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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15 야구 월드컵 (9)
호텔에서 제공해주는 음식을 먹고 방으로 들어왔다.
4강전의 상대는 쿠바. 이전에 만났던 다른 팀들과 비교했을 때 크게 약점을 찾기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내 플레이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감을 잃지 않기 위해 배트를 수십 차례 휘두르다가 침대에 누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바로 잠에 들었다.
“다들 잘 잤어?”
“예.”
“그래. 어제 쿠바에 대해서 분석한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해줄게. 쿠바의 선발 투수로는 예선전 2차전에서 나왔던 루이스가 나올 거야.”
다음날 식당에서 밥을 먹고 선수들이 모두 미니버스에 모이자 한종혁 코치는 말을 시작했다.
상대 투수인 루이스는 최대 구속 144km/h의 직구를 포함해서 커브와 체인지업을 던질 수 있는 쓰리 피치 스타일이다.
쿠바 중학 리그에서 84이닝을 던졌고 방어율은 0.87로 매우 낮았다.
특히 피홈런은 겨우 1개뿐이었다.
“딱히 특별한 버릇이나 단점도 보이지 않아. 투구 패턴도 일정하지 않고 굳이 한 가지의 특징이라면 승부처에서 공격적인 피칭을 한다는 것뿐이야.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거든. 그래서 이런 루이스의 공을 쳐내기 위해 오늘은 피칭머신으로 훈련 진행할 거야.”
“알겠습니다.”
그런 투수의 공을 쳐내기 위해 한국의 타자들은 강속구 피칭머신으로 훈련을 강행했다.
다행히 좌완 투수였기에 한국의 클린업트리오에게 커브의 위험성은 낮았다.
클린업트리오는 셋 모두 우타자였으니.
“다들 고생 많았어. 난 너희가 내일 U-15 최다 우승국인 쿠바를 꺾고 결승전에 진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결승전 상대로는 미국이 올라올 테니 오늘 밤에 미국 선수들 기록 분석해놓을게. 믿는다.”
“고생하셨습니다!”
한종혁 코치는 평소처럼 따뜻하게 선수들에게 격려를 북돋아 주었다.
아마추어 야구 전통의 강호 쿠바. 그들을 상대할 준비가 모두 끝이 났다.
***
“오셨어요? 제가 맥주랑 핫도그 사놨습니다.”
“크 역시 뭘 좀 아는구만. 야구장에서는 맥주지.”
한국과 쿠바의 4강전. 미리 멕시코에 입국한 제임스와 오늘 입국한 커너가 관객석에 자리를 잡았다.
“그래서 선수들 제의는 잘 됐어?”
“예. 아무래도 어린 선수들이고 아직 대회 진행 중이다 보니 다른 스카우터들은 제의 시작을 안 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보스가 말씀하신 웬만한 선수들은 계약에 성공했습니다.”
“미국의 마이클, 쿠바의 루이스랑은 확실히 계약서에 사인했고?”
“네. 꼭 영입해야 한다고 말했던 선수들은 최강남 선수 말고는 다 영입 성공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멕시코까지 왔잖니. 일 얘기는 이제 그만하고 일단 야구나 보자. 이게 얼마만의 아마추어 야구 직관이야.”
“알겠습니다.”
커너는 캔맥주의 넘치는 거품을 입으로 마시며 몸을 풀고 있는 최강남을 바라봤다.
***
“다들 긴장했어? 올해 한국은 정말 강한 전력이야. 쿠바가 우리보다 훨씬 약해. 구호 외치고 짓밟고 오자고.”
“한국! 한국! 한국!”
쿠바와의 4강전 당일. 정종현 감독도 상당히 긴장했는지 평소와는 다른 거친 말투를 보여줬다.
경기는 쿠바의 선공으로 시작됐다.
[안녕하십니까. 한국의 MBS 스포츠 시청자 여러분들! 오늘은 U-15 4강전 한국 대 쿠바의 경기 해설을 시작하겠습니다.]
[선발 투수로 올라온 김성환 선수는 한국의 자타공인 에이스 투수죠? 김성환 선수가 초구를 던집니다.]
“스트라이크!”
초구로 141km/h의 빠른 공. 쿠바의 1번 타자는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2구로 바깥쪽에 꽉 차는 공을 던지며 제구도 잘되는 좋은 컨디션인 모습이다.
“스트라이크 아웃!”
김성환이 멕시코에 와서 첫날부터 연습했던 커터.
여태까지 한 번도 던지지 않은 커터에 삼진을 당한 1번 타자는 당황한 표정으로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2번 타자는 초구를 건드렸고 타구는 내 쪽으로 굴러왔다.
“아웃!”
안정적으로 공을 잡아내서 1루로 던지며 아웃 카운트를 추가했다.
3번 타자는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나며 삼자범퇴로 한국이 기분 좋은 출발을 시작했다.
[쿠바의 선발 투수로는 다니엘 루이스가 올라옵니다. 굉장히 빠른 강속구 투수인데 커브와 체인지업까지 무려 세 가지의 구종을 던지는 16살 투수죠?]
[그렇습니다. 자국 내에서는 제2의 채프먼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선수입니다. 루이스의 초구는 139km/h! 역시 완급조절에도 능숙한 투수답네요.]
쿠바의 선발 투수로는 예상대로 루이스가 올라왔다.
한기우와 이승민을 맞춰 잡은 루이스는 3번 타자 박병규를 체인지업으로 삼진으로 잡아냈다.
한국의 공격도 삼자범퇴. 예상대로 4강은 투수전이 이어질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김성환 선수가 안타를 하나 맞았지만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2회 한국의 수비가 끝이 납니다.]
[2회 말 한국의 선두타자로 에이스 최강남 선수가 올라옵니다.]
“스트라이크!”
루이스가 초구를 던졌고 구속은 143km/h.
아무래도 내 타석에는 완급조절을 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일단은 큰 타구를 칠 생각을 하며 배트를 움켜쥐었다.
2구는 존으로 몰리는 공이 들어왔고 과감하게 배트를 휘둘렀다.
“스트라이크!”
하지만 상대의 공은 체인지업. 헛스윙으로 두 번째 공을 놓쳤다.
전광판에 뜬 구속은 122km/h로 포심과 무려 20km/h의 차이가 나는 공이었다.
이제 카운트는 0-2로 상당히 몰렸기에 스트라이크 존을 평소보다 넓게 의식하며 다음 공을 기다렸다.
[최강남 선수가 루이스의 포심을 밀어치며 여유롭게 1루에 안착합니다. 지금 던진 공은 상당히 빠른 구속이었죠?]
[그렇습니다. 무려 144km/h로 본인의 최고 기록과 타이기록을 던져낸 루이스입니다. 역시 제 2의 채프먼이라고 불릴만한 공을 가진 투수네요. 최강남 선수는 2구에서의 스윙과는 다르게 상당히 간결하게 결대로 쳐내며 우익수 앞 안타를 만들어냈습니다. 역시 재능이 있는 타자에요.]
욕심을 버리고 맞이한 세 번째 공에서 존으로 몰리는 포심을 쳐내며 안타를 만들었다.
더그아웃에서는 정종현 감독의 도루 사인이 나왔다.
5번 타자인 조영원은 도루 시도까지 타격을 미루며 공을 지켜볼 것이다.
포심과 체인지업은 초반에 구분이 힘들었지만 커브는 릴리즈 포인트가 살짝 달랐다.
타석에서는 잘 구분이 안 됐지만 1루 베이스에서는 확인이 훨씬 쉬울 테니, 커브를 기다리며 리드폭을 크게 가져갔다.
“세이프!”
상대 투수의 1루 견제에 베이스로 슬라이딩하며 아슬아슬하게 살아남았다.
[루이스가 최강남 선수를 상당히 의식하고 있어요. 이렇게 되면 상당히 흔들리는 투구가 나올 수 있죠.]
[최강남 선수가 달리기도 빠르지만 도루 스타트가 상당히 좋거든요. 이번 대회에서는 도루가 1개뿐이지만, 올해 국내 대회에서 8개 시도해서 모두 성공한 선수입니다.]
“스트라이크!”
루이스의 초구는 139km/h. 와인드업을 하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빠른 투구와 계속해서 1루를 흘깃거렸기에 타이밍을 잡기 까다로웠다.
하지만 초구가 스트라이크가 나왔으니, 2구에서는 어떤 공을 던지든 달려야 했다.
더 미룬다면 조영원에게 불리한 카운트가 될 수도 있으니.
세트 포지션을 취하는 루이스의 오른발이 움찔거림과 동시에 2루로 스타트를 끊었다.
“세이프!”
[최강남 선수의 도루 성공! 정말 도루 스타트가 좋았죠?]
[그렇습니다. 일반적으로 빠른 달리기가 도루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출발 타이밍과 슬라이딩이 도루 성공률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요소거든요.]
[상대는 고의로 두 번째 공을 빼면서까지 최강남 선수를 저지할 생각이었지만 도루에 성공하는 모습입니다! 노아웃 2루의 찬스를 맞이한 한국. 조영원 선수가 세 번째 공을 맞이합니다.]
조영원은 루이스의 3구를 타격했지만 타구는 2루수 정면으로 향했다.
“아웃!”
조영원은 아웃됐지만 2루에서도 리드폭을 넓게 가져가던 나는 3루에 안착했다.
1아웃 3루의 찬스. 6번 타자인 김용섭이 공을 외야로만 날려도 득점을 할 기회가 만들어졌다.
“스트라이크!”
구속은 143km/h. 김용섭은 스윙을 했지만 공은 배트에 스치지도 않았다.
예상대로 루이스는 타구를 외야로 날릴 수 없다는 듯이 와인드업 후에 전력투구를 시작했다.
3루에 있던 나는 더그아웃으로 사인을 보냈고 괜찮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루이스는 와인드업을 시작했고 나는 홈으로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루이스가 2구를 던지기 위한 와인드업을··· 어!? 최강남 선수 홈으로 달려옵니다!]
[루이스의 공을 잡아낸 포수가 왼손을 앞으로 쭉 뻗어보지만 늦었습니다! 최강남 선수는 이미 홈으로 들어오며 1:0. 대한민국이 아마추어 야구 최강 쿠바를 상대로 선취점을 가져갑니다!]
일반적으로 좌완 투수에게 2루 도루를 시도하기는 힘들다.
좌완 투수는 투구 동작 전에 1루를 보다가 공을 던지니 견제하기에 훨씬 유리하다.
하지만 3루에 주자가 있는 경우에는 정반대의 상황이 나온다.
등 뒤에 있는 주자를 견제하기는 쉽지 않다.
거기에 운도 따라줬다.
두 번째 공으로 체인지업을 던졌고 여유 있게 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물론 포심을 던졌어도 충분히 승부해볼 만한 상황이었다.
상대 투수인 루이스는 계속해서 와인드업을 하며 피칭을 했으니.
“좋은 판단이었다.”
“감사합니다.”
더그아웃으로 돌아오자 정종현 감독이 칭찬을 해주시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김용섭과 7번 타자인 안정현은 연속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경기는 1:0.
한국이 쿠바를 앞서가며 2회가 끝이 났다.
이후로 경기는 투수전이 이어졌다.
김성환은 2이닝 동안 안타를 하나 맞았지만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루이스는 3회 말 한국의 공격도 삼자범퇴로 막아내며 쿠바의 에이스임을 입증했다.
4회 말 한국의 공격. 2번 이승민이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서며 공격이 시작됐다.
내가 세 번째 타자로 들어서는 4회. 그렇기에 이승민의 역할은 상당히 중요했다.
“스트라이크 아웃!”
하지만 낙차 큰 커브에 좌타자인 이승민은 배트가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3번 타자인 박병규는 2구째로 날아온 포심을 타격했지만 아쉽게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2아웃 주자는 없는 상황에 내가 타석에 들어섰다.
“홈스틸로 선취점을 가져가다니. 데드볼 맞고 싶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되지?”
“그런 상황이 오면 너부터 죽도록 패준 다음에 마운드로 달려가서 너네 에이스도 두 번 다시는 공 못 던지게 만들어줄게.”
타석에 들어서자 쿠바의 포수 라멜이 비아냥대며 시비를 걸어왔다.
자기가 하는 말을 못 알아듣는 줄 알고 말했겠지만 쿠바가 사용하는 언어는 에스파냐어.
메이저리그에는 쿠바를 비롯해서 베네수엘라, 파나마, 도미니카 공화국 등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선수들이 많았다.
특히 MLB에 있던 시절에 가장 친하게 지냈던 선수가 베네수엘라 출신이었기에, 평범한 회화는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내 공격적인 말투를 들은 라멜은 별다른 말없이 포수석에 쪼그려 앉았고 나도 배트를 움켜쥐고 루이스의 공을 기다렸다.
[루이스를 상대로 첫 타석에서 좋은 안타를 쳐낸 최강남 선수가 두 번째 타석에서 승부를 시작합니다.]
[루이스가 던진 초구는··· 아! 이건 고의적인 빈볼이죠!]
초구로 143km/h의 포심이 내 머리 쪽으로 날아왔고 뒤쪽으로 넘어지며 공을 피했다.
배트를 옆으로 집어 던지고 내 뒤에 있는 포수에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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