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홈런왕의 탄생-34화 (34/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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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15 야구 월드컵 (11)

“왜 저번 계약에서 그랬는지 알겠네. 이 친구가 계약은 처음이라서 미안해요. 저희 커너 코퍼레이션에서 최강남 선수를 영입하고 싶습니다.”

날 미스터 최라고 불러 기분이 나빠서 계약을 하지 않았다는 걸로 커너는 이해한 모양이었다.

“호칭 때문에 거절한 건 아닙니다. 눈앞에 있는 경기에만 집중하고 싶어서요. 대회 도중에 다른 일이 생기면 지는 징크스가 있어서요.”

“아··· 선수들은 그런 징크스가 있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이해합니다. 그렇다면 결승전이 끝나고 다시 계약에 관해서 이야기해도 될까요?”

“3일 후인데 괜찮으세요?”

“네. 여기까지 온 김에 다른 선수들도 보고 다른 계약 건도 있어서요.”

“알겠습니다.”

“네! 최강남 선수 3일 후에 뵙겠습니다.”

커너는 공손하게 오른손을 건넸고 난 악수를 하며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오늘 쿠바랑 경기하느라 고생 많았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경기는 미국과의 결승전뿐이야. 마지막까지 노력해서 꼭 우승컵을 들어 올리자.”

“알겠습니다!”

정종현 감독은 오늘 경기가 매우 맘에 들었는지 환하게 웃으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미국과의 결승전까지 남은 기간은 3일.

2일 후에는 쿠바와 도미니카 공화국의 3, 4위전이 있었기에, 평소보다 하루의 여유가 더 있었다.

호텔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내 방으로 돌아왔다.

미국의 4강전 경기 영상을 보며 침대에 누웠다.

오늘 경기는 집중을 많이 해서인지 평소보다 좀 빠르게 잠에 들었다.

***

[U-15 한국 대표 팀 아마추어 야구 최강국 쿠바를 꺾고 25년 만의 결승 진출의 쾌거!]

U-15 야구 월드컵에 진출한 한국 대표 팀이···(중략)

― 뭐야? U-15는 한국이 다른 나라 못 이긴다며?

ㄴ 올해 한국의 U-15 멤버는 다르다!

ㄴ 이걸 안 봤냐? 개꿀잼이었는데 ㅋㅋㅋ

ㄴ ㅇㅈ 어제 벤클에다가 예고 홈런까지 명장면 퍼레이드였는데

― 결승전은 그렇다고 치고 미국 선수랑 홈런왕 경쟁은 뭐야?

ㄴ 쟤 리틀야구 월드시리즈에서도 홈런왕이었을걸?

ㄴ 이번에 한국이 이기고 홈런왕까지 받으면 동나이대 최고 커리어 ㄷㄷ

― 이름까지 최고 강한 남자 최강남! 딱 부산 스타일이네. 부산으로 와라!

ㄴ 꼴레발;; 10대 애들 기사 와서 저주 좀 그만 내려라

ㄴ ㅇㅈ 저런 애들은 메이저리그 가서 4번 타자도 치고 그래야지

ㄴ 한국인이 어떻게 메이저리그 4번 ㅋㅋㅋ

아침에 일어나서 내 기사들을 챙겨보니 시간은 어느덧 오전 8시였다.

8시 30분까지 호텔 로비에서 집합이었기에 간단히 샤워를 하고 로비로 향했다.

“다들 밥 맛있게 먹고 호텔 문 앞에 있는 미니버스로 와. 훈련장으로 가면서 미국에 대해서 이야기해줄게.”

“알겠습니다!”

한종혁 코치는 평소처럼 다정하게 선수들에게 이야기했다.

어제도 미국 전력 분석으로 밤을 지새웠는지 눈 아래에는 다크서클이 한가득했다.

“여기 호텔 밥은 진짜 맛있다. 한국 돌아가기 싫을 정도네.”

“그래도 난 한국 음식이 더 먹고 싶은데. 컵라면도 이제 떨어졌어.”

“나 아직 10개도 더 있어. 훈련 끝나고 밤에 내 방으로 와.”

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떴는지 박병규와 유상현이 티격태격하지 않고 다정하게 밥을 먹는 모습.

난 반대편에서 조용히 밥을 먹고 먼저 미니버스로 향했다.

“강남아 먼저 가게?”

“응. 너희들끼리 천천히 먹고 와.”

내가 일어서자 박병규가 입에 음식을 한가득 집어넣고 물어봤고 난 거기에 대답해줬다.

‘그 투수를 결승전에서 만나네.’

이번에 U-15 결승전 미국의 선발 투수로는 로버트 루크가 나올 것이다.

2020년대 후반 미국에서 낳은 최고의 투수 로버트 루크.

사이영상만 4차례나 받은 바로 그 투수가 4강에서는 불펜 피칭조차 하지 않았으니 결승전에서 나올 것이다.

거기다 어제 자기 전 동영상을 봤을 때 미국은 쿠바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강한 전력이었다.

아마추어 야구 최강국은 쿠바라고 흔히 알려졌지만 최근 기록들은 좀 달랐다.

최근 5번의 U-15에서 미국은 세 차례의 우승을 했다.

나머지 두 번은 쿠바와 베네수엘라.

기록에서도 볼 수 있듯이 U-15와 U-18에서 명실상부 아마추어 야구 최고의 자리도 미국이 가져온 것이나 다름없었다.

한국 대표 팀의 결승 진출까지 가장 큰 원동력은 한종혁 코치의 분석표.

그것을 바탕으로 팀 훈련과 경기 내용을 맞춰간 것이 가장 컸다.

“코치님. 식사 안 하세요?”

“강남이 왔구나? 난 아침 일찍 일어나서 밥 먹었어. 무슨 일이니?”

그런 한종혁 코치라면 미국을 이길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을 찾아내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으로 다른 선수들보다 먼저 찾아왔다.

“미국 선발로는 로버트 루크가 나오겠죠? 혹시 그 선수의 약점을 찾았나요?”

“그렇겠지? 그런데 약점은 못 찾았네. 굳이 하나 꼽자면 15번의 공을 던지면 한 개의 실투성 공이 들어온다는 것 정도.”

“그 공을 던질 때 특별한 습관 같은 건 없겠죠?”

“몇백 번은 돌려본 것 같은데 전혀 안 보여. 거기다가 이놈의 키는 뭐 이리 큰지. 찍어 누르는 투구가 압도적이네.”

초등학교 시절에 농구 선수를 했던 로버트 루크의 지금 키는 무려 194cm.

메이저리그에서 뛸 당시에는 206cm였다.

장신의 투수로 유명했던 랜디 존슨과 비교해도 2cm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굳이 차이점을 찾자면 루크는 오른손 투수였다는 것 정도?

“다행인 건 포심이랑 슬라이더만 던지는 투 피치 선수야. 두 종류의 피칭머신을 대여했으니깐 타격 훈련하면 너라면 칠 수 있을 거야.”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친절하게 대답해주신 한종혁 코치님에게 머리 숙여 인사를 하고 버스 좌석에 앉았다.

압도적인 기량으로 메이저리그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운 루크.

그는 30대 초반에 토미존 수술로 재활 인생을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은퇴했다.

그래서 나와 맞붙은 기록은 없었다.

그런 루크와의 첫 경기이자 U-15 결승전. 걱정과 설렘이 반반인 감정이 느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선수들이 버스를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든 선수들이 모이자 버스는 훈련장으로 출발했다.

***

“드디어 U-15 결승전이네요. 오늘은 맥주 안 드세요?”

“어제 실컷 먹었으니 오늘은 경기에 집중해야지. 너도 잘 봐둬. 어쩌면 저 두 선수가 나중에는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만날지도 모르니깐.”

U-15 결승전 당일. 커너와 제임스는 경기가 시작되기 1시간 전부터 자리를 잡았다.

“그나저나 루크를 스카우트 못한 건 너무 아쉽네요. 보스가 말한 대로면 저 선수도 돈이 되는 선수일 텐데요.”

“2년 전부터 보라스가 따라다녔잖아. 무슨 13살짜리 선수한테 제의를 하겠다고 하는지.”

아쉬워하며 입맛을 다시는 커너를 본 제임스는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그렇다면 오늘 경기에서 루크와 미스터 최의 대결은 누가 이길까요?”

“성만 부르는 거 하지 말라니깐. 동양에서는 그게 실례가 될 수도 있어. 오늘 대결은 당연히 최강남이 이기지.”

“명심하겠습니다. 그런데 왜 최강남이 이기죠? 보스가 영입한 선수라서?”

제임스는 의문이 가득한 눈으로 커너를 쳐다봤고, 커너는 포도 주스를 한 모금 마시더니 말을 이어갔다.

“오늘 경기에서 두 선수는 적어도 세 번은 승부할 거고 타자는 한 타석에서만 크게 쳐내도 이기게 되니깐. 타자에게 훨씬 유리하지.”

“그렇군요. 어? 보스 전광판 좀 보세요.”

“최강남이 1번 타자?”

경기 30분 전에 전광판에 선수들의 타순이 올라왔고 커너와 제임스는 말없이 멍하니 바라봤다.

***

“잠깐 이야기 가능하니?”

“네.”

이틀 전 훈련 사이 잠깐의 쉬는 시간에 정종현 감독이 나를 불렀다.

“미국과의 경기에서 널 1번 타자로 넣을 생각이다.”

“알겠습니다.”

미리 건의라도 할 생각이었는데 먼저 이야기를 꺼내준 정종현 감독.

별다른 말없이 알겠다는 의사를 표현했고 무뚝뚝한 정종현 감독도 딱히 이유를 설명해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둘 다 이유를 알고 있었다.

사실상 루크의 공을 칠 수 있는 타자는 나뿐이니 한 타석이라도 더 들어갈 수 있게 하려는 것.

그렇게 난 미국전에서 1번 타자로 출전하게 되었다.

“플레이 볼!”

결승전은 미국의 선공으로 경기가 시작됐다.

한국의 선발 투수로는 유상현이 마운드에 올라왔다.

[안녕하십니까! MBS 스포츠 팬 여러분들! 오늘은 25년 만에 결승에 올라오게 된 U-15 한국 대 미국 중계를 맡은 캐스터 이승범.]

[해설위원 남문철입니다. 한국의 선발로는 유상현 투수가 올라왔습니다. 초구는 142km/h! 컨디션이 나쁘지 않아 보이네요.]

[오늘 한국 대표 팀의 타선에는 조금 변화가 생겼죠?]

[그렇습니다. 4번 타자였던 최강남 선수가 1번으로 올라왔는데 아무래도 미국의 선발로 나온 로버트 루크 선수를 견제하기 위해서겠죠?]

[그렇습··· 아! 미국의 선두 타자가 3구를 타격!]

미국의 1번 타자로 나선 롤란드가 1-1의 카운트에서 유상현의 3구를 쳐냈다.

공은 2유간으로 빠질만한 코스. 안정적으로 잡을 수 없는 코스였기에 슬라이딩을 했다.

발이 빠른 선수이니 오른쪽 무릎을 바닥에 붙인 채로 1루로 공을 던졌다.

“아웃!”

[최강남 선수의 호수비로 안타성 타구가 아웃이 됩니다!]

[유상현 선수는 맞춰 잡는 스타일이니 오늘 야수들의 수비가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되네요.]

“흐아!”

유상현은 내 수비를 보고 오랜만에 아저씨 같은 기합을 보여줬다.

2번 타자를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하고 3번 타자인 투수 루크가 타석에 들어섰다.

내셔널리그에서 10년을 넘게 뛰었던 선수답게 중견수 안타를 쳐냈다.

[2아웃 주자 1루에서 미국의 4번 타자 마이클이 타석에 들어섭니다.]

[최강남 선수와 홈런왕 경쟁을 하고 있는 선수이기도 하죠?]

[그렇습니다. 최강남 선수가 7개의 홈런, 그리고 마이클 선수가 6개의 홈런으로 뒤를 바짝 따라붙고 있는 상황입니다.]

초구를 지켜본 마이클은 두 번째 공에 배트를 힘차게 휘둘렀다.

[유상현 투수의 두 번째 공을 타격하는 마이클. 타구가 상당히 큽니다.]

[아··· 넘어갔네요. 마이클이 2점 홈런을 쳐내며 2:0으로 먼저 앞서가는 미국입니다.]

[지금은 실투성 투구가 나왔죠? 조금 아쉬운 공이었습니다.]

[이제 16살 투수이니 그럴 수 있습니다. 거기다가 이제 1회이니 대한민국의 선수들도 크게 낙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유상현 선수가 5번 타자에게 3루수 땅볼을 유도해내며 2:0으로 1회 초 수비를 끝냅니다.]

“잘했어. 운이 안 좋았어.”

“미안하다. 마지막에 살짝 미끄러져서 잘못 던져버렸어.”

“괜찮아. 이제 1회인데 뭘 그리 기가 죽었어. 선발이 무너지면 오늘 경기는 끝이야. 자신감을 가져.”

“고맙다.”

자기의 공 때문에 2실점을 해서인지 유상현은 고개를 푹 숙이며 걸어갔다.

그런 유상현을 다독여주며 함께 더그아웃으로 들어왔다.

[겨우 2점 차이입니다. 대한민국 선수들! 충분히 역전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아직 포기하기는 너무 이르죠. 2점이 뒤처지는 1회 말 한국의 공격. 1번 타자인 최강남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로버트 루크가 와인드업 자세로 들어갑니다.]

[초구는 147km/h! 강속구를 던지는 모습이네요.]

1번 타자로 타석에 들어섰기에 초구는 지켜봤다.

루크는 U-15에서 예선 2차전에 한차례 등판했다.

상대는 약체 팀이라고 불리는 중국. 5이닝 무실점에 최고 구속이 144km/h였다.

하지만 미국 중학 야구에서 본인의 최고 구속은 149km/h.

그런 로버트 루크가 1회부터 본인의 실력을 제대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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