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홈런왕의 탄생-42화 (4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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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루키의 등장 (7)

딱―!

그대로 받아쳤다.

하지만 아쉽게 좌측 폴대를 살짝 빗겨나가는 파울 홈런.

포심인지 알고 휘둘렀는데 밋밋한 슬라이더가 들어왔다.

“잘 치네? 네가 오늘 기사에 올라온 The Strongest Man이냐? 확실히 16살치고 좋은 스윙이네.”

“스트롱 뭐?”

“오늘 아침에 기사 못 봤어? 양키스 최고의 유망주라면서 떴던데.”

심판의 제지에 상대 포수와 더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다.

일단은 지금 타석에 집중하는 것이 우선순위.

두 번째 공은 바깥쪽으로 많이 빠지는 커브가 들어왔다.

두 번째 공에도 상대 투수인 데이비스는 와인드업 후에 던졌다.

1번 타자로 나선 케빈은 그런 모습에 여유롭게 2루로 도루를 성공했다.

아무래도 연습경기인 만큼 승패와는 상관없이 본인의 피칭에 집중하는 상대 투수였다.

노아웃 2루의 상황에 몸쪽 높은 코스로 공이 들어왔고 난 별 고민 없이 휘둘렀다.

따악―!

이번에는 포심이 들어왔고 제대로 타이밍을 맞춰서 때려냈다.

공은 좌중간으로 쭉쭉 뻗어나갔다.

타격과 동시에 홈런임을 느꼈을 정도로 정말 잘 맞은 타구이기도 했다.

KBO는 배트 플립에 대해서 관대하지만 미국은 사정이 완전 달랐다.

도발의 의미가 큰 배트 플립.

굳이 이런 상황에서 할 필요는 없기에, 가볍게 배트를 던지고 1루 베이스로 적당한 속도로 뛰었다.

타구는 예상대로 담장을 여유롭게 넘어갔고 별다른 세리머니 없이 3루 베이스를 돌아 홈 플레이트로 향했다.

홈에는 2루 주자였던 케빈이 내 배트를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거기에다가 더그아웃에서는 포수인 로버슨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나이스 플레이. 여기 네 배트.”

“고마워요.”

케빈이 주먹을 내밀었고 그 주먹을 맞대며 대답해줬다.

“슈퍼 루키! 진짜 홈런이냐? 첫 타석부터 화끈하네!”

“진짜 달려왔네요? 농담인 줄 알았는데.”

“말했잖아. 내가 약속은 좀 잘 지키거든.”

로버슨은 오른손을 번쩍 들었고 그와 하이 파이브를 하며 더그아웃으로 함께 돌아갔다.

“좋은 타격이었다. 7회 초 수비는 교체 없이 가겠다.”

“알겠습니다.”

감독인 찰스 맨더슨은 클립보드에 뭔가를 열심히 작성하며 이야기했다.

상대 팀인 버지니아 대학교는 투수를 교체했다.

이번에는 좌완 투수로 구속은 140km/h 중반대의 평범한 공을 던지는 투수였다.

루키 팀은 그런 투수를 상대로 2점을 추가하며 5:0으로 6회 말 공격을 종료했다.

7회 초 버지니아 대학교 팀의 공격.

난 유격수로 그라운드에 들어갔다.

루키 팀의 바뀐 투수는 스티브. 아까 로버슨에게 들은 바로는 R+ 최고의 에이스 투수라고 한다.

작년에 더블 A까지 올라갔던 그였지만 팔꿈치 수술로 인해서 루키에서 시즌을 마감한 스티브.

싱커를 주로 던지니 유격수인 내게 공이 자주 올 것이라며 긴장하고 수비하라고 포수인 로버슨은 알려줬다.

“스트라이크 아웃!”

올해 초부터 예전의 기량을 상당히 회복하고 있는 R+의 에이스가 첫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냈다.

두 번째 타자는 2구를 타격했고 충분히 2유간으로 빠질만한 코스.

하지만 난 타격과 동시에 타구 방향을 예측해서 이동했다.

“아웃!”

그리고 별다른 슬라이딩 없이 안정적으로 잡아내서 1루에 송구했다.

스티브는 세 번째 타자까지 1루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삼자범퇴로 7회를 막아냈다.

7회 말과 8회 초에는 양 팀 모두 득점을 내지 못하며 5:0의 스코어가 계속 이어졌다.

1아웃 주자 없는 8회 말 루키 팀의 공격에서 내 두 번째 타석이 돌아왔다.

2구로 들어온 슬라이더를 깔끔하게 밀어쳐 안타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도루까지 성공시키며 1아웃 2루의 찬스.

아쉽게도 3번 타자는 2루수 뜬공으로 물러났지만, 다음은 4번 타자인 포수 로버슨의 타석이었다.

로버슨은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쳐냈고 주루 코치의 사인을 확인한 나는 홈으로 쇄도했다.

“세이프!”

아슬아슬한 상황이었지만 우익수의 송구가 살짝 빗나갔고, 난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깔끔하게 슬라이딩하며 1점을 더 추가했다.

5번 타자는 삼진으로 물러나며 6:0으로 8회 말 공격까지 끝이 났다.

마무리 투수로 올라온 케이든은 굉장히 특이한 스타일의 투수였다.

초구부터 포수가 잡지도 못하는 152km/h의 강속구를 던졌다.

포수는 물론이고 심판의 키도 훌쩍 넘겨버리는 엄청난 실투.

하지만 이어서 던진 두 개의 공은 모두 존에 들어왔다.

“스트라이크 아웃!”

“예쓰!”

1-2에 던진 공은 상대 타자의 스윙을 유도해내며 삼진으로 잡아냈다.

케이든은 굉장히 기뻤는지 글러브에다가 힘차게 박수를 쳤다.

어찌나 소리가 컸는지 유격수를 보고 있는 나에게까지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홀리 쉣!”

케이든은 두 번째 타자를 볼넷으로 1루로 보낼 때는 마운드의 흙을 신발로 벅벅 긁어내며 소리를 질렀다.

세 번째 타자의 타구는 내 정면으로 왔다.

난 안정적으로 잡아내서 2루수에게 토스. 그리고 2루수는 1루로 던져서 병살타를 잡아내며 9회 초 수비를 끝냈다.

“슈퍼 루키 좋아! 그게 유격수지!”

케이든은 매우 만족스러운 듯 그런 내게 엄지를 번쩍 들어 올리며 찬사를 보냈다.

정말 자기 개성이 뚜렷한 성격.

확실히 한국에서 보기 드문 특이한 스타일의 투수인 건 확실했다.

이렇게 버지니아 대학교와의 1경기는 6:0으로 대승을 거두게 되었다.

“좋겠네. 첫날부터 대활약했으니 내일 경기에도 선발로 출전하겠다.”

“이번 경기에는 모든 선수들이 뛸 수 있게 해준다고 했으니 내일은 너도 뛰겠지.”

“오늘 감독이 루키 어드밴스드 감독이라며. 어쩌면 거기서 시작할 수도 있겠는데?”

“그런가? 어차피 둘 다 비슷한 리그인데 뭐.”

“그래도 한 단계를 건너뛰고 시작하는 건데 완전 느낌이 다르지.”

같은 방을 쓰게 된 마이클이 부럽다는 표정으로 내게 이런저런 말을 했다.

이번 연습경기 임시 숙소는 침대가 두 개인 모텔이었다.

그 이야기를 들어주던 나는 아까 상대 포수가 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맞다! 잠깐만.”

“왜?”

궁금해하는 마이클에게 잠깐만 기다리라는 제스처를 하고 휴대폰을 켰다.

그리고 내 이름을 사이트에 검색했다.

[최강남 선수는 뉴욕 양키스 최고의 유망주가 될 것이다.]

이번에 3년 80만 달러로 양키스와 계약하게 된 최강남은 엄청난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선수이다. 또한 최강남의 영어 뜻은 그의 스카우트인 제임스의 말에 의하면 ‘The Strongest Man’ 가장 강한 남자라는 뜻이다. 뉴욕 양키스 프런트는 최강남이 그의 이름값을 해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 기사 아래에 달린 댓글들은 ‘최강’이라는 영어 단어에 신이 난 야구팬들의 온갖 주접 댓글들이 가득했다.

이를테면 우리에겐 최고라고 불리는 유망주가 있다! 같은 것들.

벌써부터 팬들의 관심을 받는 것은 나쁘지 않았지만 커너에게 문자를 하나 남겼다.

― 기사 봤는데 The Strongest는 조금 과하네요.

“무슨 일인데?”

“그냥 아까 상대 포수가 말했던 내 기사 좀 확인했어.”

“무슨 기사인데? 나도 보자.”

내 휴대폰을 받아든 마이클은 기사를 읽고 웃음을 터뜨렸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어떤 포인트에서 웃었을지는 알 것 같았다.

“진짜로 네 한국 이름이 이런 뜻이야? 나는 강남스타일 노래에서 따온 줄 알았는데.”

“그렇다고 치자.”

마이클에게 이름의 한국 단어 뜻을 알려주기에는 너무 복잡했으니 그냥 넘어갔다.

뭐··· 한자 뜻도 굳셀 강에 사내 남자이니 크게 다를 것이 없기도 했고.

마이클은 그런 내 이름이 웃기다고 하며 30분가량 또 수다를 이어가다가 잠에 들었다.

처음 U-15에서 기 싸움 할 때만 해도 이렇게 말이 많은 줄 몰랐는데.

나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잠에 들었다.

***

― 미안해요. 내가 제임스한테 동양 문화에 대해서 좀 이해하라고 했는데, 최강남 선수의 한국 기사 이름을 복사해서 그대로 번역기를 돌린 모양이더라고요. 다음에 밥이라도 살게요.

― 농담이었는데. 그래도 밥 사면 맛있게 먹을게요.

커너에게 온 문자에 답장을 보내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제임스도 좋은 의미에서 그랬다니깐 그냥 넘어가야지 별수 있나.

본인도 내 이름을 번역기에 넣어보고 나온 뜻을 본 후에 이거다! 하고 무릎을 쳤겠지.

오늘은 버지니아 대학교와의 2차전이 있는 날.

2차전 경기에는 내가 선발 유격수로 출장했다.

난 에러 하나 없이 6개의 타구를 모두 아웃으로 잡아냈다.

그 중 안타성 타구는 2개. 슬라이딩과 점프 캐치로 좋은 수비를 보여줬다.

타석에서는 홈런을 추가하지는 못했지만, 2루타 하나와 볼넷 하나를 골라내며 괜찮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네 번째 타석에 후보 유격수와 교체됐다.

마이클은 로버슨의 3번째 타석에 교체 출전되어 좋은 수비를 보여줬지만 타석에서는 삼진으로 아쉽게 물러났다.

마지막 경기에는 첫 번째 경기에서 유격수를 봤던 에이든이 선발로 출장했다.

그는 타석에서 삼진과 유격수 땅볼을 쳤고, 수비에서는 2개의 에러를 범하며 최악의 플레이가 연달아 나왔다.

결국 에이든은 세 번째 타석에서 나와 교체됐다.

그리고 난 그 타석에서 2점 홈런을 쳐내며 존재감을 뽐냈다.

“넌 정말 슈퍼 루키였구나? 우리 어쩌면 R+에서 보겠네.”

“그러면 좋겠네요.”

“아마 그럴 거야. 에이든이 요즘 폼이 말이 아니거든. 거기다가 작년 주전 유격수가 이번에 A-로 올라가기도 했고.”

“고마워요. 빈말이어도 힘이 되네요.”

“빈말이 아니라 정말일걸? 맨더슨이 선수 선발에는 엄청 깨어있는 감독이거든.”

“정말요? 그럼 기대할게요.”

버지니아 대학교와의 3연전에서 내 좋은 플레이를 보고 주전 포수인 로버슨이 너스레를 떨었다.

난 그런 로버슨에게 농담으로 웃으며 받아줬다.

“너 진짜 루키 어드밴스드로 가는 거 아니야? 이번 경기 이후로 둘이 나눠서 훈련 진행한다던데.”

“아무리 그래도 이제 16살이고 고작 3경기 치렀는데 벌써 올라갈까?”

“그런가? 그래도 부럽다. 난 2타석에 삼진 하나랑 중견수 뜬공 하나였는데.”

“이제 겨우 2타석 들어가 놓고 벌써부터 죽상이면 어떻게 해. 앞으로 험난한 마이너리그 어떻게 이겨내려고.”

“그렇지. 난 무조건 메이저리그에 올라갈 거야. 이런 것도 다 이겨내야지.”

“그래. 조금 더 힘내봐. 이제 겨우 3경기 했어.”

버지니아 대학교와의 3연전에서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던 마이클은 우울한 모습이었다.

난 그런 마이클을 다독여줬다.

우리가 양키스에 들어와서 치른 경기는 고작 3경기였으니깐. 그것도 연습경기.

“고생 많았다. 이번에 루키와 루키 어드밴스드 멤버들을 나눠서 벽에 붙여놨으니 전부 와서 확인해.”

“알겠습니다!”

3번째 경기도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타격 코치는 선수들에게 R 리그와 R+ 리그의 멤버들을 정리한 스쿼드를 벽에 붙여뒀다.

그리고 그 표에는 내가 R+의 명단에 포함되어 있었다.

“어?”

“거봐. 슈퍼 루키! 내 말이 맞지? 우리 같은 R+에서 뛰게 됐네!”

“그러게요.”

내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표를 바라보자 옆에서 주전 포수인 로버슨이 어깨를 치며 장난을 걸었다.

그렇게 난 양키스의 R+인 펄래스키 양키스에서 마이너리그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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