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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 어드밴스드 리그 (1)
매튜의 초구를 흘려보낸 나는 두 번째 공에 배트를 휘둘렀다.
첫 타석에서와 같이 조금 느린 포심.
따악―!
상대 투수인 매튜는 여태까지 빠른 공으로 카운트를 잡고 승부처에서 느린 공으로 범타를 잡는 플레이 방식을 보여줬다.
그걸 첫 타석에서 간파해낸 나는 초구보다 살짝 느린 타이밍에 공을 타격했다.
손에 미세한 떨림도 전혀 느껴지지 않는 완벽한 타격, 배트 정중앙에 맞은 타구는 좌중간으로 쭉쭉 날아갔다.
타구를 바라보며 가볍게 배트를 던지고 베이스를 돌았다.
당연하게도 공은 담장을 가뿐히 넘어갔다.
“슈퍼 루키! 나이스 홈런!”
“이번에는 뜬공 말고 좋은 모습 보여주는 거죠?”
“당연하지. 나도 홈런 하나 쳐서 백투백으로 가보자고.”
다음 타자인 로버슨과 주먹을 맞대고 더그아웃으로 차분하게 걸어서 들어왔다.
“좋은 타격이었어. 정말 네 말대로 승부처에서 3, 4마일 낮게 던지네. 예전이랑 완전히 다른 플레이었는데 어떻게 1회에 바로 캐치했지?”
“실투성 공이었는데 1, 2번 타자가 범타로 물러나는걸 보고 혹시나 했습니다. 그래서 첫 타석에서 차분히 지켜보고 알아낸 결과였죠.”
“흠··· 그래. 정말 좋은 플레이였어.”
타격 코치인 존은 두 번이나 칭찬을 해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저번 주에 타격 연습을 할 때 누구에게도 칭찬을 해준 적이 없는 것 같았는데.
실전에서 열정이 샘솟는 스타일인 것 같다.
따악―!
다음 타자로 나선 4번 타자인 포수 로버슨.
그는 1-2로 몰린 상황에 느린 포심을 쳐내서 우측 담장을 넘기는 홈런을 만들어냈다.
“정말 넘겼네요?”
“당연하지. 난 펄래스키의 4번 타자니깐.”
근육질의 몸에 비해서 장타가 나오지 않던 로버슨은 첫 홈런을 때려냈다.
그것도 백투백으로.
내가 홈런을 쳐내기 전까지는 노히트 노런을 기록 중이었던 프린스턴 레이스의 선발 투수 매튜.
하지만 연타석 홈런을 맞으며 4회 말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펄래스키 양키스는 그런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거기다가 내가 알려준 약점인 느린 포심을 섞어 던지는 스타일은 첫 번째 타석은 몰랐어도, 두 번째 타석에서 못 칠만한 공도 아니었으니깐.
결국 매튜는 마운드에서 버티지 못하고 4회 말에 내려왔다.
하지만 펄래스키 양키스는 이번 공격에만 5점을 내며 5:2로 앞서가기 시작했다.
5회 초에도 마운드를 지켜낸 로젠.
5회를 잘 막아낸 그는 6회에 솔로 홈런을 맞았지만, 마지막 아웃 카운트까지 잘 잡아내며 퀄리티 스타트로 좋은 피칭을 보여줬다.
6회 말 공격에 선두 타자로 올라온 나는 우측 펜스를 강타하는 2루타를 쳐냈다.
그리고 다음 타자인 로버슨의 안타로 가볍게 홈으로 들어왔다.
그렇게 3점 차는 무너지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지며 6:3의 스코어로 펄래스키 양키스가 앞서고 있는 상황.
7, 8회 마운드는 더블 A 출신이었던 스티브가 지켜냈다.
그는 본인의 최대 강점인 싱커로 범타를 유도해냈고, 나에게 온 두 개의 땅볼을 난 안정적으로 잡아서 아웃시켰다.
8회 초 2아웃에서 타구는 유격수와 좌익수 사이로 떴고 난 콜을 외치며 안정적으로 잡아냈다.
“스트롱 나이스 플레이!”
그런 나에게 스티브는 더그아웃으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기다렸다가 내가 오자 글러브를 갖다 댔다.
난 그런 스티브에게 내 글러브를 맞대고 함께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그건 그렇고 이제 이곳에서 내 호칭은 최강남보다 스트롱이나 슈퍼 루키로 불릴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듣다 보니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은 호칭이었다.
8회 말 공격에는 득점을 추가하지 못하며 6:3의 상황.
마운드에는 바뀐 투수인 마무리 케이든이 올라왔다.
“스트라이크 아웃!”
“예쓰!”
베네수엘라 출신의 열정적인 투수. 그는 첫 타자부터 삼진을 잡아내며 소리쳤다.
글러브에 힘차게 박수를 치는 것도 잊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는 땅볼 하나와 삼진을 더 추가해내며 무실점으로 9회를 막아냈다.
이렇게 첫 경기는 6:3으로 펄래스키 양키스의 승리로 끝이 났다.
바로 다음날 열린 프린스턴 레이스와의 2차전은 난타전이 펼쳐졌고 9:7로 승리했다.
거기에는 내 3점 홈런과 로버슨의 싹쓸이 2루타가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3차전은 초반부터 펄래스키 양키스의 투수진이 무너지며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 경기에서는 내가 홈런을 2개나 때려냈지만 초반부터 크게 벌어진 차이를 좁히지 못하며 5:9로 패배했다.
“다들 프린스턴과 경기하느라 고생 많았다. 내일 하루는 개인 정비하고 모레부터는 다시 팀 훈련 시작할 거야. 오늘 하루는 푹 쉬도록! 다친 사람 있나?”
“없습니다!”
“그래. 혹시라도 다쳤으면 숨기지 말고 꼭 이야기하고.”
“알겠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맨더슨 감독은 선수들을 모두 불러 모아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가볍게 끝난 감독과는 다르게 타격과 수비 코치의 이야기는 길었다.
주로 아쉬운 점이나 보완해야 할 점들을 선수들에게 일일이 읊어주고 있었다.
“미스터 최! 이번 3연전은 완벽했어. 혹시나 아픈 곳은 없지?”
“네. 컨디션은 엄청 좋습니다.”
“다행이네. 혹시나 아픈 곳 있으면 꼭 말하고.”
“알겠습니다.”
타격 코치인 존은 나에게는 지적 없이 몸 상태만 물어보고 다음 선수에게 향했다.
수비 코치인 로버트 역시 특별한 말은 없었고, 지금처럼 잘 해주면 좋겠다는 이야기만 있었다.
“슈퍼 루키! 내가 오늘 밥 살 테니깐 같이 피자나 먹으러 갈까?”
“나도 같이 가자. 피자 좋지!”
“그러면 주장이 사야 되는 거 아니야?”
“그래! 내가 쏘지 뭐. 스티브랑 로젠도 같이 가자.”
그리고 프린스턴과의 3연전을 치르면서 친한 동료들도 많이 생겼다.
특히 이 중에서 처음 봤을 때는 다혈질 투수인줄 알았던 케이든.
사실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가 마운드에서 환호하고 화를 내는 모습을 봤다면 말이다.
하지만 케이든은 다른 선수들에게 화를 내는 성격은 아니었다.
오히려 실수한 선수들을 다독이며 팀을 이끌어갈 수 있는 성격의 소유자였으니.
그 외에도 룸메이트인 로버슨을 비롯해서 19살 투수인 로젠, 더블 A 출신의 스티브와도 상당히 친해졌다.
그들과 함께 피자를 먹으러 가며 길었던 3연전을 마무리했다.
***
어느새 펄래스키 양키스에 온 지 3달이 지났다.
나는 이곳에 완벽하게 적응했다.
초반에는 종종 내가 오기 전에 유격수로 뛰었던 에이든과 교체되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에이든은 2루수인 스미스와 번갈아서 출장했다.
그리고 유격수 선발의 자리는 완벽하게 내가 꿰차게 되었다.
거기에다가 5달이 지난 내 피지컬은 훨씬 좋아졌다.
미국에 처음 왔던 12월 LA 트레이닝 센터에서 쟀던 내 키와 몸무게는 186cm에 82kg.
지금은 키가 1cm 커서 187cm에 거의 근육으로만 4kg 증량에 성공하며 86kg.
이제는 루키 리그의 유격수들과 비교해도 상당히 좋은 체구인 편에 속하게 되었다.
“최! 좋은 수비였어. 다음 수비는 3유간으로 빠지는 코스야.”
어려운 코스의 펑고를 슬라이딩 없이 완벽하게 잡아낸 모습을 본 수비 코치 로버트가 소리쳤다.
어느새 날 슈퍼 루키라고 부르는 사람은 대부분 사라졌다.
아직까지도 4번 타자이자 포수인 로버슨과 베네수엘라 출신의 투수인 케이든은 날 그렇게 불렀지만.
루키 어드밴스드 리그 개막 전 마지막 연습경기 상대는 토론토 블루제이스 산하의 루키 팀인 블루필드 블루제이스.
난 당연히 이 연습경기에서 선발 유격수이자 3번 타자로 1경기부터 뛰게 되었다.
첫 경기에는 볼넷 2개와 2루타를 때려냈고 홈을 두 번 밟으며 2득점을 획득했다.
8개의 아웃을 안정적으로 잡아냈으며 이 중에서 안타성 타구는 3개였다.
경기는 펄래스키 양키스의 6:4 승리.
두 번째 경기는 1회부터 2점 홈런을 쳐냈고 안타 하나와 3루타 하나를 쳐냈다.
볼넷도 하나 골라내며 5타석 4타수 3안타 1볼넷의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타점은 무려 4점이나 뽑아냈다.
수비 역시 에러 하나 없이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나는 공수 모두에서 활약하며 팀의 2연승을 도왔다.
블루필드 블루제이스와의 마지막 경기이자 시즌 개막 전 마지막 연습경기.
선발 투수로는 3달 동안 완벽하게 폼을 끌어올린 로젠이 마운드에 올라왔다.
역시 19살 투수의 성장은 하루하루 눈에 보일 정도였다.
그는 연습경기 처음으로 무실점 호투를 하며 7이닝을 던지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타선 역시 그 기대에 보답하듯이 초반부터 일찌감치 터지며 6:0.
그중에는 내 3점짜리 홈런도 포함되어 있었다.
8회에도 난 솔로 홈런을 쳐내며 마지막 경기에서 2홈런을 쳐내는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는 8:1로 펄래스키 양키스가 3연전을 모두 잡아내며 끝이 났다.
“슈퍼 루키! 다음 주가 데뷔전인데 긴장돼?”
“아니요. 오히려 시즌 준비기간이 너무 길어서 지루했어요.”
“역시 루키의 패기란! 마음에 들어. 올해는 첫 경기가 홈이니깐 재밌는 이야기 하나 해줄게.”
“뭔데요?”
경기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오니 룸메이트인 로버슨이 말을 걸었다.
로버슨은 내 대답에 한껏 웃더니 이어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러니깐 제 응원가를 지어준다는 이야기인가요?”
“그래. 너뿐만 아니라 양키스의 R+인 펄래스키를 거쳐 갔던 모든 선수들은 그 소녀가 응원가를 만들어줬지. 아··· 이제는 소녀가 아닌가? 어쨌든 그 수많은 선수들 중에서 10년 동안 양키스 스타디움을 밟은 선수는 고작 2명뿐이었지만.”
“그 2명의 선수들은 그대로 응원가를 썼나요?”
“당연하지! 그건 진정한 양키스 출신이라는 자랑스러운 증표라고.”
정말 몇 안 되는 펄래스키 양키스의 고정 팬들 중에는 특별한 사람이 있다고 로버슨은 이야기했다.
바로 매년 펄래스키 홈에서의 첫 경기 때 응원가를 만들어주는 팬이 있다는 것.
그 여자의 이름은 줄리아. 펄래스키 홈구장 앞에서 핫도그를 파는 가게 주인의 딸이라고 한다.
예전부터 작곡가가 꿈이었던 줄리아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펄래스키 양키스의 팬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매년 펄래스키의 신인들에게 응원가를 선물했다.
처음에는 귀여운 수준이었지만 실력은 갈수록 좋아졌고 3년 전에 음대에 진학했다.
하지만 음대에 진학 후에도 매년 홈 첫 경기에서 응원가를 만들어 틀어줬다고 한다.
“로버슨이 3달 동안 했던 이야기 중에서 가장 흥미롭네요.”
“그 이야기 비꼬는 건 아니지? 어쨌든 넌 기사까지 몇 개 올라왔잖아. 보통 루키 리그의 선수들은 이름 언급조차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 넌 무조건 줄리아가 응원가를 만들어올 거다.”
“응원가 작곡이라··· 좀 기대되긴 하네요.”
KBO에서 뛰던 시절에도 내 응원가는 있었다.
하지만 그 응원가는 유명한 노래에다가 내 이름을 넣은 것.
다른 선수들의 응원가도 작곡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줄리아가 나에게는 어떤 응원가를 만들어줄지 눈을 감고 생각하다가 잠에 들었다.
다음 날부터는 가벼운 훈련을 하며 모든 선수들이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펑고와 타격 훈련 그리고 커버 플레이 위주의 훈련이 이어졌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다.
그리고 드디어 루키 어드밴스드 리그 개막전 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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