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4화 〉 선 넘은 사람들. (2)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MBS 퓨전사극 <비객>이 연일 화제다.
안건우, 손민아 남주·여주는 물론이고, 서브남주인 나이온이 <비객>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자고 일어났더니 스타가 되었다더라.
요즘 이온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놓고 봤을 때.
그런 표현이 과장이 아니다.
- 하차 아니고 아름다운 퇴장입니다.
┖ 응. 안 봐.
- 도대체 왜 이온이를 빼는데.
┖ 뺀 게 아니라 스토리 전개 상 자연스럽게 죽게 되는 거라구요.
┖ 관계자세요? 쉴드 작작 치셈.
- 원래 더럽게 재미없었어요.
┖ 응. 안 봐.
- 안건우는 욕하지 맙시다. 욕은 작가와 감독이 먹어야지.
┖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 그렇다구요.
- 내 인생드라마를 이따구로 만들었다는게 진짜 화난다.
┖ 러브라인 대체 어떻게 되는건데ㅋㅋㅋㅋㅋ
- 이건 진짜 아니지 않나...
┖ 애초에 나이온 때문에 본 건데 이제부터안 보면 그만.
이렇게 뒤통수칠 지 생각도 못 했다.
- 악동이 때메 입덕함 ㅋㅋㅋㅋㅋ 설레 뒤짐ㅋㅋㅋ 우준 따위 안 보옄ㅋㅋㅋ 근데 악동이 죽어버렸음 ㅠㅠㅠㅠ ㅅㅂ 악동이 없는 비객이 말이 돼?
┖ ㅋㅋㅋㅋ그러니까욬ㅋㅋ
┖ 담주 수요일 개기대됨.
┖ 우준 따위라니 사과하시죠.
┖ 뭐래?
- 솔직히 여주 ㅅㅁㅇ가 불쌍. 이쁘고 달달한 이온님이랑 러브씬 1도 없이 드라마에서 빠져서 여주가 더 많이 아쉬울 듯.
- 우준이보다 악동이가 백배 멋지다는 거
- 그래도 <비객> 덕분에 많은 분들이 이온님의 가치를 알아본 것 같아 고맙고 감사합니다.
이온이 <비객>에서 슬프고 안타까운 최후를 맞이한 후, 온라인에서 뜨거운 논쟁에 휩싸였다.
연수가 자주 가는 사이트에서도 아주 난리가 아니었다.
이온의 움짤이 올라오자 수많은 댓글이 줄을 이루었다.
모니터를 칼로 갈라버리고 당장 튀어나올 것 같은 카리스마, 슬픈 표정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얼굴 표정.
그야말로 미친 매력을 마구 발산하는 짤들의 향연이었다.
연수는 팬들이 올리는 움짤을 보는데 정신이 없었다.
옆에 있던 그녀의 언니는 나이온의 팬이 처음으로 개설한 팬카페에도 들어가 보고, 양대 포털도 검색해보고, 넷튜브와 SNS 반응도 훑었다.
한때 아이돌 덕질하던 버릇이 불쑥 튀어나온 것.
그러던 중에 가장 처음 개설된 팬카페를 살펴보다가 미간을 찌푸렸다.
일부 팬들의 극성스러운 댓글로 인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
보통 공식 팬카페에서는 가수나 배우 본인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타 연예인을 언급하는 것을 절대적으로 금지한다.
그런데 나이온의 팬카페는 판이 작아서 그런지 그런 룰도 없고, 설령 있다손 치더라도 잘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예를 들어 나이온이 누구누구 보다 연기를 잘하네 잘생겼네 춤도 잘추네 누구누구 대신 작품에 들어가야 하네 마네.
정말 가관이 아닐 수 없다.
그뿐만 아니다.
넷튜브에 팬들이 올린 것으로 보이는 편집영상에 달리는 댓글 또한 팬인지 안티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아슬아슬했다.
“이거 벌써부터 위험하네.”
언니의 중얼거림을 들은 연수가 고개를 돌렸다.
“뭐가?”
“스턴트맨으로 무명생활을 하다가 어렵게 떴으면 팬들이 잘 보살펴주고 도와주질 못할망정 정신 나간 애들이 벌써부터 병크를 시전 중이야.”
“병크?”
연희가 동생에게 자신이 보던 사이트의 댓글을 보여줬다.
연수가 댓글들을 읽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휴~ 갑갑하네.”
팬들이야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를 찬양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것도 어떤 선이랄까 금도나 예의를 지켜야 한다.
다른 연예인을 깎아내린다거나 비교해서 자신의 스타를 띄우다가는 도리어 스타의 이미지만 나빠질 뿐이다.
역풍을 맞는다는 말이다.
넷튜브나 SNS 일부 영상에는 남주인 안건우 보다 나이온 댓글만 넘쳐난다.
이온이 연기도 잘했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난 것은 분명하다.
헌데 모든 영상마다 팬으로 보이는 이들의 댓글로 도배를 해버리니.
안건우나 손민아의 팬들이 언짢을 수밖에.
이런 현상이 계속되고 쌓아다 보면 나이온의 이미지만 나빠진다.
“언니! 어떻게 해야 하는 거 아냐?”
“뭘 어떻게 해?”
“여기 초창기 덕질하는 사람들이 나중에 사고 칠 것 같지 않아?”
“벌써 사고치고 있네. 아니, 이오니는 매니지먼트도 없이 뭘 하겠다고.”
“울 이오니시스님은 자수성가야.”
“무슨 연예인이 자수성가야? 독고다이로 놀다가 한방에 훅 가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암튼 우리라도 나서서 정리를 쫌 해봐야 하지 않을까?”
“무슨 정리?”
“제대로 된 팬카페 만들어서 부정적인 여론 조성할만한 싹들 솎아내야지.”
“미쳤냐? 난 이온이 팬도 아닌데, 내가 왜?”
“웃기시네~ 그런 주제에 <아이돌> 다시 정주행 했냐?“
“귀찮아~ 덕질 끊은 지가 언젠데.... 나 은퇴했어.”
“언니!”
“안 해! 귀찮아. 걍 알아서 하라 그래~”
“BPS 굿즈 하나 양보할게.”
“뭐로?”
“.......”
연수는 정말 친언니만 아니면 패버리고 싶을 정도로 연희가 얄미웠다.
그러나 어쩌랴 자신은 입시에 올인해야 하는 몸.
그나마 한때 아이돌 빠순이 생활을 해봤던 언니에게 의지할 수밖에.
속으로 대학만 가봐라.
내가 우리 갓님 월드스타 만든다.
그렇게 마음먹은 연수는 이를 부득부득 갈며 협상 카드를 제시했다.
“바시티.... 한정판 야구잠바.”
“혹시 Rap Drop 박힌 거... 아니지? 아닐 거야. 그럴 리가.....”
“......응 그거.”
“진짜? 진짜, 진짜, 진짜?”
“한 입 갖고 두 말 안하거든, 누구처럼?”
“내가 내 동생 공부 생각해서 희생 쫌 한다.”
“......”
“아휴~ 증말. 오랜만에 괜찮은 배우 나타났다 싶었는데 왜 이리 손이 많이 가.”
“팬카페 하나 만드는데 무슨 손이 많이 가냐?”
“그럼 니가 해보던가....”
극성스럽고 중구난방으로 난립하는 소규모 나이온 팬클럽들 사이에서 소소한 팬카페 하나가 만들어졌다.
팬클럽 이름은 바쿠스(Bacchus).
로마 신화의 포도주 신이다.
이온의 닉네임 이오니소스가 그리스 신화의 술과 황홀경의 신 디오니소스( Dionysos)에서 따온 것에서 착안한 것이다.
그리고 연수와 연희 자매는 스스로 바카(마이나데스)라고 칭했다.
향후 이오니소스교도로 불리는 이온의 신도들 즉 바카들은 성인 회원의 경우 정기모임이 있을 때마다 진탕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고 축제를 즐긴다.
그들이 숭배하는 신(스타)의 주량이 오백 한 잔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어쨌든 현재 난립하기 시작한 이온의 팬클럽 중에 누가 공식팬클럽을 차지하게 될지 이 당시에는 누구도 알 수 없었다.
다만 매니지먼트도 아니고 팬 한 사람이 무엇을 할까마는.
연수 같은 팬이 하나 둘 모여 수십만이 되고 수백만이 되면, 그들의 서포트로 이온이 월드스타 되지 못할 것도 없다.
비록 그런 팔자는 하늘이 내려줘야 하는 것이겠지만.
✻ ✻ ✻
중국 항저우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훠스옌(霍思燕)은 한쥐미(韩剧迷)다.
즉 중국의 한국 드라마 마니아다.
그녀는 당국의 한한령과 애국주의자들의 온갖 탄압과 방해에도 불구하고 십대 시절부터 한국 드라마의 열렬한 팬임을 포기한 적이 없었다.
한국에 어학연수도 다녀왔고, 한국어도 상당히 잘한다.
그런 그녀가 최근 깊이 빠져 있는 한드가 <비객>이다.
한국의 <비객> 팬들과 마찬가지로 악동이의 죽음을 좀처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중국과 한국의 양쪽 커뮤니티에서 떠는 것처럼 악동이 캐릭터의 퇴장을 안타까워하지는 않았다.
무명의 나이온보다는 안건우 쪽에 좀 더 관심이 있었으니까.
또한 악동이 캐릭터가 사라졌다고 해서 드라마의 재미까지 없어진 것도 아니었고.
다만 악동이(이온)와 관련한 논란은 중국에서도 똑같이 뜨겁다는 사실.
최근 당국에서 한류에 대해 통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이미 한류에 깊이 빠져 있는 사람들을 일일이 통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항저우 시내만 봐도 여전히 KPOP 랜덤 플레이 댄스가 백화점 주최로 혹은 커버댄스 크루를 중심으로 열리고 있고, 한한령으로 한국의 콘텐츠가 정식으로 수입·유통되고 있진 않지만 훠스옌처럼 실시간으로 한드를 시청하는 사람도 상당했다.
암튼 여름방학이지만 학교에 나온 훠스옌은 저장대학 근처 카페에서 웹서핑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중국내 한드 커뮤니티에서도 뜨거운 논쟁거리인 <비객>과 관련해 최신 뉴스를 검색하던 중에 ‘나이온‘을 한국 포털에서 검색해봤다.
한국의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나’를 치면 나이온이 주로 뜬다.
혹시 안 뜬다면 ‘나ㅇ’를 치면 무조건 나이온이 나온다.
그 정도 최근 핫한 연예인이 나이온이다.
그저 심심해서 검색해본 것이다.
그럼에도 이것저것 잡다하게 많이도 나온다.
“<지옥의 악인들>?”
훠스옌이 보지 못한 영화였다.
영화 정보를 찾아 들어가 보니 무술대역과 단역출연으로 나와 있다.
“많아봐야 올해 대학 갓 입학했을 줄 알았더니.... 겁나 동안이네.”
한국의 양대 포털뿐만 아니라, 쿡글로도 많은 것이 검색된다.
일단 배우/스턴트맨 두 분야를 겸업하는 걸로 나와 있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와 한국무술연기자협회에서는 액션배우로 분류되어 있다.
그 외 한국 최고 대학에 재학 중이고, 취미가 비보잉과 트릭킹이란다.
외국어 능력자에 한국의 군대도 다녀온 것으로 나온다.
다음으로 중국 내 한드 커뮤니티들을 둘러봤다.
이온 본인이 SNS 활동을 안 한다고 해서 흔적이 남지 않는 것이 아니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흔적을 남겼다.
중학교 시절 오광택의 크루와 함께 비보이 공연을 했을 때 영상이라든지, 중남미에서 자원봉사했을 때 찍힌 사진이라든지, 카나한 게더링에서 찍힌 사진, 한국대 서양사학과 누군가가 촬영했던 사진이라든지, 심지어 절친들과 놀러가서 찍은 사진까지 공유되고 있었다.
본인이 SNS를 하지 않아 자신과 관련된 많은 것들이 인터넷 세상에 흔적으로 남아 있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유명해지니까 사진을 올렸던 이들이 해시태그를 달아 자랑을 하면서 팬들이 퍼나르고 공유하고 재편집하는 등.....
이온이 유명인이 아닌 일반인이었다면 드러나지도 않고 주목 받지도 못했을 사진과 동영상들이다.
암튼 중국 내 한쥐미들 사이에서 <비객>의 반응은 상당히 좋았다.
다만 부주인공격인 나이온 배우에 대해서는 설왕설래가 좀 있었다.
배우가 ‘혐중‘이라는 소문이 커뮤니티에서 돌고 있었던 것.
반중도 아니고 혐중이란 프레임이 씌워진 것이다.
- 비록 양심극(퀄리티 높고 평가 좋은 드라마)이지만, 배우에서 에러. 특히 나이온.
┖ 잘생기고 예쁘고 연기력 훌륭하기만 한걸.
┖ 뭘 보고 에러라고 하는 거지?
┖ 나이온은 결코 좋아할 수 없어요. 인성이 나빠요.
┖ 니가 인성을 어떻게 알아?
- 악동이 컨셉이 너무 비호감이야. 전후 성격이 매우 모순적이야. 뭔가 불쌍하고 안타까운 처지를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내가 보기에 배우의 패착이 아닐까해. 적절치 않았어. 나이온이 훌륭한 드라마 <비객>을 망친 것 같아 안타까워.
┖ 국내외에서 연기에 대해 호평이 쏟아지고 있는데 무슨 개솔?
┖ 내가 알기로 최악의 평가를 받던데.
┖ 어디 링크 걸어봐 바이두 말고. 해외 걸로.
- 악동이를 왜 그렇게 일찍 사라지게 했는지 도대체 이해를 못하겠어.
┖ <비객>에 너무 몰입하지 마. 혐중 연예인이 출연한 드라마다.
┖ 여기저기 커뮤니티에서 자꾸 혐중 혐중 하는데 도대체 왜 그럼?
┖ 나이온은 중국을 매우 싫어해 내가 잘 알아.
┖ 거짓말쟁이! 너깐 놈은 숨을 쉴 가치가 없어. 꺼져!
┖ 나이온의 실체를 알게 되면 당신도 분명 나와 같이 그를 미워하게 될 거야.
- <아이돌> 시즌2에도 나이온이 나온다고 누가 그러던데... 누가 정확한 정보를 가진 사람 없어?
┖ 시즌2 제작은 한국에서 오피셜로 이미 뜬 상태. 출연진은 아직 미정.
┖ 최근 한국 팬덤 사이에서 오찬기의 보이그룹과 나이온이 합작으로 뭔가를 준비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해.
┖ 오! 혹시 프로젝트 아이돌 연합그룹이 뜨는 건가?
┖ 중국 사람은 나이온을 좋아해서는 안 돼. 그는 혐중 연예인이야. 중국의 역사를 부정하고 우리 문화를 한국의 것이라고 외국인들에게 거짓 주장을 설파하고 있어.
중국의 대표적인 한드 커뮤니티에서는 나이온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하는 댓글마다 혐중 연예인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대댓글이 달렸다.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면서 무시하는 분위기였다.
헌데 최근 들어 ‘혐중‘이란 단어에 광분하는 키보드워리어들이 나이온 관련 글마다 부정적인 댓글을 달고 있었다.
“도대체 나이온이 뭐 하는 사람이기에 이 난리야?”
최초의 혐중 연예인 프레임을 씌운 네티즌의 의도와 다르게 흘러갔다.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지만 취향이 맞지 않아 <비객>을 보지 않았던 이들이 관심을 갖게 되는 역효과를 불러 일으켰던 것.
정통 연기자 코스를 밟은 것도 아니고 스턴트맨으로 출발해 훌륭한 연기까지 선보이는 점에 대해 많은 중국 한드 팬들이 우호적으로 봤다.
게다가 불우한 여건 속에서도 한국 최고 명문 대학에 입학했고, 무려 4개 국어 능력자임이 밝혀졌는가 하면, 공부만 하는 모범생이 아니라 꽤 실력 좋은 비보이면서 액션배우라는 사실과 함께 중국 한드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한국 탑 파이브 작가 중 무려 두 사람의 작품에 연이어 출연한 기대주라는 이야기 등등이 알려지면서 중국 한드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던 것.
덕질은 보통 이렇게 시작한다.
우연히 검색을 해보다가 호기심이 생기고 그의 노래 혹은 출연작을 찾아보고 그러다가 매력을 발견하게 되고, 계속해서 그와 관련한 최신 소식을 찾아보게 되고.
또한 연예인의 매력에 빠져서 팬이 된 케이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연예인의 특이한 삶이나 환경으로 인해 응원하는 마음으로 팬이 되는 경우도 있다.
중국에서만 유독 이온에 대한 음해성 대댓글이 판을 치고 있지만, 한국에서 그 사실을 알 수 없었다.
중국 소식을 전하는 한국 넷튜버들은 그런 기류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긴 했다.
언제 어떤 식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풀지 간을 보고 있는 중이랄까.
당장 풀어서 조회수 몇 천 받느니 이온이 좀 더 유명해지고 난 후에 만들어 올리면 기본 십만 조회수 장사를 할 수가 있다.
그처럼 이온이 유명해지면 질수록 그것으로 누군가를 이득을 보고 누군가는 배가 아파서 하루하루가 심란하고 짜증만 나기도 한다.
중국 저장성에서 남부럽지 않게 사는 누군가는 명백히 후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