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화 〉 이미지단역. (3)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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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을 본지 일주일이 흘렀다.
그 사이 드라마 <아이돌> 제작진 측에서 어떤 연락도 없었다.
액션아카데미 내부 캐스팅도 그렇지만 오디션에 있어서 무소식이 결코 희소식이 아니다.
아무런 연락이 없다는 것은 오디션에서 떨어졌다는 걸 의미했다.
사실 이온은 큰 기대를 품고 있지 않았다.
때문에 미련 없이 복학신청을 해버렸다.
대학 졸업은 스스로에게도 중요하지만, 누나와의 약속이기도 했다.
복학을 하게 되면 동기들에 비해 여러모로 손해를 많이 볼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길고 긴 인생을 놓고 봤을 때 굳이 한국대 졸업장을 포기할 이유는 없었다.
‘틈틈이 현장에 나갈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 동안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을 해서 등록금 정도는 준비가 되어 있었다.
문제는 학비를 제외한 나머지 생활비.
월세는 나가지 않지만, 교통비, 휴대폰 요금 등등 빠듯할 것 같았다.
수강신청도 보통 일이 아니다.
군 입대 전에 학점을 넉넉하게 이수해 놓았다면 좋았을 것을.
사람 앞날이 이렇게 될 줄 꿈에도 몰랐으니, 후회해본들 소용없다.
‘강의 시간표를 짜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네.’
좋은 수업을 골라 듣는 것은 포기했다.
주중에 하루를 모두 비우고, 가능한 오전에는 액션아카데미에 출근해 운동을 하고 오후에 집중적으로 수업을 듣는 것으로 시간표를 짰다.
수강신청을 마무리했지만, 개강 날짜만을 마냥 기다릴 순 없었다.
매일 파주 액션아카데미로 출근해 미진한 실력을 더욱 갈고 닦았다.
혹시 몹씬 촬영에라도 데려가주길 기대했지만.
특별히 불러주는 감독이 없었다.
다만 16명이 생존한 26기 교육생들이 수료를 한 달 앞두고 막바지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는 것.
이온은 교육팀 소속이 아니다.
때문에 교육생들과 밀접하게 교류할 일이 거의 없었다.
한창 레펠 훈련을 하고 있는 26기 교육생을 뒤로 하고 이온이 체육관 밖으로 나왔다.
형민이 따라붙으며 말을 걸었다.
“그 이야기 들었어?”
“무슨 이야기?”
“임 감독하고 심동혁이 팀을 짜서 따로 독립해서 나간대.”
임대한 감독이 독립한다는 이야기는 꽤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그 동안 간을 본 것인지, 그도 아니면 액션아카데미 그늘을 벗어날 수 없을 정도로 영업력이 부족했던 것인지, 액션아카데미에 머물고 있었다.
“임 감독 라인이 빠져나가면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시원하겠네. 그래서 언제 나간대?”
“다음 작품 곧 계약한다더라고. 그거 계약하면 빠져나갈 건 가봐.”
“몇 명이나 같이 움직이는지는 모르고?”
“대여섯 명 쯤.”
이온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었던 인간들이 드디어 액션아카데미를 떠날 모양이다.
희소식도 이런 희소식이 없다.
그들 라인이 없어지면 사실상 액션아카데미 선배 가운데 노골적으로 이온을 괴롭힐 이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임대한 일당이 떠난다고 해서 완전히 안 보고 살 순 없다.
대작영화나 사극 등의 몹씬을 촬영할 때 마주칠 수밖에 없다.
그럴 때 업계 스턴트 선배로써 적당히 예우를 하면 그만이다.
액션아카데미 식구로써 깍듯하게 대접할 필요가 없다.
“이제 이온이 너도 숨 좀 쉬면서 살겠다.”
“그래도 그 인간이 나 괴롭힌다고 캐스팅도 많이 해줬어. 이제 좋은 시절 다 갔네.”
“온갖 더럽고 지저분한 것만 골라 시켰잖아. 그게 어떻게 좋은 시절이냐?”
“2년차에 남들 못해보는 경험 많이 했지 뭐.”
“자식이 매사 긍정적이어서 좋겠다.”
“우리 같이 몸으로 먹고 사는 직업일수록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부정적인 생각들이 자리 잡지 못하도록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생각들로 바꾸는 훈련도 같이 해야 하는 거야. 왜냐. 사람의 생각과 몸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이지.”
“또, 또! 플라시보 효과 말하려고 하는 거면 그만.”
형민이 질색했다.
아버지와 대부 그리고 토끼발이 이온에게 남겨준 가장 위대한 유산이 바로 이런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사고방식이다.
사실 이온 스스로 깨닫고 있지 못할 뿐, 그는 배역 투사에서 쉽게 빠져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은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더 나빠지지 않고 이 정도에서 끝난 게 어디야.’
큰 어려움을 겪게 되었을 때 이온이 가장 먼저 하는 생각이다.
이온은 심리상담사나 정신과의사들이 권장하는 긍정적인 생각을 키우는 방법을 이미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있었다.
이온은 비보잉과 트릭킹이라는 매우 활동적인 취미가 있다.
몸을 움직이다보면 혈액순환에도 도움이 되고 쓸데없는 생각도 없애준다.
이온은 생각하는 것보다 자신이 훨씬 강하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스스로를 비하하거나 자책하지 않는다.
당연히 매사에 자신감이 저절로 생긴다.
어떤 일이 벌어질 때마다 좀처럼 일희일비 하지 않는 편이다.
그리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회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마주한다.
어떻게 대처할지 계획을 세워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게 어릴 때부터 어려움을 이겨냈던 경험이 있으니 지금도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그 믿음을 통해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해 집중할 수가 있게 됐다.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봉사다.
남을 위해 봉사하고 도움을 주는 것은 타인을 기쁘게 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자존감에도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는 동안 스스로의 만족감은 커지고, 긍정적인 마음도 자라게 된다.
바로 봉사를 통해 마음의 힘을 키워온 것이다.
“그 얘기만 벌써 백 번은 들은 것 같다. 안 들을래.”
형민이 멀리 달아났다.
킥킥.
이온이 그 모습을 보며 웃었다.
긍정적인 생각이 만병통치약이요.
웃으면 복이 온다고 했다.
임대한 일당이 액션아카데미를 떠나는 것은 복이 아니다.
약간의 껄끄러움이 제거되는 것 뿐.
진짜 복은 개강을 일주일 앞두고 찾아왔다.
- 나이온 배우님. 드라마 <아이돌> 인물담당 조연출 연재완입니다.
“안녕하세요. 조연출님.”
- 먼저 2차 오디션 합격하신 거 축하드리고요.
“......?”
오디션을 본지 보름이 지나도록 아무런 연락이 없기에 떨어진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오디션에 합격했단다.
물론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
- 최종 합격한 것은 아니고요. 3차로 밀접 오디션을 보셔야 해요.
“제가 무엇을 준비해 가야 하나요?”
- 따로 준비하실 건 없어요.
“지난 번 2차 때처럼 몸만 가면 되는 건가요?”
- 나이온 배우님은 다른 후보 네 명과 함께 밀접 면접을 보시게 되요.
2차 오디션 때는 이렇듯 친절하고 자세하게 안내를 해주지 않았다.
최종 오디션이자 어쩌면 함께 드라마를 찍을 수도 있기 때문인지, 조연출은 매우 자상하게 안내를 해줬다.
“저기... 조연출님. 혹시 뭐 하나 여쭤 봐도 될까요?”
- 뭔데요?
“제가 스턴트만 하고 배우 오디션 경험이 별로 없어서 그런데, 이미지단역 뽑을 때 원래 이렇게 복잡하고 세세하게 오디션 보나요?”
- 하하. 케바케에요. 한 PD님이나 송작가님이 워낙 꼼꼼하고 디테일하신 분들이라서.
“제가 잘 몰라서 여쭤본 거니까. 오해는 하지 말아주세요.”
- 멜로나 휴먼 장르는 이렇게까지 디테일하게 안 보는 편이에요. 이번 드라마가 각 캐릭터마다 특징이 한가지씩을 있어야 해서 연출님이나 작가님이 꽤나 캐스팅에 공을 많이 들이고 계시네요.
“그랬군요?”
- 궁금증은 다 해결되셨나요?
“예. 감사합니다.”
- 오디션 날짜, 장소, 참가 인원은 메시지 남겨드릴게요. 참고하세요.
“예. 수고하세요.”
최종오디션까지 갔다가 미끄러지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김칫국부터 마실 이유가 없다.
다만, 16부작 드라마 <아이돌>의 무술감독이 최소망이라는 점.
정식 배역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주요 배우의 대역에 들어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이 있었다.
현재 액션아카데미 소속 스턴트맨 가운데 십대 연령대 배우와 싱크로율을 높게 맞춰줄 수 있는 스턴트더블 후보로 이온이 유일했기 때문이다.
‘연락을 일주일만 일찍 해줬으면 좀 좋아......?’
그랬다면 복학을 안 했을지도 몰랐다.
드라마 <아이돌> 캐스팅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 ✻ ✻
3차 오디션 안내 연락을 받고 삼일이 지났다.
이온은 다시 한 번 양재동 댄스연습실을 찾아왔다.
이번에는 힙합추리닝패션에 버킷햇을 썼다.
액세서리는 안 했다.
간소한 차림으로 오디션을 보러 왔다.
건물 안에서 제일 먼저 마주친 사람이 인물담당 조연출 연재완이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나이온 배우님 맞으시죠?”
“예.”
“일찍 오셨네요?”
“일산에서 오는 길이라 서둘렀더니 일찍 도착했네요.”
“아, 배우님이 원래 액션배우셨지. 파주에 있다가 오셨나봐요?”
“오전 운동 마치고 넘어왔어요.”
이온을 대하는 연재완의 태도가 지난 오디션 때와 완전히 달랐다.
매우 살갑게 이온을 대했다.
겨우 이미지단역에게 친절할 이유가 있을까 싶었다.
‘캐스팅에서 미끄러지더라도 최소망 감독님 무술팀에 들어갈지도 몰라서 그런가?“
그렇게 밖에 추측할 근거가 없었다.
암튼 지난번에는 가장 큰 연습실을 사용했지만, 이번에는 그 보다 작은 연습실에서 오디션을 진행할 모양이다.
따로 대기실도 준비하지 않았다.
이온은 곧장 오디션장소로 들어가 거울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 몸을 풀기 시작했다.
잠시 후, 밀접 오디션을 함께 보게 될 여배우 둘이 연재완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많이 쳐줘야 스물 정도로 보이는 여배우 둘이 먼저 인사했다.
바닥에 편하게 앉아 있던 이온이 벌떡 일어서서 마주 인사했다.
그 다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오디션 참가자는 누가 봐도 래퍼였다.
옷차림, 액세서리, 걷는 모양, 태도, 힙합식 인사까지.
“래퍼 베어싹이에요. 비보이님은 닉이 어떻게 되세요?”
“없.... 이오니소스에요.”
이온의 귓불이 살짝 붉게 달아올랐다가 금방 원래대로 돌아왔다.
페루에서 참가한 워크캠프에서 영재가 지어준 닉네임이다.
자신의 입으로 저 유치한 닉네임을 말해버릴 줄이야.
암튼 올해 21살이 된 래퍼 베어싹은 케이블 음악채널 고교최강래퍼 출신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형이라고 불러도 되죠?”
“편할 대로.”
“형은 어디 크루 소속이에요?”
“한국액션아카데미.”
“처음 들어보는 크루......?”
“스턴트맨 단체에요.”
“비보이가 아니라 현직 스턴트맨이세요?”
베어싹이 몹시 놀란 눈을 했다.
이온은 어깨를 으쓱해 보일 뿐, 부연설명을 덧붙이지 않았다.
마지막 참가자가 오디션장으로 들어왔다.
로드매니저와 함께 왔는데, 현직 아이돌 그룹 원마스의 메인댄서겸 서브 보컬 오찬기였다.
오찬기는 낯을 가리는지 아니면 다른 참가자들을 경계하는지 인사를 건네지 않았다.
래퍼답지 않게 성격이 싹싹한(?) 베어싹 역시 쉽사리 근처로 다가가지 못했다.
그 정도로 오찬기 주위로 무형의 장막이 처졌다.
다섯 명의 밀접 오디션 참가자들이 몸을 풀고 있는데, 지난 번 오디션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유명 안무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혼자가 아니었다.
조수로 보이는 이들 네 명과 대동했다.
“몸은 충분히 풀어 두셨나요?”
“예!”
“각 딱 잡고 보는 오디션 아니니까, 너무 긴장 할 필요 없어요.”
2차 오디션에서는 댄싱오디션 TV프로그램 심사위원으로 참여할 때처럼 포스가 철철 넘쳤던 안무가였다.
헌데 오늘은 말투나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수강생에게 입관서류를 받아내려는 친절한 댄스 강사 같았다.
“거창하게 밀접 오디션이라고 했지만, 내가 여러분들에게 궁금한 것이 있어서 따로 좀 보자고 했어요. 아참, 조연출. 내 인터뷰 끝나고 여기 이 친구들 또 다른 인터뷰 같은 거 있나?”
“예. 연출님하고 작가님이랑 미니 인터뷰가 잡혀 있어요.”
“알겠어. 그럼 나는 후딱 내 용무부터 볼 게. 자, 다섯 명은 너무 멀찍이 떨어져 있지 말고 가까이 와 봐요. 내가 얼굴 좀 자세히 볼 수 있게.”
후다닥.
이온과 참가자 네 명이 얼른 안무가 앞으로 모여들었다.
“혹시 2차 때 다른 특기를 못 보여줘서 아쉽다는 사람. 손!”
이온을 제외하고 네 명 모두가 손을 들었다.
그리고 한 사람씩 2차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한 특기를 뽐내기 시작했다.
래퍼 베어싹은 유명한 KPOP 히트곡 커버댄스를 췄다.
여배우 두 명은 각각 발레와 현대무용을 안무가 앞에서 선보였다.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았다.
안무가는 오디션을 보는 참가자 본인이 그만 둘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춤을 꼼꼼히 체크했다.
현직 아이돌인 오찬기는 팝핀을 보여줬다.
제법 그럴싸했다.
“스턴트맨 친구는 따로 보여줄 거 없어요?”
“아무거나 해도 됩니까?”
“뭐든지. 혹시 뉴스쿨 중에 보여줄 거 없어요?”
스트리트댄스 역시 힙합음낙처럼 올드스쿨과 뉴스쿨로 구분한다.
일반적으로 올드스쿨은 비보잉. 팝핑, 락킹, 왁킹으로 나눌 수가 있고, 뉴스쿨은 힙합, 하우스, 크럼프, 보깅 등이 포함된다.
“조연출님, 하우스 비트 아무거나 주세요.”
“하우스?”
음악을 틀어주던 연재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온이 연재완에게 다가가 그의 앞에 놓인 노트북의 스트리밍 리스트를 쭉 훑은 후에 히스패닉계 미국 래퍼인 핏불테리어의 흥겨운 힙합곡을 선곡했다.
- Live a little F.U.N, fun!
둥따라~ 둥딱.
흥겨운 라틴풍 리듬과 히스패닉계 래퍼의 랩에 맞춰 이온이 현란한 스텝을 밟았다.
상반신이나 손과 팔을 쓰지 않고 오로지 하반신과 스텝 위주로 추는 하우스 댄스는 세계 곳곳의 클럽에서 개나 소나 다 추는 클럽댄스지만, 실제로 그 필링 혹은 그루브를 내기가 쉽지 않은 스트리트댄스 장르다.
10년 전, 클럽 문화와 타 장르와의 융합으로 크게 융성했지만, 음악적 대세가 변화하고 장르적 한계 때문에 현재는 침체기에 있는 장르가 하우스 댄스다.
한국에서는 아는 사람들만 아는 마이너한 장르가 되어버렸는데, 비보이이면서 트릭커인 이온에게는 결코 마이너하지 않았다.
- Loosen up your body baby til' you come undone~
특히 이온 입장에서 중남미로 여러 차례 봉사활동을 다니면서 살사, 차차차 같은 라틴댄스들이 친숙한데다가, 그러한 라틴댄스 스텝도 하우스 장르에 도입되었기 때문에 봉사활동하며 현지인들과 함께 어울려 하우스 장르 춤을 춰본 적이 있었고, 하우스 스텝 중에는 비보잉에서 온 것도 있어서 크럼프나 보깅 같은 장르보다 거부감도 없는 편이다.
이온은 빙판 위를 미끄러지는 듯한 스텝부터 토끼춤, 발끝으로만 추는 춤, 비보잉의 현란한 풋워크, 셔플 댄스까지 넘나들었다.
당연히 발만 열심히 굴러대면 재미가 없다.
흑인 그루브나 라틴 특유의 필링을 표현하기도 쉽지 않고.
그래서.
휙.
팍.
카포에라의 기본 발차기 ‘메이아 루아‘를 찼다.
한 발 더 나아가 한손 짚고 앞공중돌기, 백덤블링 그리고 340도 발차기까지 섞었다.
물론 발목과 무릎에 무리가 가는 동작은 절대 하지 않았다.
“혹시..... 기계체조 같은 동작들..... 트릭킹이에요?”
안무가를 따라온 조수 중에 한 명이 물었다.
“맞습니다. 지금 발목이 좋은 편이 아니라서 기본적인 것만 보여드렸습니다.”
발목 전혀 문제없다.
거짓말이다.
굳이 고난이도 기술을 전개하다가 탈이 날까봐 하지 않은 것 뿐.
어린 경쟁자 친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이왕 판이 벌어졌는데, 할 줄 아는 걸 감추고 있는 것도 이상했다.
이온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특기들을 꺼내놓았다.
그런데 이것이 끝이 아니다.
이온은 생각보다 할 줄 아는 게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