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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루키의 등장 (5)
[U-15 홈런왕 최강남 뉴욕 양키스와 3년 80만 달러 계약 성공]
― U-15에서 홈런왕을 받으며 한국을 25년 만의 우승으로 이끌었던 최강남 선수가 고등학교 진학 대신에 뉴욕 양키스와 3년 80만 달러 계약에 성공했다···(중략)
― 갑자기 메이저리그? 16살도 계약이 가능함?
ㄴ 만 16세부터 계약 가능하긴 하지 성공한 케이스가 거의 없어서 그렇지
ㄴ 그러면 내년부터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거냐?
ㄴ 루키부터 싱글A, 더블A, 트리플A 다 뚫고 메이저리그 올라오려면 적어도 3년은 걸릴 듯
ㄴ R+, A-, A+도 거쳐야지 ㅋㅋㅋ
ㄴ 와 뭐 그리 많냐? 그럼 중계 보려면 오래 걸리겠네
― 그래도 최연소 메이저리그 계약 아니냐? 한국에서 나온 초특급 유망주네
ㄴ 그놈의 유망주라고 불리는 스포츠 선수들이 얼마나 많았냐? 다 사라졌는데
ㄴ ㅇㅈ 벌써부터 설레발치기는 너무 이르다
기사 댓글들을 확인하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과는 다르게 상당히 냉정한 댓글들.
내가 프로가 되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선수 시절에 10년은 넘게 봐왔던 댓글들이라 그런지 별 타격이 없기도 했고.
오늘은 LA에 있는 커너 코퍼레이션 트레이닝 센터로 향하는 날.
어젯밤에 챙겨둔 캐리어와 가방을 메고 공항으로 갈 준비를 마쳤다.
“우리 최씨 가문의 자랑 최강남! 미국도 평정하고 와라. 아빠가 경기 다 챙겨볼게.”
“무슨 일 있으면 엄마한테 꼭 전화하고. 돈 떨어져도 이야기해. 알았지?”
“네. 미국에서도 제가 최고가 될게요. 계약금으로 받은 돈이 많아서 돈 때문에 걱정할 일은 없을 거예요. 조심히 다녀올게요.”
부모님은 새벽부터 일어나셔서 내가 문을 나서는 걸 지켜보셨다.
공항까지는 지하철을 타고 이동할 계획이었다.
평일이어서 아빠는 회사에 곧 출근하셔야 되기도 했고, 평일 아침 공항 주변은 늘 차가 너무 막혀서 싫었다.
차에 오래 타는 게 가장 싫은데. 벌써부터 마이너리그가 걱정되기는 했다.
지하철을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현재 시간은 오전 8시 30분.
오전 10시 출발이었으니 간단하게 아침으로 순두부찌개를 먹었다.
그 후 근처 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내다가 체크인을 하고 비행기에 탔다.
‘드디어 프로 생활이 시작이네.’
좌석에 앉아 눈을 감고 과거로 돌아온 후부터 오늘까지의 삶을 천천히 돌아봤다.
어려운 상대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만만한 상대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정말 어려운, 예전보다 훨씬 강한 상대들을 만날 일이 생길 것이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잠에 들었다.
***
“여기까지 굳이 안 와도 되는데.”
“아뇨. 그냥 3일째 아는 사람도 없이 혼자 운동만 하니 심심해서요. 산책도 할 겸 겸사겸사 온 거죠.”
“그래요. 기왕 밖에 온 김에 밥이라도 한 끼 사줄게요.”
“감사합니다.”
로스앤젤레스의 국제공항.
최강남을 기다리는 스카우트 커너. 그리고 옆에는 미국의 포수로 뛰었던 마이클이 함께 있었다.
“여기에요! 오느라 고생 많았어요.”
공항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최강남이 공항에 나타났다.
“잠은 좀 잤어요? 시차 차이가 커서 며칠간 적응 기간이 필요할 겁니다.”
“괜찮습니다. 비행기 안에서 나름 현지 시간에 맞춰서 좀 잤습니다.”
“다행이네요. 그러면 밥이나 먹으러 갈까요?”
커너는 최강남과 마이클을 바라보며 이야기했고 소년 둘은 동시에 대답했다.
“좋아요.”
***
“오랜만에 보는데 반갑지 않니? 난 너 오랜만에 보니깐 되게 반갑던데.”
“그냥 그래. 넌 언제 왔어? 트레이닝 센터는 괜찮은 편이야?”
“난 저번 주에 왔지. 트레이닝 센터는 완전 초호화 시설이야. 처음 보고 깜짝 놀랄 정도였어. 근데 그냥 그래가 뭐냐? 섭섭하게.”
“에이 농담이지. 앞으로 같은 팀으로 뛰는데 친하게 지내자.”
U-15에서 만났던 미국의 포수 마이클.
기사에서 나와 같은 뉴욕 양키스행이 결정되었다는 것을 봤었기에, 공항에 마중 온 모습을 보고 별로 놀라지는 않았다.
“여기입니다. 여기 스테이크가 입에서 살살 녹거든요.”
커너는 나와 마이클을 데리고 상당히 비싸 보이는 레스토랑으로 안내했다.
말 그대로 입에서 살살 녹는 부드러운 육질의 스테이크를 먹으며, LA에서의 생활에 대해서 여러 가지를 물어봤다.
커너는 너무나도 친절하게 내 모든 물음에 답해줬다.
“여기가 트레이닝 센터입니다. 그리고 숙소는 2인 1실로 마이클과 같은 방이니 조금 있다가 안내받으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스테이크도 너무 맛있게 먹었습니다.”
“별말씀을요. 혹시라도 더 필요하신 거 있다면 전화 주세요.”
셋이서 식사를 마치고 커너는 트레이닝 센터로 안내해 줬다.
마이클의 말대로 정말 괜찮은 장비들이 가득 있는 초호화 시설.
이 정도면 한국의 2군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었다.
거기에다가 몇 개의 피칭머신과 투구 연습장까지 있었다.
그리고 간단한 실전 타격 훈련까지 가능할만한 장소까지 구비되어 있는 모습이었다.
“괜찮지? 이제 우리 숙소가 어디 있는지 알려줄게.”
마이클은 며칠 먼저 온 보람이 있다는 듯이 나에게 이곳저곳을 안내했다.
“고맙다. 덕분에 하루 만에 거의 다 알게 됐네.”
“뭘 이런 걸 가지고. 이제 잘 거야?”
“시차 적응이 덜 됐나? 살짝 피곤하네. 그래서 오늘은 빨리 자려고.”
“그래. 난 가서 간단히 훈련이라도 하고 와야겠다. 혹시 잠 안 오면 내려와.”
마이클은 그렇게 트레이닝 센터로 내려갔다.
난 혼자 방에 남아 가볍게 짐을 풀고 간단하게 샤워 후에 침대에 누웠다.
꽤나 오랜 비행을 해서였을까?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곧바로 잠에 들었다.
***
다음날 새벽.
아직 시차 적응이 덜 돼서인지 평소보다 일찍 잠에서 깼다.
옆 침대에서 자고 있는 마이클을 뒤로하고 옷을 조용하게 갈아입었다.
숙소는 2층이었고 트레이닝 센터는 1층.
산뜻하게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트레이닝 센터로 향했다.
입구에는 키를 비롯해서 인바디까지 잴 수 있는 기계들이 자리해있었다.
첫날이었기에 각종 기록을 전부 측정했다.
키 186cm에 82kg. 체지방율은 정상, 근육량은 높음으로 나왔다.
이제는 프로 무대에서 뛰어야 했기에 홈런 타자를 희망하는 것치고는 몸무게와 근육량이 모자란 편.
스트레칭을 마치고 가벼운 웨이트를 시작했다.
“뉴욕 양키스로 가더라? 몸 다 풀었으면 오랜만에 1:1이나 한번 하지.”
어느 정도의 웨이트가 끝난 후 땀을 식히고 있을 때, 옆에서 들린 스페인어.
고개를 돌려보니 옆에는 U-15에서 만났던 쿠바의 루이스가 웃으며 쳐다보고 있었다.
“오랜만이네? 그때 경기장에서 엄청 화났던데.”
“머리로 던진 공은 미안했다. 겁만 주려고 했는데 손이 미끄러졌어. 나중에라도 사과하고 싶었는데 그럴 기회가 없더라. 미안했다.”
U-15 4강에서 머리로 공을 던졌던 루이스.
그는 필라델피아와 3년 50만 달러 계약을 했다.
사실 루이스에 대해서 관심 없기는 했지만 어제 마이클이 하도 옆에서 떠들어댔으니.
그 수많은 이야기들 중 하나였다.
“반년도 더 지난 일가지고 사과는 무슨. 그리고 그라운드에서 생긴 일인데 그럴 수 있지. 근데 1:1?”
“응. U-15가 끝나고 쿠바로 돌아가서 기록이 피홈런 0개에 41이닝 2실점이다. 그때의 나는 지금이랑 완전 다르니깐, 혹시라도 널 다시 만나면 꼭 승부해보고 싶었다.”
“그래. 가볍게 몸 풀고 3타석만 하자고. 근데 나 배트가 없는데.”
내 말에 루이스는 훈련장 앞을 가리켰고 거기에는 몇 개의 나무 배트와 배팅 장갑, 각종 보호 장구들이 정리되어 있었다.
나와 루이스는 간단하게 몸을 풀고 훈련장으로 들어섰다.
“근데 저번에 홈런치고 세리머니 했다고 이제야 복수하고 그러는 건 아니지?”
“쿠바 남자는 그렇게 속이 좁지 않다. 거기에 저번 승부는 알루미늄 배트였잖아. 비거리 20m 제외하면 펜스 앞 중견수 뜬공이었어.”
“그래. 간단하게 3타석만 하자고. 들어와라 쿠바 남자.”
펑―!
내 생각보다 훨씬 빠른 공이 존 안으로 들어왔다.
이 정도면 146~7km/h은 돼 보이는데.
“스트라이크다.”
“그래. 다음 공이나 던져.”
예전보다 훨씬 빠른 공이었지만 그다지 놀라지는 않았다.
벌써 6개월이나 지났으니 하루마다 성장하는 이 시기에는 당연한 것이기도 했다.
루이스는 다시 와인드업을 하더니 두 번째 공을 던졌다.
따악―!
하지만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성장한 것은 루이스만이 아니었다.
작년부터 틈틈이 나무 배트로 스윙 연습을 하기도 했고, 10월에 열렸던 마지막 대회 이후로는 알루미늄 배트를 쥐어본 적도 없었다.
“파울이다.”
“이게 어떻게 파울이야? 누가 봐도 라인 안으로 여유롭게 들어왔구만. 프로 수준 우익수면 2루타였고 아마추어 우익수였으면 여유롭게 3루로 들어오는 타구였어.”
루이스는 큼지막한 타구를 보고 당황한 듯 변명했지만, 내 이야기에 곧 입을 삐쭉거리며 수긍했다.
이어진 두 타석은 홈런성 타구 하나와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 하나를 더 쳐냈다.
뭐··· 루이스가 마지막 타구는 필라델피아 유격수였다면 충분히 잡아낼 수 있는 코스라며 우겨서 아웃으로 처리하긴 했지만.
“앞으로도 종종 대결하자. 지금은 시차 적응 때문에 공이 밋밋해서 그래. 2주만 지나도 넌 공에 스치지도 못하고 삼진일 거다.”
“그래. 다음에 또 하자.”
루이스는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은 듯 입술을 툭 내밀고 훈련장 문을 열고 나갔다.
‘내가 어제 미국에 온 건 못 들었나?’
아무리 그래도 어제 입국한 사람한테 시차 적응 핑계라니.
참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언행에 절로 웃음이 났다.
다음 날부터는 마이클과 루이스와 함께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했다.
트레이닝 센터에는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선수들도 있었고 FA 선수들도 종종 있었지만 같은 또래는 우리가 전부였으니.
그렇게 시간은 빠르게 3달 가까이 흘렀다.
“오늘이 마지막 승부네. 너넨 내일 입단식 하러 양키스로 간다며.”
“3달 동안 그래도 즐거웠는데 아쉽네.”
“오늘도 3타석 승부다. 기대해라.”
따악―!
루이스의 초구를 과감하게 타격했다.
누가 봐도 홈런성 타구였지만 이 정도면 펜스 상단에 맞고 튀어나오는 공이라고 우기는 루이스에게 그러라고 했다.
두 번째 타구는 우익수 플라이.
세 번째 타석에서는 초구로 바깥쪽에 꽉 차는 포심이 들어왔기에 그냥 지켜봤다.
“스트라이크!”
우리의 대결에 포수를 봐주고 있던 마이클이 외쳤다.
이 공도 존에 완전 걸치는 커브였으니 별 반박 없이 0-2의 상황에서 3번째 공을 기다렸다.
루이스는 크게 와인드업 후에 공을 던졌고 난 배트를 휘둘렀다.
후웅―!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배트는 허공을 갈랐고 공을 잡아낸 마이클은 삼진을 외쳤다.
“나이스! 3달 만에 드디어 첫 삼진이다!”
삼진을 잡아내고 기뻐하는 루이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3달 동안 포심, 슬라이더, 커브만 던져왔던 루이스.
U-15에서 보여줬던 밋밋한 체인지업은 더 이상 던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포심과 전혀 구분이 되지 않는 체인지업에 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런 공을 3달 동안 숨겨왔다니. 참 승부욕이 강한 선수였다.
“그동안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게 제 직업인걸요. 3년 후에 계약할 때 또 커너 코퍼레이션을 찾아주시면 영광입니다.”
다음날 아침. 나와 마이클은 커너에게 인사를 하고 뉴욕으로 향했다.
3월의 뉴욕은 서울과 비슷한 날씨. 야구를 하기 딱 좋은 기후였다.
간단하게 입단식을 마치고 들려온 말은 뜻밖의 이야기였다.
“그러니 몸 간단히 풀고 오늘부터 3일 동안 시작하는 연습경기에 출전하시면 됩니다.”
미국 대학 야구 랭킹 8위에 속해있는 버지니아 대학교.
그들과의 연습경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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