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홈런왕의 탄생-37화 (37/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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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루키의 등장 (2)

“최강남 선수! 인터뷰 부탁드립니다.”

“향후 어떤 고등학교로 진학할지 결정하셨나요?”

“U-15에서 홈런왕을 기록하며 많은 스카우트가 있었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한국이 아니라면 미국으로 진출인가요?”

인천 공항으로 입국하자 수많은 기자들이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이밀며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많은 제의를 받았지만 아직 결정된 건 없습니다. 나중에 확정된다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난 그런 기자들의 질문에 별 대답은 해주지 않았다.

어차피 내 미국 진출이 확정된 것도 아직은 아니니깐.

벌써부터 기자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인터넷 기사들에 내 이름을 올릴 필요는 없다.

“정종현 감독님의 말대로라면 이번 우승에는 코치의 공이 상당히 컸단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한종혁 코치와 박승철 코치의 분석이 상당히 컸습니다.”

“그렇다면 감독님 생각에 우승의 핵심이었던 선수는 누구인 것 같습니까?”

“모든 선수들이 다 잘해줘서 우승을 해냈지만 굳이 한 명을 꼽자면 당연히 MVP에 홈런왕을 받은 최강남 선수를 고르겠죠.”

정종현 감독은 기자들의 질문에 내 칭찬을 읊기 시작했다.

수비, 공격, 팀원들의 사기 등 많은 부분에 도움이 됐다고 말이다.

참··· 바로 옆에서 듣고 있는데 민망하게.

“강남이 오랜만이네? 중계 챙겨봤는데 엄청나게 잘 치더라. 역시 아저씨는 네가 엄청난 타자가 될 줄 알았지.”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치킨 먹으러 가게 놀러 와. 부모님 안 오셨으면 우리 차로 같이 갈까?”

“아니요. 부모님이 지금 오고 계셔서요.”

“아빠 그럼 우리 먼저 가요. 강남아 고생했어!”

“응. 다음에 보자.”

박병규가 아빠 차를 타고 가는 걸 시작으로 많은 선수들이 공항을 떠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우리 부모님도 공항에 오셨고 난 차에 탔다.

“우리 강남이 왔어? 9시 뉴스에도 나오더라고. 엄마는 우리 아들이 너무 자랑스러워.”

“당신은 야구 하고 싶다고 할 때 그렇게 반대하더니. 그리고 내가 뭐랬어? 우리 최씨 가문이 원래 운동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했어.”

“그렇게 운동을 잘하면서 맨날 골프 값은 왜 혼자 다 내고 오는데요?”

“컨디션이 안 좋았어. 내가 평소에는 언더파 위주로 치는데 컨디션이 안 좋을 때만 다들 내기하자고 그러더라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엄마가 아빠에게 계속 뭐라 하는걸 보니, 내가 멕시코에 있던 1달 동안 골프 내기는 다 지신 모양이었다.

눈치를 보던 나는 두 분의 말이 끊긴 틈을 타서 입을 열었다.

“엄마, 아빠. 저 미국에 가고 싶어요.”

내 말에 역시나 두 분은 각각 다른 반응을 보이셨다.

“미국? 고등학교 야구 스카우트 받았나보네. 아빠는 찬성이야.”

“무슨 고등학교부터 미국이야? 한국에서 뛰면 안 되는 거야?”

“그래도 더 잘하는 나라에서 배우면 훨씬 좋지.”

“여보. 아무리 그래도 이제 16살이에요. 너무 어린데 근처 나라도 아니고 미국은 멀고 위험하잖아요?”

부모님은 내가 미국 고등학교 진학 이야기를 하시는 걸로 착각하셨다.

난 그런 부모님에게 커너 코퍼레이션에 제의를 받았다는 이야기와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고등학교가 아니라 벌써 프로 무대에 뛴다고? 어린 나이인데 그게 가능해? 위험하지는 않아? 막 총 쏘고 그런 사람도 없고?”

“역시 우리 최씨 가문의 피가 흐르는 남자답다. 메이저리그 최연소 기록을 전부 새로 세우고 오렴. 대찬성이다.”

“전혀 위험하지 않아요. 찬성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의적인 반응의 엄마와 적극 찬성하시는 아빠에게 각각 대답을 해드렸다.

부모님은 계속해서 이런저런 질문을 하셨고 대답을 하다 보니 어느새 집에 도착했다.

“일단 씻고 와. 엄마가 너 좋아하는 사골 끓여놨어.”

“그래. 아빠가 최고급 한우도 마트 가서 사 왔어. 소고기도 구워줄게.”

집에 도착한 나는 간단한 샤워 후에 가족과 함께 식사를 했다.

“그럼 엄마도 찬성이야. 대신 아직 엄청 어린 나이니깐, 혹시나 미국에서 실패하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말고 다시 한국에서 야구든 공부든 시작해보는 거야. 알았지?”

“알겠습니다.”

엄마는 많은 질문 끝에 내 의견을 존중해주셨다.

‘편안하고 행복하다.’

오랜만에 집에서 가족과 함께 식사를 마치고 침대에 눕자 너무 기분이 좋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곧바로 잠이 들었다.

***

“U-15 멤버들이 오늘 돌아왔으니 다음 주에 있을 대통령배 대회 준비하자.”

“알겠습니다!”

다음날은 오랜만에 상우 중학교에 등교했다.

유동기 감독은 평소처럼 훈련 일정을 진행했다.

“인터뷰 잘 봤다. 우승하느라 고생 많았다.”

“감사합니다.”

잠시 훈련 사이의 쉬는 시간. 나에게만 따로 어깨를 두드려주며 칭찬해주셨다.

아무래도 MVP 인터뷰 때마다 종종 언급했던 것이 상당히 마음에 들으셨나보다.

뭐··· 예전에 KBO 홈런왕을 받고 언급했을 때는 술에 잔뜩 취해서, 내가 자기 인생에서 키워낸 최고의 제자였다고 술주정도 부리셨으니.

참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었다.

상우 중학교는 대통령배 2연속 우승이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는 디펜딩 챔피언.

이번 대회 역시 예선전을 건너뛰고 바로 본선으로 뛰게 되었다.

8강에서 만나게 된 팀은 중학 야구 전통의 강호 남양주 중학교.

하지만 U-15에서 우승을 하며 쌓은 경험치는 평범한 선수들과 상상도 못 할 정도로 벌어져 있었다.

U-15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투수 박재우.

그는 선발로 나와서 6이닝에 안타 하나와 볼넷 하나만을 허용하며 무실점으로 좋은 투구를 보여줬다.

이어서 나온 투수는 홍민우.

역시 U-15에서 필승 계투조로 뛰었던 그는 세 타자를 연속으로 삼진으로 잡으며 강호 남양주 중학교를 간단하게 제압했다.

물론 거기에는 내 홈런 2개가 쐐기를 박긴 했지만.

“이 새끼들 U-15 뛰고 오더니 프로 선수 다 됐네. 오늘 경기는 아주 완벽했어. 이번에 3연속 우승하면 내가 최고급 한우로 쏜다. 구호 외치고 해산!”

“상우! 상우! 상우!”

유동기 감독은 그런 8강의 경기 내용이 상당히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하긴 상우 중학교가 2년 연속으로 대통령배를 우승하면서도, 역대 최고의 팀으로 불리지 못하는 이유는 약한 투수진이었다.

하지만 U-15를 거치며 멘탈이 단단해진 선발 박재우.

거기다가 계투인 신재원과 홍민우는 구속과 커맨드가 눈에 띌 정도로 향상됐다.

1루수 조영원의 성장한 타격 실력은 말할 것도 없었고.

대통령배 4강의 상대는 장지 중학교였다.

U-15 출신은 나와 키스톤 콤비를 이뤘던 2루수 안정현.

그리고 3번 타자로 뛰었던 박병규가 있는 중학교였다.

“오늘 한국의 최고 홈런왕 결정전이야? 1회부터 내가 넘길 테니까 내 타구 감상해.”

“그래. 기대할게.”

경기 시작 전 선수들과의 인사를 하는 시간에 박병규가 스윙 모션을 취하며 자신감을 보여줬다.

난 그런 박병규의 장난에 웃으며 악수를 건넸다.

사실 박병규는 U-15에서 홈런을 많이 친 선수는 아니었다.

리틀야구까지는 전형적인 공갈포 스타일의 타자였지만, 야구 명문이라고 불리는 장지 중학교로 진학 후에 스타일이 완전 바뀌었다.

1학년 때 낮은 타격 컨택으로 출전 기회조차 거의 잡지 못했던 박병규.

그는 상당했던 체중을 줄이고 스윙 자세를 완전히 바꿨다.

그런 노력으로 장거리 타자 스타일이었던 박병규는 중거리 타자로 바뀌었다.

타율이 상당히 높아진 후로 2학년부터는 야구 명문 장지 중학교의 클린업트리오로 뛰게 되었다.

그러면서 홈런 개수가 줄어든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였다.

“플레이 볼!”

상우 중학교의 선발로는 중학교 2학년인 김현우가 마운드를 올라왔다.

향후 상우 중학교의 에이스가 될 투수인 김현우.

유동기 감독은 그런 김현우에게는 큰 대회 경험치를 쌓아주고, 3학년 투수들의 체력을 아껴주기 위해 4강에서 2학년 투수를 등판시켰다.

김현우는 좋은 피칭을 보여주며 5이닝을 2실점으로 잘 막아냈다.

강한 타자 라인업에 비해 비교적 약한 투수진을 가지고 있는 장지 중학교.

그런 장지 중학교를 상대로 상우 중학교의 타선은 초반부터 폭발하며 6점이나 획득했다.

물론 거기에는 내 1홈런 포함 3타점이 중심에 있었다.

6회부터는 김현우와 같은 이유로 2학년 투수인 박건우가 마운드에 올라왔다.

박건우는 안타와 실점을 하며 조금 흔들렸지만, 끝까지 집중해서 아웃 카운트를 잡아냈다.

상우 중학교는 2점을 추가하며 8:5 승리로 결승에 진출했다.

“오늘 경기도 이기느라 고생 많았다. 이제 우승까지는 단 한 경기만 남았어. 대통령배 3연속 우승을 향해 달려가 보자.”

“우승하면 소고기, 그것도 한우로 사주시는 거 맞죠?”

“그래 이 새끼야. 내가 돈 모자라면 대출이라도 해서 배 터지게 먹게 해줄게. 걱정하지 말고 결승전만 이겨.”

“알겠습니다!”

박재우의 장난기 섞인 농담에 유동기는 껄껄 웃으며 농담으로 맞받아쳤다.

입은 거칠지만 늘 선수들만 걱정하는 유동기 감독.

이런 농담도 선수들이 유동기 감독을 정말 좋아하고 진심으로 따르기에 나오는 농담이기도 했다.

4강을 승리로 장식한 상우 중학교는 3일의 휴식 후에 결승전에 참가하게 된다.

결승전 상대는 송독 중학교.

2년 전에 신설된 송독 중학교는 올해 모든 주전이 3학년으로 꾸려진 후에 더욱 강한 팀이 되었다.

U-15 출신으로는 한국의 에이스 투수였던 김성환, 그의 배터리인 김용섭.

그리고 우익수이자 2번 타자였던 이승민이 소속되어 있었다.

“플레이 볼!”

빠르게 시간은 흘러 결승전 당일이 되었다.

상우 중학교의 선발로는 8강에서 나온 박재우가 5일의 휴식 후에 마운드로 올라왔다.

“스트라이크 아웃!”

1번과 2번 타자를 범타로 처리해내더니, 3번 타자인 이승민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좋은 컨디션을 보여줬다.

1회 말 상우 중학교의 공격.

송독 중학교의 선발로는 동 나이대에 한국에서 가장 잘 던지는 투수인 김성환이 올라왔다.

김성환은 삼진 두 개와 2루수 땅볼로 박재우와 마찬가지로 삼자범퇴로 1회를 막아냈다.

이후로 경기는 투수전이 이어졌다.

박재우는 안타를 두 개 허용했지만 실점은 하지 않으며 5이닝을 막아냈다.

5회 말 상우 중학교의 공격. 내가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섰다.

김성환은 4회까지 안타와 볼넷조차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투구를 보여주고 있었다.

‘타석에서 보니 생각보다 커터가 더 날카롭네.’

2회의 첫 번째 타석에서는 김성환의 커터에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었다.

궤적도 궤적이었지만 무브먼트가 훌륭했다.

단순하게 무브먼트로만 평가하면 쿠바의 루이스나 미국의 루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그만큼 상당히 까다로운 커터.

하지만 두 번째 타석에서 절대 못 칠 공은 아니었다.

“스트라이크!”

초구는 존 바깥에 걸치는 포심. 카운트에 여유가 있으니 굳이 건드리지 않고 지켜봤다.

깡―!

2구는 몸쪽에 꽉 차는 포심이 들어왔고 그대로 배트를 휘둘렀다.

하지만 아쉽게 왼쪽 폴대를 살짝 빗겨나가며 큼지막한 파울 홈런이 나왔다.

‘이제 커터가 들어오겠네.’

U-15에서 주전 포수였던 김용섭.

수비적이고 냉정한 리드를 했던 김용섭이라면 바깥쪽 커터를 요구했을 것이다.

‘들어왔다.’

그리고 예상대로 0-2의 카운트에서 김성환의 세 번째 공은 바깥쪽 커터.

난 과감하게 배트를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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