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어쩌다 배우-117화 (117/127)

〈 117화 〉 Before Sunrise. (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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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온을 포함해 스물 세 명의 서양사학과 학생과 다섯 명의 조·교수진으로 구성된 한국대 유럽학술답사팀은 11시간 비행 끝에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 도착했다.

도착 첫날은 별다른 일정 없이 저녁식사 후 자유시간을 가졌다.

그렇다고 숙소를 마음대로 벗어날 순 없었다.

다들 시차 적응을 위해 잠을 청했다.

이온 역시 오랜만에 해외로 나왔기 때문에 시차적응을 위해 무리하지 않았다.

- 프라하 도착.

┗ 시차는?

- 적응 중.

┗ 소매치기 조심하고. 폰 간수 잘해.

- 누나보다 내가 외국은 더 많이 다녔거든요!!!

┗ 거기 저녁이야?

- ㅇㅇ

┗ 무리하지 말고.

- 오늘은 일정 없이 숙소에서 쉬래.

┗ 건강하게 잘 쉬고 와.

- ㅇㅇ

잠들기 전에 누나와 톡하는 것도 빼먹지 않았다.

다음날부터 다소 빡빡한 학술답사가 진행됐다.

프라하는 도시 자체가 역사와 건축 박물관이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동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야경으로 유명한 곳이 프라하다.

프라하의 야경과 견줄 수 있는 도시가 헝가리의 부다페스트 정도.

명색이 사학과 답사이다 보니 관광이 아닌 견학을 주로 했다.

특히 답사팀이 주로 방문하는 필수 견학 코스는 박물관이다.

프라하 곳곳에 7개의 박물관이 흩어져 있었다.

그 가운데 체코 프라하 국립박물관은 세계 10대 박물관의 하나로 꼽힌다.

사회과학, 자연과학적 전시에 특화된 이 박물관이 이번 체코 역사답사의 중심 견학코스였다.

박물관을 구경하면서 후배 중 누군가는 열심히 메모를 하고, 또 누군가는 유유자적 홀로 떨어져 전시물을 감상하고, 다른 누군가는 팀을 이뤄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그렇게 하나의 박물관 견학을 마치면 대학원생과 함께 동유럽사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인솔 교수는 토론을 듣고 있다가 막히는 부분에서만 끼어들었다.

취침시간 전까지 자유시간은 허락되지 않았다.

저녁식사 후에는 답사를 가장한 관광을 했다.

걸어서 발 닿는 곳마다 하나의 예술 작품 같은 프라하.

성 비투스 대성당이나 카를교, 구시가 광장의 건물들 같이 시대마다의 정취가 묻은 고풍스러운 건축물들은 로맨틱한 분위기를 풍겼다.

마치 중세시대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역사학도들로 구성된 답사팀은 다양한 시대를 겪어온 건물들을 구경하며 걷다 보면 체코 역사의 순간들을 마주하게 되고, 알 수 없는 설렘을 느끼기도 했다.

프라하 심장부인 구시가 광장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관광객과 내국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특히 천문시계 앞에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어디 가요. 기념사진 찍어야지!”

“학부생만 사진 찍고 우리랑은 안 찍을 거예요?”

“늙었다고 무시 하냐? 우리 딸들이 널 얼마나 좋아하는데.”

남는 것은 사진과 동영상이라나.

학부생이건 대학원생이건 교수건, 가는 곳마다 사진을 찍을 때 꼭 이온과 함께 찍기 위해 애썼다.

마치 유럽답사의 추억을 남기려는 것보다 이온과의 기록을 남기는데 더 열중하는 것 같았다.

이온은 후배들이 공부만 아는 전형적인 범생이거나 자발적 아싸들일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막상 외국에 나와 보니 여느 청년과 다를 것이 하나 없었다.

인솔교수나 선배들 몰래 새벽까지 놀다 들어오는 녀석도 있고, 학술발표 시간에 넷튜브 라이브 방송을 하는 녀석이 있지를 않나, 독일어를 할 줄 안다는 걸 과시하려는 듯 괜히 독일 여자관광객에게 수작을 부리기도 했다.

“말도 안 돼!”

“저게 통하다니!”

과의 여학생들이 전화번호나 SNS 맞팔에 성공하는 남학생들을 보며 경악했다.

모두 KPOP과 K-드라마 덕분이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버젓이 벌어지자 이번에는 이온에게 관심이 쏠렸다.

최근 한국에서 핫한 배우인 이온을 알아보는 한류팬이 있을까 하는.

아쉽지만, 알아보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중국인 관광객으로 보이는 여성 몇 명이 이온을 보고 수군거리긴 했다.

설마 했다.

K-드라마의 슈퍼스타가 대학생 역사답사팀에 끼어있을 것이라곤 상상도 못한 모양인지 그대로 지나쳤다.

프라하에서 이틀째 날 저녁에는 벨기에서 에밀리가 십대 소녀들과 함께 찾아왔다.

몇 년 전 페루 아야쿠초에서 워크캠프를 함께 하던 동료 에밀리였다.

먼 벨기에에서 체코까지 일부러 이온을 만나겠다고 찾아온 것이다.

쪽쪽.

이온과 에밀리 일행은 한국에서는 볼키스라고 번역하는 비주 인사를 나눴다.

벨기에는 왼쪽 볼에서 시작에 양쪽 볼에 차례로 뽀뽀를 한 번씩 한다.

재밌는 것은 벨기에에서는 남자끼리도 비주로 인사한다는 것.

따라서 에밀리와 함께 온 토비 텔리스만라는 남자와 비주로 인사했다.

토비는 에밀리의 남자친구였다.

그 외에 세 명의 십대 소녀들이 함께 왔는데, 모두 KPOP 커버댄스팀으로 활동하고 있고, 열렬한 한류팬이라고 소개했다.

당연히 <아이돌>에서 무지막지한 안무(?)를 무리 없이 소화한 이온을 실제로 만나보기 위해 조르고 졸라서 동행했던 것.

사실 십대 소녀 한 명은 에밀리와 사촌지간이고, 나머지 두 명은 같은 커버댄스팀 멤버였다.

“몇 시간만 외출해도 될까요?”

“외출?”

“예전에 남미에서 함께 워크캠프에 참가했던 동료들이 벨기에서 찾아와서요.”

“혹시 늦어질 것 같으면 조교에서 전화해.”

“감사합니다.”

인솔교수는 이온이 평소 품행이 바르고 음주가무를 그리 즐기지 않는다고 알고 있기 때문에 흔쾌히 자유시간을 허락했다.

북유럽 소녀들이 이온을 찾아온 것을 본 후배들이 야단법석을 떨었다.

남자 후배들은 소녀들의 우월한 외모에, 여자후배들은 이온과 어떤 인연인지 호기심에.

에밀리는 여전히 당당하고 듬직한 체격을 자랑했다.

성격 역시 시원시원한 것은 달라지지 않았다.

워크캠프에서 짝꿍이었던 카를린은 바빠서 오지 못했다.

대신 전화통화로 안부를 확인했다.

에밀리를 시작으로 이온이 유럽에 체류하는 동안 남미 자원봉사를 하며 인연을 맺은 친구들이 직접 찾아와 만나거나 연락을 주고받기도 했다.

비록 이온이 액션캠프부터 배우 생활까지 바쁜 일상을 보내기는 했지만, 그 동안 친구들과 이메일이나 화상통화로 꾸준히 친교를 이어왔다.

외국 친구들로서는 이온이 최근 스팀플렉스 등에서 핫한 K-드라마에 출연한 것이 믿어지지 않는지 여러 번 그와 관련된 질문을 하곤 했다.

한국의 동창들도 다들 놀라는데, 자원봉사로 만난 외국 친구들은 오죽했을까.

암튼 이온은 프라하의 아름다운 도시와 박물관의 전시물들을 감상하며 조금씩 악동이 캐릭터에서 빠져나왔다.

이온은 졸업조건도 클리어하고 휴식도 겸할 생각으로 따라왔기 때문에 있는 듯 없는 듯 답사팀에 묻어갔다.

그런데 체코의 수도 프라하를 열심히 쑤시고 다니면서 한편으로 조금 무리다 싶었다.

한 나라의 역사문화를 훑어보는 것만으로 벅찬 일정인데, 두 개의 나라를 돌아보기로 한 것은 욕심이지 싶었다.

조교에 말로는 지난 답사에서 매일 밤마다 술판을 벌여서 일정에 차질에 빗어졌는데, 그 일로 교수님들이 화가 많이 나 있다고 했다.

국내 역사답사도 아니고 유럽까지 와서 일부 학생들이 문제를 일으켰던 것.

바로 술이 문제였다.

학부생들이 파티를 한다며 과음을 하는 바람에 전체 일정에 차질을 불러일으켰단다.

조용히 답사팀만 알고 넘어갔으면 좋았을 것을.

누군가의 입을 통해 학교 측에 알려졌다.

매년 서양사학과 및 외교학과 등에 해외답사경비를 지원해주고 있는 졸업생들에게 면목이 없게 된 것이다.

때문에 올해부터 답사일정을 매우 촘촘하게 짰다고 한다.

새벽에 엉뚱한 짓을 못하도록 힘든 일정을 돌리기로 한 것이다.

“오빠!”

이온이 숙소를 나서는데, 수진이 불렀다.

“어디 가세요?”

“잠깐 바람 좀 쐬고 오려고.”

“같이..... 아니에요.”

수진이 얼른 하려던 말을 멈췄다.

이온은 누구도 방해받지 않고 홀로 산책을 하고 싶었다.

“잘 자라. 내일 봐.”

“네.”

수진은 유럽답사를 오면 이온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줄 알았다.

천만에 말씀이다.

무슨 일정이 그리 빡빡한지 아침부터 밤 9시까지 강행군이었다.

전에 참가했을 때와는 완전 딴판이다.

뭔가 아쉽다.

사랑의 설렘은 평소 내지 못하던 용기도 낸다고 하던데.

좋아하는 이를 위해 모든 걸 포기할 수 있다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던데.

그런 신비한 힘이 있다고 하던데.

‘에효~ 저 오빠는 괜히 배우로 잘 나가서는.... 아니 조금만 늦게 뜨지.’

그래야 고백이라도 해봤을 텐데.

수진뿐일까.

알아도 모른 척.

모르면 모르는 대로.

이온이 괜히 모태솔로가 아니었다.

답사팀이 묵고 있는 숙소는 프라하 7지구에 위치했다.

트램 타는 곳도 가까워 관광지에 접근이 용이했다.

프라하 주요 관광지까지 대략 15분 내외 거리에 위치했으면서도 가격도 저렴했다.

이온은 멀리 갈 것이 아니기 때문에 트램과 반대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하루 종일 단체관광객처럼 스무 명이 넘는 인원과 몰려다니느라 이온은 조용히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없었다.

게다가 에밀리와 소녀들, 다음날은 프랑스에서 바스티앙이 또 독일과 러시아 친구들까지 찾아와 함께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느라 개인적인 시간을 가질 수 없었다.

이렇게 잠들기 전이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소중했다.

띠리리리링~

현악 강국 체코답다고 해야 할까.

어디선가 기타선율의 익숙한 곡조가 들려온다.

이온은 기타선율이 흐르는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탐스러운 수염이 인상적인 노인이 마리오네트를 움직이고 있고, 블루투스 스피커에서는 기타선율이 흘러나오고 있다.

익숙한 곡인데 곡명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기억해내기 위해 머리를 쥐어짤 것까지는 없다.

몰라도 그만이니까.

문득 낮에 교수가 들려준 이야기가 떠올랐다.

체코에서 마리오네트가 발달할 수밖에 없었던 아픈 역사.

독일어 사용을 강요당했던 오스트리아 지배 당시에 마리오네트 인형극에서만 체코어를 사용할 수가 있었다고 한다.

체코인들은 자신의 언어를 지키기 위해서 마리오네트 인형극을 발전시킬 수밖에 없었단다.

소위 말하는 인형술사는 체코어와 체코문화를 지키는 지킴이었고, 지금에 와서는 마리오네트 인형극이 체코의 상징이 되었다.

또한 마리오네트 인형극은 체코인들의 자부심이기도 했다.

“......”

이온은 다른 구경꾼들과 섞여서 한참 동안 마리오네트 인형극을 구경했다.

눈은 마리오네트에 고정되어 있고, 기타선율에 귀를 활짝 열어놓고 있었지만.

머릿속으로 정리되지 않는 잡생각들이 둥둥 떠다녔다.

안정을 갈구하면서 멈출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구원을 기다리는 동시에 도망칠 준비를 하고 있는.

가식과 허영으로 분칠 한 삶을 사는.

현실 속에서 이상을 꿈꾸는 몽상가.

그런 것이 소위 말하는 연예인의 삶이 아닐까.

이온은 처음으로 참여한 <도련님을 부탁해>까지 그런 편견이 있었다.

이후로 연예계에서 종사하는 여러 인간군상을 경험하면서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몽상가들만 넘쳐 날 줄 알았던 연예계가 의외로 현실주의자들이 많았던 것.

특이한 것은 성공한 대부분의 연예계 사람들이 지독한 현실주의자들이란 점이다.

나쁘게 보면 시류를 귀신 같이 읽으면서 현란하게 이 라인 저 라인 줄타기를 잘하고 워싱턴DC에서 활동하는 로비스트 못지않은 인적 네트워킹 능력, 어떤 인형술사에 뒤지지 않는 마리오네트 운용능력까지 갖춘.

그런 이들이 연예계 정점에 상당히 많이 포진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눈 뜨고 코 베인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세계.

바로 이온이 몸담고 있는 세계다.

누가 진실한 사람인지 누가 자신을 철저하게 위장하고 포장하고 있는지 분간하기가 무척 어려운 세계이기도 하다.

연예계에서 십 수 년 굴러먹은 사람도 뒤통수 세게 얻어맞고 퇴장하는 세계.

그래서 좋은 꿈만 꾸고 착하게 굴면 남들에게 이용당하기만 하는 세계.

당연히 현실주의적이며 지독한 냉소주의자가 그나마 성공 가능성이 높은 세계가 연예계다.

‘난 어쩌다가......’

원했던 것은 아닌데.

어쩌다 보니.

친구 따라 갔다가.

그렇게 전업배우가 된 이온이다.

‘......!’

일단 배우를 하자.

만약 잘 안 되면 어떻게 할까.

그건 그때 가서.

알게 뭐람.

어떻게든 되겠지.

이온에게 어울리지 않는 태도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무언가를 할 때 일단 대책 없이 저지르고 보는 일 따위는 좀처럼 없었다.

무언가를 해도 하나하나 따져보는 성격이 강했다.

특히나 금전과 관련해서는 더욱 그러했다.

최소한 얼마를 모아야하고, 혹시라도 과외가 잘렸을 때를 대비해서 다른 알바를 궁리해보고 알아보고 플랜B를 마련하고.

앞날을 꽤 걱정하고 나름 준비하는 타입이다.

자연스럽게 형성된 성격이다.

어린 나이에 생활력이 강한 누나와 단 둘이 살면서 만들어진 성격이랄까.

그런 면에서 불확실성이 매우 큰 배우직업을 갖는 다는 것은 모순이다.

이온이 배우를 하려고 하는 이유는 별거 없다.

대학을 졸업한 후 취업에 뛰어드는 것과 비교했을 때 배우라는 직업적 불확실성이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이온 입장에서 30대 초반 안에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것이나 배우로 성공하는 것이나 크게 차이가 없다는 거다.

무엇을 선택하든 다 안 될 수도 둘 다 잘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양쪽 어떤 것을 선택해도 문제될 것은 없다.

한국대 서양사학과를 졸업했다고 공기업이나 대기업에 무조건 취업이 보장된 것도 아니고, 액션배우로 수입이 과거처럼 아주 형편없는 것도 아니다.

무술감독이 되면 어지간한 공기업 간부 연봉에 비견될 정도다.

‘차라리 자신이 한 만큼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액션배우 쪽이 더 나을지도.’

하루하루 치열하게만 살아간다고 밝은 미래가 떡하니 찾아오는 일 따위 없다.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하고 착실하게 준비해야 한다.

최근 연달아 두 편의 드라마에 출연하고 그 사이에 스턴트맨 활동을 했다.

일단 두 학기 등록금은 해결했다.

누나에게 빌린(?) 돈도 갚을 수 있을 듯 싶다.

하반기에도 적어도 한 편의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도 할 것도 같다.

이온은 지출에 맞춘 삶이 아니라 수입에 맞는 삶을 설계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스스로 설계한 삶이 영 불가능하지 않다.

좀 더 노력하면 애초 기대한 삶보다 좀 더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도 같다.

희망회로일까.

연예계.

부푼 꿈만 가지고 결코 만만치 않은 세계다.

특히나 우리나라 영화계나 방송계는 생각 이상으로 좁은 바닥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수십 명의 배우가 쏟아진다.

PD나 감독을 하겠다고 나서는 인원도 상상 이상으로 많다.

누구나 영상물을 찍을 수 있는 시대다.

취미로 글을 쓰다가 시나리오 작가나 드라마 작가가 되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항상 인원은 넘쳐난다.

내수시장이나 산업규모가 작은 이 판에 무얼 보고 그렇게 몰리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살아남는 사람은 소수다.

집안이 좋든, 악과 깡으로 똘똘 뭉쳤든, 실력이 특출 났든.

결국 살아남는 사람이 승자가 된다.

그리고 누구나 승자가 되고 싶어 한다.

최소한 승자의 편에 서고 싶어 한다.

이온이라고 다르지 않다.

짝짝짝.

마리오네트 공연이 끝이 났다.

이온은 주머니에서 1달러 지페를 꺼내 다른 구경꾼들처럼 모자에 넣었다.

공연이 좋았는지 어떤지 솔직히 모르겠다.

다만 기타 선율에 고민을 함께 흘려보낸 것 같다는 것.

그것으로 인형술사 노인에게 돈을 줄 이유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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