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홈런왕의 탄생-17화 (17/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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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야구 월드시리즈 (9)

이강현이 1루로 살아나가며 1회 말 2아웃에 내가 타석에 들어섰다.

상대의 선발 투수는 우완 사이드암.

우타자가 우완 사이드암을 까다로워하는 이유는 몸쪽 슬라이더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는 리틀야구다. 그러므로 적어도 내가 까다로워하는 슬라이더는 없다.

편안한 마음으로 초구를 지켜봤다.

존에서 공 두 개는 빠지는 바깥쪽 볼을 날리는 상대 투수였다.

“스트라이크!”

2구 역시 존에서 공 반개는 빠지는 코스였지만, 이번 심판은 바깥쪽 판정이 후한 편이었다.

3구로는 방금 코스보다 살짝 빠진 공을 던지며 도망가는 피칭을 보여줬다.

그리고 4구로 살짝 존 안으로 몰린 공이 들어왔고 난 그대로 배트를 휘둘렀다.

배트 정중앙에 맞혀낸 타구는 쭉쭉 날아가는 모습.

공은 그대로 우중간 담장을 넘어갔고, 내 투런포로 2:0으로 앞서며 시작하는 한국이었다.

***

“안녕하세요! 한국의 시청자 여러분들. 오늘은 리틀야구 월드시리즈 결승전에 진출한 한국과 미국의 경기를 중계해드리겠습니다. 캐스터를 맡은 박성진.”

“해설위원 최규혁입니다. 한국이 결승전에 진출한 지··· 10년이 넘었거든요. 저도 해설위원을 한 지 벌써 10년 가까이 되어 가는데 리틀야구 중계는 처음이네요.”

한국 대표 팀의 20년 만의 우승 도전에 힘입어서 MBS 스포츠는 독점 중계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프로야구 대신 리틀야구를 송출하고 메인 해설진까지 데려온 모습이었다.

“그래도 한국 대표 팀이 미국을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그렇습니다. 비록 김성환 선수가 3회에 2점짜리 홈런을 맞았지만 2실점으로 4회까지 잘 버텨줬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최강남 선수를 많이 견제하는 모습을 보여주네요.”

“최강남 선수의 예선 7경기에서 홈런이 무려 7개입니다. 오늘도 한 개의 홈런을 때려냈고요. 그러다 보니 2번째 타석에서는 사실상 고의사구로 볼넷으로 1루에 진출했거든요? 한국이 이기기 위해서는 최강남 선수가 타석에 들어서기 전에, 주자가 나가서 상대 투수에게 압박을 줘야 합니다.”

“네. 5회 말 2:2. 다시 1번 타자부터 공격을 시작하는 한국 대표 팀입니다.”

한승원 감독과 김민수 코치의 훈련 덕분이었는지 매회 주자가 나가는 한국.

하지만 아쉽게 루상의 주자들을 홈으로 불러들이는 데는 계속 실패했다.

그리고 5회 말 선두 타자부터 다시 한번 공격의 기회를 얻게 된 한국이었다.

***

이번에 한 명의 타자만 살아나가면 나에게 기회가 다시 찾아온다.

비록 3회 말에 찾아온 2번째 타석에서는 1아웃에 주자가 없는 상태로 타석에 들어섰기에,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1루로 걸어 나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음 타자인 박병규가 안타를 치며 본인의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줬기에 주자가 있다면 더 이상 날 거를 수만은 없을 것이다.

1번 타자인 전하성은 좋은 타격을 보여줬지만 아쉽게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하지만 2번 타자인 선중필이 좌중간을 가르는 장타를 쳐주며 2루에 안착했다.

상대 투수는 흔들렸는지 실투를 던지기 시작했고 3번인 이강현은 볼을 잘 골라내며 볼넷으로 1루로 걸어갔다.

“타임!”

그리고 상대 투수가 교체됐다.

바뀐 투수는 118km/h의 공을 던지는 좌완 투수였다.

초구를 지켜본 나는 몸쪽으로 오는 두 번째 공을 깔끔하게 타격했고 내 타구는 좌익수 앞에 떨어졌다.

2루 주자 선중필은 3루를 지나 홈으로 들어왔다.

상대 좌익수는 홈 승부를 강행했고 그 기회를 틈타서 이강현은 3루까지 안전하게 도착한 모습이었다.

[최강남 선수! 역시 해결사다운 모습입니다. 중요한 상황에 또 한 번 적시타를 때려주며 한국이 다시 미국을 앞서고 있습니다!]

[거기다가 홈 승부가 펼쳐지는 틈을 타서 1루 주자 이강현 선수까지 3루에 도달했거든요? 이렇게 되면 1아웃 1, 3루에 계속해서 득점권 찬스를 이어가는 한국입니다!]

다음 타자인 5번 박병규는 큼지막한 중견수 플라이를 쳤고 그 타구로 이강현마저 홈으로 들어오며 4:2의 스코어가 되었다.

아쉽게 추가 득점은 없었지만 이제 남은 건 6회 초의 수비뿐이었다.

5회에 김성환과 교체된 유상현은 6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왔다.

초구로 가운데로 몰리는 실투를 던졌고 상대 타자는 놓치지 않고 바로 타격했다.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성 타구였지만 조금 뒤에서 수비하고 있던 나는 타격과 동시에 공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타구 방향으로 날아서 글러브를 낀 왼손을 쭉 뻗었다.

쓰러진 나는 글러브를 바라봤고 공은 그 안에 얌전히 있었다.

“아웃!”

공을 보여주니 심판은 바로 아웃을 외쳤다.

[6회에도 이어지는 엄청난 수비! 최강남 선수가 리버스 캐치로 중요한 아웃카운트를 잡아줍니다. 이제 한국의 우승까지 남은 아웃카운트는 단 두 개입니다!]

[저 선수가 아직까지 이번 대회 실책이 하나도 없거든요? 한국의 예선 전승은 저 선수의 글러브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흐아!”

유상현은 내 수비를 보며 기합을 질렀다.

하지만 다음 타자에게도 두 번째 투구가 가운데로 몰리며 솔로 홈런을 맞아버렸다.

아직까지는 괜찮다. 한국이 4:3으로 이기고 있는 상황이니.

하지만 유상현은 그 다음 타자에게도 안타를 맞았고 결국 한승원 감독이 타임을 외치고 마운드로 올라왔다.

[아··· 유상현 선수 흔들리는 모습이네요.]

[괜찮습니다. 다음 투수로 올라오는 이태환 선수. 저 선수는 호주와 네덜란드에서도 위기상황에서 무실점으로 막아냈거든요. 강심장을 가진 투수입니다.]

1아웃 1루에 마운드로 올라온 이태환. 첫 타자를 땅볼로 잡아내며 2아웃 2루가 되었다.

[한국! 이제 우승까지 남은 카운트는 단 하나입니다!]

이태환은 마운드에서 와인드업을 시작했고 두 개의 공 모두 스트라이크 바깥쪽에 꽂히며 카운트를 유리하게 잡아냈다.

이어지는 세 번째 투구. 어쩌면 이번 경기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공이 이태환의 손을 떠났다.

하지만 공은 야속하게도 정중앙으로 몰렸고 타자는 과감하게 배트를 휘둘렀다.

‘망했다.’

상대의 타구는 내 키를 훨씬 넘어 외야로 쭉쭉 뻗어나갔다.

4:3의 상황이기에 저 공이 담장을 넘어가면 역전이 된다.

다행히 공은 펜스 상단을 맞으며 떨어졌고 타자는 2루까지, 주자는 홈으로 들어오며 동점을 허용했다.

“타임!”

2아웃 2루에 4:4. 또다시 한승원 감독은 마운드로 올라왔다.

“강남아 이번에 던져줄 수 있겠니?”

“물론이죠. 제가 위기 때 올려달라고 했었잖아요.”

“부탁한다. 다른 투수들 컨디션이 오늘 영 아니기도 하고··· 긴장했는지 많이 굳어있더라고. 지금은 너밖에 없네.”

그렇게 이태환에게 마운드를 넘겨받은 나는 연습구를 던지며 어깨를 풀기 시작했다.

[네. 지금 바뀌는 투수가 유격수를 보고 있던 최강남 선수죠?]

[월드시리즈에서 선발 등판 경험은 없지만 전국대회 기록은 있네요. 6이닝 무실점의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지막 연습구를 있는 힘껏 던졌고 포수에게 공을 받으며 전광판을 확인했다.

구속은 119km/h. 확실히 예전에 비해 많이 속도가 오른 모습이었다.

그렇게 6회 초 2아웃 2루의 상황에서 경기가 재개됐다.

초구를 상대 몸 쪽 스트라이크로 잡은 나는 두 번째 공을 바깥쪽으로 던졌다.

상대 타자는 타격했지만 공은 멀리 뻗지 못하고 중견수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갔다.

위험했지만 다행히 동점으로 6회 초 수비를 막아냈다.

한국의 6회 말 공격은 하위 타선인 7번 염정인부터 시작했다.

앞의 두 명의 타자가 아웃당하고 9번인 김동훈이 안타를 때려냈다.

하지만 전하성이 땅볼을 치며 6회 말 공격도 끝이 났다.

[이렇게 되면 연장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한국 대표 팀!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경기는 원점에서 지금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다시 글러브를 집어 들고 마운드로 올라갔다.

상대의 첫 번째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내고 두 번째 타자는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세 번째 타자에게 비록 안타를 맞았지만, 마지막 타자를 3루수 땅볼로 잡아냈다.

이렇게 7회 초도 무실점으로 잘 막아내면서 7회 말 한국의 공격이 다시 찾아왔다.

이번 공격은 2번부터 시작하기에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좋은 찬스였다.

선두 타자로 나선 2번 선중필은 바뀐 좌완 투수에게 삼진을 당하며 아쉽게 물러났다.

3번 타자인 이강현은 평소보다 홈 플레이트로 붙어서 타격에 임했다.

어떻게든 맞아서라도 나에게 기회를 주려는 플레이였다.

4구째에 상대 투수의 실투를 완벽하게 밀어쳤지만 아쉽게 3루수 직선타로 아웃되고 말았다.

그렇게 2아웃에 주자 없이 내가 다시 타석에 올라왔다.

상대 투수는 도망가는 피칭을 보여줬다.

초구와 두 번째 공을 스트라이크 존에서 공 하나정도 빠지더니, 마지막 세 번째 공은 두 개는 빠지는 볼을 던졌다.

나는 이 세 개의 공을 지켜만 봤다.

거기다가 스윙하려는 모션조차 취하지 않았다.

웬만하면 미국 대표 팀은 나와의 승부를 꺼릴 것이다.

그렇기에 여기서 방법은 단 하나밖에 없다.

상대측에서 대놓고 고의사구를 하지 않는다면 방심한 마지막 4번째 공을 건드리는 것이다.

그렇게 상대 투수는 4번째 공을 던지기 위해 와인드업을 시작했고 난 평소보다 조금 더 스트라이크 존에 붙었다.

투수의 공은 스트라이크 존에서 한 개 정도 빠지는 볼.

하지만 지금 내 상황에서는 이 공도 감지덕지다.

“깡!”

난 배트를 휘둘렀고 공은 여태껏 밀어친 그 어느 공보다도 청량한 소리를 내며 포물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어?! 큽니다! 커요! 공 쭉쭉 뻗어서!!! 담장을 넘어갑니다!!!!!]

공은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겼고 난 오른손을 번쩍 들며 베이스를 돌기 시작했다.

물론 검지는 핀 채로.

[홈런! 최강남 선수가 끝내기 홈런을 치며 한국에게 리틀야구 월드시리즈 우승컵을 21년 만에 안겨줍니다!!!]

[정말 드라마 같은 장면이 나왔습니다! 최강남의 연장전 7회 말 끝내기 홈런!]

모든 선수들은 더그아웃에서 물병을 하나씩 손에 쥐고 홈으로 뛰쳐나오는 모습이었다.

“최강남! 넌 최고야!”

“나이스! 우승이다!”

그리고 홈 플레이트를 밟자마자 그들의 손에 있던 물이 전부 내 머리로 쏟아졌다.

“흐아아!”

난 내 머리로 쏟아지는 물들을 맞으며 포효했다.

30초는 되는 시간 동안 선수들과 서로 얼싸안으며 이 순간을 충분히 만끽했다.

“감독님!”

“아이고!”

그리고 나와 이강현을 필두로 감독님에게 헹가래를 해드렸다.

그 다음 코치와 나를 포함한 몇 명의 선수까지 헹가래를 마치고 나서야 흥분이 가라앉았다.

경기 MVP는 내가 받게 되었다.

이 경기는 지상파인 MBS에 생중계 되었기에 난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영광까지 누릴 수 있었다.

이렇게 한국 리틀야구 대표 팀이 전 세계의 최강 팀들을 모조리 꺾고 정상에 우뚝 서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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