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홈런왕의 탄생-22화 (2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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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 야구 (5)

지금 이 상황은 내가 한건 해줘야 되는 상황.

타석에 들어서서 배트를 움켜쥐었다.

퍼엉―!

“스트라이크!”

마운드에서 상대 투수인 김성환이 내게 초구를 던졌고 136km/h가 나왔다.

오늘 경기 최고 구속에다가 볼 끝도 가장 지저분했다.

이어서 들어오는 두 번째 공은 바깥쪽으로 살짝 빠지는 볼이었다.

그리고 들어오는 몸쪽 세 번째 공에 바로 배트를 휘둘렀다.

‘이게 무슨 중학생 공이야. 볼 끝이 진짜 더럽네.’

공은 배트에 살짝 빗맞으며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파울이 나왔다.

카운트는 이제 원 볼 투 스트라이크.

김성환은 다시 한번 스트라이크 존 한 개 차이로 빠지는 바깥쪽 볼을 던졌고, 난 배트를 휘두르지 않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5번째 공. 김성환은 바깥쪽 꽉 차는 스트라이크를 던졌고 난 그 공을 밀어쳤다.

“깡!”

히팅 포인트에 정확하게 맞춘 알루미늄 배트 소리는 언제나 청량하게 아름다운 소리였다.

공은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고 이내 우측 담장을 넘어갔다.

어느새 내 시그니처가 된 검지를 하늘에 향하는 행동을 하며, 모든 베이스를 돌아 홈으로 들어왔다.

“나이스 홈런.”

선발 투수인 이상훈이 가장 먼저 나에게 주먹을 내미는 모습이었다.

“다음 이닝도 부탁해요.”

“할 수 있는데 까지 해볼게. 부담 덜어줘서 고맙다.”

난 그런 선배에게 주먹을 맞대며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4회 말에 팽팽한 0의 균형이 내 홈런으로 깨지며 2:0으로 앞서게 되는 상우중학교였다.

김성환은 흔들리지 않고 다음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4회 말도 끝이 났다.

“민우야. 가서 몸 풀어라.”

“알겠습니다.”

유동기 감독은 홍민우를 불펜으로 보내며 5회를 맞이했다.

이렇게 되면 이상훈에게 맡겨진 마지막 이닝이었다.

첫 타자를 우익수 뜬공, 그리고 두 번째 타자의 땅볼은 내가 잡아서 처리했다.

손쉽게 2아웃을 챙겨낸 이상훈.

하지만 세 번째 타자에게 펜스를 원바운드로 직격하는 타구를 맞고 말았다.

“타임!”

유동기 감독은 마운드로 올라가서, 이상훈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투수를 교체했다.

겨우 2루타 하나에 바꾸는 모습이 누군가에겐 이상하게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5회에 들어서 계속 공이 가운데로 몰리는 모습이었기에, 좋은 타이밍의 교체였다.

마운드는 아까 불펜에서 몸을 풀던 홍민우가 이어받았다.

홍민우는 첫 타자를 삼진으로 잡으며 2아웃 2루의 위기를 무실점으로 잘 막아냈다.

5회 또 다시 마운드에 올라온 김성환은 안타를 하나 맞았지만, 좋은 피칭으로 무실점으로 호투하는 모습이었다.

홍민우는 솔로 홈런을 하나 내줬지만 다음 타자들을 범타로 잘 처리하며 스코어는 2:1.

6회 말 상우 중학교의 타선은 선두타자인 1번부터 시작했다.

거기에 송독 중학교의 투수는 이연재로 바뀌었다.

이연재는 선두 타자로 나선 전광혁에게 안타를 맞더니, 다음 타자인 오병훈에게는 데드볼을 맞췄다.

그리고 3번 타자인 박지훈이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쳐내 2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노아웃에 주자는 1, 2루. 내가 타석에 들어섰다.

상대 투수인 이연재는 초구와 두 번째 공을 도망가는 피칭을 보여줬다.

그리고 세 번째 공마저 가슴 높이까지 오는 코스의 볼이었다.

볼 3개를 연속해서 던진 상대 투수는 포수에게 글러브로 1루를 가리켰고, 고의사구로 나는 1루로 걸어 나갔다.

‘4강은 여기서 끝이네.’

노아웃 1, 2루에서 나온 타자에게 겁먹은 투수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투수들에게 있어서 자신감은 그들을 마운드에 세워주는 원동력이다.

그리고 그 원동력이 없어진다면 투수의 존재는 피칭머신과 다를 바가 없어진다.

이연재는 5번 타자로 나온 윤성진에게 2루타를 맞으며 처참하게 무너졌다.

그렇게 송독 중학교 2학년들의 도전은 4강에서 끝이 났다.

“다들 고생 많았다. 오늘은 푹 쉬고 내일은 간단한 스트레칭이랑 다음 상대인 장지 중학교 분석 영상 보여줄게.”

“고생하셨습니다!”

유동기 감독은 오늘 경기 내용이 본인의 마음에 들었는지, 웬만해서는 보이지 않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 대통령배 전국대회 우승까지 남은 경기는 단 한 경기였다.

결승 상대로는 당연히 전통의 강호라고 불리는 남양주 중학교가 올라올 것이라고 다들 예상했다.

하지만 이강현을 필두로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자랑하는 장지 중학교가 남양주의 탄탄한 수비를 뚫어내고 결승에 진출했다.

장지 중학교에는 나에게 익숙한 얼굴이 둘이나 있었다.

같이 월드시리즈를 우승한 문정 리틀야구의 박병규, 이강현이 있는 팀이었다.

그렇게 그들을 결승전에서 만나게 됐다.

***

“오늘 오전 훈련하느라 고생 많았다. 이제 밥 먹고 같이 장지 중학교 예전 영상 분석해보자.”

“알겠습니다.”

오전은 가벼운 러닝과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었다.

점심을 먹은 후 선수들은 결승전 상대 투수인 채지원의 공을 모여서 봤다.

내일 경기 선발로 나올 고영석과 투수들은 장지 중학교 타자들의 타격 영상을 감독님과 보며 분석했다.

채지원은 전형적인 우완 정통파 스타일의 투수였다.

8강전에 나와서 5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냈다.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는 아니었지만 제구력이 좋은 투수였다.

전형적인 커맨드가 좋은 맞춰 잡는 투구 내용의 영상들을 계속해서 돌려보고 있던 그때, 뭔가 다른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감독님! 잠깐 이야기 가능하실까요?”

“너네들 잠깐 그거 보고 있어 봐. 무슨 일인데?”

유동기 감독은 투수들과 함께 영상을 보다가 나와서 내게 물었다.

난 채지원의 특이한 버릇을 발견했다고 말씀드렸고, 팔짱을 끼며 묵묵히 듣고 있던 유동기가 내게 다시 되물었다.

“확실해? 주자가 있을 때 몸쪽 높은 공을 던지게 되면 몸을 조금 더 웅크려서 던지는 게?”

“네. 감독님이 주신 3경기 영상 다 봤는데 좌타자든 우타자든 몸쪽 공을 던질 때, 평소보다 와인드업 동작이 살짝 작아진 모습이었습니다.”

“음··· 지훈이랑 성진이 데리고 20분 후에 와줄래?”

“알겠습니다.”

나를 포함해서 상우 중학교의 클린업 트리오인 박지훈과 윤성진.

20분이 지나고 그들을 불러서 감독님에게 찾아갔다.

“데려왔습니다.”

“그래. 지금부터 너희한테만 중요한 이야기를 할 테니깐 잘 들어.”

상대 투수인 채지원의 영상을 유심히 보고 있던 유동기는 우리가 오자 말을 시작했다.

“강남이가 말해서 다시 보니깐 상대 투수인 채지원이 버릇이 있어. 몸쪽 높은 공을 던질 때 와인드업이 살짝 뭉개져. 평소에는 구별하기 힘든데 주자가 있을 때는 타석에서도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잘 보여.”

“몸쪽 높은 공 말입니까?”

“응. 모든 타자들에게 알려주면 상대가 눈치챌 수도 있으니 너네만 알고 있어. 오늘은 계속 채지원 투구 폼 보면서 분석하고.”

“알겠습니다.”

유동기 감독은 우리에게 채지원의 버릇을 알려주고, 다시 투수들과 함께 타자들의 영상을 분석하러 떠났다.

“와··· 진짜 미세하게 몸을 웅크리네. 강남아 너는 어떻게 알았어?”

“그냥 유심히 보다가 우연히 알게 됐어요.”

“신기하네. 근데 다른 선수들은 모르고 경기해도 괜찮을까?”

“아무래도 득점권에서 말고는 구별이 안 되기도 하고 감독님 말대로 모두가 알고 있으면, 상대가 금방 눈치채니 그게 나을 것 같아요.”

“음··· 그럼 우리들의 역할이 정말 중요해지겠네.”

모든 투수들은 자신의 버릇을 들키지 않기 위해 최대한 감춘다.

하지만 프로 선수들조차 긴장되는 상황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특정 행동이 나오곤 한다.

그래서 프로팀에는 이런 버릇을 찾아내는 전문 작전코치를 따로 두는 경우까지 있다.

그리고 이러한 플레이는 당연히 비신사적인 행동이 아니었다.

상대 팀의 사인을 훔치는 것과는 다르게 분석해서 얻어낸 결과였으니깐.

하물며 상대는 겨우 16살의 중학생 투수.

본인의 습관까지 신경 쓰며 공을 던지기에는 아직 어린 투수였다.

우리는 계속해서 채지원의 영상을 돌려보며 미묘하게 바뀌는 투구 폼을 분석했다.

***

“드디어 오늘이 결승이다. 다들 누가 최고의 팀인지 증명하고 와라.”

“알겠습니다!”

“구호 한번 외치고 가자!”

“상우! 상우! 상우!”

드디어 대통령배 전국대회 결승전 당일이 되었다.

“결승전에서 볼 줄은 몰랐네. 오늘 내 홈런 보고 감탄할 준비 됐지?”

“기대할게요. 제가 홈런 치면 같이 세리머니 해주는 거 맞죠?”

경기 시작 전에 상대 팀과의 인사 시간에 이강현이 장난을 걸어왔고 난 받아쳐 줬다.

“너랑 달리기로 등하교 할 때가 종종 그립더라.”

“나도 가끔 그때 생각하는데. 오늘 잘해보자.”

그리고 2년 만에 보는 박병규와도 반갑게 인사를 했다.

“플레이 볼!”

경기는 도전자로 나선 장지 중학교의 선공으로 시작됐다.

오늘 상우 중학교의 선발로 고영석이 마운드에 올라왔다.

고영석의 초구는 133km/h. 컨디션이 나쁘지 않아 보였다.

상대의 1번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2번 타자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그리고 타석에 들어서는 3번 타자 박병규. 고영석의 2구를 타격했고 공은 2유간으로 빠질만한 코스였다.

하지만 자세를 낮추고 좌우로 몸을 흔들며 타구를 기다리던 나는 바로 왼쪽으로 슬라이딩을 해서 공을 잡아냈고, 1루로 던져 아웃을 만들어냈다.

“나이스 수비!”

투수인 고영석은 고맙다는 표시로 글러브를 갖다 댔고 난 글러브를 맞부딪치며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상대 선발 투수는 예상대로 채지원이었다.

초구는 131km/h. 1번 타자인 전광혁을 상대로 초구부터 몸쪽으로 공을 던지며, 공격적인 피칭을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전광혁은 3구를 타격했지만 아쉽게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2번 타자인 오병훈은 5구까지의 끈질긴 승부 끝에 6구로 들어온 살짝 몰린 공을 쳐 내며 1루에 살아나갔다.

다음으로는 3번 타자인 박지훈이 타석에 들어섰고 유동기 감독은 번트 사인을 냈다.

박지훈은 3루수 방향으로 희생번트를 쳐서 아웃됐고 주자는 여유롭게 2루로 안착했다.

2아웃에 주자는 2루. 득점권 상황에서 내가 타석에 올라왔다.

“스트라이크!”

상대는 초구로 바깥쪽에 꽉 차는 직구를 던졌다.

구속은 135km/h. 오늘 경기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모습이었다.

두 번째 공은 살짝 높은 공이 들어왔고 난 배트를 휘두르지 않았다.

채지원의 세 번째 와인드업. 아까보다 조금 웅크린 동작을 보여줬다.

‘몸쪽 높은 공.’

난 그 자세를 보고 몸쪽 높은 공을 칠 준비를 하며 배트를 움켜쥐었다.

예상대로 세 번째 공은 몸쪽 꽉 차는 공이 날아왔고 난 그대로 힘껏 당겨쳤다.

내 타구는 쭉쭉 뻗어나갔고 좌익수는 따라가다가 이내 포기하고 공을 바라봤다.

좌중간 담장을 훌쩍 넘기는 홈런.

오른손 검지를 하늘로 가리키며 베이스를 돌아 홈으로 들어왔다.

“나이스 홈런!”

먼저 들어온 2루 주자인 오병훈이 양손을 번쩍 들었고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잘했다. 좋은 타격이었어.”

더그아웃에 들어오자 유동기 감독이 내 어깨를 두드려주며 칭찬해주셨다.

이렇게 상우 중학교가 1회부터 2:0의 리드를 가져가며 경기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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