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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군벌가 망나니-71화 (71/134)

< 71화 >

<플로어 확보.>

<통제실로 진입한다.>

수색대의 활약을 지켜보며 나는 앞으로 있을 연방군의 움직임을 떠올렸다.

아직 VV5610을 점령했다는 소식은 반란군에게 알려지지 않은 모양이었다.

물론 저쪽에서도 의심은 하고 있을 터였다.

이미 며칠 이상 오리온 측과 연락이 끊어졌을 테니까.

필시 전쟁 중이거나, 아니면 점령이 됐거나.

그런 가능성을 저들도 떠올리고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턱밑까지 칼날이 들어온 줄은 몰랐겠지.’

수색대 유령들의 실력은 실로 놀라웠다.

소리 없이 군용 나이프로만 적들을 처치하는데 이들이야말로 진짜 마법사가 아닌지 싶을 정도였다.

대원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통제실 점령에 성공했고 이를 지켜보던 엔터프라이즈호에선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통제실 장악 완료. 그럼 데이터 전송 시작하겠습니다.>

오스카 원수가 보낸 것처럼 꾸며 전송될 하나의 영상.

이는 지난번 원수의 영상을 짜깁기해 만든 함정, 실제로는 영상을 실행하는 전투함에 백도어를 남기는 해킹 파일이었다.

퍼센트 바가 올라가며 1초당 수천 척에 이르는 반란군 전투함에 파일이 전송되고 있었다.

엄청난 속도로 태워지는 퍼플옵테늄.

통신 센터의 은하간 통신망이 강렬한 빛을 뿜기 시작했으니 이제 곧 적들도 무언가 일이 벌어졌음을 알아차리게 될 터였다.

“전 수색대원은 작전을 종료하고 통신 센터를 빠져나와 본함으로 복귀하라.”

<아직 데이터 전송이 마무리되지 않았습니다만.>

“통신 좌표에 관한 내용은 챙겼나?”

<확보했습니다.>

“그럼 괜찮다. 이미 충분한 효과를 거두었고 우리가 빠져나간 후에도 전송은 한동안 계속될 거다.”

<라저.>

신속히 건물을 빠져나와 하늘로 점프하는 유령들.

아니나 다를까 수색대가 엔터프라이즈호로 복귀하기 무섭게 도시 전체에 경계 경보가 발동되며 엄청난 숫자의 탐조등이 상공을 비추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꺼지기 시작하는 도시의 불빛.

통신 센터에 문제가 생겼음을 눈치챈 적들이 전력 차단으로 대응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통신 센터는 주요 건물 중의 하나.

전력이 끊기자 곧장 예비 전력으로 전환한 통신 센터는 데이터 전송을 다시 재개했다.

스텔스를 가동한 엔터프라이즈호는 몰려드는 군인과 전투기, 전투함을 놔둔 채 유유히 니케아를 빠져나갔다.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는 작전 성공.

이제 남은 건 연방군이 얼마나 더 빠르게, 데미지를 입은 반란군을 처치하느냐는 것뿐이었다.

“모두 수고했다. 본함은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여 워프 준비에 들어간다.”

*

엔터프라이즈호가 작전을 마치고 탈출하던 그 시각, 연방군 5군단을 이끄는 라함 장군은 행성 뒤편에 전투함을 배치한 뒤 조용히 때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모리더스 대장에게서 공유받은 하나의 작전안.

거기엔 순양함 한 척으로 VV5610의 행성방어 시스템을 뚫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니케아를 휘저어 반란군의 체계를 안쪽에서부터 무너트리겠단 계획이 담겨 있었다.

처음 그 이야기를 접했을 때, 라함 장군은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며 코웃음을 쳤다.

그러나 정말로 VV5610의 방어 체계가 무너지는 것을 보았을 땐 라함 장군도 계획안을 다시 찾을 수밖에 없었다.

마치 마법이라도 부린 듯 고작 순양함 한 척이 써두었던 대로 반란군의 심장을 찌른 것이다.

‘존 메이어.’

소문은 익히 들은 바 있었다.

젊은 조종 장교 중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이단심문관이 꼬일 정도로 그 능력의 근간을 알 수 없는 녀석.

하지만 그것이 어찌 됐건 지금 중요한 건 그 대단한 능력을 남부의 평화를 되찾는 데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정말로 외계 세력과 손을 잡고 엄청난 능력을 얻기라도 했다는 건가?’

그것이 아니고서야 납득이 가지 않는 활약이었지만 라함 장군 입장에선 그리 대수로운 일은 아니었다.

이미 연방군은 크릭과 오크, 파이칼과 같은 새로운 종족을 휘하에 받아들이지 않았던가.

어쨌든 힘을 얻어 제국을 위해 사용한다면 라함은 능히 그것을 묵인해줄 수도, 더 나아가 옹호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라함 장군이 존 메이어에 관한 평가를 이리저리 돌려보고 있을 때, 함교의 오퍼레이터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변화를 감지하기 시작했다.

“이상신호 포착! 반란군 전투함들의 통신량이 크게 치솟고 있습니다!”

“시작됐나.”

계획안에 따르면 니케아의 통신 센터를 점령한 뒤 전송한 가짜 성명문에 의해 반란군의 전투함들은 제 성능을 내지 못하게 될 거라고 하였다.

이대로 된다면, 존 메이어는 반란군을 쓰러트리는 데 가장 큰 공로를 세우게 되는 셈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라함 장군은 통신 채널을 열어 함장들에게 전했다.

“현 시간부로 미스트리어스 공략을 시작한다.”

설마했던 말이 사령관 입에서 튀어나오자 함장들이 우려스러운 기색을 보였다.

작전의 중요성을 고려하여 이번 작전의 개요는 수뇌부에서도 극히 소수만 알고 있었다.

즉, 아직 대다수의 함장들은 지금 반란군 사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른다는 거였다.

<정말로 전면전을 개시하시겠단 말씀입니까?>

“그렇다.”

<하지만 적의 규모가 아군보다 우세합니다.>

<전투를 생각하고 계셨다면 전력을 쪼개지 않으셔야 했던 게···.>

일부 함장은 의견을 밝히며 말끝을 흐렸다.

대장이라 대놓고 말하진 못하지만 왜 굳이 부대를 쪼개 불리한 상황을 만들었냐는 옅은 비난이 담긴 발언이었다.

그러나 이 정도 반응은 이미 예상했던바, 라함은 팔을 들어 올렸다.

“귀관들은 두려워할 것이 없다. 지난 VV5610 점령전을 떠올려보아라. 그야말로 아군의 압승이 아니었더냐. 이미 반란군은 자중지란 하여 내부에서부터 무너졌다. 저들이 지금 이상 징후를 보이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저들이 스스로 자멸했단 말입니까?>

“그렇다.”

확신에 찬 라함 장군의 말에 함장들이 반색했다.

“지금 저들은 숫자만 많을 뿐, 지휘 체계가 마비되어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는 상태다. 그러니 각 전투함은 지금 즉시 적들을 섬멸하라.”

<예!>

라함 장군이 말만 번지르르하게 늘어놓았다면 휘하 함장들도 의심이 들었을지 모르나 실제로 적의 반응이 이상하니 공격 주장에 더욱 힘이 실렸다.

그렇게 행성을 돌아 수천 척이 넘는 연방군 전투함이 등장하자 반란군의 혼란이 더욱 거세졌다.

다급히 전투 준비에 임하는 반란군 전투함들.

그러나 잠시 뒤, 양측이 경악할만한 일이 벌어졌다.

<주포 명중 확인!>

<적 전투함! 실드를 전개하지 못하고 격침!>

<반란군 전투함 상당수가 문제를 일으킨 것 같습니다!>

첫 주포를 주고받는 공방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기 시작한 반란군.

일부 전투함이 실드를 펴긴 했지만 소수에 불과했고 대다수는 전투함이 쏟아내는 주포 세례에 장갑이 뚫려 폭발을 일으키고 있었다.

실드를 펼 수 없다면 우주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상황.

불의의 일격을 당한 반란군이 사방으로 흩어져 도주하기 시작했고 신이 난 연방군은 이를 바싹 쫓았다.

일방적인 난타전.

이와 같은 광경은 비단 이곳뿐만 아니라 연방군이 침투한 남방 경계 후방, 전역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수뇌부에서 보내온 긴급 메시지 확인!>

<반란군 전투함의 능력 저하는 앞으로 3시간 정도 지속한다고 합니다!>

3시간.

이는 존 메이어가 예상한 시간으로 전함을 기준으로 잡은 최소한의 복구 시간이었다.

전투함의 시스템을 오프시키고 전문가를 투입하면 그보다 훨씬 빨리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겠지만 시스템이 문제를 일으킴과 동시에 연방군이 등장해 전투를 개시하는 것이 작전의 세트로 구성되어 있기에 반란군이 온전히 수리에 전념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군이 목숨 걸고 확보한 3시간이다. 반란군을 모조리 쓸어버리도록!”

<예!>

그렇게 존 메이어가 시작한 반격의 불길이 거세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

“어떻게 된 일인지 보고하라.”

<그, 그것이 니케아의 통신 센터를 장악한 무장 세력이 원수님인 것처럼 가짜 성명을 내어 아군 전투함 시스템을 교란했습니다. 해킹으로 추정됩니다.>

“니케아에 적대 세력은 진즉에 뿌리 뽑지 않았나. 어디서 그만한 세력이 나타났단 말인가.”

<죄송합니다! 지금 전력으로 놈들의 흔적을 쫓고 있습니다!>

“되었다. 그만한 일을 벌였다면 이미 빠져나갔을 수도 있겠어. 그보다 아군의 정확한 피해 상황은?”

동시다발적으로 공격당하기 시작한 반란군 무리.

오스카 원수는 침착하게 사태 파악에 나섰으나 들으면 들을수록 상황이 심각하단 걸 느꼈다.

<실드가 전개되지 않거나 통신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심한 경우엔 엔진이 과부하가 걸리는 예도 있었습니다.>

“원인은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고 했나?”

<그렇습니다···.>

“제대로 전투를 할 수 없다는 뜻이군.”

침묵하는 부하를 보며 오스카 원수는 전군에 퇴각 명령을 내릴 것을 지시했다.

“연방군이 들이닥쳐 전투를 시작했다는 보고가 있었다. 이쪽의 혼란을 노리고 들어온 적이니 맞서 싸우지 말고 후퇴하여 후일을 도모하라 전해라.”

<집결 장소를 전할까요?>

“잠시 기다리게···.”

오스카 원수는 약한 두통이 이는 것을 느끼며 고민했다.

미스트리어스를 비롯해 동시다발적인 전투가 발생하고 있었다.

전투가 시작됐단 곳들을 지도에 체크한 오스카 원수는 적들이 아직 후방 깊은 곳까진 도달하지 못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무슨 수를 써서 통신 센터를 장악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기동이 은밀한 고속정을 이용해 일을 진행했을 확률이 높다. 적들이 전투하는 지점으로 봤을 때 VV5610은 사흘 혹은 그 이전에 함락됐을 터.’

반격할 방도를 찾던 오스카 원수는 휘하 함장에게 워프드라이브의 상태를 물었다.

<도약에는 문제없습니다.>

<원수 각하께서 곁에 계시는데 갑자기 성명이 나왔다는 걸 이상하게 여긴 함장들이 많아 니케아 주둔군의 피해는 적은 편입니다.>

“듣던 중 다행이군. 각지에 나가 있는 아군에게 니케아 집결을 지시하라.”

<알겠습니다.>

남방 경계 가장 안쪽에 위치한 행성 니케아.

이곳에서 군을 재정비할 것을 결정한 그는 곧장 함대를 일으켜 도약 준비를 명했다.

<각하. 조금 전에 니케아에 뭉칠 것을 지시하지 않으셨습니까.>

“아군이 가다듬는 동안 우리가 해둬야 할 일이 있다.”

그리 말한 오스카 원수는 장성들에게만 목적지를 밝혔는데 해당 좌표를 확인한 장성들은 원수의 뜻을 알아듣고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경계 함대 워프 준비시키겠습니다.>

*

스텔스를 걸고 유유히 빠져나오는 동안, 수많은 반란군 전투함을 볼 수 있었다.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가는 전함들.

승조원들은 스텔스에 의해 들키지 않을 거란 걸 알면서도 창밖으로 적함이 보이자 불안한 눈치였다.

-존, 적의 통신을 확보했다. 놈들이 니케아로 집결하려는 모양이다.

계획이 제대로 진행됐다면 이미 남부 전역에서 반격이 시작됐을 터.

적의 움직임으로 보아하니 적들은 니케아에서 재정비할 심산으로 보였다.

‘현명한 판단이군. 시스템이 불완전한 상태에서 전투할 순 없을 테니까.’

-그나저나 아쉽게 됐어. 이곳 전투함에도 제법 문제가 생겼을 텐데 정작 가장 큰 대어를 잡을 수 없다니.

진은 오스카 원수를 비롯한 니케아의 반란군 무리를 타격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아쉬워했다.

모리더스 대장을 비롯한 전선의 연방군은 이제야 후방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상황이었고 남부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이곳은 타격 대상이 아니었다.

진은 스텔스의 남은 시간을 좀 더 이용했다면 아군 전력 상당수가 이곳까지 도착할 시간을 벌어줄 수 있었던 게 아니냐고 물었지만 그건 말이 되질 않는 이야기였다.

같은 남부 후방이라고 해도 이곳과 현재 작전이 전개되고 있는 지점의 거리는 상당했다.

당장 엔터프라이즈호만 해도 트라카에서 이곳까지 오는데 니벨룽을 경유해서 보급을 한 번 더하지 않았던가.

적들의 감시가 촘촘한 후방에서 군단급 세력이 니케아까지 들키지 않고 진입하는 건 애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것만 해도 엄청난 성과야. 더 바란다면 욕심이겠지.’

그렇게 니케아를 뒤로하고 멀어지던 그때, 진이 또 다른 정보를 전했다.

-존. 경계 함대가 워프를 준비 중인 모양이다.

‘경계 함대가 워프를?’

경계 함대는 오스카 원수가 이끄는 주력 함대로 전함만 5천 척 가까이 배치된 남방군을 대표하는 가장 큰 힘이었다.

현재는 남부 장악을 위해 부대를 쪼갰지만 그럼에도 전함 2천 척 이상, 4개 군단급 규모를 유지 중이었다.

‘조금 전에 반란군이 니케아로 집결할 거라고 하지 않았어?’

-그건 틀림없다. 오스카 원수의 이름으로 남부 반란군 전체에 니케아 집결 명령이 떨어졌다.

‘그런데 경계 함대를 움직이려는 건 무슨 속셈이지.’

아군은 집으로 불러들이고 정작 본대는 집을 비우고 어디론가 향하는 상황.

워프 도약 중엔 전투함의 성능도 크게 제약을 받기에 이는 경계 함대의 시스템 회복이 그만큼 늦어진다는 뜻과 같았다.

이것이 반란군과의 전투에서 아주 중요한 분기점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집중력을 끌어올려 적의 의중을 파악하려 애썼다.

‘예상되는 워프 규모는?’

-전함 이천 척, 4개 군단 전부다.

시스템 복구보다도 우선해서 해야 할 일이 대체 뭘까.

진은 저대로 아군을 방패 삼아 도주하려는 속셈일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했으나 새 시대를 거론하며 무고한 이들이 흘릴 피를 줄이겠다던 원수가 그런 얕은수를 쓰진 않을 것 같았다.

‘전군 이동이라. 뭔가 압박이 필요하다는 뜻인가?’

고민하던 나는 통신 센터에서 뽑은 반란군이 위치한 좌표를 다시 한번 들여다보았다.

그때였다.

마치 우연처럼 눈에 들어온 좌표 하나.

오스카 원수가 노리는 바가 무엇인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뭐야. 뭔가 알아낸 거지? 그렇지?

내 반응을 보고 묻는 진.

나는 고갤 끄덕였고 함교에 워프 준비를 지시했다.

적의 공격 사정권 안에서 시도하는 첫 스텔스 워프.

처음 있는 지시에 부관을 비롯한 오퍼레이터들이 깜짝 놀랐으나 중요한 건 저들보다 먼저 움직이는 것이었다.

‘시급을 다투는 사안이다. 오스카 원수보다 1초라도 빨리 움직여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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