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홈런왕의 탄생-14화 (14/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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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야구 월드시리즈 (6)

“오늘 경기 뛰느라 고생이 많았다. 오늘은 햄버거 사 왔으니깐 저녁으로 다들 그거 먹도록 하고.”

“감사합니다! 햄버거!”

행복해하는 박병규의 표정을 보고 한승원 감독은 미소를 지었다.

이 호텔을 빌리기 위해 협회에서 모든 지원금을 끌어냈기에, 따로 간식까지 사 먹일 지원비는 없었다.

하지만 이제 고작 13살짜리 어린이들 아닌가.

본인의 얼마 안 되는 월급. 즉 사비까지 털어서 간식을 사주는데 잘 먹는 모습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순식간에 햄버거를 먹어치운 박병규. 그리고 대부분의 선수들도 거의 다 먹어가니 한승원 감독은 입을 열었다.

“내일은 전 인원 피칭머신 타격 연습할 거야. 상대인 도미니카는 1, 2경기에서 타격 위주로 경기를 이겼거든.”

3경기 상대인 도미니카 공화국.

인구는 1000만 명의 작은 나라였지만 야구에 대한 사랑은 둘째가라면 서러운 야구에 죽고 야구에 산다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또한 야구의 본 고장인 미국 다음으로 메이저리그 선수가 많았다.

3위인 베네수엘라는 도미니카 공화국보다 인구가 3배나 많았지만, 메이저리그를 보낸 선수로는 절반을 겨우 넘는 수준이었다.

그런 나라답게 유소년 야구에 대한 관심도 많고 투자도 많았다.

결국 이 선수들이 메이저리그로 나가는 선수들이 될 테니.

비록 1, 2차전 상대는 비교적 약한 팀인 네덜란드와 캐나다였지만 두 팀 모두 압도적인 점수 차로 승리하였다.

투수진은 그리 특별할 게 없었지만 도미니카 공화국의 최대 장점은 타자들이었다.

벌써 미국의 여러 중학교에서 스카우트를 위한 접촉이 있다는 소문까지 들려왔으니.

거기다가 김성환은 다음 경기인 대만에 선발로 내보내야 한다.

다행히 도미니카 공화국은 1, 2경기에 좌완 투수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므로 한국 팀에서 유일한 좌완인 강지헌을 올리는 게 최선의 선택이었다.

다음 날 한승원 감독은 예정대로 모든 선수들에게 피칭머신으로 타격 훈련을 지시했다.

그렇게 도미니카 공화국과의 경기 날이 다가왔다.

“감독님. 그럼 다음 투수로는 누구를 올리면 될까요?”

“일단 성환이랑 상현이는 대만이랑 경기할 때 올려야 되니깐 승준이로 버텨보자.”

“예. 그러면 지헌이는 웬만하면 안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웬만하면 계획대로 가보자고.”

“예. 알겠습니다.”

도미니카 공화국과의 선발 투수로는 강지헌이 올라왔다.

강지헌은 4이닝 4실점을 하였지만 우리 타선도 함께 터져줬다.

난타전이 계속되었고 경기는 5회에 5:4. 한국이 한 점 앞서고 있었다.

그렇게 원아웃 만루 오늘 세 번째 타석을 올라오게 된 최강남.

‘제발 이번에 큰 거 하나만 쳐주라.’

한승원 감독은 타석으로 걸어가는 최강남을 보고 생각했다.

오늘 2타점을 올렸던 최강남이었지만 아직 홈런은 나오지 않았다.

물론 최강남에 대한 상대의 견제가 점점 커진 것도 한몫하기는 했다.

첫 타석에는 아예 고의사구로 1루에 출루했으니.

하지만 이제 고의사구를 하면 바로 1점을 잃는 도미니카 공화국.

이제는 무조건 승부할 타이밍이 되었다.

***

나에 대한 정보가 상대 팀들에게도 전부 전달되었을 것이다.

그 예시로 저번 경기부터는 좋은 코스에 공이 거의 오지 않았다.

하지만 원아웃 만루의 찬스. 외야로 공을 날리기만 해도 1점을 얻을 기회다.

난 배트를 꽉 쥐고 타석에 들어섰다.

상대의 초구는 역시나 바깥쪽으로 던지는 볼.

나도 투수를 해봤던 입장이기에 누구보다 잘 안다.

만루에서 투수가 가장 걱정하는 건 안타도 홈런도 아닌 볼넷. 밀어내기에 대한 부담감이 클 것이다.

상대의 두 번째 공은 또 한 번 바깥쪽으로 빠지는 볼이었다.

이렇게 되면 볼넷에 대한 부담감이 머릿속을 꽉 채울 것이다.

더군다나 상대는 고작 13살짜리 어린아이.

볼넷을 의식하기라도 했는지 상대의 3번째 공은 스트라이크 존 한가운데로 몰렸다.

그리고 난 그 공에 배트를 과감하게 휘둘렀다.

중견수는 내 타구를 쫓다가 이내 포기하는 모습. 큼지막한 만루 홈런을 때려냈다.

이렇게 치열했던 도미니카 공화국과의 경기도 끝이 보였다.

도미니카 공화국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지만 점수차이가 너무나 벌어진 상황.

결국 경기는 10:6으로 한국의 승리했다.

MVP는 만루 홈런을 때려낸 내가 받게 되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다시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다.

“감독님. 강남이도 인터뷰 끝나고 왔습니다.”

“그래. 그러면 이제 이야기 시작할게.”

한승원 감독은 내가 도착하자 바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국이 이번에 예선 1위를 하고 결승으로 가려면 반드시 이겨야 할 상대가 둘 남았어. 일본이랑 대만. 다들 알지?”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건 대만과 일본에게도 마찬가지야. 우리가 3승 0패로 현재 공동 1위니깐. 특히 대만은 공격적인 플레이들이 많이 나와.”

한승원 감독의 말에 의하면 대만은 리틀야구 팀 중에서 벤치클리어링이 가장 많이 나오는 팀이다.

“우리가 결승에 가려면 모두 다치면 안 돼. 내일 혹시나 대만이 위험한 플레이를 해도 되도록 참아보자.”

“알겠습니다!”

그렇게 길었던 하루가 끝이 났다.

다음 날에는 평소보다 비교적 약한 강도의 훈련을 했다.

아무래도 다음 날이 중요한 경기이니 컨디션을 관리해주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대만과의 경기 당일이 되었다.

대만의 선공으로 경기가 시작됐다.

우리는 선발 투수로 대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투수 중 한 명인 김성환이 올라왔다.

김성환은 초구부터 118km/h의 강속구를 던지며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비록 3번 타자 리덩후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4번 타자를 다시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1회 초를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그때 안타를 치고 나간 대만의 3번 타자 리덩후가 1루수인 이강현의 어깨를 강하게 밀쳤다.

그걸 본 심판이 제지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무슨 일이야?”

“아니 쟤가 투수 공 던지기도 전에 자꾸 베이스에서 발 떼길래 심판한테 Lead!라고 하니깐 갑자기 밀치잖아.”

“음··· 어쩔 수 없네. 일단 우리 공격 준비하자.”

리틀야구에서는 투수가 와인드업을 취하기 전에는 리드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대만의 선수가 룰을 어겼기에 잠깐 소란이 일어났다.

그리고 1회 말, 상대의 마운드에는 3번 타자였던 리덩후가 올라왔다.

초구는 120km/h. 상당히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였다.

1번 전하성과 2번 선중필을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터프한 투구를 보여줬다.

그리고 타석에 들어서는 3번 타자 이강현.

그에게 초구부터 허벅지 쪽으로 공을 던졌고 이강현은 피하지 못했다.

“히트 바이 피치!”

흥분한 한승원 감독이 경기장으로 올라가 심판에게 항의했지만, 구두 경고로 끝이 났다.

그렇게 2아웃 1루에 내가 타석에 들어섰다.

이 투수 역시 나에 대한 기록 분석을 했는지 초구를 살짝 빠지는 공을 던졌다.

빠르기는 했지만 못 칠 정도의 공은 아니었다.

2구는 몸 쪽으로 꽉 차는 공이 날아왔고 난 그대로 허리에 힘을 실어서 당겨 쳤다.

좌중간으로 쭉쭉 뻗는 타구는 담장을 넘어갔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했고 난 1루로 뛰지 않았다.

3초 정도 상대 투수를 노려보고 거칠게 상대의 더그아웃인 3루 쪽으로 방망이를 집어 던졌다.

메이저리그의 광팬들이라면 어디선가 봤을 법한 플레이.

마치 ALDS 5차전 토론토의 호세 바티스타와 같은 행동을 보여줬다.

리덩후는 흥분해서 심판에게 뭐라고 항의했지만 리틀야구는 세리머니에서 자유롭다.

‘지가 어쩔 거야. 룰이 그렇다는데.’

그리고 평소와는 다르게 아주 천천히 베이스를 돌기 시작했다.

느리게 홈에 도착하자 이강현이 먼저 들어와서 손을 번쩍 들었다.

“고맙다! 와 진짜 열받아 죽는 줄 알았네.”

“형 아직도 예전 일로 삐져있는 거 아니죠?”

“오늘부로 옛날 일은 다 없어졌어. 저 새끼 표정 좀 봐. 진짜 속이 후련해진다.”

“당연히 해야 되는 플레이죠. 우리는 이제 같은 팀인데.”

이강현과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그리고 다른 팀원들과 함께 검지로 하늘을 가리키는 세리머니를 마치고 상대 투수를 쳐다봤다.

정말 누가 봐도 화가 머리끝까지 난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났다.

경기는 이후로 투수전이 계속되었다.

상대 타자들은 계속해서 김성환에게 삼자범퇴로 물러났다.

한국은 주자가 나갔지만 아무도 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2:0으로 3회 말이 되었다.

선두 타자로 나선 이강현이 투수의 공을 잘 당겨 쳤지만 아쉽게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원아웃에 주자 없이 내가 타석에 들어섰다.

상대 투수가 초구를 내 허벅지 쪽으로 던졌고 난 피할 새도 없이 그걸 맞았다.

순간적으로 경기장이 싸해지기 시작했다.

난 1루에 위치한 한국 더그아웃을 바라보며 괜찮다는 제스처로 손바닥을 내밀고 1루로 향했다.

하지만 아쉽게 한국은 점수를 내지 못하고 3회 말도 끝이 났다.

“강남아. 우리 같은 팀 맞지?”

“당연하지. 갑자기 왜?”

“그럼 내가 복수해줄게. 아까 네가 한 것처럼.”

무뚝뚝하고 소심한 김성환의 발언에 잠깐 얼굴을 쳐다봤다.

너무나 결연한 표정에 난 별말 하지 않고 유격수 자리로 걸어갔다.

상대의 2번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김성환.

이어서 3번 타자인 리덩후가 타석에 들어섰다.

김성환은 초구를 바로 리덩후의 머리에 던졌다.

공에 맞지는 않았지만 뒤로 넘어지는 리덩후.

난 전광판을 바라봤고 거기엔 오늘 최고 구속인 123km/h가 찍혀있었다.

리덩후는 잠깐 주저앉아있더니 다시 일어나서 손에 있는 흙을 탈탈 털어냈다.

그리고 헬멧을 자기 더그아웃 쪽으로 집어던지고 김성환에게 달려왔다.

그 모습을 본 난 글러브를 집어던지고 바로 투수에게 달려갔다.

선발 투수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다치면 안 된다. 그건 벤치 클리어링에서도 당연했다.

거기다가 김성환이 내 복수를 해줬는데 절대 다치게 할 수는 없다.

리덩후보다 빠르게 김성환 쪽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달려오는 리덩후에게 라이트훅을 턱주가리에 갈겨줬다.

정통으로 턱을 맞았는지 그대로 경직된 채 쓰러져버리는 리덩후였다.

“야. 넌 뒤에 가 있어. 투수가 다치면 질 수도 있어.”

“···고마워.”

내 보복으로 공을 날리는 것만 생각했는지, 달려온 타자에 당황한 표정인 김성환.

그리고 타자가 달려드는 동시에 더그아웃에서 상대 선수들과 우리 선수들이 달려 나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감독, 코치, 심판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뒤엉키기 시작했고 난 다시 일어난 리덩후에게 한 번 더 라이트훅을 갈겨줬다.

“퇴장!”

나와 김성환 그리고 리덩후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경기에서 퇴장당했다.

거기에는 대만의 코치와 시원하게 주먹다짐을 한 김민수 코치도 포함되어있었다.

“너무 상심해하지마. 잘했어.”

“투수가 저 위해서 보복구까지 던져줬는데 이걸 참으면 호구죠.”

“그래. 강남아 잘했어. 그래도 성환아 앞으로는 고의 데드볼은 안 돼. 투수는 조금 더 침착해야지. 우리의 목표는 우승이니깐. 알겠지?”

“네··· 알겠습니다.”

김민수 코치와 퇴장당한 선수들은 밖에서 음료수를 마시며 경기가 끝나기까지 기다렸다.

양 팀의 주전들이 상당히 빠진 경기는 2:0으로 한국의 승리로 끝났다.

MVP는 내가 받았지만 한승원 감독은 인터뷰를 거절했다.

이렇게 대만전도 승리로 장식하는 한국 대표 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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