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화.
어둠을 밝히며 솟아오르는 불기둥에 카린이 어찌할 줄 모르는 사이, 한차례 폭풍이 실피드를 덮쳤다.
뒤늦게 도달한 핵폭발의 충격파였다.
그녀는 충격 속에서 기체를 바로잡았고 다시 성을 향해 날았다.
실피드의 날개가 푸른빛을 뿜으며 앞으로 나가던 그 순간, 2차 폭발이 성곽에서 일어났다.
연쇄 핵폭발.
게다가 이번 건 위력이 더욱 강했고 가까운 거리였던지라 실피드의 실드가 크게 뒤흔들렸다.
“존, 추가 공격의 위험도 있고 지금은 엔터프라이즈호의 지원을 기다리는 게….”
“안 돼.”
카린은 추가 공격을 염려해 전투함의 백업을 기다리자고 건의했으나 난 고갤 저었다.
황성이 아무리 튼튼해도 저렇게 핵이 터져대면 더 버티기 어려울 터였다.
한시라도 빨리 아딘을 구해야 했다.
만약 아직 살아있다면 말이다.
알겠다고 답한 카린은 손에 힘을 꽉 주고선 조종간을 밀었는데 천만 다행히도 추가 폭발은 이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불꽃 속에서 현실의 민낯이 드러났을 때, 나는 할 말을 잃고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모두 녹아있었다.
제국의 모든 기술과 재력을 퍼부어 지은 황성의 견고함은 그 어떤 공격에도 버틸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나 지금 눈앞에 벌어진 참상은 어찌 된 영문인지 정반대의 결과를 가리키고 있었다.
-폭탄이 안쪽에서 터진 모양이다. 아무리 마법으로 강화했다 한들 내부에서 터지는 공격은 어찌할 방도가 없지.
‘아딘이… 죽었을까?’
-아마도.
파편과 함께 녹아내린 성곽.
저 불구덩이 속에서 아딘이 살아있을 것이라 생각하긴 어려웠다.
후계자의 죽음.
목숨이 경각에 달린 황제.
영원할 것만 같던 제국의 기틀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군용 통신을 통해 매티스의 다급한 호출이 있었다.
<사령관님. 큰일입니다. 작전사령관이 1군단을 대동하고 황성으로 밀고 들어오고 있습니다.>
“뭐라고?”
기본적으로 황성과 인접 지역의 방어는 수도방위사령관인 나의 몫이었다.
그런데 지금 작전사령관이 전투부대를 끌고 황성으로 오고 있다는 것은 그 의도가 너무도 의심스러운 대목이었다.
매티스는 상대가 보낸 통신을 내게 공유했는데 영상 속에서 작전사령관은 황성에서 핵공격을 관측했다고 말하며 중앙 전역에 1급 비상계엄이 선포되었다고 했다.
계엄.
제국에 전쟁, 반란 등의 비상사태가 터졌을 경우 군이 모든 것을 일시적으로 통제하여 질서를 유지하는 상태를 뜻한다.
하지만 중앙에서 계엄을 발동할 수 있는 인원은 오직 황제가 유일했다.
나는 이 사실을 강력히 주장하며 작전사령관에게 군을 물리라고 했다.
“작전사령관! 폐하의 재가 없이 계엄 발동이라니! 이건 엄연히 반란입니다!”
그러나 이쪽의 메시지에 작전사령관은 코웃음을 치며 답했다.
<폐하는 이미 장기간 부재중이시지 않나. 이런 상황에선 대원수께서 직접 권한을 발동해 계엄을 내릴 수 있다는 사실도 모르나? 대체 어떻게 이런 수준의 작자가 수방사 사령관이 된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군.>
부재중인 황제를 대신해 계엄을 발동한 건 대원수.
작전사령관의 말이 사실이면 이번 일의 배후엔 대원수가 버티고 있을 확률이 높았고 그게 아니라면 단순히 작전사령관이 반란의 기세를 높이고자 대원수의 이름을 판 걸 수도 있었다.
물론 정답이 어느 쪽이든 이쪽엔 최악의 상황이었다.
나는 다시 한번 황성 방어는 방위사령관의 소관이니 당장 군단을 물릴 것을 주장했으나 놈은 들은 체도 않고서 전투부대의 진격을 계속했다.
-이거… 큰일 난 거 같은데.
‘보통 큰일이 아니지.’
저들이 어떤 식으로든 이번 황성 공격의 배후에 있는 건 분명해 보였고 곧 이곳에 피바람이 불어닥칠 듯했다.
문제는 이대로 저들의 진격을 기다릴 수 없다는 거였다.
제국 전복을 꾀한 자들이 볼 때 나는 굳이 살려둘 필요가 없는 존재였다.
황제의 신임, 그리고 후계자의 오른팔로써 임명된 수도방위사령관 아니던가.
저들은 내게 황성 방어 실패의 책임을 물어 감옥에 집어넣거나 사형을 내릴 수도 있었고, 귀찮은 단계 없이 이번에 슬쩍 해치울 작정일지도 몰랐다.
애초에 황성에 핵을 터트린 놈들이다.
그런 놈들에게 상식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한 일이었다.
그렇담 이 일을 대체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가.
수도방위사령군 휘하에 내가 당장 움직일 수 있는 전투병력은 전함 백 척 규모로 1군단의 5분의 1수준에 불과했다.
황제가 거주하는 황성 방어가 너무 부실한 것 아닌가 싶을 수 있지만 애초에 위구 우주 자체가 안쪽으로부터의 공격은 상정하지 않은 지역이었다.
반란만 제외하면 두 개의 입구를 지킴으로써 수백 개가 넘는 자치령을 수월하게 지킬 수 있는 셈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반란이 일어났잖아?
‘군단급 병력이 활개 친다는 건 대원수의 묵인이 없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마크 딜런 대원수.
그는 2년 전, 피의 숙청에서도 살아남은 인물이었다.
당시 황제는 자신의 위기를 기회 삼아 옥좌를 탈환하려 했던 자식들과 그에 연관된 모든 인원을 잡아들였다.
운이 아주 좋아야 신분이 강등당하는 선에서 마무리되었고 조사를 받은 인원 대부분은 사형대에 오르며 공포의 비명을 질렀다.
황제는 다시는 옥좌에 관한 도전을 허락지 않겠다는 듯 무자비한 손속을 보여주었다.
그 충성심이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자는 구속을 피하지 못했고 한동안 황성엔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이때 극소수의 장성을 제외하면 엄청난 인원이 수뇌부에서 물갈이되었는데 그 혼란 속에서도 대원수는 기어이 자리를 지키는 데 성공했다.
그 말인즉, 적어도 황제가 보기에 대원수의 충성심은 굳이 갈아치울 정도는 아니었다는 해석이 된다.
그런데 왜 2년 만에 이렇게 마음이 바뀐 것인지, 이제 막 중앙 사회에 발을 들인 나로서는 아무래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발밑엔 열기로 녹아버린 황성과, 저 멀리선 반역을 꾀하는 무리가 군단급 병력을 끌고 접근하는 상황.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가운데 카린이 외쳤다.
“존! 뭔가 오고 있어.”
실피드의 레이더에 잡힌 비행물체.
빠르게 황성으로 접근하는 정체불명의 무언가를 향해 나는 일단 막을 것을 지시했다.
검에 마력을 두르고 실드를 펼치는 순간 그 비행물체의 정체가 드러났다.
커다란 날개와 비늘.
그것은 머리부터 꼬리까지 붉은 석양으로 물든 수십 미터급 크기의 드래곤이었다.
‘드래곤!’
붉은 드래곤을 본 순간 나는 제일 먼저 세리스 공녀가 떠올랐는데 아니나 다를까 우릴 알아본 드래곤이 마법으로 목소릴 내었다.
“엘프가 타는 짝퉁 그라프 아니야?”
“공녀님입니까?”
“존도 타고 있었네. 어떻게 된 거야?”
“테러가 있었습니다.”
대폭발의 충격에 공녀도 자다 말고 벌떡 뛰쳐나온 모양이었다.
나는 정확한 사정은 아직 밝혀진 게 없고 황성에서 핵폭발이 있었으며 작전사령관이 허가 없이 계엄을 운운하며 이곳으로 진격 중이라는 말을 전했다.
그러자 공녀는 삼촌은 대체 이 상황에도 태평하게 뭘 하는 거냐며 투덜거렸다.
그녀는 절대 황제가 죽지 않았을 거라 확신하는 투였다.
“폐하께서 살아있을까요?”
“무조건 살아있지. 핵폭탄 테러 따위에 죽을 양반이면 애초에 황제는 하지도 못했을걸.”
아무리 죽었다 깨어나도 황제는 못 하겠다고 생각하던 그때.
공녀가 따라오라며 폭심지 주변으로 활강을 시도했다.
“위험합니다!”
“괜찮아.”
폭발하는 순간의 열기에 비할 바는 아니라지만 지금도 이곳엔 4천 도가 넘는 열기가 남아있었다.
그런 지옥의 땅에 내려선 공녀는 여기가 어디었더라를 중얼거리며 주변을 살폈다.
본래 핵폭발 앞에선 모든 건물이 흔적도 없이 증발했어야 할 테지만 황성 건물은 특수 열처리와 핵공격 방어 기능을 실어뒀기 때문인지 아직 큼지막한 잔해들이 굴러다니는 걸 볼 수 있었다.
두 번의 핵공격에도 이 정도 파편이 남아있다니.
아마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의 공격이었다면 충분히 막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여기네.”
그렇게 돌아다니던 공녀가 거대한 건물 파편을 꼬리로 밀어 치우자 하나의 구멍이 나타났다.
그것은 지하 깊은 곳으로 이어지는 통로의 입구였다.
공녀는 말없이 구멍 안으로 뛰어들었고 우리도 곧장 그 뒤를 따랐다.
“삼촌. 나 왔어. 때리지 마. 내려갈 거니까 때리면 안 돼.”
칠흑 같은 어둠만이 감도는 통로.
그러나 공녀는 계속해서 황제에게 들으라는 듯 혼잣말을 반복했다.
그리고 마침내, 다시 발이 땅에 닿았을 때 우리는 지하에서 육중한 철문과 마주했다.
대피소처럼 꾸며진 이곳은 두꺼운 암반으로 보호되었고 깊이가 상당해 처음부터 이곳에 몸을 피하고 있었다면 위쪽에서 일어난 공격쯤은 아무것도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다.
드래곤에서 다시 인간 형태로.
몸을 줄인 공녀가 다가가 문을 밀자 철문이 열렸다.
대리석 바닥과 천장을 바치는 기둥들.
어두컴컴했던 통로와 다르게 이곳은 평범한 황성 내부인 것처럼 보였다.
문이 다소 크다곤 하나 어디까지나 사람 기준인지라 실피드를 계속 타고 있기 애매했던 나는 카린과 함께 콕핏에서 빠져나왔다.
통로를 따라 안쪽으로 향하자 물이 솟아 나오는 분수를 중심으로 정원이 꾸며져 있었다.
정원 곳곳엔 열매 달린 나무와 꽃들이 넓게 피어 있었는데 하나같이 마력의 기운이 느껴지는 심상찮은 보물들이었다.
나는 그제야 이곳이 대피소 겸 황제의 보물전 일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레하반 타워의 지하에서 보았던 것처럼 이곳에도 황실이 아끼는 보물이 자리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공녀는 이것들에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더욱 안쪽을 향해 나아갔다.
그렇게 정원과 회랑을 지나 마주한 건 알현실을 축소한 듯한 공간이었다.
“폐하!”
나는 옥좌에 앉아있는 헬리오스 황제를 보고선 외쳤다.
생기가 전혀 없이 늘어진 노인.
처음 알현실에서 마주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행색이었다.
만약 내 외침에 슬쩍 눈을 뜨지 않았더라면 이미 죽은 줄 알았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사람이 이렇게 단기간에 늙는 게 말이 되나 싶던 때에 황제는 내겐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세리스 공녀를 바라보았다.
“왜 왔느냐.”
“위에 지금 난리가 났는데 안 오게 생겼어?”
“어떻더냐.”
“핵폭탄 두 방, 그리고 작전사령관이 계엄 운운하고 있어. 대원수가 뒤에 버티고 있는 게 확실한데… 이거 일단 피해야 하지 않아?”
“막을 거다. 이번에야말로 청소가 끝나게 되겠지.”
황제는 무척 피곤한 기색으로 답했다.
그가 말하는 청소라는 것이 자신이 정한 뜻에 대드는 무리를 치우는 작업이라는 걸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아딘은?”
“이곳에 있다. 폭발이 있기 전 침대째로 공간이동을 시켰지.”
살아있었구나.
나는 아딘이 살아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는데 그 순간, 황제가 벼락같은 외침을 터트렸다.
“방위사령관은 일이 이렇게 될 때까지 무엇을 한 것이냐!”
“…죄송합니다. 폐하.”
마력을 담아 쩌렁쩌렁한 분노를 터트리는 황제 앞에서 나는 납작 엎드렸다.
성이 통째로 터지는 걸 막지 못했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물론 대원수가 이번 일의 배후라면 정례회의를 오가며 얼마든지 내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음모를 꾸몄을 테지만 말이다.
아무리 수도방위사령관이라 해도 작전사령관과 대원수를 포함한 모든 장성을 감시하기란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저 죄송하다는 말만을 했다.
괜히 변명해 봐야 황제의 화만 더 돋울 거 같았다.
“삼촌은 미리 막을 수 있었잖아. 쓸데없이 범인(凡人)한테 화풀이하고 그래.”
그때였다.
공녀가 황성에서의 폭발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지 않았느냐며 나를 두둔해 주었다.
그녀의 말이 틀리진 않았는지 황제는 언제 그랬냐는 듯 화를 거두고 등받이에 몸을 기울였다.
“원래는 일을 이렇게까지 과격하게 진행하려던 건 아니었다.”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어. 내가 아는 삼촌은 이렇게까지 얻어맞아 주면서 일을 처리할 리가 없거든. 이유가 뭐야? 급해진 이유.”
작게 한숨을 쉰 황제가 공녀에게 답했다.
“나는 곧 죽는다.”
그리 말한 황제는 또 나를 불쑥 노려보았는데 이유는 몰라도 내가 퍽 미운 듯했다.
“별의 흐름으로 보았을 때 내게 원래 남은 시간은 3년 정도였다. 한데 그 정도론 아딘이 자릴 잡는 걸 지켜보기에 부족했지.”
“그래서?”
“그런데 너희가 북부를 다녀오며 예상치 못한 보고를 해주더구나.”
“설마….”
“어비스코어 말이다. 생명력을 흡수해 에너지를 변환하는 그 물건이라면 수명 문제에 활로가 되어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연구가 잘 안 된 거야?”
“그건 아직 인간이 받아들이기에 이른 물건이었다.”
황제는 어비스코어를 연구하며 부상을 입었고 그로 인해 안 그래도 얼마 남지 않았던 수명이 대폭 깎였다고 말했다.
“…그럼 앞으로 얼마나 남은 건데?”
“모른다. 어쩌면 오늘이 마지막일 수도 있고.”
그리 말한 황제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얼굴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으나 몸에서 뿜어지는 그 기세만큼은 인간을 아득히 초월한 무언가로 느껴졌다.
“그러니 그전에 제국의 대계를 위해 마지막 일을 할 것이다. 존 메이어.”
“예. 폐하.”
“지금부터 다시 위로 올라가 황성의 전투부대를 끌어모아 반격을 준비하라.”
-미친놈이! 상대가 몇 배나 더 많은 줄 알고 저러는 거야?
나보고 자살을 권유하는 건가? 싶을 때 황제는 적에 맞서지 말고 밀리는 척 대기권까지 끌어들일 것을 지시했다.
“흑기사와 백기사가 대기 중이다. 이단 심문소 병력도 준비해 두었으니 군단 병력쯤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거다.”
“예. 폐하.”
명령을 받았으니 일단 다시 올라가려는데 공녀가 대뜸 말했다.
“잠깐만!”
“왜 그러냐.”
“대원수는? 작전사령관 뒤엔 대원수가 있잖아. 아무리 그라프가 있어도 중앙군 전부를 상대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일단 끌어들이면 그 뒤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너는 걱정할 필요 없다.”
황제는 더는 심력을 소모하고 싶지 않은 듯 손을 저어 나가보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아무래도 공녀는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눈치였으나 나는 일단은 나가는 게 좋겠다며 그녀에게 속삭였다.
다시 대피소의 입구에 도착하자 황제의 말대로 아까는 보이지 않았던 두 대의 그라프가 실피드의 좌우에 서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백기사와 흑기사.
황성을 지키는 중앙 과학과 마법 기술의 정수였다.
“올라가자.”
공녀는 그것들에 눈길만 한번 준 뒤 내려왔던 통로를 통해 지상으로 다시 올라갔다.
밤은 가시지 않았으나 열기는 여전했다.
지상에 도착하자 엔터프라이즈호와 사령부로부터 차단되어 밀려있던 각종 통신이 쏟아져 들어왔다.
지하에 내려가 있는 동안 내 위치가 끊어진 모양이었다.
<사령관님! 괜찮으십니까!>
“괜찮다. 잠시 주변을 살피는 동안 통신이 끊긴 모양이다.”
<휴. 다행입니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매티스는 그 사이 1군단이 거리를 제법 많이 좁혔다며 곧 전투가 시작될 것 같다고 알려왔다.
위구 내에서 공간도약이 불가능했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핵폭발과 동시에 공격을 받을 뻔했다.
사령부 전투력을 총동원해 반격 및 함대전 준비 지시를 내리던 때였다.
공녀가 할 말이 있는 듯 실피드의 옆구리를 툭툭 발로 차댔다.
“무슨 하실 말이라도?”
“일단 따라와.”
한번 호흡을 가다듬은 공녀가 침을 꼴깍 삼키더니 다시 드래곤으로 변해 하늘을 날기 시작했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실피드의 출력을 제법 끌어올리고 나서야 따라잡을 수 있을 정도였다.
황성이 순식간에 멀어졌다.
그렇게 중앙본부까지 지나쳤을 때 공녀가 말했다.
“존!”
“예.”
“튈 준비해.”
“예?”
수성전을 준비해야 하는데 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건가.
그러나 공녀는 이것이 결코 농담이 아님을 증명하듯 매우 심각한 투로 외쳤다.
“제국은 이제 끝났어! 살고 싶으면 당장 도망쳐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