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홈런왕의 탄생-38화 (38/126)

# 38 - 3759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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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루키의 등장 (3)

깡―!

내가 걷어낸 공은 우중간으로 쭉쭉 뻗어나갔다.

난 배트를 던지고 천천히 1루 베이스로 향하며 타구를 지켜봤다.

공은 담장을 가뿐히 넘어갔다.

오른손을 번쩍 들고 검지를 하늘을 가리키며 3루 베이스를 돌아 홈으로 들어왔다.

“나이스 홈런! 진짜 네가 상대 팀이었으면 얼마나 갑갑했을까.”

“오늘 무실점 던져놓고 왜 이래? 엄살은 너랑 안 어울린다.”

“그래도 이럴 때 해주는 건 너밖에 없다고. 고맙다.”

“알면 됐다.”

홈 플레이트로 가장 먼저 달려온 선발 투수 박재우.

그와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같은 팀 멤버들의 환호를 받으며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좋은 타격이네. 이제 밀어치는 것도 완벽하게 마스터 했나 봐?”

“다 감독님 덕분입니다.”

“이 새끼 맘에 드는 소리만 하는구만. MVP 받으면 인터뷰할 때도 꼭 그 이야기 하고.”

“알겠습니다.”

더그아웃으로 들어오자 유동기 감독이 칭찬을 하셨고 난 너스레를 떨었다.

내 말에 유동기는 어깨를 살짝 쳤지만 웃고 있는 것을 보니, 기분은 좋아 보이는 듯 했다.

내 홈런으로 1:0으로 대통령배 결승전을 앞서게 된 상우 중학교.

퍼펙트 상황에서 홈런을 맞았지만 김성환은 흔들리지 않고, 다음 3타자를 모두 아웃으로 처리해내며 5회를 마무리했다.

6회부터 상우 중학교는 U-15에서 가장 실력이 향상된 신재원이 마운드에 올라왔다.

신재원은 강한 타선을 자랑하는 송독 중학교를 상대로 1이닝을 안타 하나 허용하지 않으며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김성환은 나에게만 유일하게 출루를 허용하며 6이닝을 1실점으로 틀어막았다.

1:0의 상황이니 송독 중학교가 여기서 점수를 내지 못한다면, 상우 중학교는 7회 말 공격 없이 우승을 확정 짓는 순간.

“스트라이크 아웃!”

신재원은 송독 중학교의 선두 타자로 올라온 9번 이영우를 삼진으로 잡아냈다.

뒤이어 올라온 1번 타자는 2구를 깔끔하게 쳐냈지만 타구가 내 정면으로 왔다.

“아웃!”

난 강습타구를 안정적으로 잡아내서 1루로 던져 아웃을 추가했다.

마지막 아웃 카운트는 1루수 뜬공.

조영원은 여유롭게 공을 잡아내며 상우 중학교가 대통령배 3연속 우승을 성공시켰다.

“이 새끼들! 내가 해낼 줄 알았다!

조영원이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아냄과 동시에 더그아웃에서 유동기 감독이 가장 먼저 그라운드로 달려왔다.

그의 양손에는 물병이 있었고 선수들에게 물을 다 쏟아버리며 활짝 웃었다.

뒤이어 오늘 선발이었던 박재우를 포함해 더그아웃에 있던 모든 선수들도 각자 물병을 하나씩 들고 그라운드로 달려왔다.

감독과 선수들은 모두 물범벅이 되며 우승의 기쁨을 잔뜩 만끽했다.

특히 유동기 감독의 표정은 매우 밝았다.

중학 야구 역사상 단 한 번밖에 없는 대통령배 3연속 우승.

그 위대한 기록을 상우 중학교가 추가했으니 유동기 감독의 대회 실적에 대한 부담도 앞으로는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

“최강남 선수! MVP 인터뷰 진행할게요.”

“알겠습니다.”

그런 유동기 감독과 선수들을 그라운드에 두고 MVP 인터뷰를 하러 발걸음을 옮겼다.

“우승 축하한다. 이번엔 내가 이길 줄 알았는데 초, 중 4년 동안 한 번을 못 이기네.”

“고생했어. 다음에 기회 되면 보자.”

인터뷰를 하러 아나운서에게 가는 길에 마주친 송독 중학교의 선발 투수 김성환.

그는 웃으며 내게 오른손을 뻗었다.

난 그와 악수를 하고 MVP 인터뷰를 하는 곳에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대통령배 전국대회에서 결승 홈런을 쳐내며 대회 MVP를 받은 최강남 선수와 인터뷰 진행해보겠습니다. 본선인 8강부터 오늘 치러진 결승까지 4개의 홈런을 쳐내면서, 상우 중학교의 3년 연속 대통령배 우승을 이끌었는데 소감이 어떻게 되시나요?”

“저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좋은 플레이를 해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유동기 감독님의 코칭과 전술이 아주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대회 MVP를 받은 나는 유동기 감독에 대한 립 서비스도 잊지 않았다.

“U-15 우승 후에 바로 치러진 대통령배 우승까지 추가하며, 정말 좋은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는 최강남 선수의 향후 거취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팬들이 많습니다. 혹시나 어떤 결정을 하실 건지 말해주실 수 있나요?”

“정말 이 질문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아직은 정하지는 못했는데 제의를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많이 해줬는데, 그것 역시도 고려 대상 중에 하나입니다.”

“네. 어느 곳에서 뛰든 매번 발전하는 최강남 선수의 성장 과정을 바라보는 팬들은 즐겁겠네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대통령배 대회에 참가하는 일주일 동안 4개의 한국 고등학교 팀에서 접촉이 있었다.

모두 거절했지만 쓸데없는 곳에 시간과 감정을 더 이상 낭비하기 싫어서, 미국에서 스카우트를 받았다는 것을 강조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강남이도 왔네. 이제 다들 한우 먹으러 가자. 무알콜 맥주도 한 잔씩들 하자고.”

“감사합니다!”

내가 인터뷰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오자 유동기 감독은 몹시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감독님과 선수들은 미니버스를 타고 근처 한우 집으로 향했다.

“무알콜 맥주는 안 된다고요? 알코올도 없는데 왜죠?”

“그게 법적으로 미성년자는 마실 수가 없어서요.”

“그러면 콜라랑 사이다 10개씩만 주시고 한우 20인분 주세요.”

“알겠습니다.”

비록 무알콜 맥주지만 선수들과 한잔할 생각에 몹시 들뜬 유동기 감독.

하지만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그 아쉬움을 혼자 맥주를 마시는 것으로 대신했다.

“오늘 대통령배까지 상우 중학교가 우승하면서 3년 연속 대기록을 세웠다. 이번 대회 주전인 3학년들은 졸업해서 각자 다른 고등학교 야구부, 또는 새로운 도전을 할 거야. 어떤 도전이든 난 늘 너희들 편이다. 힘든 일, 어려운 일 있는데 도움 청할 곳 없으면 연락하고. 내가 선창하면 후창은 다들 알지? 전국 중학 야구의 다크호스를 넘어 전통의 강호로!”

“상우! 상우! 상우!”

유동기의 음료수 건배사와 함께 대통령배 우승 기념 회식이 시작됐다.

한창 잘 먹고 쑥쑥 클 아이들은 정신없이 한우를 먹어치웠고, 유동기는 그런 선수들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로 맥주를 마셨다.

“감독님! 한우 더 시켜도 됩니까?”

“고기든 밥이든 음료수든 모자라면 다 시켜! 오늘은 마음껏 먹고 내일까지 푹 쉬어라. 모레부터는 죽도록 또 뛸 테니깐.”

“감사합니다!”

모레부터 죽도록 뛴다는 유동기의 말이 허세가 아니라는 것을 모두 아는 선수들.

그래서일까? 더 열정적으로 음식들을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맞다. 강남아 잠깐 나 좀 보자. 나와 볼래?”

“알겠습니다.”

선수들과 함께 정신없이 한우를 먹던 나는 유동기 감독의 부름에 밖으로 나왔다.

“너 상우 중학교 졸업하면 어떻게 할 계획이니? 안 그래도 나한테 전화 엄청 오더라고. 혹시라도 대회에 심리적으로 지장 갈까 봐 다 보류하긴 했어. 혹시나 너한테 따로 연락해서 압박 주진 않았지?”

“예. 저한테는 따로 제의 온 건 없었습니다.”

“그래. 그런 새끼들은 내가 절대 그냥 안 넘길 거야. 꼭 말해.”

“알겠습니다. 항상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자기 제자가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프로 구단까지 쫓아와서 선후배 안 가리고 멱살까지 잡았던 유동기 감독.

그런 성격을 알기에 선의의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넌 어디로 가고 싶은데? 장지 고등학교? 아니면 미국에 있는 고등학교? 미국 애들은 선수들도 공부 시킨다니깐 한국에서 뛰는 것보다는 낫겠다.”

유동기 감독은 팔짱을 끼고 태연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미국 고등학교 야구부에 대해서 하나도 들은 게 없을 텐데, 날 위해 인터넷을 열심히 뒤졌을 게 분명했다.

“저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려고 합니다. 커너 코퍼레이션이랑 가계약도 맺었습니다. 메이저리그 정규 시즌 끝나고 본격적으로 오퍼 넣을 계획이라고 하더라고요.”

“코퍼레이션? 스카우트랑 계약도 했어?”

“예. 일단은 루키 리그부터 시작해서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싶습니다.”

“뭐··· 걔네들은 선후배끼리 빠따는 안 친다던데. 나이 때문에 힘들 일은 없겠네.”

전혀 예상 못한 정보였다는 듯이 당황한 눈빛의 유동기 감독.

난 그런 유동기 감독에게 부탁했다.

“혹시 메이저 구단에 어떤 곳도 못 들어갈 수도 있으니깐, 이 이야기는 비밀로 해주실 수 있습니까?”

“인마 당연하지. 나 입 무거워. 설마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닐까봐 여태까지 말 안 했냐?”

“그런 건 아니고 혹시 기대하셨다가 실망하실까 봐 확실하게 결정되면 이야기해 드리려고 했습니다.”

“걱정하지 마라. 그리고 앞으로는 다 이야기해도 돼. 난 너한테 쓸데없이 기대하다가 실망할 일 없어. 그냥 네가 잘됐으면 좋겠다. 이제 슬슬 추워지네. 얼른 들어와라.”

내 이야기에 유동기 감독은 별 내색 없이 격려해주며 가게로 들어갔다.

그나저나 7월인데 뭐가 춥다는 건지. 평소에 안하던 따뜻한 격려가 상당히 민망했나 보다.

나도 그의 뒤를 따라 가게로 들어갔다.

***

“하루 푹 쉬더니 감 떨어졌어? 운동장 5바퀴 추가! 힘들어? 그냥 이번 대회 기권할까?”

“아닙니다! 할 수 있습니다!”

하루 동안의 짧고 달콤한 휴식이 끝나고 다시 훈련에 돌입했다.

유동기 감독은 특히나 1, 2학년들의 해이해진 기강을 잡는데 집중했다.

난 훈련 도중에 곁눈질로 그런 후배들을 보며 잠깐 옛날 생각에 빠졌다.

저 악마 같은 감독이 정말 죽도록 싫었는데.

이상하게도 나이를 먹고 힘든 순간을 맞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얼굴이었다.

‘이제 중학교 생활도 거의 끝이 다가오네.’

과거로 돌아와서 가장 좋았던 건 유동기 감독과 훈련할 수 있었다는 것.

그냥 그게 좋았다.

“고생했어. 문체부 장관배 전국대회까지 겨우 3주 남았어. 힘들어도 조금만 더 열심히 해보자.”

“알겠습니다!”

3주간의 평소와 같은 힘든 훈련을 거치고 문체부 장관배 전국대회가 시작됐다.

이제는 중학 야구에서 가장 강팀으로 평가받는 상우 중학교.

그런 평가를 증명하듯 2학년 투수들만으로 예선을 가볍게 뚫고 본선에 진출했다.

8강에서 또다시 만난 송독 중학교.

송독의 에이스 김성환과 상우의 에이스 박재우는 둘 다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중학 야구 선발 투수 용호상박이라고 불리는 것에 걸맞은 경기 내용을 보여줬다.

0:0의 팽팽한 균형은 6회에 균열이 일어났다.

1아웃 3루에 타석에 들어선 내가 3루 주자를 불러들이는 적시타로 1:0으로 앞서가기 시작한 상우 중학교.

박재우는 끝까지 실점을 허용하지 않으며 1:0으로 4강에 진출했다.

4강에서 만난 광주제일 중학교는 2학년 김현우의 5이닝 1실점 호투와 더불어 타선이 폭발하며 6:2로 이겼다.

이렇게 상우 중학교는 문체부 장관배 전국대회도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결승은 내 중학 야구 3년 동안 본선에서 가장 많이 맞붙었던 남양주 중학교.

1회부터 내 3점 홈런으로 앞서간 상우 중학교는 2학년 투수들이 2이닝씩을 책임지며 7:5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대회 MVP는 결승전에만 2홈런을 때려낸 내가 받게 되었다.

다음 대회이자 올해의 마지막 공식 대회인 학교스포츠클럽 야구대회는 2학년이 주전으로 멤버를 꾸렸고 준우승을 차지했다.

최근 대회에서 2학년 선수들이 큰 무대 경험치를 많이 쌓아뒀으니, 내년 상우 중학교도 올해처럼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렇게 내 16살, 2021년도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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