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화.
죽음의 천사 운카라.
그들은 자신의 화폐를 다른 문명에 전파할 정도의 힘을 지닌 우주 최고 반열의 종족이었다.
우리가 그들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건 오크들이 운카라 화폐의 존재를 알렸을 때였다.
대체 얼마나 강하기에 융족이 그들의 화폐를 그대로 받아서 쓴단 말인가.
경우에 따라선 융족이 운카라의 속국 노릇을 자처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만한 사항이었다.
-흠. 화폐를 그대로 받아 쓰는 거에 그렇게 큰 의미가 있단 말이야?
‘당연하지. 간단히 설명하긴 어렵지만 긴밀하게 연결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화폐 통합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거든.’
국가 간 화폐 통폐합이 어떤 부작용을 일으켰는지 나는 이미 역사를 통해 알고 있었다.
-제국 역사?
‘아니 제국 역사 말고.’
그러니까 존 메이어가 되기 이전, 김우진으로 살던 시절 말이다.
지구는 21세기에 접어들며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는데 당시 유럽연합은 각국에서 쓰이는 화폐를 대체할 수단으로 단일화폐, 유로(€)를 출범시켰다.
이른바 유로존의 시작이었다.
세계 대전의 중심이었던 유럽.
처음에 유로화는 유럽의 통합을 강화해 비극적인 역사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고자 한다는 명분으로 만들어졌다.
각국의 정상들은 유로를 통해 정치와 경제의 통합을 추진하였다.
물론 이밖에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을 거다.
기축통화인 달러의 지위를 빼앗고 싶었다거나 하는 것들 말이다.
아무튼, 수십 년 동안 유럽에 뿌릴 내리며 그럭저럭 잘 정착하게 된 유로지만 그 과정에 아무 문제가 없던 건 아니었다.
일단 통합 화폐는 각국의 모든 경제 여건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단일 금리로 인한 환율로 일부 국가는 경제에 큰 탄력을 받았으나 내수 호황으로 인한 부동산 가격 급등, 자산 거품 등의 문제가 발생했고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됐다.
보통 이러한 문제들은 금리, 환율의 조정기능으로 불균형을 바로잡게 되지만 단일화폐였던 유로존 국가들은 이에 대한 능동적인 대처가 쉽지 않았다.
일각에선 유로가 그리스, 포르투갈 등의 남유럽 국가에 인플레이션, 위기를 불러온 원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완전히 하나 된 국가라면 문제가 덜할 테지만 서로 다른 제도로 묶어놓은 연합체에서의 공통 통화는 이렇듯 여러 문제를 일으킬 수 있었다.
-뭔진 잘 모르겠지만 별로 좋지 않다는 건 알겠어.
아마 융족도 자발적으로 화폐 시스템 통일을 받아들이진 않았을 터였다.
아니나 다를까 시즈 일족은 융족이 이미 한번 전쟁에서 패해 운카라에게 굴복했다는 이야길 들려주었다.
그들에게 무릎 꿇은 문명이 열 개도 넘는다고 말이다.
“운카라가 그 정도란 말이야…?”
중앙의 지원으로 남부가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융족의 힘은 결코 얕볼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그라프를 비롯한 중앙의 지원이 없었으면 훨씬 더 큰 피해를 보았을 테니 말이다.
그런 고도화된 문명들을 상대로 운카라는 이미 수차례나 승리를 거뒀다고 하니 새삼 그들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를 알 수 있었다.
“대화는 가능할까? 그쪽에 네메시스 메탈이 있어도 거래 자체를 해주지 않으면 아무 쓸모 없잖아.”
[방법. 없진 않아.]
[운카라의 시스템을 받아들이면 지원해 줄걸!]
시즈 일족은 죽음의 천사라고 불리는 것과는 별개로 운카라가 자신들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문명에겐 나름 관대한 편이라는 이야길 해주었다.
“어떤 걸 받아들이라는 거지?”
[예를 들면 화폐!]
[운카라 화폐를 받아들이면 네메시스 메탈 거래해 줄 거야.]
“음….”
어차피 중앙이랑 틀어져서 새로운 화폐를 발행해야 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운카라 화폐를 쓰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다.
일방적으로 조폐 권한이 없어지면 남부는 운카라의 식민지나 마찬가지였다.
하라는 대로 하고, 시키는 대로 따르는 피지배층이 되어서 말이다.
“그냥 물물 교환으로 얻어올 방법은 없을까?”
[음.]
[안 될 것 같아.]
아무래도 네메시스 메탈을 얻는 건 쉽지 않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내 머릿속에 별안간 벼락이 치며 불길한 생각이 떠올랐다.
“잠깐, 운카라 말이야. 혹시 주변 문명에 큰 관심이 없나?”
[무슨 뜻이야?]
“음. 지금 우린 융족과 전쟁 중에 있단 말이지. 휴전 상태이긴 하지만 언제든 전쟁이 다시 격화될 수 있는데 화폐를 받아 쓰는 융족이 밀리거나 하면 운카라가 전쟁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나 해서.”
왜 이 생각을 바로 떠올리지 못했을까.
운카라의 힘이 그렇게나 강하다면 이건 실로 엄청난 문제였다.
우리가 중앙의 지원을 받아 융족을 격퇴했던 것처럼 융족도 운카라의 지원을 받아 반격해 올지 몰랐다.
중앙만 해도 머리가 아픈데 뒤에서 융족까지 난치를 친다?
남부로서는 절체절명의 위기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천만 다행히도 시즈 일족은 운카라가 타 문명의 일에 대해선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이라고 말해주었다.
[어지간해선 별일 없을걸!]
[천사들은 바깥 일에 별로 관심 없어.]
“그나마 다행이네. 근데 왜 죽음의 천사들이야?”
[운카라는 죽음을 연구해!]
[거긴 예전부터 그랬어.]
[전쟁 중에 상대 종족 잡아다가 막 실험했다는 소문! 있어!]
“어…?”
인체 실험, 제물 의식, 죽음의 연구.
튀어나오는 이야길 듣고 있노라니 딱 누군가가 떠오르는 기분이었다.
-이거 완전 럭키 황제 아니냐?
시즈 일족이 들려주는 정보를 머릿속에 집어넣은 나는 운카라에 대한 경계 레벨을 최고로 맞춰두었다.
저런 놈들이라면 죽을 때까지 마주치고 싶지 않은 게 사실이었다.
‘운카라와 거래하는 건 일단 보류.’
나는 시즈 일족에게 운카라 말고도 네메시스 메탈을 구할 수 있는 세력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말했다.
꼭 네메시스 메탈이 아니어도 전투함에 쓰일 신형 합금에 적합한 금속이라도 좋다는 말을 덧붙이며 말이다.
* * *
시즈 일족과의 만남은 매우 유익했다.
비록 네메시스 메탈은 구할 수 없었지만 우주 괴수의 추적기술, 순양합금 스텔스 카트리지 재충전을 거래하는 데 성공했다.
그 대가로 나는 그들의 집인 검은 순양함의 엔진 내구도와 출력, 그리고 마법 회로 개선을 통해 그들의 실드 효율을 올려주기로 했다.
원래는 이 정도에 거래해 줄 생각이 없었던 모양인데 나는 황금콩의 사례를 들어 미어캣 친구들을 압박했다.
아무리 콩에 문제가 없다지만 나는 일방적으로 손해를 봤다.
이번 거래라도 좀 헤아려 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말이다.
[황금콩은 진짜 아무 문제 없어!]
[팔기 전에 우리 다 설명했어!]
[존 나빠!]
시즈 일족은 자신들을 불량품 판매업자로 아는 거냐며 화를 냈지만 결국 내 요구를 들어줬다.
“거래해 줘서 고맙다.”
[흥. 이제 안 해!]
“아이, 그러지 말고. 대신에 업그레이드 서비스 팍팍 넣어줄게.”
[흥!]
안 그래도 기술 수준이 뛰어난 시즈 일족이었기에 개조는 하루아침에 마칠 수 없었고 나는 그들이 자치령에서 머무는 동안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했다.
다행스러운 건 시즈 일족도 메이어 행성을 제법 마음에 들어 했다는 거였다.
그렇게 VIP 손님들을 모신 채로 나는 다시 바쁜 하루에 몰두했다.
여전히 피어날 기미가 없는 황금콩 관리뿐만 아니더라도 공녀에게 보여줄 천년공 치료 마법진의 진척 연구, 그리고 신형 그라프 2호기의 파일럿을 선정하는 문제까지도 전부 내가 관여해야 할 일들이었다.
특히 그라프 조종사를 희망한다며 엄청난 숫자의 지원자들이 몰렸는데 부관들이 1차로 서류를 추렸음에도 여전히 훑어보기 어려울 정도의 인원이 남아 있었다.
“아이고. 그러니까 이 중에 실기 면접을 볼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거지?”
“그렇습니다.”
“다들 우수하군. 남부의 미래가 밝네.”
나는 매티스가 건넨 서류를 훑으며 말했다.
매티스 대령, 그는 오딘 훈련소 동기들을 제외하면 내 곁에 있는 사람 중 가장 출세가 빨랐다.
우주에서 가장 압도적인 군공을 쌓는 전투함 엔터프라이즈호.
그런 엔터프라이즈호의 부함장인 데다 부관 일까지 도맡고 있으니 고속 승진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대장님. 이번 파일럿 지원자 중에 오리온 백작도 있습니다.”
“그래? 그냥 함장 하시라고 말씀드렸는데….”
괴수로 인한 전선에서의 피해로 군 수뇌부는 과거 제국이 그러했듯 전문 토벌대를 꾸리는 데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덕분에 이미 전역한 지 수백 년이 지난 오리온 백작의 현역 복귀가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인데 이 할아버지….
어떻게 된 건지 함장보다 그라프 파일럿에 더 욕심을 내고 있었다.
물론 조건이야 다 들어맞긴 했다.
건강검진에서도 문제없었다고 하고 나를 진과 계약시켜 줄 만큼 뛰어난 마법사 아니던가.
그라프 조종석은 마력핵이 뿜어내는 파동으로 일반인은 잠시도 버티기 어려웠는데 마력을 다루거나 강한 내성을 지닌 자들만이 이 충격을 견딜 수 있었다.
심지어 그는 내가 이 세계에서 눈을 뜬 이후 처음으로 진의 존재에 대해 감을 잡은 인물이었다.
심지어 황제조차도 몰랐던 비밀이었는데 말이다.
“그래. 테스트도 보지 않고 떨어트리는 건 너무 선입견이 심한 거지.”
만약 정말로 오리온 백작의 실력이 지원자 중 가장 뛰어나다면, 굳이 그를 뽑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서류 정리를 마친 나는 곧장 연구단지로 향했다.
그라프 개발팀에서 마력핵 정제 작업이 거의 다 됐으며 이제 조립 단계만 남았다는 연락을 받아서였다.
“충성!”
연구원들의 경례에 답해준 나는 중앙동에서 예의 마력엔진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아직 조립되기 전의 상태를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로군.”
경도가 약한 마력핵을 압축상태로 만들어 고체파츠화 시킨 마력엔진.
통상의 출력은 정제 단계를 거치며 줄어들게 되는데 이번 2호기 엔진의 경우 그 출력이 380만 사이클로 측정됐다.
실피드의 엔진 출력이 500만 사이클인 점을 고려하면 훨씬 작다는 게 느껴지지만 기존의 마력핵이었을 때의 출력 차이가 더 컸던 점을 고려하면 우리 개발팀의 엔진 기술이 훨씬 진보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흡족하게 웃는 베렐 대령을 칭찬하자 그는 이번 연구에 공녀님의 도움이 컸다며 생각지도 못한 말을 꺼냈다.
“공녀님이 도와줬다고? 여기 왔었단 말인가?”
“예. 세리스 공녀님이 그라프 연구에 관심이 아주 많으시더군요. 특히 마법 역학 부문에서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그러고 보니 공녀가 북부에서부터 그라프에 대한 관심을 보였던 게 떠올랐다.
마력핵을 구해 오면 추가 기체를 만들 수 있냐고 물어보기도 했고 말이다.
다만 중앙에 난리가 났던 것도 있고 결국 추가 마력핵을 구하진 못한 모양이었다.
-혹시 공녀가 파일럿에 관심이 있나?
‘설마.’
공녀가 그라프 파일럿이라니.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굳이 연구팀을 도와준 걸 생각하면 마땅한 이유를 찾기 어려웠다.
왜냐하면 공녀는 어지간한 일은 귀찮다고 관심도 두지 않는 편이기 때문이었다.
‘좋아. 이유야 물어보면 그만이지.’
평소엔 어지간하면 공녀랑 안 만나는 쪽으로 동선을 짰지만 오늘은 달랐다.
그녀에게 보여줘야 할 연구 성과가 내 손에 있기 때문이었다.
천년공의 치료에 도움이 될 마법 연구 개선안.
내가 그동안 놀고만 있던 건 아니다.
여기 연구를 좀 보십쇼.
내가 이만큼 일을 열심히 합니다 하고 어필을 하는 시간이었다.
당당히 새로 지어진 레하반 타워에서 공녀와 대면하자 그녀는 언제쯤 오나 하고 기다렸다며 나를 몹쓸 인간 바라보듯 했다.
‘내가 좀 늦었나?’
-아무래도 이쪽 연구는 좀 게으르긴 했지.
그래도 내 딴엔 최선을 다한 거였다.
반란도 있었고 한동안 워낙 바쁘지 않았나.
게다가 나는 지금 전선의 대소사를 책임지는 군단장 역할도 겸하고 있었다.
이쯤 되면 정말로 분신을 만드는 마법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래서 대낮부터 어쩐 일이야?”
“치료용 마법진에 대해 보고드릴 겸 찾아왔습니다.”
“언제 그 얘기 하나 한참 기다렸네. 어디 한번 보자.”
언제 그랬냐는 듯 눈을 반짝이며 서류를 살피는 공녀에게 나는 슬쩍 연구팀을 도와준 이유에 대해 물었다.
혹시 이번에 모집하는 그라프 파일럿에 관심이 있느냐는 이야기도 곁들여서 말이다.
“아. 그거?”
공녀는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간단히 대꾸했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유는 전에 예상했던 내용 중의 하나였다.
바로 신형 그라프를 만들어 보물전에 한 대 장식해 두고 싶다는 것.
아니, 그게 얼마짜린데 창고에 모셔두려고 만든단 말인가.
뭐 본인 재산으로 돈지랄 하겠다는데 내가 말릴 건 아니고….
다만 장식용 그라프를 만드는 것과 연구팀을 돕는 것 사이에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을 때, 공녀가 뒷말을 덧붙였다.
“레하반의 보물전엔 항상 최고가 들어가야 해. 최고! 무슨 말인지 알아? 내 그라프가 귀쟁이 것보단 좋아야 한다는 뜻이야!”
“그래도 이제 같이 한 시간이 있는데 카린이라고 불러줘도 되잖아요….”
“응. 귀쟁이~”
아무튼, 공녀가 연구팀을 도와준 이유는 언젠가 만들게 될 그라프의 성능을 무조건 실피드보다 높이려는 목적이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실피드는 적합한 마력핵을 구하는 대로 쌍발기로 개조할 계획이었기에 쉽지 않을 거 같단 생각이 들었다.
‘벌써 어지럽네.’
-동감이다. 말하지 말자.
자신의 그라프와 개조된 실피드를 비교하며 왜 내 건 쌍발기가 아니냐며 화를 내는 공녀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었다.
결국 우린 입을 다물기로 했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지만 이 경우엔 아니었다.
* * *
5월 중순.
오크의 쌍둥이 행성을 통해 이클립스급 구축함이 첫 생산에 들어갔을 무렵, 마침내 신형 그라프 2호기의 완성과 함께 조종사 선발을 위한 실전 테스트가 치러지고 있었다.
카린과 더불어 두 번째 그라프 파일럿이 되는 친구에겐 2호기의 이름을 붙여줄 수 있는 영광을 함께 주기로 했다.
아직 정식 파일럿도 아닌 사람을 그라프에 직접 태울 수는 없던 관계로 테스트는 훈련소에서 조종 특기 훈련생들을 가르칠 때처럼 시뮬레이터 프로그램을 통해 치러졌다.
다만 시뮬레이터라고 해서 마냥 얕볼 만한 물건은 아니었다.
그라프 테스트에 걸맞도록 강한 G가 걸리게끔 만든 데다 인공 마력엔진이 뿜어내는 강렬한 파장까지 실제와 흡사하게 구현한 덕분이었다.
덕분에 테스트를 시작하자마자 첫 번째부터 우웨엑 소리와 함께 아침에 먹은 것들을 확인하는 지원자가 부지기수였고 조종간을 잡다 기절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순번을 기다리는 지원자들의 얼굴이 썩어 들어간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래서 내가 지원자 좀 빡세게 거르자고 했잖아.”
“부함장한텐 남부의 미래가 밝다고 하셨다면서요.”
1분도 못 버티고 탈락하는 지원자들의 점수를 매기던 내가 한 소리 하자 마찬가지로 면접관 자격으로 앉아있던 비행대대장 헨리가 입을 비죽 내밀었다.
역시 일반 파일럿에겐 무리였던 모양이다.
사실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여서 그렇지 다들 전투기 타면 에이스 소리 듣는 친구들이었다.
그런데도 콕핏에만 들어가면 웩 소릴 내기 바쁘니 결국 이번 테스트의 합격자는 마법을 다룰 줄 아는 사람 중에 나올 모양이었다.
“다음!”
그렇게 다음 지원자의 서류를 살필 때였다.
면접관 모두의 입에서 어! 소리가 튀어나왔다.
그 이유인즉 우리 모두가 익히 잘 아는 친구였기 때문이었다.
“뭐야 이거. 왜 아무도 말 안 했어!”
“그게 비밀로 좀 부탁한다고 해서요.”
부함장인 매티스가 머쓱해하는 사이 예의 참가자가 당당히 우리 앞에 섰다.
“충성! 지크 셉타누스, 그라프 파일럿 테스트를 위해 참가했습니다.”
이제는 엄연히 장성 계급.
곧 있으면 결혼식도 올릴 예정인 우리 동기가 테스트를 준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