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화.
식사를 마치고 모리더스 원수를 기다리는 동안 진은 전투기를 띄워야 한다며 계속 불안을 드러냈다.
진짜 대군이 몰려오면 어떡하느냐며 정찰조를 보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감시기지 장교가 가져다주는 커피를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사람이 왜 그렇게 태평해!
진은 그저 무사태평인 내가 답답했던 모양이다.
물론 나라고 마냥 마음이 편한 건 아니었다.
진의 말마따나 원수가 남부군을 이끌고 나를 붙잡으러 올 가능성이 존재하는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럴 경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기에 침착함을 유지하려 한 것뿐이었다.
중앙에서 도망쳐 남부로 왔다.
남부에서도 날 거절하면 이제 더는 갈 곳이 없었다.
다시 중앙을 거쳐 북방으로 갈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애석한 일이지만 남부가 나를 버릴 경우, 일단은 체포를 당하는 그림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부하들은 어지간하면 살 수 있겠지.’
지금까지 벌어진 모든 일은 내가 시켰다고 둘러대는 식으로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순순히 죽어주겠단 뜻은 아니었다.
트럭에 치여 깨어난 지도 어언 5년이다.
내가 이 세계에 와서 알게 된 것은 제국뿐만 아니라 이 우주가 너무나도 넓다는 거였다.
지금 이 시각에도 수많은 사람이 각자의 사정으로 이리저리 우주를 떠돌고 있었다.
마법을 쓴다면….
수도 감옥에서도 어렵지 않게 빠져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젠장! 그 개고생을 해서 얻는 게 범죄자 신분이라고?
진이 투덜거리는 사이, 나는 조용히 눈을 붙였다.
격한 전투는 없었으나 긴장감 속에 치러진 도주였다.
지금은 쉬어도 괜찮겠다고 생각하니 노곤한 잠결이 몰려왔다.
* * *
“각하께서 곧 도착하신다고 합니다.”
잠을 좀 오래 잤던 모양이다.
인기척에 눈을 뜨니 감시기지 대위가 내게 조그맣게 속삭였다.
어떤 식으로든 반격할 생각은 없었기에 난 조용히 모리더스 원수를 기다렸고 그렇게 원수가 기지에 도착했다.
호위 보좌관 둘을 데리고서였다.
“존!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인가. 몸은 좀 괜찮나?”
“멀쩡합니다.”
진의 걱정은 기우로 끝났다.
모리더스는 고속정을 타고 왔으며 조촐한 병력만을 대동한 채였다.
회의실을 잡은 나는 원수와 단 둘이 마주했다.
“오면서 정박 중인 함선들을 보았네. 크기가 굉장하더군.”
“레하반 가문의 전함입니다. 스펙은 중앙 최고급이라고 하더군요.”
“천년공의…?”
육중한 붉은 전함으로 운을 뗀 모리더스 원수는 중앙의 사정에 관해 물었다.
나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전했다.
공녀가 발견한 황제의 충격적인 실험, 시민들의 죽음, 그리고 대원수의 반란에 이르기까지….
그러다 이들이 반란을 일으킨 이유에 관해 설명할 차례가 되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남부 귀족들도 화폐개혁에 적잖은 반감을 가지고 있진 않을까 하는 거였다.
부패의 정도로 말할 것 같으면 남부는 북부보다 훨씬 깨끗한 편이었고, 역사가 긴 가문의 숫자도 훨씬 적었다.
재산의 피해 정도는 다른 경계에 비해 적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역시 개혁에 대한 불만이 아예 없진 않을 터였다.
그렇지만 이 부분을 빼고선 대원수와 중앙귀족이 모두 들고 일어난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기에 나는 솔직하게 사정을 설명했다.
반란군이 나를 꼭 잡고 싶어 한다는 사실도 말이다.
그렇게 모든 이야기를 듣고 난 모리더스 원수는 눈을 감은 채 신음을 흘렸다.
“확실히 그 개혁안은 굉장히 과격하다고 생각은 했네만… 일이 이렇게까지 될 줄이야.”
모리더스 원수는 귀족들의 탐욕으로 인해 제국에 망조가 들었다며 한탄했다.
“그럼 자네도 이후 중앙의 사정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진 전혀 알 수 없겠군.”
“그렇습니다.”
“중앙에서 자네가 얼마나 고생했을지 짐작이 가네.”
별거 아닌 위로지만 나는 모리더스 원수에게서 진심을 느꼈다.
그저 말뿐이 아닌, 한때 전장을 함께했던 동료에게 건네는 진짜 위로 말이다.
음험하고, 정례회의만 했다 하면 나를 물고 늘어지던 놈들이 도처에 깔린 중앙에선 한동안 느낄 수 없던 온기였다.
“감사합니다, 각하.”
“아니야. 자넨 이 제국을 두 번이나 구하지 않았나. 남부와 북부 말이네. 그런 대접을 받아서는 안 될 말이지. 안 되고말고.”
이쯤 되니 원수가 날 쉽게 내치진 않겠다 하는 생각이 슬그머니 들었다.
그렇기에 은근슬쩍 이 자리의 핵심 과제를 꺼내보기로 했다.
이것이 해결되어야만 무사히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가 있었다.
내 거처 문제였다.
“심려 끼쳐서 죄송하지만 제가 남부에서 지낼 곳이 있겠습니까?”
“그게 무슨 소린가. 여긴 자네 고향 아닌가?”
“하지만 설명해 드렸다시피 반란군은 저를 기필코 잡으려 할 겁니다.”
황제가 이겨도 문제고 반란군이 이겨도 문제다.
어느 쪽이든 나를 가만두지 않을 거란 사실은 분명했다.
모리더스 원수는 나를 거두고 싶은 눈치였지만 그것은 즉, 남부와 중앙의 무력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었다.
아무리 내가 제국을 위해 많은 공을 세웠다지만 나 하나의 목숨을 수많은 남부 시민들과 저울질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를 모리더스 원수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는 신중하게 내게 들려줄 답을 골랐다.
“결정을 내렸네. 내가 원수직에 있는 한은 자넬 절대 중앙으로 보낼 일 없을 걸세.”
-크으! 이게 참된 상관이지.
“각하….”
“그런 표정으로 보지 말게. 자네가 아니었으면 지금쯤 이 남부가 어떻게 되었겠나. 지난번 반란 때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었을 테지. 우리는 모두 자네에게 크고 작은 빚을 지고 있는 셈이야.”
오스카 원수 반란 사건의 공을 상기시킨 모리더스 원수가 고갤 주억거렸다.
“일단은 내가 평의회로 돌아가 의원들을 설득해 보겠네. 자네 직위를 유지하고 계속 일을 볼 수 있도록 말이네.”
“설득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전후사정을 알면 중앙의 견제를 몹시 두려워할 테니까요.”
평의회 의원들뿐만이 아니었다.
고작 대장 한 명 살리겠다고 중앙과 척을 지는 건 남부군 장성들도 동의하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그러나 모리더스 원수는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중앙은 화폐개혁으로 잔뜩 뿔이 난 모양이지만 남부는 사정이 좀 다르네.”
“무슨 말씀입니까?”
“오스카 원수가 하나 잘한 점이 있다면 바로 그것이지.”
여기서 갑자기 오스카 원수의 이름이 다시 등장한 이유가 무엇인가.
“지난번 반란 때, 오스카 원수가 평의회를 아예 박살을 내지 않았나.”
“그랬죠.”
처참한 광경이었다.
의원들 대다수가 골통이 깨져 의회 이곳저곳에 널브러진 광경이 남부 전역에 중계되었던 사건.
그 충격은 아직도 남부 시민들 머릿속에 생생했다.
“의회라는 건 말이네. 결국 힘 있는 가문의 집합체야. 얼마나 더 많은 인맥과 재력을 동원할 수 있느냐에 따라 자리가 결정되지.”
해당 반란이 있기 전까지, 남부평의회의 모든 의석은 남부의 유력 가문들이 점령하고 있었다.
많은 부를 축적한 가문이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한다.
화폐개혁 이전에 가장 큰 부를 누렸을 가문의 핵심 일원들이 바로 평의회 구성원이었던 것.
“그런데 말이야. 애초에 평의회와 군 수뇌부 사이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네. 정확히 말하면 원수와 말이지.”
융족과 전투가 한창이던 시절.
오스카 원수는 의회에 몇 번이고 예산 증액을 요청하며 군의 전력 증강을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그 요청은 번번이 수포로 돌아갔다.
단순히 돈이 많이 든다는 이유도 있었겠지만, 진짜 이유는 의회와 오스카 원수의 마찰이었다.
헬리오스 황제가 직접 임명한 오스카 원수는 젊었을 적 무척 뛰어난 전공을 세웠으나 귀족으로서의 지지기반은 그렇지 못했다.
그의 가문은 명문가와는 거리가 먼, 자치령을 하나 둔 평범한 가문이었다.
명문가 출신의 장성이 군권까지 휘어잡아 헛된 마음을 먹는 경우를 차단하고자 황제가 일부러 그를 고른 거였다.
그러나 이 같은 결정은 평의회가 오스카 원수를 은연중에 무시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남부의 질서를 주도하는 것은 우리 귀족 중의 귀족, 평의회 의원들이다.>
의원이 된 명문 귀족들은 오래전부터 자신들이 남들과는 다르다는 우월의식에 젖어있었고 그 울타리 안에 들지 못했던 오스카 원수는 그저 운이 좋아 원수가 된 인물쯤으로 여겨졌다.
이러니 반란을 일으키기 전까지 오스카 원수의 마음이 어땠겠는가.
예산을 보태주긴커녕 있는 것도 깎아 먹으려 들었으니 분노가 일만도 했다.
“그러한 일을 수십 년은 겪던 와중에 반란이 터졌지. 평의회 의원 대다수는 그날 저승 구경을 했고…. 남부에서 검은돈을 가장 많이 모았을 인간들인데 말이야.”
모리더스 원수는 그 사건 이후 신진 가문들이 새롭게 의회 구성원으로 참가하게 되었으며 남부가 완전히 새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일찍 피를 봄으로써 상대적으로 충격을 덜 받게 된 셈이지. 그러니 의원들이 자네에게 가질 반감의 정도가 그리 크진 않을 게야.”
“저한텐 다행스러운 일이군요.”
“그뿐만이 아니네. 지금 군 요직에 있는 장성 중 대부분은 자네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야. 마이클 중장도 그렇고 각 군단장 또한 자네에 대한 신뢰가 두텁네.”
반란 진압 시절, 나는 전장을 함께했던 장성들 얼굴을 떠올렸다.
탈출 작전을 도와 살아남은 헥터 장군이라든가.
라다만 출신 대장인 라함 도미니우스 장군도 있었다.
“나는 그들이 자네의 어려움을 못 본 체하진 않을 거라 확신하네.”
이후 모리더스 원수는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떻게 지내고 싶으냐며 내 의견을 물었다.
내가 경황이 없어 거기까진 생각해 보지 못했다고 하니 그는 잠시 쉬며 소식을 기다려 달라고 했다.
“수뇌부는 별문제 없을 테고, 평의회 쪽은 내가 한번 잘 이야기해 보겠네.”
“감사합니다. 각하.”
“이 정도로 감사는 무슨. 되도록 자네 신분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노력은 하겠지만 만에 하나 일이 틀어지면 새 신분을 발급하는 방법도 있다는 점은 알아두게.”
“새 신분입니까?”
“이름을 바꾸자는 거지. 얼굴에도 점 몇 개 찍고 말이야.”
그 정도로 중앙의 감시와 분노를 피할 수 있을까?
그렇게만 된다면 나로서는 썩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어차피 재산이며 지위 같은 건 모리더스 원수가 알아서 채워줄 터였다.
“아 참, VV5610 말이네.”
“예.”
“그곳이 아직도 비어 있는데 이참에 쉬면서 관리를 한번 해보겠나?”
각종 자원을 낀 옥토에 그 크기가 트라카 20배에 달하는 거대한 행성.
일찍이 내 자치령으로 점찍어 둔 행성이었기에 나는 원수의 제안에 마음이 동하는 것을 느꼈다.
내가 그렇게 하겠다고 하자 그는 잘됐다며 군용함대 코드를 넘겨주었다.
쓸데없이 남부를 오가다 검문을 받거나 하는 일을 방지하는 차원에서였다.
“존, 고향에 돌아온 걸 환영하네.”
나는 원수가 건넨 손을 잡으며 고갤 꾸벅 숙였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각하.”
* * *
감시기지를 떠나 VV5610으로 향하는 여정.
일이 정리되기까진 최대한 내가 남부로 돌아왔단 사실을 알리지 않으려 했지만 딱 한 명, 내가 돌아왔음을 전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윌리엄 백작이었다.
비록 이 세상에 건너와 시작된 그리 길지 않은 인연이지만 백작은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
통신으로 소식을 전하자 가주는 내 안전을 가장 걱정했다.
일이 잘못되면 중앙과 싸워서라도 나를 지켜주겠노라고 말이다.
<중앙의 결과에 따라 의회의 대처도 달라지겠구나.>
“그럴 것 같습니다.”
윌리엄 백작은 이번 기회에 미친 황제와 반란군이 모두 공멸해 버렸으면 좋겠다며 엄청난 저주를 퍼부었다.
이단심문관이 들으면 입에 거품을 물고 달려들 법한 이야기였다.
<몸조심하거라. 너를 위해서도, 그리고 우리 가문을 위해서도 말이다.>
가주는 이제 남부에 돌아왔으니 사업이며 각종 방면에서 신경 쓸 일이 많을 거라며 재정적 도움이 필요하거든 언제든지 이야기하라고 말했다.
가문의 재산을 모두 털어서라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주겠단 약속과 함께였다.
‘고맙습니다. 할아버지. 근데 재산은 제가 한참 더 많을 겁니다….’
* * *
VV5610.
남부가 새롭게 얻은 영토에서 가장 크고 가치가 높은 행성.
풍부한 자원, 그리고 높은 건물이라곤 융족이 남겨두고 간 것밖에 없던 이곳에 제국 양식의 고층 빌딩이 자리 잡고 있었다.
바로 아크팩토리 본사 건물이었다.
아크팩토리는 본래 트라카에 자릴 잡고 있었으나 회장인 존 메이어의 명령으로 기반을 VV5610으로 옮긴 상태였다.
트라카엔 아직 기존의 공장 시설이 남아있었으나 그것도 기업 전체 영역에서 볼 때는 소규모에 지나지 않았다.
이제 아크팩토리는 트라카를 벗어나 오크의 쌍둥이 행성과 연계, 매년 엄청난 양의 군수품을 생산하는 남부 최고의 기업 중 하나가 되어 있었다.
군수기업 순위는 17위.
이는 실로 엄청난 업적이었다.
아크 팩토리의 주 생산품목이 미사일인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랬다.
현재 남부 군수기업 순위에서 아크팩토리보다 순위가 높은 곳은 전부 전투함 건조에 힘을 싣고 있었다.
아크팩토리는 군수산업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전투함 건조 사업에 발을 담그지 않고도 이만한 성과를 낸 것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중앙으로 떠난 회장을 대신해 기업을 진두지휘해 온 부회장, 라이언 코멧은 오늘도 연구실에 들러 프로젝트 결과를 보고받는 중이었다.
“음. 성과는 아직인가?”
“죄송합니다.”
“됐네. 원래 신무기 개발엔 수년씩 걸리는 게 정상이라고 알고 있네. 며칠 붙잡고 뚝딱 해치워 버렸던 그분이 이상한 거지.”
라이언 코멧은 우울한 낯을 보이는 연구원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회장이 중앙으로 떠난 이후, 남부 군수기업들 사이에선 본격적인 신무기 경쟁이 시작되었다.
이는 예정된 전쟁이었다.
융족과 전쟁이 끝났다곤 하나 휴전에 불과했고 남부는 여전히 외적의 침공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이런 상황에 군 수뇌부는 더욱 강력한 무기를 손에 넣길 희망했다.
본래라면 중앙의 견제를 걱정해야 할 판이지만 남부에서의 반란, 존 메이어의 중앙 진출, 북부에서의 어비스데몬 침공 여파를 겪으며 제국이 타 경계의 기술발전에 조금 누그러진 태도를 보인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그리하여 오늘날.
아크팩토리는 무섭게 쫓아오는 기업들의 추격에 붙잡히지 않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쓰는 중이었다.
가장 무서운 상대는 메탈렉시온이었다.
이클립스 미사일이 시장에 등장하기 전까지, 헬파이어 미사일로 남부 시장을 주름잡았던 그들은 다시 미사일 부문 1위 탈환을 위해 밤낮으로 인력을 갈아대는 중이었다.
천재의 활약으로 시장에 급부상한 아크팩토리와 달리 메탈렉시온은 수십 년 이상 축적된 인력과 재력, 연구에 관한 노하우가 있었다.
조만간 이클립스 미사일을 뛰어넘는 신형 미사일을 발표할 거란 소문이 업계에 파다했다.
그게 사실이라면 아무리 군부가 회장과 친분이 두터워도 생산량을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를 막기 위해 라이언 코멧도 자신이 가진 모든 능력을 동원, 인재를 스카우트하고 개발비를 전폭 지원했으나 천재 회장의 빈자리는 너무나도 크게 다가왔다.
심지어 그는 이제 중앙군 대장으로 수도방위사령관을 역임 중이지 않은가.
연구·개발이 지지부진하여 곧 순위가 따일 것 같습니다! 라며 회장을 귀찮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성능이 다소 모자라도 출혈경쟁을 하면 매출의 하락세는 막을 수 있을 거다. 하지만 그러면 이윤이 크게 떨어질 텐데….’
현재 아크팩토리는 직원들뿐만 아니라 쌍둥이 행성의 오크, 그리고 크릭들 정착 사업까지.
다양한 곳에 투자지원을 하고 있었다.
이윤이 눈에 띄게 줄면 그 모든 프로젝트가 흔들릴 수 있었다.
“위쪽 기업들이 연계했다는 소문도 들리던데?”
“그렇습니다. 카이오 코퍼레이션에서 연구인력 일부를 메탈렉시온에 빌려줬다는 이야기가 돕니다.”
“이 자식들…. 대놓고 우릴 밟으려는 모양이군.”
사실 전조는 이전부터 있었다.
특무함 사령관으로 임명된 회장이 출세 가도를 달릴수록, 아이러니하게도 남부 군수 기업들의 압박은 더욱 거세졌다.
회장이 다시는 남부로 돌아오지 않을 거란 계산이 깔린 움직임이었다.
“하아….”
라이언 코멧이 그리운 누군가를 떠올리며 한숨을 폭폭 쉬던 그때, 둔탁한 군화 소리가 그의 등 뒤에서 울렸다.
연구실은 청결이 생명.
라이언 코멧이 눈을 부릅뜨며 고개를 홱 돌렸다.
“어떤 시러배 잡놈이 연구실에 군화를 신고 들어… 어?”
여유로운 미소와 함께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
라이언 코멧이 반사적으로 눈을 비빌 때였다.
“건물 다 꺼지겠다. 왜 그렇게 죽상이야?”
“회장니임-!!!”
“아, 징그럽게 왜 이래!”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달려드는 라이언을 귀찮다는 듯 밀어낸 남자.
존 트라카 메이어.
모두가 오매불망 기다렸던 그가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