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홈런왕의 탄생-13화 (13/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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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야구 월드시리즈 (5)

멕시코 선수들은 당황했는지 연이은 실수가 터지기 시작했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올해는 조 1위로 결승에 진출하기 위해 일본, 대만을 이길 방법을 찾는데 몰두했을 멕시코.

몇 년째 하위권에서 맴돌고 있는 한국에게는 관심도 없었을 것이다.

경계조차 안한 팀에게 선취점을 빼앗겨서 일까?

에이스인 페르난도는 연이어서 실투를 던졌고 수비수들은 평범한 타구를 계속 놓치는 모습이었다.

2아웃을 잡아내고 계속 타자가 살아나가며 끝이 나지 않는 1회 말 한국의 공격.

결국 멕시코는 2실점을 더 하고 나서야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냈고 1회가 종료됐다.

2회 초 선발로 나선 김성환은 계속해서 마운드에서 강속구를 뿌려댔고 또 다시 삼자범퇴로 물러나는 멕시코.

기 싸움에서 완벽하게 밀렸는지 2회 말 한국의 공격 때 인터내셔널 그룹 3강 중 하나인 멕시코가 완전히 무너졌다.

***

“이제 성환이 내리고 승준이 마운드에 올려.”

“계획대로 상현이 말고 승준이로 바꿀까요?”

“이렇게 되면 상현이는 2차전인 호주에서 선발로 던져야지. 멕시코가 생각보다 빨리 무너졌으니 성환이 체력도 아끼고 상현이도 아껴두자고.”

“예. 알겠습니다. 승준아! 불펜 가서 몸 풀고 있어.”

멕시코 경기가 상당히 중요했기에 초반에는 일어나서 경기를 초조하게 바라보던 한승원 감독.

하지만 최강남의 홈런에 이어서 타자들이 점수를 뽑아주고 김성환이 2회에도 무실점으로 막아내니 여유가 생긴 모습이었다.

3회까지 김성환이 마운드를 책임지고 4회부터는 정승준으로 교체됐다.

4회에 7:0으로 한국이 이기고 있는 상황.

감독과 코치 머릿속에는 2차전, 호주에 대한 생각이 가득했다.

정승준은 2이닝 2실점으로 멕시코의 강타선을 막아내 줬다.

타자들은 3점을 더 내주며 10:2로 첫 경기를 콜드게임으로 승리했다.

‘생각보다 더 이득 좀 봤는데?’

3강이라고 불리는 일본, 대만, 멕시코였지만 대만이 리틀야구를 우승했던 것도 정말 예전 이야기.

이제는 멕시코와 일본 2강 체제라고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한승원 감독이었다.

그래서 오늘 경기에서 최악의 상황으로 모든 투수들을 등판시킬 각오까지 하고 왔다.

하지만 두 명의 투수로 경기를 이겼을 뿐 아니라, 콜드 게임으로 체력까지 비축할 수 있었다.

‘역시 쟤는 투수보다는 유격수가 어울려.’

춘천 전국 대회 결승까지 직관해서 봤기에, 최악의 상황에서는 투수로 기용할 생각까지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최강남의 진정한 장점은 투수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었다.

중요한 순간에 상대의 흐름을 끊어주는 완벽하면서도 안정적인 수비.

저런 수비를 할 수 있는 선수야 말로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단단한 버팀목이었다.

거기다가 화끈한 타격은 말할 것도 없었다.

당장 1회 말에 최강남이 홈런을 때려내지 않았다면 오늘의 경기 결과도 달랐을 수도 있었으니.

“강남아. 네가 MVP 받아서 인터뷰하고 와야 해.”

“네. 감독님 알겠습니다!”

오늘 2홈런을 포함해서 3타수 3안타 5타점을 때려낸 최강남.

‘이 나이에 이 정도 기량을 보여주면 커서 어떤 선수가 되려나?’

한국의 첫 경기 MVP로 인터뷰를 하러가는 뒷모습을 보고 골똘히 생각에 잠긴 한승원 감독이었다.

“통역해줄까?”

“괜찮아요. 영어 조금 할 줄 알아서요.”

“그래··· 요즘 애들은 영어 공부는 기본이니깐.”

작년까지 한국 대표 팀은 전문 통역사가 따라다녔지만, 올해부터는 지원이 줄어들어서 직접 통역을 해야 하는 김민수 코치였다.

하긴··· 저 호텔도 한승원 감독이 협회에 쳐들어가서 몇 번이고 이야기 끝에 겨우 받아냈으니.

그렇지 않았다면 세계 대회에서 멤버들을 펜션 같은 시설에 다 같이 재워야 했다.

당연히 그런 상황이 되면 컨디션 저하로 이어지고 경기도 망칠 확률이 높으니, 한승원 감독은 필사적으로 그걸 막아낸 것이었다.

한승원 감독의 그런 노력을 보며 자기도 대표 팀에 보탬이 되고 싶었던 김민수 코치.

그래서 통역까지 고용할 돈은 없다는 감독의 말에 본인이 하겠다고 호기롭게 나섰다.

2달 동안 영어 공부를 위해서 무료 강의도 찾아보고 영화 자막 없이 보기 등 많은 노력을 했지만 솔직히 자신은 없었다.

당장 오늘 통역으로 나섰어도 Slow!를 외치면서 제대로 망신살이나 구겼을 것이다.

역시나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속도로 말하는 외국 기자.

김민수 코치는 기도했다. 제발 최강남이 영어를 잘해달라고.

최강남은 기자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더니 이어서 유창한 영어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김민수 코치의 마음속에는 최강남의 포지션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최강남은 한국 리틀야구 국가 대표 통역사까지 겸임해야 한다고 말이다.

***

“안녕하세요! 리틀 월드시리즈의 팬 여러분들! 오늘은 경기에서 2홈런을 때려내며 팀의 승리를 견인한 한국 대표 팀의 4번 타자 최강남 선수와 인터뷰 진행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한국 대표 팀에서 뛰고 있는 최강남이라고 합니다.”

“오늘 인터내셔널 강력한 1위 후보인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5회 콜드 승리로 이겼습니다. 아무래도 멕시코의 승리를 점치는 분들이 많았을 텐데, 승리의 비결이 어떤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무래도 강력한 멕시코의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아줬던 김성환 투수나 훈련에 집중하게 해주시는 감독님과 코치님의 덕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네··· 플레이도 나이답지 않았는데 말솜씨도 어른스럽네요. 오늘 인터뷰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큰 활약 기대하겠습니다. 이상 뉴욕 베이스볼 기자 미셸이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이제 겨우 첫 경기를 했을 뿐이니 겸손하게 인터뷰를 끝냈다.

“강남아! 너 영어도 잘하는구나?”

“그냥 약간의 대화 정도만 할 수 있어요.”

“우리 팀이 지금 통역사가 없잖아. 혹시 다른 선수들 인터뷰 때도 통역 좀 해줄 수 있을까?”

“네. 그렇게 할게요.”

“그래. 진짜 고맙다. 일단 내가 임시로 통역했었는데 도저히 못하겠더라고.”

고민을 한시름 덜었는지 경직된 표정이 밝아지는 김민수 코치였다.

경기가 끝나고 호텔 2층의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내일은 아침 10시까지 로비로 모여라.”

“알겠습니다!”

그리고 룸메이트인 김성환과 함께 방으로 돌아왔다.

“강남아. 오늘 진짜 잘 치더라. 수비도 좋았고.”

“너 오늘 누구 상대로 던졌는지는 알아? 미국만큼 잘 치는 멕시코 상대로 3이닝 동안 겨우 안타 하나 맞았어.”

“···애들이 수비를 잘해줘서 그렇지.”

“그래. 고생 많았다.”

대체 이렇게 소심하고 무뚝뚝한 애가 마운드로 올라가면 어떻게 그렇게 돌변하는지.

내 기억에 신인왕을 노리던 김성환은 파이팅이 넘치고 밝은 성격이었다.

하긴 이때는 나도 소심하기 짝이 없었다. 13살은 쑥스러움을 타고도 남을 나이니깐.

누워서 눈을 감고 오늘 경기를 복기했다.

오늘 경기에서는 두 개의 홈런 모두 바깥쪽 공을 넘기는 타구였다.

‘열심히 연습한 보람이 있네.’

확실히 바깥쪽 공을 밀어 치는 스윙이 예전보다 부드러워졌다.

머릿속으로 스윙을 다시 한번 상상하다가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오늘도 아침 식사 전 3km 러닝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대표 팀이었다.

예선 7경기는 모두 2일 간격으로 일정이 잡혀있다.

그래서 선수들의 컨디션과 체력관리는 필수사항이었다.

오후에 가벼운 훈련을 마치고 내일 경기를 위해서 오늘은 훈련이 빨리 끝났다.

“강남! 우리 방 놀러 올래?”

“재밌는 거라도 있어?”

“내가 컵라면 챙겨왔거든. 같이 먹자.”

“음··· 성환이도 데려가도 돼?”

“그래. 내 룸메이트 상현이니깐 다 같이 먹자.”

그날은 다 같이 컵라면을 먹으며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다가 방으로 돌아왔다.

평소엔 잘 먹지도 않는 컵라면인데 역시 외국에 나가면 가장 생각이 많이 나는 음식이기도 했다.

오랜만에 컵라면을 먹어서 그런지 평소보다 빨리 잠에 들었다.

그리고 호주 경기 당일이 되었다.

우리의 선발 투수는 유상현. 경기는 우리의 선공으로 시작됐다.

인터내셔널 그룹 8팀 중 약체팀으로 평가받는 호주. 그래서 선수들 역시 부담이 적었다.

하지만 상대 투수의 초구를 보고 더그아웃의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초구는 119km/h. 거기다 좌완이기에 더 적응하지 못하는 선수들이었다.

리틀야구는 좌완 투수들이 거의 없다시피 했으니.

1회 초는 삼자범퇴로 물러나게 된 한국 대표 팀이었다.

“흐아!”

유상현은 1회 말 안타를 하나 맞았지만 4번 타자에게 삼진을 잡으며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오랜만에 트레이드마크인 기합까지 보여주며 파이팅을 보여줬다.

상대 투수는 나에게 좋은 공을 던지지 않았고 난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1루로 걸어 나갔다.

이 정도면 사실상 고의사구라고 봐도 무방했다.

아무래도 어제 멕시코와의 경기로 인해서, 내가 모든 팀들의 경계 대상이 된 것 같다.

한국은 노아웃 1루의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경기는 3회 초로 넘어갔다.

쉽게 잡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경기는 이후로도 계속 투수전이 되면서 생각 외로 난항을 겪고 있었다.

기회는 4회 초에 왔다. 첫 타자로 나선 이강현은 상대의 초구를 받아쳐 2루타를 만들어냈다.

이렇게 되면 노아웃 2루. 하지만 상대 투수는 내 두 번째 타석에도 좋은 공을 주지 않았다.

계속해서 바깥쪽으로 살짝 빠지는 공.

“스트라이크!”

거기다가 심판의 오늘 바깥쪽 공의 판정은 후했는지 2개의 공을 모두 스트라이크로 잡아줬다.

세 번째에도 비슷한 코스로 공이 날아왔고 난 가볍게 밀어 쳤다.

우익수가 바로 잡기 힘든 라인드라이브성 타구.

공은 담장까지 굴러가서 멈췄고 우익수가 공을 잡아 던졌지만 난 이미 2루에 안착했다.

이강현은 홈으로 들어와서 팽팽한 0:0의 균형이 깨졌다.

하지만 그 후로도 상대 투수는 흔들리지 않는 투구를 보여줬고, 추가 득점은 없는 채로 4회 초 공격도 끝이 났다.

유상현은 4회 말에 마지막 힘을 다 짜내서 삼자범퇴로 막아냈다.

5회 초 호주에서는 두 번째 투수가 올라왔고 이번엔 우완 사이드암 스타일의 투수였다.

우리 타선은 5회 초에도 점수를 내지 못하고 물러났다.

5회 말 한국의 두 번째 투수로 이태환이 마운드에 올라왔다.

경기는 계속해서 투수전으로 이어졌다. 상대 투수는 2이닝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이태환 역시 좋은 공을 던지며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경기는 1:0 한국의 승리. 역시 월드시리즈에 올라온 팀들은 얕잡아 볼 팀이 없었다.

작년과는 다르게 강력한 투수진으로 올라온 호주.

내가 뽑아낸 1점을 지켜내서 아슬아슬한 승리를 얻어냈다.

MVP는 4이닝 무실점을 던진 승리투수 유상현이 받게 되었다.

“나 영어 하나도 못 하는데 어떻게 하지?”

“내가 다 통역해줄 테니까 조급해하지 말고 내 이야기 다 듣고 대답해.”

“알겠어. 와 진짜 공 던질 때보다 더 긴장된다.”

인터뷰 통역까지 마치고 다들 숙소로 돌아와서 저녁을 먹었다.

오늘 경기까지 이기면서 한국의 기록은 2승 0패.

8팀 중 단 한 팀만 살아남는 지옥의 레이스에서 좋은 기세로 출발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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