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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야구 월드시리즈 (7)
[리틀야구 한국 대표 팀 벤치 클리어링 소동 끝에 경기 승리]
― 한국 대표 팀이 리틀야구 월드시리즈에서 대만을 상대로 예선전에 승리하며 4연승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4회 초 한국의 ··· (중략)
― 와 라이트훅 제대로 갈겼네 ㅋㅋㅋ
ㄴ 저게 벤클이지 보고 배워라 KBO!
ㄴ ㅇㅈ 맨날 싸우는 시늉만 하다 더그아웃으로 돌아오잖아
― 4승 0패네? 8팀 중 몇 팀이 본선 올라가는데?
ㄴ 한 팀만 올라감 그래서 미국 그룹 1위 팀이랑 최종 결승전으로 우승자 결정
ㄴ 와 예선 통과를 뭐 그리 빡세게 해놨냐 애기들인데
ㄴ 그러니깐 그렇게 해놨지 경기 많이 뛰면 애기들이 체력적으로 얼마나 힘들겠냐
― 생각보다 경기 내용도 볼만하네 난 다음 경기부터 꼭 챙겨본다
ㄴ ㅇㅈ 이 정도면 결승 갈만할 듯
ㄴ 나도 챙겨본다 ㅋㅋㅋ 이게 야구지
대만과의 경기가 하루 지난 다음 날 한국에서는 어제의 경기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한승원 감독은 스마트폰으로 기사와 댓글을 읽으며 한숨을 쉬었다.
재밌다거나 흥미롭다는 댓글이 대부분이었지만 본인의 사정은 달랐다.
다행히도 상대가 먼저 원인을 만들었고 토너먼트 대회라는 이유로 출장정지 징계를 받지는 않았다.
하지만 국제대회에서 난투극이라니. 최소한 시말서라도 쓸 각오를 하고 있는 한승원이었다.
“하··· 씨발.”
그때 한승원 감독의 휴대폰에 ‘협회’라는 두 글자가 떴다.
그걸 본 한승원은 욕부터 나왔지만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예. 죄송···”
“한감독! 선수들은 어때? 괜찮아?”
“예. 다친 선수는 따로 없습니다.”
“휴··· 다행이네. 여론이 한국 리틀야구 경기에 대해서 상당히 좋아. 추가 지원금 3천 보냈으니 애들한테 투자하는 거 아끼지 말고.”
“아······. 예. 감사합니다.”
“그래. 국민들이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네. 나도 좋은 소식 기다리겠네.”
“알겠습니다.”
안 좋은 소리라도 엄청 들을 줄 알았는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협회였다.
거기다가 그렇게 추가 지원금이 필요하다고 할 때는 듣는 시늉도 않더니, 갑자기 3천만 원이나 지원해 주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그렇게 나 몰라라 무시하더니 우리가 좋은 결과 내고 있으니 이제 와서 숟가락 얹으려고 하는구만.’
하지만 예전보다 관심을 가져주는 협회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되면 재계약 관련한 문제도 훨씬 간단하게 해결될 것이다.
대만 경기가 끝난 다음 날부터는 선수들에게 훨씬 좋은 복지를 제공했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무료 식사와 비교도 안 되는 질 좋은 음식을 먹였고 훈련 장비를 몇 개 더 추가했다.
김민수 코치에게도 이 말을 전해줬더니 더욱 파이팅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이제 한승원 감독과 김민수 코치는 다음 경기만 신경 쓰면 되는 상황이기에, 다른 잡생각 없이 경기에만 임할 수 있게 되었다.
거기다가 다음 상대는 비교적 약체라고 불리는 네덜란드와 캐나다였다.
내일 경기를 위해 오늘은 간단하게 훈련을 지시하는 한승원 감독이었다.
그리고 네덜란드와의 경기 날이 되었다.
대만과의 경기에서 에이스로 불리는 김성환과 유상현은 경기를 뛰었기에, 오늘은 2번째 경기인 호주전 이후로 뛴 적이 없는 이태환을 마운드로 올렸다.
이태환은 4이닝을 2실점으로 무난하게 버텨줬다.
타선은 초반부터 폭발했고 네덜란드의 선발 투수를 3회에 끌어내렸다.
경기는 5회 초에 5:2. 두 번째 투수로는 정승준이 마운드에 올라왔다.
정승준은 무난하게 2이닝을 2실점으로 막아내며 본인의 역할을 보여줬다.
이후로도 한국의 타선은 계속해서 점수를 내주며 격차를 계속 벌렸다.
최종 스코어는 8:4. 네덜란드를 잡으며 5연승을 이어가는 한국 대표 팀이었다.
이어진 6번째 경기는 캐나다.
모든 선수들에게 피칭머신으로 타격 훈련을 지시해서인지 선수들은 물 오른 타격감을 자랑하고 있었다.
한승원 감독은 캐나다와의 경기에서 선발로 강지헌을 마운드에 올렸다.
강지헌은 4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내는 호투를 보여줬고 타선은 무려 10점을 득점했다.
경기는 10:1로 한국의 승리.
콜드 게임으로 경기가 끝났기에 다른 투수들은 체력을 아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대망의 마지막 경기인 인터내셔널 그룹의 최강자. 일본과의 경기만이 남아있었다.
“우리는 6승 0패이고 일본은 5승 1패야. 만약 우리가 오늘 경기에서 진다면 내일 조 1위를 가리기 위한 재경기를 해야겠지. 하지만 우리는 당당하게 조 1위로 결승에 진출하자!”
“네! 알겠습니다!”
한국이 강팀이라 불리는 멕시코와 대만을 잡아낼 수 있던 건 투수들의 몫도 컸다.
특히 그 중에서 김성환과 유상현의 몫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 투수들을 오늘 마운드에 올려서 경기에 진다면 내일은 다른 투수들로 경기를 치러야 한다.
그렇게 되면 일본을 잡을 수 있는 확률이 더 떨어지기에, 사실상 오늘이 일본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타이밍이기도 했다.
하지만 선수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할 수는 없기에 한승원 감독이 할 수 있는 일은 사기를 북돋워 주는 법밖에 없었다.
그렇게 인터내셔널 그룹 최강 팀인 일본과의 경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
드디어 일본과의 경기 날이 되었다.
앞서 치러진 2경기인 네덜란드와 캐나다의 경기에서 난 홈런을 하나씩 더 추가했다.
이로써 6경기에서 6홈런을 기록하는 중이었다.
그러므로 이번 경기에서 일본은 나에 대한 견제가 상당할 것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오늘 경기에서 나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다.
경기는 한국의 선공으로 시작됐다.
일본의 선발 투수는 마운드에서 힘차게 공을 뿌렸다.
초구는 121km/h. 미국과 비등한 리틀야구 강국다운 투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1번 타자로 나선 전하성은 3구에 배트를 휘둘렀지만 공을 맞춰내지 못하고 삼진으로 물러났다.
2번 타자인 선중필은 초구를 타격했지만 공이 2루수 정면으로 향하며 땅볼 아웃.
그래도 훈련 덕분인지 우리 팀의 타자들은 상대 투수의 강속구에도 기죽지 않고 열심히 싸우는 모습이었다.
3번 타자인 이강현은 끈질긴 승부 끝에 6구에서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치며 1루로 살아나갔다.
2아웃 주자 1루에 내가 타석에 들어섰다.
“스트라이크!”
상대 선발 투수는 초구로 바깥쪽 스트라이크를 던졌다.
구속은 123km/h. 오늘 던진 공들 중 가장 빠른 공이었다.
이후로 계속해서 바깥쪽의 낮은 공들을 던지는 모습이었다.
2개는 살짝 존에서 벗어나고 한 개는 들어오면서 카운트는 2볼 2스트라이크.
5구 역시 같은 코스인 바깥쪽 낮은 공을 던졌고 난 그대로 밀어 쳤다.
내가 받아친 공은 1루수 키를 넘겨서 라인드라이브성 타구가 되었고 이강현은 3루까지 나는 2루에 안착했다.
그리고 다음 타자인 박병규가 초구를 그대로 받아쳐서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만들어냈다.
이강현은 여유 있게 홈으로 들어왔고 난 3루를 돌아서 홈으로 질주했다.
투수의 와인드업과 동시에 빠르게 스타트를 끊었기에 충분히 홈 승부를 해볼 만했다.
상대 좌익수는 홈 보살을 위해 공을 잡자마자 바로 송구하는 모습이었다.
포수가 공을 잡음과 동시에 태그를 위해 미트를 갖다 댔고 난 훅 슬라이딩을 했다.
내 발이 홈 플레이트에 닿자마자 포수의 미트가 내 다리를 건드렸다.
“세이프!”
난 아슬아슬하게 홈으로 들어왔고 한국이 2:0으로 일본을 상대로 앞서가기 시작했다.
다음 타자인 6번 타자 김성환이 아쉽게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나쁘지 않은 1회 초 공격이었다.
“홈런 안쳐도 내가 점수 낼 테니까 부담 갖지 마. 방금 내 안타 봤지?”
“내 슬라이딩이 컸지. 그래도 이번에 진짜 잘 치긴 했다. 다음에도 그렇게 쳐줘.”
“당연하지. 나 한국 국가대표 5번 타자야.”
공격이 끝나고 수비를 하러 그라운드에 올라가며 너스레를 떠는 박병규였다.
부담은 갖지 않았지만 그래도 내가 이번 경기에서 좋은 플레이를 보여줘 선수들의 부담감을 줄여주고 싶긴 했다.
그것이야말로 4번 타자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플레이니깐.
1회 말, 김성환이 마운드에 올라왔다.
거칠게 뿌린 초구는 120km/h. 상당히 컨디션이 좋아 보였다.
순식간에 1번 타자와 2번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그리고 맞이한 일본의 3번 타자 유우이치가 타석에 들어섰다.
이강현과 비슷할 정도로 엄청난 거구의 체형, 적어도 180cm는 되어 보였다.
“스트라이크!”
초구는 바깥쪽 스트라이크로 잘 잡아냈다.
이어서 2구는 몸쪽으로 던졌고 그대로 담장을 넘겨버리는 유우이치.
김성환은 월드시리즈 첫 피홈런을 가장 중요한 시기에 맞아버리고 말았다.
당황할 법도 했지만 4번 타자를 바로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1회를 마무리했다.
이후로는 투수전이 계속 됐다.
4회까지 양 팀 모두 점수를 내지 못했고 내 두 번째 타석은 스트라이크가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 볼넷.
사실상 고의사구나 다름이 없었다.
내가 타석에 들어섰을 때 주자가 없는 경우에는 이런 타석들이 점점 많아졌다.
아쉽게도 내 뒤의 타자들은 안타를 때려내지 못해 난 홈에 들어오지 못했다.
김성환은 유우이치를 두 번째 타석에서 삼진으로 잡아내며 1회 솔로 홈런의 아쉬움을 만회했다.
4회까지 2:1의 균형이 계속되며 양 팀의 선발 투수가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5회 초 한국의 공격은 두 명의 타자가 안타로 살아나갔지만 이후 삼진이 계속되며 잔루 1, 2루로 끝났다.
“흐아!”
5회 말에는 마운드에 유상현이 올라와 삼자범퇴로 마무리했다.
마지막 타자에게 삼진을 잡아내고 기합을 지르는 파이팅까지 보여줬다.
경기는 어느덧 6회. 6회 초 한국의 공격은 선두 타자인 1번부터 시작했다.
1번 타자인 전하성이 상대 투수의 2구를 타격해서 우익수 앞 안타로 살아나갔다.
2번인 선중필은 평소 같았으면 번트를 댔겠지만, 이번에는 타격을 지시하는 한승원 감독의 사인을 보고 배트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안타를 치며 한승원 감독의 기대를 제대로 보답해줬다.
상대 투수인 타케루는 연이은 안타에 당황했는지 3번 타자인 이강현의 허벅지를 맞추는 실투를 던졌다.
그렇게 노아웃 만루에 내 타석이 찾아왔다.
“타이므!”
그때 상대 감독이 타임을 외쳤고 일본의 투수가 교체되었다.
상대 투수로는 아까 솔로 홈런을 친 1루수 유우이치가 올라왔다.
좌완으로 연습구를 던지기 시작했고 전광판에 구속은 115km/h가 찍혔다.
5개를 던진 후 심판은 게임을 진행시켰고 난 타석에 들어섰다.
꽤 빠른 공을 던지긴 했지만 잘 던지는 투수는 아닐 것이다.
그랬다면 1루수가 아닌 두 번째 투수로 나왔을 테니.
초구는 바깥쪽으로 상당히 빠지는 볼이었다.
구속은 116km/h. 속도도 별로 빠르지 않았고 무브먼트가 훌륭한 공도 아니었다.
“스트라이크!”
2구는 스트라이크로 들어왔지만 바깥쪽에 꽉 차는 공이었다.
아직은 카운트가 여유가 있으니 굳이 스윙을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3구는 가운데로 살짝 몰린 바깥쪽 공이 날아왔고 망설임 없이 배트를 휘둘렀다.
배트에 공이 맞자마자 돌아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이는 상대 투수인 유우이치.
한국이 인터내셔널 그룹 1위로 결승 진출을 확정짓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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