는 수많은 관중도, 선수들이 등장할 때 응원가도 전혀 없었다.

그저 아주 차가운 음성의 확성기로 선수의 이름을 호명해줄 뿐.

그래서 처음에는 조그마한 스피커를 하나 들고 다니며 유명한 노래에 본인의 음성이 담긴 응원가를 하나씩 만들어줬다.

지금 생각해보면 상당히 허접했지만, 그 응원가를 들은 선수들은 너무나도 좋아했다.

심지어는 홈런 배트를 선물한 선수까지 있을 정도였으니.

줄리아는 이 일을 계기로 잠시 동안 가졌던 야구선수의 꿈이 노래를 만드는 작곡가로 바뀌었다.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작곡가.

점차 응원가를 만드는 실력도 좋아지며 어느덧 웬만한 작곡가들과 비교해도 부끄럽지 않은 수준이 되었다.

응원가를 만들었던 실력을 기반으로 작곡 전공의 음대까지 진학에 성공한 줄리아.

그녀가 선수들의 응원가를 틀 수 있도록 모든 세팅을 마쳤다.

“그래서 오늘도 선수들 응원가를 다 만들어 온 거야?”

“엄청 힘든 것도 아닌데 뭐. 그리고 난 매년 응원가를 만드는 게 너무 즐거워. 선수들이 내가 만든 노래를 들으면서 얼마나 행복해하는데.”

“그래. 네가 행복했으면 됐지.”

줄리아의 엄마는 그런 딸을 바라보며 웃었다.

본인이 행복한 일을 하고 있는데 그 어떤 부모가 막을 수 있을까.

“선발 투수 나온다. 쟤는 올해도 여기 있네.”

“응. 더블 A 까지 올라갔는데 부상으로 내려왔대. 올해는 여기서 시작할 건가봐. 노래 틀어야겠다.”

올해 펄래스키 양키스의 개막전 선발 투수는 스티브.

재작년 이후로 처음으로 R+에서 시작하는 스티브의 등장에 줄리아는 2년 전에 만든 노래를 틀었다.

***

“슈퍼 루키! 어때? 말은 그렇게 했어도 조금은 긴장되지?”

“전혀요. 오히려 실전이라니깐 머리가 맑아지고 집중이 잘 되는데요.”

“루키들은 대부분 긴장하는데. 역시 넌 슈퍼 루키라니깐! 그렇다고 첫 타석에 안타 못 쳤다고 너무 실망하지는 말고.”

“오늘 홈런을 못 치면 실망은 할 것 같네요. 거기다가 상대 선발이 매튜인데.”

“늘 자신감 있는 모습은 보기 좋네. 이제 나가자.”

포수인 로버슨은 장비를 다 착용하고 내 어깨를 툭 치며 홈 플레이트로 걸어 나갔다.

나는 그런 로버슨에게 웃어주며 글러브를 챙겨 유격수 위치로 향했다.

올해 펄래스키 양키스의 개막전 상대는 프린스턴 레이스.

탬파베이 레이스의 루키 어드밴스드 팀으로 우리와 거리적으로 가까웠기에, 가장 많은 연습경기를 치렀던 팀이기도 했다.

거기다가 프린스턴의 에이스 투수인 매튜는 특히나 내게 약했다.

첫 연습경기에서 느린 포심을 내게 간파당한 매튜는 다음에 만났을 때, 커터를 들고 왔지만 연타석 홈런을 맞으며 무너졌다.

그때의 기억 때문인지 다음 3연전 연습경기에서는 아예 등판도 하지 않았고.

스티브가 마운드에 등판하자 웅장한 투수 응원가가 캘피 파크를 가득 메웠다.

마치 전쟁영화의 OST와도 같은 응원가에 스티브는 물론이고 나를 포함한 모든 야수들도 자세를 낮추고 경기에 집중했다.

“스트라이크 아웃!”

그리고 스티브는 첫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좋은 스타트로 개막전의 시작을 알렸다.

첫 타자에게 93마일의 포심, 149km/h의 공을 던지며 컨디션도 평소보다 좋아보였다.

두 번째 타자를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낸 스티브는 세 번째 타자에게 주특기인 싱커를 던졌다.

딱!

프린스턴 레이스의 3번 타자인 잭슨의 타구는 빗맞으며 나에게 향했다.

“아웃!”

그리고 난 자세를 낮춰 안정적으로 잡아낸 후에 여유롭게 1루로 던져 아웃을 잡아냈다.

“남! 나이스 수비.”

그런 내게 스티브는 만족스러운 듯 엄지를 치켜세우며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1회 말 펄래스키 양키스의 공격.

상대의 선발 투수인 매튜는 마운드에 올라왔고 1번 타자인 중견수 찰스와의 승부를 준비했다.

찰스의 응원가로 스파이 영화 느낌의 음악과 함께 찰스의 이름이 3번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좌완 투수인 매튜는 특히나 좌타자에게 강했다.

주 무기인 슬라이더와 커터를 비롯해서 상당히 각이 예리한 커브까지 가지고 있는 매튜.

좌타자들이 그런 매튜의 공을 쉽게 쳐낼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히트 바이 피치!”

하지만 매튜는 이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선수였다.

거기다가 이번 경기가 데뷔전. 그것도 여태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응원가가 들리는 원정경기였다.

1-2의 카운트로 찰스를 궁지에 몰아붙인 그는 4구로 던진 공을 허벅지에 맞추며 진루를 허용했다.

매튜는 잠시 1루 쪽 관중석을 바라봤지만 이내 다음 타자로 올라온 스미스에게 집중했다.

스미스는 예측 타격을 주로 하는 타자로 연습경기에도 타율이 좋지는 않았다.

“아웃!”

하지만 작전 수행 능력이 좋은 스미스는 안전하게 번트를 대며 2번 타자로서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해냈다.

“Strong Man! The Strongest Man! Choi! Gang! Nam!”

1아웃 2루의 기회에 내 첫 번째 타석.

히어로 영화 같은 음악에 내 응원가가 경기장을 울렸다.

저번에 양키스 홈페이지에 올라왔던 인터뷰 기사를 토대로 만들었을 것이다.

스트롱맨이라고 불리는 것이 마치 내가 슈퍼히어로가 된 듯한 기분까지 생기는 정말 좋은 응원가였다.

난 1루 관객석에서 대형 스피커로 이 음악을 틀고 있는 줄리아에게 간단한 목례로 고마움을 표시하고 타석에 들어섰다.

타격 코치인 존은 강공을 뜻하는 사인을 보냈고 난 고개를 끄덕이며 상대의 선발 투수인 매튜를 바라봤다.

상당히 초조해 보이는 모습으로 로진백을 연달아 어루만지고 있다.

아무래도 부담이 많이 될 것이다.

매튜와의 상대 전적은 9타석 8타수 6안타 1볼넷. 이 중 홈런은 무려 3개였다.

2루 주자를 계속해서 흘깃거리던 매튜는 와인드업 없이 세트 포지션으로 공을 던졌다.

스트라이크 존에서 공 한 개 반은 빠지는 커브. 난 미동도 하지 않고 걸러냈다.

다음 코스로는 바깥쪽으로 공 한 개가 빠지는 커터가 들어왔고 이번 공도 지켜봤다.

“스트라이크!”

세 번째 공은 바깥쪽 낮은 슬라이더.

내 장타를 의식한 듯이 안전한 코스로만 공을 던지고 있는 매튜였다.

매튜는 이어서 네 번째 공을 던졌다. 난 그 공에 배트를 휘둘렀다.

따악―!

바깥쪽 낮은 코스의 커브.

스트라이크 존을 까다롭게 잡는 심판이라면 볼을 선언할법한 공이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 코스의 커브를 노리고 타석에 들어섰다.

연습경기에서 쳤던 3개의 홈런은 높은 코스 두 개와 실투 하나.

이번 경기에서 나에게 낮은 코스 위주로 승부할 것은 너무나도 당연했다.

난 배트를 가볍게 내려놓고 타구를 바라보며 1루 베이스로 뛰어갔다.

공은 우측 담장을 여유롭게 넘어갔다.

“슈퍼 루키! 첫 타석부터 일냈네.”

“오늘 스스로한테 실망할 일은 없겠네요. 다행히 홈런 하나 추가해서.”

“어깨가 얼마나 올라간 거야? 어쨌든 멋진 홈런이었다. 나도 한방 치고 와야겠네.”

“기대할게요. 캡틴!”

다음으로 타석에 들어설 4번 타자인 로버슨이 홈으로 들어온 나에게 오른손을 번쩍 들었다.

난 하이 파이브를 하며 너스레를 떨었고 그는 사람 좋게 껄껄 웃더니 타석으로 향했다.

“좋은 타격이었다. 상당히 어려운 코스였는데 잘 쳐냈네. 첫 홈런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좀처럼 선수들에게 칭찬을 하지 않는 맨더슨 감독이 더그아웃 밖으로 마중까지 나와 찬사를 보냈다.

그 외에도 더그아웃의 많은 선수들의 환호를 받으며 벤치에 앉았다.

로버슨은 매튜의 초구를 타격해서 좌중간을 갈라놓는 큼지막한 장타를 때려냈다.

덩치에 어울리게 달리기가 느린 편이어서 2루에 멈춰 섰다.

다시 한번 찾아온 1아웃 2루의 기회.

5번 타자인 지명타자 루크는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때려냈다.

타구가 빠르기도 했고 로버슨이 워낙 느렸기에 홈으로 들어오지 못하며 1, 3루의 득점권이 계속 이어졌다.

6번 타자인 1루수 맥스는 3구를 쳐내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하지만 펜스 앞에서 잡히는 큼지막한 타구였기에, 로버슨은 슬라이딩 없이 여유롭게 홈으로 들어왔다.

“나이스 태그 업!”

“믿고 있었다고 캡틴!”

로버슨이 홈을 지나서 더그아웃으로 들어오자 많은 선수들이 환호했다.

특히 선발 투수로 올라온 스티브는 평소와 다르게 캡틴이라는 호칭까지 쓰며 몹시 기뻐했다.

다음 타자인 7번 3루수 오스틴은 3루 땅볼로 아웃되며 1회 말 공격도 끝이 났다.

하지만 1회에만 3점을 내며 산뜻한 개막전을 시작한 펄래스키 양키스.

“스트라이크 아웃!”

스티브는 이 기세를 이어받아 삼진을 하나 포함해서 2회에도 안타 없이 삼자범퇴로 막아내는 좋은 피칭을 보여줬다.

2회 말 공격은 2아웃에 1번 타자 찰스가 안타를 쳐냈지만, 2번 타자인 스미스가 2루 땅볼을 치며 득점 없이 끝났다.

3회 초에는 첫 위기가 찾아왔다.

7번 타자를 땅볼로 잡아냈지만 8번 타자에게 우익수 앞 안타를 허용한 스티브.

하지만 9번 타자인 매튜의 타구는 내 정면으로 왔고 난 안정적으로 잡아내서 2루수인 스미스에게 토스했다.

스미스는 공을 받아서 2루 베이스를 태그하고 1루로 송구해서 병살타를 잡아냈다.

“나이스 수비!”

“침착하게 잘 처리했어. 좋은 수비였어.”

스미스는 2회 말 타격에서의 아쉬운 모습을 만회했다는 생각으로 홀가분했는지, 소리를 지르며 환호했다.

난 그런 스미스에게 웃으며 어깨를 두드려주고 함께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3회 말 펄래스키의 선두 타자는 나였기에 글러브를 벤치에 두고 배트를 집어 들고 타석으로 향했다.

“Strong Man! The Strongest Man! Choi! Gang! Nam!”

1루 관중석에서 내 응원가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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